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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분투하는 청춘을 기록하는 손

Writer: 이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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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스네이크풀Snakepool’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강혁 작가는 우리가 미처 주목하지 못하던 대상을 사진으로 담아냅니다. 서울의 서브컬처를 기반으로 미술, 디자인, 퀴어 신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을 기록하던 그의 렌즈는 몇 년 전부터 불안정한 현대를 살아내는 청춘의 모습에서 떨어질 생각을 못 하고 있어요. 기후 및 경제 위기 등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청춘들에 주목하고, 그들이 맞이할 미래를 꾸준히 작업으로 쌓아가고 있답니다. “예술은 인간의 지각을 새롭게 해 더 나은 세계를 지향한다”고 믿는 이강혁 작가와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Snakepool›, 2007~2015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글쎄요, 저는 어떤 사람일까요? (웃음) 매우 간단하지만, 동시에 상당히 철학적이고 근본적인 물음으로 다가오네요. 이와 관련해 어떤 일화를 말씀드릴게요. 몇 달 전에 여러 분야의 지인들, 그리고 제가 어릴 때부터 존경한 건축가이자 시인이신 함성호 선생님과 함께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어요. (참고로 저는 술을 마시지 못합니다). 새벽이 깊어가고, 다들 취해서 자리가 끝나갈 무렵, 함성호 선생님께서 제 손을 잡으시고 물으시더군요. “이 손으로 뭐해…? 이 손으로 뭘 하는 거야?” 저는 사진가니까, “사진을 찍습니다”라고 답했으면 됐을 텐데요. 하지만 선생님이 단순한 답을 원하는 게 아니라는 걸 직감했죠. 그래서 짧은 순간이었지만 제 인생을 통째로 돌아보며 지금껏 걸어왔던 길과 행위들, 그리고 ‘내가 지향하는 세계와 욕망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는데요. 결국 망설이고 망설이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답니다. 위의 질문도 같은 맥락으로 느껴지지만, 이번에는 단순하게 말씀드릴게요. 저는 서울의 서브컬처를 기반으로 언더그라운드, 미술, 디자인, 퀴어, 패션, 연예 등 여러 분야를 오고가며 사진을 찍는 사진가 이강혁(ID: Snakepool)입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관련 대회에서 수상도 많이 했어요. 막연하게 어른이 되면 화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땐 화가(미술가)가 하나의 직업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예술고등학교, 뒤이어 미술대학교에 진학했는데요. 실제로 겪어보니, 아카데미와 현실은 제가 상상하고 기대했던 것과 거리가 멀었어요. 때마침 한국에 경제위기가 찾아왔고, 저는 군에 입대하게 되었는데요. 군 생활을 하며 많은 고민을 했고, 제대 후에는 일단 돈을 벌어야겠다고 결심해 다양한 아르바이트와 직장을 전전했어요. 일식집에서 조리사로 일하기도 하고, 인디자인 툴을 배워서 편집 디자이너로 생계를 유지하기도 했죠. 편집 디자이너로 일할 때에도, 해당 분야를 전공하지 않았기에 디자이너로서의 꿈 같은 건 없었습니다. 한겨레 신문사에서 2년 동안 재직하며 촬영 일도 맡을 때에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전시와 영화, 공연 등을 보러 다니고,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사진과 이미지를 공부하듯 접하며 사진을 찍은 것 같아요. 그러던 어느 날, «GQ 코리아»로부터 지면 사진을 실어보지 않겠냐는 연락을 받게 되었어요.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 계속 사진을 찍게 된 것 같아요. ‘내가 제일 잘하는 게 사진이구나!’라는 것보다는, ‘사진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선 순간이었죠.

‹Nightglow›, 2014~2015 (좌)

‹Down the Rabbit Hole›, 2016~2017 (우)

‹Nightglow›, 2014~2015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저는 스튜디오가 따로 없어요. 주인공의 집, 어느 건물의 옥상, 폐건물, 도심, 자연 등 열려있는 모든 곳을 작업 공간으로 삼죠. 간혹 커머셜 작업을 위해 스튜디오를 대관할 때도 있지만 촬영상 제약이 많아서 그런지 클라이언트가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고요. 저도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면 좋은 사진이 나오지 않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로케이션을 선호하고, 후반 작업은 집이나 카페에서 마치는 편이에요.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다들 그렇겠지만 영화, 음악, 미술, 디자인 등 모든 예술 분야에서 영감을 얻어요.  보는 이에 따라 제 사진이 감성적으로 비칠 수 있겠지만, 방법론적으로는 이미지를 감성적으로 다루는 걸 별로 선호하지 않아요. 그래서인지 사진 관련 서적보다는 디자인 관련 서적을 더 많이 본 것 같아요. 디자이너로서의 태도와 체계, 방법론이 제가 지향하는 사진과 매우 관련이 깊었거든요. 또한 비주얼은 영화와 미술에서, 그리고 무드는 음악에서 영감을 얻는 편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분야의 구조적인 면에서 많은 것을 배우는 것 같아요. 

