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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날씨도, 계절도 열심히 느끼면서

Writer: 장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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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장시재 작가는 현시대에 일어나는 위태로운 순간을 감각하며 긴장된 시선과 감정에 주목해요. 비틀림, 축적, 연소라는 제스처로 표현하기 때문에 그 결과물은 불규칙하고 거친 질감의 입체 및 설치 작업으로 풀리곤 한답니다. 유기적인 흔적에 가까운 괴이한 모습에 영혼이 담긴 듯한 느낌은 보는 이를 긴장시키면서 곰곰이 생각에 빠지게 해요. 그는 구체적인 생각이나 내용을 미리 정하기보단 상상하던 것이 눈앞에 만들어질 때의 본능적인 운명을 믿으며 작업에 임합니다. 때로는 기다리기도, 때로는 인정하기도 하면서요. 앞으로는 과거와 달리 날씨도, 계절도 열심히 느끼며 작업을 하고 싶다는 장시재 작가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일간 장시재, 240320

일간 장시재, 240320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서 작업하고 있는 장시재입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예전에는 막연하게 만들고 싶은 조형이나 질감을 실제로 구현해서 소셜미디어에 올리곤 했어요. 그러다 한 기획자분이 제 게시물을 보고 감사하게도 전시를 제안하셨어요.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더미》, 우주여행을 위한 준비, 17717, 2024

‹우주여행을 위한 준비›, 2023, «더미», 17717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지금 사용하는 작업실은 충무로와 을지로4가 사이에 있어요. 선배 작가님이 물려준 곳이에요. 과거 기원(棋院)으로 쓰인 공간이라고 전해 들었는데요. 이곳에서 작업하며 좋은 전시를 많이 했을 만큼 기운이 좋으니, 저도 여기에서 작업하다 보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추천해 주셨어요. 기원이 좋은 기운을 가져다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선 그 말을 믿고 미디어 작업하는 분, 퍼포먼스 하는 분, 그리고 저 이렇게 세 명이 함께 작업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저는 매일 휴대 전화로 사진을 찍어요. 그리고 이를 모아서 쭉 보는데요. 저는 어떤 장소에 오랜 시간 지낸 흔적이 있는 것에 시선이 멈추는 것 같아요. 요즘 지어진 건물보다는 비교적 예전에 지은 건물이 많은 지역에서 그런 장면을 볼 수 있어요. 이런 지점이 제게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걸까요. 꽤 오랜 기간 을지로에서 작업을 하고 있네요.

《더미》, 우주여행을 위한 준비, 17717, 2024.2

‹우주여행을 위한 준비›, 2023, «더미», 17717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저는 재료에 관심이 많아요. 각 재료의 물성을 실험하고, 이를 상황에 맞게 사용합니다. 때로는 재료를 실험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결과물이 작품으로 연결될 때도 있는데요. 그래도 주로 전시가 예정된 공간, 또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공간에 어떤 것을 구현해 볼 수 있을지, 간단한 스케치와 3D 모델링을 통해 구상하고, 그에 맞는 재료를 찾아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곤 합니다.

혼합재료 유기체와 조각 반응, 2024, TAC

‹혼합재료 유기체와 조각 반응 2024›, 2024, TAC, 에인트호번, 네덜란드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지난 6월, 을지로4가에 위치한 한 건물에서 오픈 스튜디오를 열었어요. 예전에 제가 작업실로 쓰던 3층과 4층, 그리고 같은 건물 1층에 있는 ‘요호서울’까지 총 세 곳의 공간에서 진행했죠. ‘HX9X+33의 궤도-이탈’이라는 제목을 달고, 제가 오랜 기간 사용했던 작업 환경과 이에 관한 작품을 보여주며, 공간과의 마지막 기억을 공유하는 전시였습니다. ‘HX9X+33’은 작업실의 플러스 코드네임이에요. (플러스 코드는 구글에서 주소 대신 위도와 경도를 기준으로 표시되는 코드입니다!) 5년 동안 작업실에서 경험한 것을 동일한 공간에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작업하며 느껴보고, 다른 분과도 공유하고 싶었어요.

《HX9X+33의 궤도-이탈》, YOHO SEOUL, 2024

«HX9X+33의 궤도-이탈», YOHO SEOUL, 2024

《HX9X+33의 궤도-이탈》, YOHO SEOUL, Rebalance-Unbalance-Rebalance, 2024.3

«HX9X+33의 궤도-이탈», YOHO SEOUL, 2024

해당 전시에서 공개한 작품 중 바닥에 철판을 두드리며 돌아다니는 키네틱 작품이 있습니다. 예전에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무너진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만약 제 존재를 대신할 수 있는 움직이는 작품을 만든다면, 작업실이 무너지는 걸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지 않을까?’ 상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를 대신해 조형물이 공간을 돌아다니는 광경을 상상하며 작품이 만드는 소리와 움직임을 구상했어요. 틈만 나면 들리던 외부 소음(철을 갈아내거나 자르는 소리, 셔터를 올리고 내리는 소리 등)과 제가 작업할 때 내던 소리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허수아비(Scarecrow)›, 2024

