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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차원을 넘나드는 의자

Writer: 최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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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최종하 작가는 일상에서 발견한 사소한 면모를 입체, 설치 작업으로 풀어냅니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관찰하고, 이면의 메커니즘을 상상해 창작물로 만들죠. 몇 년째 그가 관심을 놓지 않는 대상은 바로 의자입니다. 의자 하면 사람이 앉는 입체적인 물건을 떠올리는데요. 모니터 스크린의 LED 점이 구현하는 의자 이미지를 보자마자 모두 ‘의자’라고 외치는 상황에서 작가는 ‘이 두 가지가 동일한 대상이 아닐까’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차원이 다른 두 의자를 하나의 사물로 표현하기 위해, 벽에 걸어두면 2차원의 평면 오브제, 펼치면 3차원의 입체적인 가구가 되는 의자를 만들었답니다. 평범한 일상에 늘 색다른 시각을 견지하고픈 최종하 작가. ‘다양한 경험을 공유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그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De-dimension›, 2021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미술작가 최종하입니다. 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메커니즘에 관심이 많아요.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을 관찰하고, 그 이면의 메커니즘을 상상하는 일을 즐깁니다. 우리가 늘 경험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과정을 가시화하고 창작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여느 아이들처럼 만화를 그리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이런 본능적인 관심사를 따라 자연스럽게 예술고등학교, 미술대학을 거쳐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되었는데요. 때때로, 작가로서 현재를 살고 있는 제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어릴 적 관심사에 조금씩 살을 붙이며 지금의 일을 하는 것 같아요.

‹바닥벽천장›, 2017

‹바닥벽천장›, 2017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집 근처 주택 지하실을 작업 공간으로 쓰고 있어요. 작업 과정에서 소음이 발생하기도 하고, 작품을 보관할 공간도 필요해서 지하실을 찾게 되었는데요. 서울 외곽에 작업실을 구해볼까 고민도 해봤지만, 집과 작업실 간의 거리가 작업 생활에서 중요한 요소인 것 같더군요. 지금 작업실은 집에서 도보로 5분 거리라서 부담스럽지 않은 점이 좋아요. 집과 작업실을 오가는 일이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루틴으로 자리매김한 것 같아서 만족스럽답니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관찰하고 생각하는 걸 즐겨요. 강한 매력을 느끼거나 특별한 정보로 여기는, 소위 말해 놀라움으로 가득한 사건보다는, 소소한 일상에서 마주한 사건을 작업의 시작점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요. 익숙한 사건을 자세히 관찰하면, 제가 알 수 없는 과정을 통해 ‘무언가’ 일어나고 있는 걸 알아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을 유심히 바라보다 ‘손가락은 왜 5개일까?’ 의문이 피어나기도 하고, 빠르게 타자를 치는 다섯 손가락이 각각 다른 근육과 신경망을 가지고 있음에도 조화롭고 미세하게 움직이는 현상이 신기하게 다가오기도 하죠. 이렇게 일상 속 최소한의 자극이 작업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곤 해요. 너무 작은 부분이라 무심코 흘려보내곤 하는 익숙한 행위를 자세히 관찰하고, 이를 확대해 그 과정을 시각적인 대체물로 만듭니다.

‹더 큰 선풍기Bigger Fan›, 2010

‹취소기계Take Back Machine›, 2012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작업이 시작되는 지점은 매우 흥미로워요.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해 굳이 미술이라는 장르를 통해 무언가를 표현해야 할 이유는 없잖아요. 그래도 많은 창작자들이 말과 글이나 몸짓을 이용하는데요. 저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시각적인 사물로 표현하게 되더라고요. 굳이 시각물로 보여주려는 이유는 여전히 모르겠어요. 다만 시각물은 어떠한 과정을 이해하는 데 직관적인 감상을 유도할 수 있고, 관람자가 작품 전체를 한눈에 담을 수 있잖아요. 순차적인 과정을 통하지 않고 단번에 얻는 인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 같아요. 그래서 각 작업에 맞는 인상을 시각적인 결과물로 이끌어가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제가 작업을 시작할 때 경험하는 인상은 비가시적인 성격을 띠기 때문에, 이와 동일한 인상을 지닌 가시적 사물로 치환하려고 해요. 그 결과는 기계적인 메커니즘이 드러나는 중세 기계의 모습이 되기도, 심플한 디자인 제품의 형태를 띠기도 합니다.