‹Down the Rabbit Hole›, 2016~2017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사진 촬영에는 상당한 장비와 인력이 필요해요.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진 포토그래퍼가 커머셜 작업이나 스케일이 큰 작업을 할 수 있죠. 결국 돈을 많이 벌어야 일을 지속할 수 있기에 그런 분들은 사진가이자, 동시에 사업가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어요. 반면 저는 여건이 좋지 않아 스튜디오는 물론이거니와, 좋은 장비와 인력도 운용할 수 없어요. 이런 문제로 오랫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문득 약점을 장점으로 전환하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커머셜 작업에 필요한 무겁고 복잡한 고가의 조명이나 카메라 대신 가벼운 LED 손전등과 풀프레임 DSLR 한 대를 들고,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려고 여러 실험을 진행해 봤어요. ‘아이폰이면 또 어때?’라는 무모한 생각을 하기도 했었죠. 그렇게 새로운 시도를 하다 보니, 실수로 얻어진 결과물이 만족스러워서 이를 더 발전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하면 저의 가장 열악한 부분을 가장 강력한 장점으로 만들 수 있을지, 매일 고민하는 것 같아요.

작가님의 작업 중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은 몇 가지 예를 들어 주시겠어요?

‹Snakepool› 시리즈는 사진가로 활동하기 전의 일상을 기록한 작품입니다. 한국의 평범한 저소득층 예술 애호가로서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보러 다니고, 창작자에게 다가가 저를 소개하며 교류하던 시절을 담았죠. ‹Nightglow› 시리즈는 인천 서부공단 주택가의 밤을 영화 스틸컷처럼 촬영한 작업이에요. 그곳에 친누나 가족이 살았는데, 반년 정도 머물면서 조카들과 시간을 보낸 게 계기였어요. 간척지에 세운 거대한 화학공장 바로 앞에 우물처럼 고여있는 슬럼가였는데, 동네 풍경이 상당히 기괴했습니다. 기시감이 느껴져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SF 영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1993)의 디스토피아적 배경과 닮았더라고요. 마침 영화상의 배경 시점이 2019년이었고, 지난 세기 서구 창작자들이 상상했던 디스토피아가 동아시아, 그중에서도 지금 이곳에 펼쳐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촬영하게 되었습니다. 두 시리즈는 각각 독립출판물로 발간해 2016년 ‘언리미티드에디션Unlimited Edition’ 및 여러 그룹전에서 선보였어요.

‹Snakepool›, 2007~2015

‹Nightglow›, 2014~2015

이후 본격적인 사진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 브랜드, 기관과 작업했는데요. 협업한 결과물 및 그 이면을 기록해 2017년 첫 번째 개인전 «Snakepool: Down the Rabbit hole»을 열었답니다. 해당 전시는 «i-D», «하입비스트Hypebeast» 등 국내외 여러 매체에서 리뷰하며 예상보다 반응이 훨씬 좋았던 기억이 나요. 올해에는 유스컬처와 관련된 작업을 하며 청춘들의 포트레이트와 더불어 도시, 사물, 자연 등 눈이 닿는 피사체를 저만의 동시대적 시선으로 촬영해 서사를 그려나가는 ‘네오 다큐멘터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제 곧 6~7년 만에 두 번째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에요.

‹Down the Rabbit Hole›, 2016~2017

‹Down the Rabbit Hole›, 2016~2017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매우 위태롭고 불안정하며 모든 것이 포화된 상태에서 (어떤 이는 목숨까지 걸고) 분투하는 청춘들과 그들이 그려낼 미래를 담아내고 싶었어요. 21세기 들어서 정치와 경제, 기후 위기 등의 이슈가 예상보다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는데요. 어쩌면 정말 영화에서나 봤던 아포칼립스가 수년 내에 펼쳐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 IPCC가 2022년 발표한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수백 명에 달하는 과학자들이 ‘인류가 그 어떤 방법을 써도 막을 수 없는 지구 생명체 절멸의 길로 들어서는 시점’을 2025년으로 발표하기도 했고요. 더불어 2015년 파리 협약 이후 한국 정부는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당시 목표치의 5%밖에 지켜내지 못했고, 현 정부는 모든 일을 다음 정부에 떠 넘기는 대응 기획을 내놨어요. 그래서 지금의 청춘들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이러한 상황에서 ‘다음 세계는 어떤 세계일까?’, 그리고 ‘끝이 보이는 신자유주의의 다음 세계를 우리가 도모해서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물음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한마디로 ‘우리들의 미래’를 작업으로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마계(가제)›, 2018

