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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햇볕·바람·비·눈과 함께 완성하는 옷

Writer: 김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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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패션 디자이너 김지용은 남성복 브랜드 ‘지용킴JiyongKim’을 전개하고 있어요. 지용킴의 옷은 ‘선 블리치Sun-Bleach’ 기법을 거쳐 완성되는데요. 몇 개월간 원단을 햇볕에 그을리며 자연스러운 탈색을 유도해 세상에 하나뿐인 옷으로 탈바꿈시킨답니다. 태양과 바람, 눈과 비 등 자연과 함께 완성하는 옷을 통해 패션의 지속가능성에 질문을 던지는 김지용 디자이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은 그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남성복 브랜드 ‘지용킴JiyongKim’을 이끄는 김지용 디렉터입니다.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영국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Central Saint Martins에서 졸업 작품으로 ‘선 블리치Sun-Bleach’ 기법을 활용한 작업을 선보였어요. 선 블리치 기법은 원단을 햇볕에 그을려 자연스러운 탈색을 유도하는 방식인데요. 해당 작업이 주목받게 되면서 해외 유명 편집숍에 입점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와 성수동에서 첫 전시회를 열었는데요. 패션 브랜드 ‘지용킴’의 첫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며 설치 작업과 아트워크를 공개했어요. 이후 본격적으로 활동하며 지금까지 브랜드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니 협업 거래처와의 접근성을 고려해 서울 중구에 작업실을 잡았어요. 층고가 높은 곳을 골랐는데요. 작업실에서 옷만 디자인하지 않고, 거대한 설치 작업이나 아트워크도 함께 만들거든요. 최근에는 4.5 × 5m 크기의 아트워크를 완성했답니다. 작업실 한편에는 커다란 작업 테이블과 미싱, 다리미, 그리고 디자인할 때 사용하는 테이블을 뒀어요.

주로 영감을 어디서 얻으시나요?

지용킴은 사람들이 가치 없다고 여기는 것에서 영감받아 시작한 브랜드예요. 의도적으로 만든 대상보다 자연스럽고 우연에 따라 구축된 풍경과 물건이 제게 영감을 줍니다. 방치된 채 새하얗게 변한 오토바이 커버, 혹은 비바람에서 보호하기 위해 물건 위에 덮은 천의 실루엣 등이 좋은 예가 되겠네요. 여기에 제 경험이나 상상을 덧대어 작업을 시작하는 편입니다. 

김지용 디자이너 스케치북, 2023

«JiyongKim Exhibition», 2023, 스페이스 이수

«JiyongKim Exhibition», 2023, 스페이스 이수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작업 과정에서 발전하는 생각의 흔적을 스케치북에 모두 기록해 둡니다. 저는 옷을 디자인할 때도, 아트워크를 만들 때도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 같아요. 선 블리치 기법을 활용한 원단 덕분에 지용킴의 옷은 모두 특별한데요. 옷마다 다른 인상을 가질 수 있도록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요. 결과물을 계속 상상하며 작업을 이어갈 때 비로소 제가 원하는 결과물이 나타나더군요.

김지용 디자이너 스케치북, 2023

김지용 디자이너 스케치북, 2023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스페이스 이수에서 진행 중인 전시를 소개하고 싶어요. 전시장에는 지용킴이라는 브랜드를 시작하는 데 도움을 준 영감과 레퍼런스를 그대로 옮겨놨습니다. 예를 들어, 전시장 한쪽에 빛바랜 마네킹을 놓았는데요. 브랜드를 준비하던 4년 전 사진으로만 기록해 두고 영감을 얻었던 대상이에요. 이번에는 이를 직접 전시장에 배치하고 제가 영감받은 대상을 관객에게 소개하고 싶었어요. 고장 난 오토바이를 덮고 있던 새하얗게 빛바랜 천도 영감의 대상 중 하나인데, 길을 걷다 마주친 모습 그대로 옮겨놨어요. 가장 최근 발표한 컬렉션의 티셔츠와 제작 당시 큰 영감을 준 패킹 티셔츠를 함께 전시하면서 그 옆에는 다른 인상의 스타일을 풍기는 지용킴의 셔츠를 걸어놓기도 했고요. 더불어 이번 전시를 위해서 대형 작업을 진행했는데요. 버려진 유니폼을 분해하고 결합해 대형 캔버스로 만든 후 그 위에 선 블리치 기법으로 만든 유니폼을 다시 올려서 완성했습니다.

