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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놀이하는 창작, 유희하는 조각

Writer: 곽인탄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곽인탄 작가는 과거의 잔여물을 재구성해 현재의 조각으로 만들어 냅니다.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놀던 기억과 당시의 기분을 엮어내거나, 미술사를 살피다 관심이 든 회화에서 작품이 출발하기도 해요. “끊임없이 궁금한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곽인탄 작가. 유일무이하고 독특한 작품을 만들기 위한 그의 노력을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허공으로의 행진›, 2020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조각 작업을 하는 곽인탄입니다. 2016년 충무로영상센터 오재미동갤러리에서 첫 개인전 «3의 영역»을 열었고, 지금도 조각에 대한 탐구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교 때 조각을 전공하면서, 손으로 무엇을 만드는 과정 자체에 흥미를 갖게 되었어요.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부터 점토를 가지고 놀며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동물을 점토로 꼼지락거리며 성취감을 느꼈죠.

‹Movement 4›, 2022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경기도 파주시에 작업실이 있어요. 조각 작업을 하려면 공간이 넓어야 해서 공장형 작업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넓은 마당이 딸려있어 작업하기 좋은 환경이에요. 실내에서는 주로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분진이 많이 날리는 작업 등은 야외에서 진행합니다. 작업실 주변에 밭도 있고, 나무와 풀이 많아요.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죠.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일상에서 일어나는 상상이 작품에 많이 반영되는 것 같아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접하는 이미지와 텍스트로부터 여러 생각이 뻗어 나가는데요. 실제 물성을 지닌 조형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작업이 완성됩니다. 미술사를 살피다 관심이 든 회화를 참고할 때도 있어요. 최근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나 추억, 혹은 평소 제가 좋아하는 장소의 풍경에서 영감 받아 새로운 조형을 시도 중입니다.

‹Palette 2›, 2022 (좌)

‹Palette 3›, 2022 (우)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즉흥적으로 진행하는 편이에요. 구체적인 아이디어 스케치에서 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오히려 스케치 없이 시작할 때가 훨씬 많죠. 평소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구상을 발전하다가 바로 작업에 들어갑니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표면에 스케치를 끊임없이 하며 입체적인 조형으로 발전시켜요. 조각에 채색하기를 실험할 때도 있고요. 작품 자체에 입체적인 스케치가 겹치는 과정을 거듭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작품이 완성되는 기분입니다.

작가님의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최근 ‹놀이터 1›, ‹조각 교차로 1›을 작업했어요. 두 작품 모두 작은 조각이 모여 하나의 조각으로 탄생한 작품입니다. ‹놀이터 1›은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다양한 놀이를 하며 하루하루 설레는 기분으로 뛰어놀던 시간들, 그때 눈에 담았던 풍경이 작품 전체에 다채로운 잔상으로 교차하며 등장하도록 설계했어요. ‹놀이터 1›에서 조각이라는 매체는 제가 상상하는 타임라인의 풍경이 되기도 하고, 그 시공으로 들어가는 문 역할도 맡습니다. ‹조각 교차로 1›은 미완성 상태로 방치하던 두상 조각을 받침대로 썼어요. 두상 안면부의 거대한 구멍은 다양한 종류의 조각이 교차하는 통로이자 문으로 설정했습니다. 두상 조각을 관통하는 유기적인 선의 조형은 도로 교차로를 참조했어요. 교차로 위 여러 조각은 손으로 직접 제작한 부분과 이를 3D 스캔하고 3D 프린터로 출력한 결과물을 섞어놨어요. 실제와 가상을 교차하며 변주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끊임없이 확장할 수 있도록 구성했죠.

‹놀이터 1›, 2023

‹조각 교차로 1›, 2023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조각을 공간, 혹은 풍경으로 바라봐요. 제가 상상하는 여러 타임라인을 펼치고 재구성하려고 노력합니다. 과거의 시간을 현재의 작품에 기록하고 표현하며 여러 시간과 풍경을 혼합해요. 더불어 창작 활동을 놀이의 장으로 삼습니다. 작업을 하면 할수록 생각이 자유로워지기 보다 불안함과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져서, 미술의 순수성과 유희성을 의도적으로 강조하고 있어요.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작품을 구상하고 제작하는 과정뿐 아니라, 미술을 대하는 전반적인 태도를 전보다 자유롭게 바꾸려고 엄청나게 노력해요. 덕분에 작품도 흥미롭게 발전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습니다. 다만 미술을 유희하는 과정에서 작품이 너무 쉽게 변주될 때는 고민이 늘기도 해요. 작품의 내용과 진지함 역시 놓치지 않기 위해서 늘 신경 쓰고 있습니다.