‹마계(가제)›, 2018~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작업의 취지는 매우 우울하고 무겁지만, 결국 의도는 ‘용기를 내서 살아내고, 연대해 새로운 미래를 신나게 그려가자’에 있어요. 하지만 이런 취지를 설득하기가 힘든 부분이 있더군요. 누군가에게는 정치적 행위로 비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사실 정치적 행위가 맞아요. 모든 예술은 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 몇 년간 비주얼 트렌드가 퓨처리즘이었는데, 이제는 다음을 보여야 하는 시점인 것 같아요. 그런데 미래가 그려지지 않으니, 이 또한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네요. 제 작업에서 만족하는 부분이라면 기획력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반면 저에게 불만족하는 부분은 기획과 비전을 시각적으로, 또 창의적으로 재밌고 스펙타클하게 보여주는 일에 능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해결하고자 독보적인 스타일의 핸들러 ‘손꼽힌’ 님을 만나서 함께 작업하기로 했어요. 매우 흥미롭고 든든한 분이에요. 나중에 꼭 인터뷰해 보세요. (웃음)

‹Down the Rabbit Hole›, 2016~2017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여러 사진가 사이에서 포지션이 모호한 편에 속하는 것 같아요. 개인 작업과 커머셜 작업을 병행하고 있지만, 일상과 개인 작업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커머셜 작업이 들어오지는 않죠. 커머셜 작업은 주로 «VICE»와 다양한 패션 매체와 진행하는데 패션 화보가 아닌 피처 기획에 참여하는지라 생각하시는 만큼 페이가 크지 않아요. 그래서 사진과 관련 없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그리고 종종 맡게 되는 사진과 관련한 일을 통해 일상과 작업을 유지하며 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여러 나라에서 열리는 오픈콜과 어워즈에 지원하고 있는데요. 한국이 아닌 유럽이나 미주 쪽으로 활동 기반을 옮기면 어떨까 싶어서 알아보는 중이에요. 한국은 사진계의 규모가 크지 않고, 젊은 인구도 빠르게 감소하는 데다, 사진을 예술품으로 거래하는 시장도 거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역사적으로 그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회이기도 하거니와 다들 하루를 살아내기에도 바쁘잖아요. 저 역시 하루를 돌아보면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커피와 담배로 잠을 깨우고, ‘어떻게 하면 한국을 떠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부랴부랴 출근해 일하는 것 같아요. 남는 시간은 전시 준비와 촬영, 해외 사진 관련 사업에 지원하는 데 사용하고요.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업에 어떻게 묻어나나요?

제가 지닌 세계관이 좀 어두워요. 삶의 궤적으로부터 받은 영향도 있고요. 제도권에서 박탈당하거나 소외된 사람, 반항아, 그리고 슬럼과 현란함이 기괴하게 조화를 이루는 한국 특유의 도시 광경 등에 평소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것도 이유의 일부일 거예요. 그렇다고 삶을 대하는 태도가 비관적이거나 어둡지는 않아요. 저는 오히려 장난기와 호기심으로 가득한 사람이고, 겁이 별로 없어서 종종 무모한 도전도 하는 편입니다. 이런 저의 세계관과 성향이 조화롭게 작업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사진의 결도 다양하게 등장하는데, 냉소적인 어두움이 조금 더 묻어나는 듯해요. (웃음)

