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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창작은 무궁무진한 행위

Writer: 장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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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장지선 작가는 장신구를 만들어요. 근데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장신구의 범주를 훌쩍 넘은 기분이에요. 이게 장신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전위적이라 어디 모셔두고 구경하는 오브제로 다가오거든요. 이런 편견의 경계를 허물고 싶은 마음으로 그는 다양한 재료와 형태를 추구한답니다. 다만 치장과 장착이 가능한 최소한의 선은 지키면서요. 마치 유기적인 생명체의 골격과 움직임이 연상되는 그의 작업은 실제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지만 머릿속에서 형용할 수 없이 떠오르는 유연하고 생동감 넘치는 무언가를 점, 선, 면으로 기록하고 이를 발전시킨 결과물에 가까워요. 이때 중요한 건 틀에 가두지 말고 매 순간 변동하는 형태를 보듬으며 키워나가는 거예요. 가만히 있어도 끊임없이 변형하고 움직이는 것을 하나로 특정하는 순간 여기에 가득 찬 생명력이 금세 증발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장지선 작가는 평소에도 지나치게 많은 것을 계획하고 고민하기를 지양하는 편입니다. 고민할수록 오히려 본질에서 멀어지는 것보단 순간의 영감을 잘 증폭할 수 있도록 평소 자신을 최대한 말랑하게 만들어 놓고 차례차례 집중하는 거죠. 정답이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창작이야말로 무궁무진한 행위라고 믿는 장지선 작가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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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3, sculpey, chrome effect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공예 작업을 하는 장지선입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초등학생 때였나, 엄마가 보내주신 음악학원에 다닐 때였어요. 사실 저는 그 옆에 있는 미술학원에 너무나도 다니고 싶었어요. 아이들의 온갖 세상을 담은 형형색색 복도가 자꾸 제 발을 잡았죠. 음악학원이 끝나고 나면 복도에 걸린 친구들의 그림을 한참 구경하다 집에 돌아가곤 했어요. 미술학원 문에 달린 작은 구멍으로 안을 몰래 구경한 적도 있답니다. 그렇게 악기 하나쯤 다를 줄 알았으면 하던 엄마의 바람을 뒤로하고, 떼를 쓰고 써서 아파트 상가의 조그만 미술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형태를 만들고, 색을 입히는 재료는 너무나도 다양하잖아요. 저는 그것을 이용해 새로움이 탄생하는 순간을 애정했어요. 그 짜릿함에 매료되어 많은 재료와 기법을 다루길 끊임없이 원했죠. 그 덕에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저는 생각보다 다양한 모습으로 자라온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다가 디자인을 전공하고,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도예를 했지만, 지금은 또 금속을 다루고 있을지 누가 알았겠어요.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주로 생명체의 생김새에 집중하곤 해요. 골격과 기능 같은 요소에 집중하다 보면 자꾸 형용할 수 없는 ‘어떠한 움직임’을 연상하게 돼요. 그리고 그 움직임의 대상은 인간, 동물, 식물을 넘어 불특정 생명체에까지 이르러 뻗어나가곤 합니다. 상상이 낳은 것이 특히나 많은데요. 사실 세상 어딘가에는 꼭 존재할 것만 같아요. 이 모든 흥미로운 생각이 제 영감 덩어리입니다. (지독한 N이라서 행복한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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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풀 뼈›, 2024, sil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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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023, sculpey, chrome effect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불특정한 생명체가 지닌 골격의 구조와 기능 등을 머릿속에서 펼치다 보면, 별 희한한 게 스멀스멀 올라오고는 해요. 이를 먼저 점, 선, 면으로 구체화하는데요. 주로 유연하고 생동감 넘치는 생김새를 가지는 편입니다. 이렇듯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동시에 존재하는 수많은 것이 모습을 드러내면 저는 이를 실제 구현해 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요. 그 과정이 작업의 원천이자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 이후로는 정말 그냥 냅다 작업을 시작해요. ‘다음 형태는? 다음 작업 순서는?’ 모두 즉석에서 정하면서 바로 실행에 옮기며 형태를 키워나가죠. 그렇지 않으면 형태가 바뀌거든요. 마치 가만히 있어도 몸 안의 세포가 저를 위해 끊임없이 변형하고 움직이는 현상과 비슷해요. 그래서 번뜩 떠오르는 것을 곧바로 연결해 작업하는 걸 대체로 선호하는 편이에요. 가장 큰 틀의 제도 정도는 해주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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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023, sculpey, chrome ef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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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023, sculpey, chrome effect

작업을 통해 작가님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재료와 분야의 경계를 조금은 허물고 싶은 것 같아요. ‘이렇게도 착용할 수 있구나, 이런 형태의 액세서리도 있구나’ 등의 문장을 떠오를 수 있도록요. 제 작업물을 보면 아시겠지만, 일반적으로 흔히 보이는 장신구와는 거리가 조금 있어요. 오브제라고 부르는 게 더 편할 정도입니다. 용도보다 형태에 먼저 집중하는 작업의 방향성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해요.