‹담배 의자Cigarette Chair› 드로잉, 2011

‹담배 의자Cigarette Chair›, 2011

작가님의 최근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최근 몇 년간 ‹De-dimension› 시리즈를 이어오고 있어요. 인터넷에서 의자 사진을 찾다가 시작하게 되었죠. 검색란에 ‘의자’를 입력하면 수많은 이미지가 나타나는데, 누구나 한눈에 그게 의자인 걸 알 수 있어요. 근데 이건 평면 스크린 위 LED 점의 조합으로 나타나는 가상의 이미지잖아요. 제가 지금껏 경험한 의자와 동일시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게 다가왔어요. 스크린에 동일한 간격으로 배열된 LED 점은 서로 다른 빛을 내며 2차원 이미지를 생성한다는 면에서 일종의 착시나 마찬가지인데요. 반면 제가 실제로 경험한 의자는 입체적인 구조를 가지고, 제 몸무게를 지탱하면서 편안한 느낌을 주도록 고안된 사물이잖아요. 차원이 다른 두 가지 대상을 머릿속에서 하나의 동일한 무언가로 인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두 사물이 본질적으로는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까지 상상이 닿게 되었어요. 곧, ‘이 두 사물을 같은 것으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며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De-dimension›, 2021

‹De-dimension›, 2021

‹De-dimension›, 2021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작업에서 목표로 삼는 바는 처음 느낀 인상을 결과물로 이끌어내는 것인데요. 어찌 보면 다분히 개인적인 목표에 가깝다고 할 수도 있어요. 제가 결과물을 경험하는 일이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단 한 번의 경험이라도 제가 온전히 할 수 있다면, 작업의 동기와 목표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작가로서 이런 부분은 항상 떳떳하지 못한 부분이에요. 관객에게 작품을 보이며 그들의 입장에서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 집중하는 게 작가의 본분이라고 치면, 저는 제 만족을 우선시하는 거라서요. 이 부분이 커다란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여전히 제 고민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어요.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만족보다는 불만족한 부분이 항상 생각나네요. 앞서 이야기한 ‹De-dimension›의 경우, 지나치게 제품의 형태로 귀결하는 것 같아서 고민이 많아요. 애초에 제품을 모티브로 작업을 시작한 것도 있고, 메커니즘의 한계가 분명해서 제품의 형태를 띠는 장점도 분명 있는데요. 다른 방향성을 모색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요즘 계속 느낀답니다.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최대한 여유시간을 확보해, 일상을 느긋하게 보내려고 노력해요. 하루하루를 천천히 밟는 느낌으로 보내려고 노력하는데요. 제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자극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시간을 보낼 때 일상에서 관찰하고 발견할 수 있는 게 있거든요. 작업과 직접적인 상관은 없더라도, 재미있고 색다른 시선을 발견할 때 즐거워요.

‹가벼운 공간›, 2019

‹가벼운 공간›, 2019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ChatGPT가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이미 저도 많은 영역에서 활용하고 있거든요. ChatGPT가 사람이 주변을 인식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업에 어떻게 묻어나나요?

작업의 시작점은 항상 ‘나’와 ‘나의 감각’ 사이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주변의 정보는 ‘나’라는 도구를 통해 특정한 방식으로 보이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하죠. 쓰다 보니 당연한 말이긴 한데요. (웃음) 그래서 주변 사소한 일상을 세심히 관찰합니다. 때로는 저 스스로 게으르게 느껴지거나, ‘지나치게 느긋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내 이목을 끄는 순간이 분명 나타날 것만 같다’는 일종의 기대를 품으며 하루를 보내는 것 같아요.

‹휴지 풀이 기계Toilet Paper Machine›, 2010

‹휴지 풀이 기계Toilet Paper Machine›, 2010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나이를 먹으면서 마주하는 경제적인 문제, 작업에 대한 에너지의 감소가 제일 피부에 와닿는 현실적인 문제가 아닐까 해요. 경제 활동을 하면서도, 여전히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은 떨칠 수 없거든요. 작업과 경제적인 면의 균형을 잘 이뤄 나가고 싶어요.

‹De-dimension Soban›, 2021, 아름지기재단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저를 비롯한 모든 창작자는 각자 다른 태도와 철학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수많은 창작물에는 다양한 해석과 관점이 담겨있기에, 저마다의 의미가 존재하죠. 그래서 창작자로서 가져야 할 태도와 철학을 굳이 꼽아보자면, ‘자신의 중심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다양한 경험을 공유한 사람’ 정도로 기억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최근 들어, 작업을 지속하는 환경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체감하고 있어요. 그래서 거창한 꿈은 아니지만, 미래에도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계속 유지하고 싶습니다. 제 작업이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할 테니까요.

Artist

최종하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네덜란드의 디자인 아카데미 에인트호번에서 ‘컨텍스추얼 디자인Contextual Design’ 전공으로 석사 과정을 마쳤다. 일상적인 일이 일어나는 과정에 집중하며 입체, 설치 및 제품 형태의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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