허수아비(Scarecrow).2024.2

‹허수아비(Scarecrow)›, 2024

최근 작업을 통해 작가님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이미 소리를 내는 키네틱 작업을 제작했던 경험이 있었지만, 이번 오픈 스튜디오를 진행하며 다시 한번 입체의 움직임을 이용해 소리를 만드는 행위에 흥미를 느꼈어요. 서로 다른 물성을 가진 재료들이 긁히고, 부딪히는 등 서로에게 영향을 가하며 만들어내는 소리가 제게는 불안정하고, 파괴적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입체물이 만들어 내는 물성과 소리, 이로부터 제가 느끼는 감각을 시각뿐 아니라 다른 감각으로도 전달할 방법을 탐구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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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up wrestling›, 2024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스러운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궁금합니다.

을지로4가에 있던 옛 작업실을 사용하는 동안 정말 많은 분께 도움을 받았어요. 그들에게 감사 인사도 드리고, 함께 머물면서 공간의 마지막 순간을 나누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인사를 못 드린 분들이 많아서 그 부분이 무척 아쉽습니다.

Punch press, 2024

‹Punch press›, 2024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충무로에 있는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 들고 작업실에 출근합니다. 이후 ‘일간 장시재’에 게시할 그래픽 작업을 하고, 하루 일정을 한 번 더 정리하고, 작업하고, 청계천이나 동네를 산책하기도 하면서 새벽 늦게 집에 들어갑니다.

일간 장시재, 240418
일간 장시재, 240818
일간 장시재, 240130
일간 장시재, 240130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오랫동안 하루의 루틴으로 자리 잡은 것 중 하나가, 앞서 말씀드린 3D 작업인데요, 매일 만드는 3D 이미지를 언젠가 한 번은 스크린 밖으로 꺼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했는데, 3D 프린터를 사용하거나 사진으로 이미지를 출력해서 입체 작업과 함께 배치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내담자, 대담자》, Tool(Weapon).4 ,TINC(This is not a church, 2023, 사진 송광찬
‹도구(무기).4›, 2023, «내담자, 대담자», TINC(This is not a church), 사진: 송광찬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저는 제게 일어나는 일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결국 배우게 되는 것이 있어서요. 작업할 때도, 구체적인 생각이나 내용을 미리 정하기보다는, 상상하던 형태나 텍스처가 눈앞에 만들어졌을 때 형성되는 무언가가 있을 거라 믿으며 작업에 임합니다. 그래서 제가 원하는 대로 작업이 진행되지 않아도 때로는 기다리기도 하고, 때로는 그 모습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오히려 그럴 때 제 예상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어서요.

《내담자, 대담자》, TINC(This is not a church, 2023, 사진 송광찬
«내담자, 대담자», TINC(This is not a church), 사진: 송광찬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작업실을 이전한 뒤로, 예전 작업실에서 작업하던 방식 중 불가능한 부분들이 생겨났어요. 예컨대, 불을 사용하거나 환기가 필요한 것들이요. 그래서 지금의 공간에서 제가 원하는 형태나 텍스처를 구현하는 새로운 방법을 고민 중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저 같은 경우, 작업을 지속하는 데에 필요한 여러 가지 루틴을 만들어요. 일거리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게 아직도 많이 어렵게 다가오거든요. 일 하나하나 양과 시간도 중요하지만, 매일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사실이 제게 큰 위로를 줍니다. 그렇게 하루를 잘 보내려고 매일 노력하고 있어요. 

«THINGS LEFT UNMADE», 챔버 CHMBR, 2023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계속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사람.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예전에 많이 후회했던 것 중 하나가, 힘들고 고된 시기에 날씨도, 계절도 느끼지 못하고 넘어간 적이 많았다는 거예요. 그래서 바로 내일과 조금 먼 미래에는 날씨도, 계절도 열심히 느끼면서 작업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팬텀센스 Phantom Sense》 ,passive vibration, Platform-L, 2023, 사진 조준용.2

‹passive vibration›, 2023, «팬텀센스 Phantom Sense» Platform-L, 사진: 조준용

Artist

장시재(@jangsijae_)는 현시대에 일어나는 위태로운 순간을 감각하며, 긴장된 시선과 감정에 주목한다. 주로 비틀림, 축적, 연소라는 세 가지 제스처를 통해 불규칙하고 거친 질감의 입체 및 설치 작품을 전개한다. 개인전으로는 «내담자, 대담자»(TINC This is Not a Church, 2023), «HX9X+33의 궤도-이탈»(요호서울 및 일대, 2024) 등을 열었고, «팬텀센스 Phantom Sense»(플랫폼엘 Platform-L, 2023), «벽과 만나는 일»(Prompt Project, 2023), «THINGS LEFT UNMADE»(챔버 CHMBR, 2023) 외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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