 

최근 작업물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게 타이 가드인데요. 넥타이 매듭 부분에 착용하는 홀더입니다. 흔히 착용하지 않는 장신구라서 오히려 더욱더 특별하게 제작하고 싶었어요. 주얼리, 내지는 장신구는 몸에 치장 또는 장착할 수 있는 물건을 의미해요. 최근 제가 다루는 실버도 주얼리에 흔히 사용하는 재료이고요. 그래서인지 제 작업의 방향성과 이런 재료를 더하고 싶은 욕심이 나는 것 같아요.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원하는 형태를 구현해 내면서도 치장과 장착이 가능한 주얼리의 정의를 지키는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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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2023, sculpey, chrome ef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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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가드›, 2024, silver

해당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만족과 불만족이라기보다는, 아직은 좀 더 많은 것을 습득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요즘 만지는 재료를 다루게 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보다 더 다양한 작업을 위해서 경험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켜봐 주시면 감사합니다.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좋음과 나쁨의 중간을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요. 뭐든지 중간, 보통이 가장 어렵다고 하잖아요. 실제로도 그렇더라고요. 지나치게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게 그 중간 어느 선에서 일상을 보내고 싶어요. 저는 이를 가능케 하는 작고 소중한 방식을 알고 있지만 사실 요즘 힘에 부치는 일이 점점 많아져서 그런지 소소한 행복으로 하루를 중화시킬 수 있는 방식을 더 많이 찾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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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풀 골다공증›, 2024, sil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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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구멍›, 2024, silver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트렌드인 것 같아요. 트렌드를 따라가려고 관심을 두는 건 아니고요. 트렌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진부하지지 않으려면 더욱더 자세하게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저만 만족하는 작업을 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작업의 결과물보다는 과정에 많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저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 지나치게 많은 것을 계획하고 고민하지 않으려고 해요.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면 오히려 여러모로 본질에서 멀어지는 느낌이 강하게 들거든요. 그냥 순간에 찾아오는 생각이 잘 증폭할 수 있도록 먼저 저 자신을 말랑하게 만들어 놓은 다음 차례차례 집중하고 쏟아내는 편입니다. 제 삶을 대하는 방식도 비슷한 거 같아요. 저는 매 순간과 가까이 지내고 싶거든요. 늘 계획대로 정확하게 움직이진 못하더라도, 주어진 상황에 집중하며 자연스레 녹아들고 싶어요. 그렇게 삶을 유쾌하게 전개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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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2023, sculpey, chrome effect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사실 커다랗게 슬럼프가 온 적은 없었어요. 굳이 꼽자면, 도태되는 상황을 인지할 때 스멀스멀 좋지 않은 게 올라오는 느낌이 와요. 그럴 때에는 변화를 줄 수 있는 큰 결정을 하나 하곤 해요. 우리는 늘 다양한 상황과 이슈에 놓여 있는데, 가끔 불행히도 좋지 않은 것만 잔뜩 겹칠 때도 있거든요. 이를 모두 당장 해결하는 건 힘들지만, 생각보다 서로 연결된 것들도 있답니다. 이를 위해 큰 결정을 하나 내리는 거죠. 그러고 나면 몇 개가 풀리고, 자연스레 다른 것도 해결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 숫자 슬라이딩 게임판과 비슷해요. 숫자 배열을 완성할 때까지 한참 남은 것 같은데 위치 하나가 바뀌면서 순식간에 막혔던 다른 배열이 맞춰지는 원리랄까요.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주얼리 브랜드를 준비 중인데, 기깔나는 이름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서 괴로워요. 입체 착착 붙으면 좋겠는데, 많이들 추천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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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풀 골다공증›, 2024, sil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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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번호 1부터 4›, 2024, silver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창작은 무궁무진한 행위예요. 정답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이런 사실을 몸과 마음에 항상 지니고 있는 게, 적어도 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태도인 것 같아요. 이렇게 마음가짐을 먹으면 오히려 정확한 정답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다양한 것을 수용하도록 도와서 폭넓은 작업이 가능해진답니다. 그리고 오만해지지 않을 수 있어요.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글쎄요. 노하우 팁이랄 게 있을까 모르겠어요. 창작자에게는 각자만의 방식과 기준이 있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을 살짝 밝히자면, 그 방식과 기준을 좀 더 믿고 과감하게 실행에 옮겨도 좋겠다는 거예요. 가끔 다음 작업의 시작이 더딜 때가 있는데요. 일단 시작하면 뭐라도 나오긴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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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2023, sculpey, chrome ef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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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2023, sculpey, chrome effect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흥미로운 사람.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작가님, 브랜드 이름을 정말 잘 지으셨네요.”

Artist

장지선(@jangjiseon_)은 서울에서 활동하며 희한한 주얼리를 제작한다. 올해 독립적인 브랜드 런칭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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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손
황형신, Hwang Hyung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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