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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불가능한 망막적 표현의 매혹

Writer: 이코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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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이코즈 작가는 두 가지 평면 작업 시리즈에 집중하고 있어요. 하나는 ‹J-D› 연작인데요. 10여 년간 연쇄적인 꿈을 겪으면서 작성한 꿈 일지에서 소재를 차용해 꿈의 기억과 기록, 이 둘을 혼재한 지각 세계에 등장하는 지형지물에서 출발한답니다. ‹BTD›는 작가가 활동하는 사회인 야구팀의 훈련을 소상히 기록한 영상과 글에서 출발한 드로잉 및 회화 작업이에요. 특히 ‹J-D› 연작에서는 왜곡과 변형, 반복과 나열, 병치의 방법론을 활용한 다양한 매체 자료를 수집하고 여기에서 가능성을 찾아내 자세한 과정과 형태를 지닌 현상으로 화면에 중역한답니다. 이럴 때 그는 디지털 기기의 편집 기능을 활용하지 않고 오직 생각과 눈을 적극적으로 동원해요. 제한적인 과정에서 발생하는 돌발적인 회화적 표현과 실수처럼 보이는 제스처를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마주하는 회화의 힘, 대체할 수 없는 망막적인 표현에 매혹되는 그는 기록 자체를 넘어 기술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어요. 듣기만 해도 흥미진진한 이코즈 작가의 작업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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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 양 옆으로-검고-지붕 #A›, 2022-2023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회화 작업을 하는 이코즈입니다. 현재 트라우마적인 꿈 일지를 소재 삼아 화면에 가상의 연쇄적 사건을 구축하는 ‹J-D(Jukjang-Diary)› 시리즈와 제 야구 훈련 일지를 소재로 한 ‹BTD(Baseball Training Diary)› 시리즈를 통해 두 가지 평면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학부에 다닐 때는 개인 작업을 하지 않았는데 졸업 후 친구를 통해 작은 전시를 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 이후로 회화 작업에 대한 의지가 생겨서 대학원에 진학하고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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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 북구 죽장면 상옥계곡 #A›, 2023, oil on canvas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지금 대학원 실기실을 사용 중이에요. 약 7~9평 정도 공간에서 저를 포함해 두세 명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작업대를 크게 펼쳐두고 작업하는 스타일이라서, 멀리서 보면 되게 너저분해 보이는데요. 실제로 너저분한 상태랍니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저는 ‹J-D› 시리즈를 작업할 때 왜곡과 변형, 반복과 나열, 병치의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요. 그래서 이와 같은 조형법을 사용한 다양한 매체에서 감각적인 자극을 받아요. 오컬트 스릴러 영화부터 건축, 조경, 무대미술, 가구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자주 들여다봅니다. 자료를 통해 다양하고 유연한 상상력을 준비한 후 작업으로 직결되는 가능성을 포착해요. 이렇게 포착한 가능성은 이미지로 다시 중역하는 과정을 거치는데요. 이때 만약 공간을 그린다면 마치 건축을 하는 것처럼, 대상을 그려낸다면 조형물을 만드는 것처럼, 자세한 과정과 형태를 지닌 형상으로 가능성을 중역해 화면에 나타냅니다. ‹BTD› 시리즈는 팀원이 찍어주는 제 훈련 혹은 경기 영상을 계속 돌려보는 것에서부터 작업이 시작하는데요. 영상을 돌려보며 찰나의 메커니즘 문제를 포착하는 과정에서 작업 소재가 되는 이미지를 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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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 현관-바닥-앞으로 #B›, 2023, oil on canv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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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 덮는 스윙-땅볼›, 2023, pencil on paper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J-D› 시리즈의 소재는 꿈의 기억과 기록, 그리고 두 가지를 혼재한 지각 세계에 등장하는 지형지물에서 출발해요. 소재를 화면에 표현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기기의 편집 기능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사진 자료는 형태와 실루엣을 위한 참고 자료일 뿐, 이미지 구성 과정에는 생각과 눈을 적극적으로 동원해요. 저는 제한적인 과정에서 나오는 돌발적인 회화적 표현과 실수처럼 보이는 제스처를 굉장히 좋아한답니다. ‹BTD› 시리즈는 앞서 말한 대로 문제적 메커니즘의 순간을 포착하고, 영상을 참고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요. 이 시리즈도 미리 정해진 에스키스 없이 곧바로 화면에 옮기는 과정을 거치는데요. 대신 드로잉 작업 이미지는 온전히 드로잉으로만 진행하고, 회화로 옮기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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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 최정자씨댁 현관-감나무 두 그루-아궁이-담장-클래마티스 #D›, 2024, oil on canv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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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연습-팔꿈치 내리지 말기›, 2023, oil on canvas