‹지옥의 문 위에 앉아있는 사람›, 2020 (좌)

‹흰 머리›, 2020 (우)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대부분의 시간은 작업에 투자하고 있어요. 다른 일도 틈틈이 합니다. 1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는 사람들을 만나고, 전시도 보면서 휴식을 가져요. 작업 시간 이외의 일상을 재밌게 보내고 싶은데, 아직 생각만큼 쉽지 않네요.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활기차게 생활하기.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이 많지만, 그동안 미뤄왔던 일상도 챙기려고 해요. 창작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며 작은 시간이라도 내어서 운동도 꾸준히 하려고 노력합니다..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업에 어떻게 묻어나나요?

제 성격이 끈기 있는 편인데요. 작업하면서 그대로 반영되는 것 같아요. 작업을 시작하면 과할 정도로 다른 유혹을 참으며 집중하거든요. 또 감정 표현이 솔직한 편인데, 평소 느끼는 주관적인 감정을 작업 과정에서 과감히 표현해요. 제 욕심과 욕구가 작품에 드러나는 느낌이에요.

‹발작›, 2020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슬럼프가 온 적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작업이 안 될 때도 그저 꾸준히 합니다.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시간에 무기력함이 동반하는데, 작업을 통해 활기를 찾고 자존감을 확인하는 것 같아요.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지금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요. 독립을 생각 중인데, 늦은 나이에 독립하려고 하니 전에 비해 더욱 진지하게 대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최근 경제적인 부분에 많이 신경 쓰고 있습니다. 또 작가 활동을 이어가다 보니 성격도 비현실적으로 발전되는 기분이라 개선해 보려고 나름 노력 중이에요.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특별히 중시하는 부분이 따로 있지는 않아요. 다만 창작자는 본인만의 독특한 생각으로 표현하고,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과 다양하게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업 시간은 대부분 혼자 보내야 하니까 이때 직면하는 무기력과 외로움을 인내하는 게 필요합니다.

‹Movement 21 1›, 2021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시겠어요?

본인이 하는 일에 확신이 있어야 해요. 처음부터 확신을 가지기란 쉽지 않지만, 하나씩 하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다채로운 피드백을 얻어야 합니다. 새로운 미션을 과감하게 시도하고, 스스로 자신감을 얻는 과정을 반복해야,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린이 조각가›, 2022

‹Palette 1›, 2022

«Sculpture Gate» Space 9, 2020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글쎄요, 어려운 질문인데요. 작품을 만들 때마다 ‘어떻게 하면 조각으로 제 모습을 독특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해요. 제 작품을 접하는 많은 분들이 유일하고 독특하다고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끊임없이 궁금한 작가가 되고 싶어요.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작품 활동만으로 충분히 수익을 내는 전업 작가가 된다면 정말 좋겠어요. 창작에 더욱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지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미술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지속됐으면 좋겠어요. 

«Palette» 공근혜갤러리, 2022

Artist

곽인탄은 과거의 잔여물을 재구성해 현재의 조각을 제작하는 데 집중한다. 미술사에 서술된 회화, 조각을 자유롭게 해체하고 동시대 조형 방식을 활용해 독특한 조각을 창작한다. 미술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겪는 여러 문제와 불만을 해소하고 극복하기 위한 유희의 장으로 조각을 활용 중이다. 개인전으로는 «Palette»(2022, 공근혜갤러리), «Sculpture Gate»(2020, space 9), «Unique Form»(2019, studio 148)을 열었고, «영원한 침묵을 비춰다오»(2023, GCS), «대발생»(2023, 은평문화예술회관), «조각충동»(2022,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인저리타임 1»(2021, WESS), «인저리타임»(2021, 뮤지엄헤드), «에피파니아»(2020, 온수공간) 외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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