이윤호 작가는 사진을 찍습니다. 그리고 가게를 운영하지요. 힙하기로 소문난 신도시, 미도파 커피하우스를 이끄는 주인공입니다. 작가보다 어떠어떠한 공간들을 만들었던 사람으로 더 많이 기억되길 바랄 정도로 공간에 애정이 깊은데요. 그렇다고 사진 작업을 소홀히 대하는 건 아니에요. 그에게 사진은 일상 속 습관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작은 카메라를 항상 주머니에 지니고 다니면서 눈에 띄는 풍경, 사물, 장면 등 언제 어디서나 고개를 돌려 두리번거릴 때 발견하는 아름다운 구석을 포착합니다. 찍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는 자신의 사진이 창작보다는 수집에 가까운 행위가 아닐지 생각하는데요. 불쑥불쑥 나타나는 아름다움을 수집하는 사람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세상의 무수한 편린을 모으고 분류하고 배열해 세상에 내놓을 때 비로소 그의 컬렉션을 구경할 수 있어요. 이런 이윤호 작가의 이야기를 BE(ATTITUDE) 웹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민달걀버섯›, 2024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파주에 살고 있는 이윤호입니다. 을지로와 연희동에 가게를 운영하며 사진을 찍습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선물 받은 카메라로 고등학생 시절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거리를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친구들에게 종종 보여줬고, 지인이 운영하던 공간에서 사진 전시도 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Jeju›, 2024
‹Byeonsan›, 2024
작업 공간을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주로 거리를 걸으며 대부분의 사진을 찍고 있어서, 별도의 작업실은 없습니다. 자전거 두 대와 컴퓨터 한 대가 있는 작은 방에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튜디오가 있으면 더 재밌게 작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낯선 동네의 풍경에서 가장 큰 영감을 받습니다. 책을 읽지 못하는 병이 있어서, 독서 대신 영화 보기에 몰두합니다. 쉬는 시간의 대부분을 산책하거나, 영화를 보는 데 사용합니다.
‹Incheon›, 2024
‹Incheon›, 2024
‹Cargo›, 2024
‹Seoul›, 2024
‹Flower›, 2024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작은 카메라를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편입니다. 아무 사진을 찍지 않는 날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카메라는 항상 주머니에 있습니다. 눈에 띄는 풍경이 나타나면 주머니에서 카메라를 꺼내 촬영합니다. 그렇게 사진들이 차곡차곡 모이면, 이따금씩 사진을 포스팅하거나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최근에 서울 근교로 이사하면서, 자연과 더 가깝게 지내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숲속의 작은 꽃과 버섯, 새와 곤충 등을 관찰하며 지내다, 얼마 전부터 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공부가 필요하기도 해서, 책을 뒤적거리며 재밌게 촬영하고 있습니다.
‹Ants›, 2024
‹Spider›, 2024
‹Spider›, 2024
‹Bird›, 2024
‹Butterfly›, 2024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언제 어디서나 고개를 돌려 두리번거리면 아름다운 구석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경험을 많이 합니다.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많은 시간은 가게에 나가 일을 합니다. 남는 시간에는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산을 오르고, 틈틈이 오래된 영화를 찾아보며 지냅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비디오테이프도 수집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아 못하고 있지만, 노인이 되어서도 영화 테이프를 찾으러 다닐 것 같아요.
«VIDEORAMA» 전시 전경, 미도파 커피하우스, 2023
«VIDEORAMA» 전시 전경, 미도파 커피하우스, 2023
«VIDEORAMA» 전시 전경, 미도파 커피하우스, 2023
«VIDEORAMA» 전시 전경, 미도파 커피하우스, 2023
«VIDEORAMA» 전시 전경, 미도파 커피하우스, 2023
«VIDEORAMA» 전시 전경, 미도파 커피하우스, 2023
«VIDEORAMA» 전시 전경, 미도파 커피하우스, 2023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작업할 때 ‘어떤 주제를 가지고 어떤 장소에 가서 무언가를 찍어야겠다’며 촬영에 임하는 편이 아닙니다. 일상의 동선에서 불쑥불쑥 나타나는 풍경을 기록하고 모아뒀다가, 모으고 분류하고 배열해서 내놓는 편입니다. 작업을 보시면 느껴지실 것 같아요.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작업에 힘을 쏟는 편이 아니라서 슬럼프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산책이나 등산을 하다 보면, 복잡했던 머리가 정리되기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곧잘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아마 야외 활동이 슬럼프를 잘 못 느끼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 같습니다.
‹붉은그물버섯›, 2024
‹뿔나팔버섯›, 2024
‹홍옥애주름버섯›, 2024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제가 찍는 사진은 창작보다는 수집에 가까운 행위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작업물을 보여주는 과정보다는 찍으러 다니는 과정을 더 즐기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있는 힘껏 힘을 빼고 작업을 해오고 있는데, 좋은 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이제 열심히 하려고요.
«한국의 버섯» 전시 전경, CORD, 2024
«한국의 버섯» 전시 전경, CORD, 2024
«한국의 버섯» 전시 굿즈, 2024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작가로 기억되기보다는, 어떠어떠한 공간들을 만들었던 사람으로 더 많이 기억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작고 재밌는 새로운 공간을 운영하면서, 지금처럼 종종 사진을 찍고 보여주기도 하면서도 보낸다면 OK입니다. 아마 그때도 미처 못 본 옛 영화들을 찾고 있을 것 같아요.
Artist
이윤호(@leeyunhorecords)는 작은 카메라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길거리에서 사진을 찍는 사진가다. 친구들과 함께 우주만물, 신도시, 미도파 커피하우스 등을 즐겁게 운영 중이다. 때때로 헬리콥터 레코즈Helicopter Records의 파티와 공연 홍보물을 디자인하기도 한다. «한국의 버섯»(CORD, 2024), «VIDEORAMA» (미도파 커피하우스,2022), «HOMEMASS»(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12), «이윤호 개인전»(무대륙, 2009) 등의 개인전을 열었고,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