작가님의 작업 세계가 궁금해요. 최근 작업 중 몇 가지를 예로 들어 주시겠어요?

얼마 전 아트 페어 ‘아트 오앤오ART OnO’에서 선보인 작업을 소개할게요. ‹J-D 최정자씨댁 현관-감나무 두 그루-아궁이-담장-클래마티스 # D›, ‹J-D 현관-바닥-앞으로 # C›, ‹J-D 양옆으로-검고-지붕 # C›가 있는데요. 10여 년간 연쇄적인 꿈을 겪는 제가 작성한 꿈 일지에서 소재를 차용해 가상의 연쇄적인 사건을 회화에 구축하는 ‹J-D› 시리즈의 일환이에요. 그래서 각 작업에는 유사한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해요. 예컨대, ‹J-D 최정자씨댁 현관-…-클래마티스› 연작에서는 우측 얼굴과 문의 형상이 함께 혼재된 공간이 연쇄적으로 나옵니다. 페어에 출품한 ‹J-D 최정자씨댁 현관-감나무 두 그루-아궁이-담장-클래마티스 # D›는 연작 중 네 번째로 진행한 작업인데, 이전 작업에 비해 다양한 리듬을 가지는 면 구성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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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J-D 최정자씨댁 현관-감나무 두 그루-아궁이-담장-클래마티스 #A›, 2023, oil on canvas

(우) ‹J-D 현관-바닥-앞으로 #C›, 2024, oil on canvas

(상) ‹J-D 최정자씨댁 현관-감나무 두 그루-아궁이-담장-클래마티스 #A›, 2023, oil on canvas

(하) ‹J-D 현관-바닥-앞으로 #C›, 2024, oil on canv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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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 양 옆으로-검고-지붕 #C›, 2024, oil on canvas

작업을 통해 작가님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실제로 마주하는 회화의 힘을 좋아해요. 그래서 대체할 수 없는 망막적인 표현에 커다란 관심이 있고, 이를 작업에 적극적으로 이용하고자 노력합니다.  ‹J-D› 시리즈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화면 구성과 표면, 제스처에 집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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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J-D 최정자씨댁 현관-감나무 두 그루-아궁이-담장-클래마티스 #D› 디테일, 2024, oil on canvas


 (우) ‹J-D 최정자씨댁 현관-감나무 두 그루-아궁이-담장-클래마티스 #B› 디테일, 2023, oil on canv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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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J-D 최정자씨댁 현관-감나무 두 그루-아궁이-담장-클래마티스 #B› 디테일, 2023, oil on canvas