«JiyongKim Exhibition», 2023, 스페이스 이수

최근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전시장에 설치한 마네킹과 빛바랜 패킹 티셔츠는 시장에서 구매했는데요. 가게 주인분께서 “이걸 왜 사세요?”라고 되물으셨어요. 그때 너무나도 짜릿했던 기억이 나요. 주인조차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물건을 제가 구매하는 거잖아요. 지용킴은 가치 없다고 여겨지는 것에서 영감받아 시작한 브랜드예요. 이번 전시에서는 브랜드가 견지하는 철학을 직접 선보이며 방문하는 분께 설명해 드리고 싶었어요.

«JiyongKim Exhibition», 2023, 스페이스 이수

«JiyongKim Exhibition», 2023, 스페이스 이수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요 몇 개월 동안 너무 많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브랜드를 시작하고 오랫동안 운동도 못하고, 제대로 된 여가시간도 보내지 못했는데요. 이제는 휴식이 필요한 타이밍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어요.

요즘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제 작업물과 옷을 어떻게 세상에 선보이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JiyoungKim 2024 S/S Lookbook

JiyoungKim 2024 S/S Lookbook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업에 어떻게 묻어나나요?

저는 작업 고유의 오리지널리티를 아주 중시해요. 레퍼런스를 찾거나 아이디어를 얻을 때도 누군가의 작업을 살펴보기 전에 스스로 직접 보고 모은 기록에서 시작할 경우가 많아요. 어떤 사람이 의도적으로 완성한 작업물보다는 길에서 마주친 이미지나 우연의 힘이 만들어 낸 구조에서 영감을 받곤 해요.

«JiyongKim Exhibition», 2023, 스페이스 이수

«JiyongKim x Kinfolk», 2022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브랜드를 처음 시작하고 100만원이 없어서 패턴부터 샘플까지 제가 모두 만들던 때가 있었어요. 브랜드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수많은 편집숍에서 바잉을 제안했지만 손쉽게 아무 곳에나 들어가지 않았어요. 제 작업을 확신하며 오래전부터 입점을 꿈꾸던 편집숍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렸죠. 그렇게 스스로를 믿으면서 결국에는 원하는 편집숍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슬럼프를 극복하는 원리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저 자신을 더 믿으려고 노력합니다.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2023

«JiyongKim Exhibition», 2023, 스페이스 이수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한 브랜드를 이끄는 입장에서 디자인뿐 아니라 마케팅, 인사, 기획까지 모두 책임져야 하더군요. 단지 디자이너 역할에만 머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요즘 깨닫고 있어요. 그래서 최근 관련 공부를 시작했어요.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자기 작업의 오리지널리티를 꾸준히 고민하고, 자신에게 신뢰와 확신의 마음을 보내기.

JiyoungKim 2023 A/W Lookbook Main Film

사람들에게 어떤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나요?

이때까지 없던 작품을 창조하고,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향의 작업을 제시하는 사람.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지금 받는 관심과 사랑도 과분하다고 생각해요. 감사한 마음입니다.

Artist

김지용은 남성복 브랜드 ‘지용킴JiyongKim’의 창립자이자 디렉터다. 일본 문화복장학원(Bunka Fashion College)을 시작으로 영국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Central Saint Martins 학부 및 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일본의 메종 미하라 야스히로Maison MIHARA YASUHIRO, 르메르LEMAIRE, 루이 비통Louis Vuitton에서 디자인 어시스턴트로 실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지용킴은 ‘도버스트리트마켓Dover Street Market’, ‘센스SSENSE’, ‘셀프리지Selfridges’, ‘미스터포터MR PORTER’를 포함한 다수의 해외 및 국내 커머스 플랫폼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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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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