‹마계(가제)›, 2018~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사진가로 활동한 지 10년 만에 첫 번째 개인전을 열었어요. 정말 고생해서 준비했는데요.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서, 기쁨을 넘어 성취감에서 오는 희열이 강렬하더라고요. 과학자들은 이런 희열감을 ‘퓨어 엑스터시Pure Ecstasy’라고 표현해요. 근데 퓨어 엑스터시로 인해 분비된 순수한 도파민의 강렬함은, 더 큰 성취감을 갈구하게 만들다고 하더군요. 저 역시 마찬가지의 감정을 겪었어요. 첫 번째 개인전 이후 몇 년 동안 슬럼프에 빠졌죠. 뭘 해도 개인전에서 느낀 희열감을 충족하지 못했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팬데믹이 찾아와서 더욱더 우울한 시기를 보내야만 했고요. 물론 슬럼프를 어떻게든 극복해서, 사진가로서 다음 챕터로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기에 운동, 명상, 정신 승리, 정신과 약물 등 온갖 방법을 생각했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고민하는 일 자체가 스트레스였어요. 그렇게 계속 악순환을 반복하던 어느 날,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곰곰이 생각하다 순간 깨달았죠. ‘나는 이미지 메이커다. 트렌디하고 성공적인(욕망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오래 기억되는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게 본래 목적이었다.’ 이걸 인식한 후부터 기본에 충실하면서 제가 만든 이미지가 단순히 소비되는 데 그치지 않고, 모두의 것이 될 수 있는 무언가로서 역할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고 싶어졌어요. ‘지금껏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본 적이 있었던가?’ 저 자신을 성찰하면서 슬럼프에서 조금씩 발을 뺄 수 있었죠. 지금도 근본적이고 명확한 목적의식에 대한 초월적 집중, 그리고 성찰을 통해 슬럼프를 극복하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경제적인 문제가 커요. 사진계에서는 ‘돈 없으면 사진 하지 마라’라는, 농담 같은 진담이 떠돌아다녀요. 저 역시 생계와 작업을 병행하면서 많이 지치고 힘들어지니까 경제적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 가장 큰 걱정입니다. 그래서 활동 기반을 한국이 아닌 다른 곳으로 확장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한국은 ‘사진’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이 거의 없더라고요. 창작 지원금 대부분은 미술, 혹은 미술로서의 사진으로만 흘러가요. 아니면 멋져 보이는 커머셜 작업이 지원 대상이 되죠. 사진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도와 예술기관의 지원 정책이 거의 없다는 점이 참 안타까워요.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창작자가 딱 하나의 태도와 철학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각자 가진 환경과 여건, 성향, 그리고 다루는 매체 등을 고려하면 솔직히 불가능한 일이죠. 그래도 세상에 뭔가 보여주려는 사람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솔직하게, 그리고 그 솔직함이 어떤 방법론을 통해 나왔는지 스스로 알고, 이성적으로 정립해야 한다고 봐요. “예술은 인간의 지각을 새롭게 해 더 나은 세계를 지향한다.”는 말로 제 대답을 대신하고 싶습니다.

‹Down the Rabbit Hole›, 2016~2017

‹Down the Rabbit Hole›, 2016~2017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시겠어요?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수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할 거예요. 물론 그런 게 가능한 환경을 지닌 창작자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현실적인 문제에 발목 잡힌 채 작업을 지속하려고 애쓰죠. 저 역시 마찬가지라, 딱히 노하우나 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없어요. 그래도 ‘우리 다 함께 포기만은 하지 맙시다’라고 응원의 말을 건네고 싶어요.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구별하는 판단력을 가지고, ‘이게 아니라면 저것도 있다’는 마음으로 창작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Snakepool›, 2007~2015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한때는 ‘천재’, ‘독보적인 작가’, ‘셀럽’ 등으로 불리고 싶었는데요. (웃음) 지금은 그저 ‘좋은 작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사실 사람들이 기억하지 않으셔도 되지 않을까, 마음을 갖게 된 요즘입니다.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전 세계 정상과 기업 대표가 이념과 종교를 넘어, 지금 당장 기적처럼 기후 위기를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에 대한 성과로 많은 이들이 지구 환경을 중심으로 사고하게 되고, 과학을 기반으로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미래 아닐까요. 경제적 개념이 사라지고 인류(호모 사피엔스)로서 단일 종의 개념으로, 국경 없이 서로 돕고 나눌 수 있는 미래가 되길 바라요. (현재까지 밝혀진 유일하게 아름다운 행성인) 지구를 모두 함께 소중히 여기고, 다른 종과 교류하며 온 존재가 생명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미래를 맞이하고 싶습니다.

Artist

이강혁은(@snakepool)은 서울의 서브컬처를 기반으로 언더그라운드, 미술, 디자인, 퀴어, 패션, 연예 등을 오가며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 브랜드, 기업과 협업하는 포토그래퍼다. 대표작으로 사소한 일상을 담은 스냅사진 시리즈 ‹Snakepool›, 인천 서부공단 주택가의 밤풍경을 그 지역 소문과 설화 등과 함께 수록한 ‹Nightglow›이 있다.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 매체, 브랜드와 협업한 결과물, 그리고 그 이면을 기록한 개인전 «Snakepool: Down the Rabbit-Hole»(2017, 플랫폼 플레이스 홍대)을 열었다. 2018년부터 모든 것이 포화되었고 불안정한 현재를 살아내는 청춘의 초상을 풍경과 사물 등과 함께 서사를 그려내는 네오 다큐멘터리 작업 ‹마계(가제)›를 꾸준히 진행 중이다. http://snakepoo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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