(우) ‹J-D 최정자씨댁 현관-감나무 두 그루-아궁이-담장-클래마티스 #B› 디테일, 2023, oil on canvas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다른 일정이 없을 때는 보통 평일에 작업하고, 주말에는 일과 운동을 해요. 오후 1~2시 혹은 2~3시에 작업실에 도착해 작업하고, 11시에 퇴근합니다. 천성이 게을러서 규칙적인 일과가 너무 힘들기 때문에, 가끔은 낮에 쉬고 야간에 작업을 진행할 때도 잦아요.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작업에 관심이 가죠. 이미지 구성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터라 이동할 때 진행 중인 작업을 찍은 사진을 보며 고민해요. 지금은 150호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의 캔버스에 작업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진행 중인 작업을 위한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데 집중력을 높이고 있어요. 이런 과정에서 머리가 지나치게 아프고 힘들 때면 태블릿으로 마인크래프트를 하거나, 영상을 보며 휴식을 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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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경기-3루 땅볼-마지막 아웃카운트-베이스 밟고 미끄덩›, 2023, oil on canvas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기록이라는 강박적인 삶의 태도가 작업에서도 큰 태도가 됩니다. 더불어 그냥 ‘기록’이 아니라, ‘기술’하는 걸 작업의 주요 방법론으로 사용합니다.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제 상태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슬럼프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아마 왔는지도 모른 채 그냥 살아가지 않을까 해요. 만약 왔다고 해도, 그냥 해야 하는 것을 하면서 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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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즈: 반복- 기술- 하기», 2023, A.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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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 양 옆으로-검고-지붕 #B›, 2024, oil on canvas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건강입니다. 올 상반기에 어깨가 아파서 한두 달 동안 작업과 훈련을 잠시 쉬었네요. 현재는 괜찮아졌어요.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제가 다루는 매체에 대한 고민과 실험, 그리고 실천하고 실현하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저 자신에 관해 탐구하고 갈무리하는 태도는 작업하는 데 좋은 동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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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스윙자세 기록›, 2023, pencil on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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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중심이동›, 2023, pen and pencil on paper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요. 그냥 자기가 하고자 하고, 실제로 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지속되지 않을까요? (웃음) 아니면, 건강하기? 건강하면 어떻게든 다시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 같아서요. 만약 건강하지 않다면, 그래도 매 순간 할 수 있는 것을 하기!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마주하는 분들이 각자 생각하는 대로 자유롭게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즐거운 공간에서 건강하게 작업하는 모습을 상상하니까, 즐겁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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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생된 폭발음을 기록하며», 2023, 안팎스페이스

Artist

이코즈는 무의식을 통해 축적되는 기억과 이를 기술하는 기록 행위에 관심을 가지고, 개인 차원의 기록물을 이미지로 중역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서술적 상상을 집중적으로 탐색한다. 반복되는 꿈의 기억을 기술한 꿈 일지에서 출발한 ‹J-D› 연작은 꿈의 바탕이 된 특정 기억과 꿈속 장면이 서로 다르게 전개될 때 겪는 혼란을 토대로 삼는다. 작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꿈을 글로 기록하고, 그 일부를 회화 작업으로 옮기는데, 파편과도 같은 기억과 장면, 기록은 회화의 소재로 화면 위에 오르며 각자 독특한 위치와 자리를 부여받은 채 때로는 과장, 축소, 변형된다. 이로써 작가의 화면은 그가 겪었던 꿈이나 기억과 중첩되면서도 또 다른 서사가 발생하는 회화적 사건의 장소로 변모한다. 한편 ‹BTD› 연작은 작가가 사회인 야구팀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영상과 글로 소상히 남긴 훈련 일지에서 출발한 드로잉 및 회화 작업이다. 결국 그에게 ‘기록’이란 행위는 작가 내부의 혼란에 대한 대응책이면서 동시에 작업으로 이끄는 동력이다. 이코즈는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현재 동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개인전으로 «Lee Koz: 반복-기술-하기(repeatitive description of techne)»(A.P.23, 2023), «이 방공호 속에서»(공간풀무질, 2021)를 가졌고, «둥근 빈자리를 쥐고»(갤러리 앱앤플로우, 2023), «소생된 폭발음을 기록하며»(안팎 스페이스, 2023), «모호한 신호를 감지하는 법»(A.P.23, 2023) 등의 기획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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