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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진지한데 이상하고 웃긴 이미지

Writer: 문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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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문채원 작가는 우리가 흔히 만나는 설명서 속 요소를 뒤섞고 비틀어 ‘유사 매뉴얼’을 만듭니다. 작품을 살펴보면 익숙한 도상에서 반가움을 느끼다가도, 예상치 못한 도상 때문에 당황하기도 하죠. 그는 “퍼즐을 만든다는 느낌으로 작업을 구상한다”고 말하는데요. 주제를 정해두고 이미지를 수집하기보다, 진지한데 이상하고 웃긴 이미지를 발굴해서 모아두고 하나하나 끼워서 맞추는 식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거죠. 오해, 오독, 어색한 침묵 등 일상에서 마주치는 정체 상태를 작업으로 그려내는 문채원 작가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Untitled (Please come and don_t seat next to me)›, 2022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시각예술가 문채원입니다. 확신과 성공을 제시하는 시스템에 대한 관심과 의심을 바탕으로 유사 설명서를 만들고, 여러 시각 매체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가족 중에 예술을 전공하거나 취미로 하시는 분이 많아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만들거나 그리곤 했죠. 어릴 땐 제가 그림을 잘 그린다는 생각에 앞서, 만드는 일 자체가 재밌으니까 계속 창작을 한 것 같아요. 그 마음은 지금도 같은데요. 그렇게 계속 무언가를 만들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How to make a perfect pancake», 스튜번 갤러리, 2018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최근 고향인 전주로 일터와 작업실을 옮기게 되었어요. 근 몇 년 동안 1~2년 단위로 거주지를 바꾸면서 작업실의 크기와 위치도 계속 달라졌는데요. 이번에 사용하는 작업 공간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상가 건물 5층입니다. 사방으로 창이 나 있어서 어딘가 둥둥 떠 있는 듯한 착각이 드는 공간이에요.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마음대로 나오지 않는 말, 오해, 오독, 물거품이 된 계획 등 일상의 자잘한 경험이 작업의 기틀이 돼요. 여기서 비롯한 감정, 그리고 불편함을 대변할 수 있는 소재와 형식을 조율하면서 작업을 발전시킵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주제를 정해두고 이미지를 수집하지는 않아요. ‘~하는 법’으로 검색창에 운을 띄워, 진지한데 이상하고 웃긴 이미지를 발굴해 모아둡니다. 나중에 작업할 때 꺼내어 이것저것 조각을 끼워서 맞추는 식으로 작업하죠.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작업 이미지를 구상하기도 하고, 개인적인 경험과 겹치는 사회 현상이나 사건에서 작업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수집한 이미지나 단어로 디지털 콜라주를 만들고, 이를 회화나 자수로 옮기기도 해요.

‹Untitled(How to put off thoughts)›, 2020 (좌)

‹Untitled(Figure A)›, 2020 (우)

‹Untitled(Cover yourself till no one notice)›, 2021

작가님의 최근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요즘엔 평면 작업에 물리적인 구조를 조금씩 추가하고 있어요. 화면 안팎을 왔다 갔다 하며 공간을 침범하는 모양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Untitled (How the plan dissolves)›는 그런 시도가 드러나는 작업이에요. 어떤 사건이 발생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 어디선가 끼어드는 변수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Untitled(How the plan dissolves)›, 2022

«How to make a perfect pancake», 스튜번 갤러리, 2018

읽거나 보는 것만으로 행동을 유도할 수 있지만, 최근에는 움직임이나 형태로 비슷한 효과를 내는 데 관심을 두고 있어요. ‹Untitled (How to chase a dead ball)›은 그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대화나 관찰이 가로막히거나, 한 방향으로 가거나, 튀어 나가는 상태를 한 이미지로 표현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입체물의 형태를 사용하기로 했어요. 상대방의 언저리에서 맴도는 것, 교착 상태에 대한 건조한 조언을 형상화한다면 어떤 느낌일지 생각하며 완성한 작업이에요.

‹Untitled(How to chase a dead ball)›, 2022 (좌)

‹Untitled (Anti tout Divice)›, 2022 (우)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누구든 어떤 목표를 성공적으로 해내는 걸 원하지만, 항상 완벽하게 해결하고 고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예상할 수 없거나 불가피한 경우를 생각해 봐요. 불량품을 사거나 부품을 잃어버릴 때, 혹은 지시를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 순간을 미리 떠올려 보죠. 그러다 보니 작업에서 내러티브나 인과 관계가 끊기는 장면을 계속 연출하게 되는 것 같아요.

‹Untitled(Emergency Welcome Kit)›, 2022

‹Untitled(Intimacy Safety)›, 2020

‹Untitled(Safe Exit)›, 2020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작업 과정에서 내린 결정을 재고하는 지점을 늘리고 싶어요. 작업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오히려 작업이 느슨해지더라고요. 서로 지속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는 동료가 필요한 시점에 다다른 게 아닌가,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일할 때와 강의를 준비할 때를 제외하고는 작업실에 머물러요. 당장 할 작업이 없어도 일단 출근(?)해서 자료를 찾고, 빈 캔버스도 쳐다봅니다. 보통 아침 8~9시쯤 일어나 SNS와 메일을 확인하고 뉴스를 봐요. 점심 전에 작업실에 도착해 저녁 7시 정도까지 머물다가 집으로 돌아갑니다. 마무리해야 할 작업이 있다면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요. 어떨 때는 도시를 탐험하기도 하죠. 새로운 문화공간, 공원, 서점을 찾아내는 일에서 소소한 재미를 느낍니다.

«너무나 선량한 말들», 전시공간 리플랫, 2022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전에는 설명서나 안내문처럼, 뚜렷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만든 포맷을 작업의 소재로 삼았어요. 요즘에는 개인의 경험과 더 밀접한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서 고민 중입니다.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반복적인 동작이나 움직임을 주는 장치를 작업의 일부로 가져오고 싶어서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있어요.

‹Untitled (How to fall safely)›, 2022

‹How to chase a dead ball I›, 2022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가님의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일단 실행에 옮겨요. 물론 어느 정도 계획은 세워두지만, 진중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아주 기본적인 계획만 정해둬요. 촘촘하게 계획을 세우면 걱정과 불안이 함께 따라오더라고요. 저는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우선 해보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작업을 구상할 때도 모든 과정을 철저하게 계산하고 세워두지 않아요. 그보다는 머릿속에 어떤 이미지나 운동성을 구상하고, 손으로 만들면서 수정 및 보완하는 편입니다.

«How to make a perfect pancake», 스튜번 갤러리, 2018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기분이 다운되거나 작업이 풀리지 않을 때는 청소를 해요. 그런다고 딱히 해결책이 나오진 않지만, 단순한 일을 정신없이 하다 보면 어느새 평온한 상태로 돌아오는 편입니다.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일과 작업의 시간 배분. 그리고 눈만 마주치면 산책하러 나가자고 애절하게 쳐다보는 우리 강아지.

«How to make a perfect pancake», 스튜번 갤러리, 2018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제가 신나서 작업한 작품은, 다른 사람도 흥미롭게 쳐다보더군요. 스스로 재밌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믿는 이유예요. 여기서 말하는 ‘재미’는 창작하는 과정 그 자체이기도 하고, 유머러스한 면을 뜻하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 자신 있게 권할 만한 작업 철학은 없지만, ‘다른 철학자나 학자의 말을 내 것으로 착각하지 말자’고 늘 다짐해요.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시겠어요?

작품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저를 비롯한 많은 작가는 아마 여러 일을 병행하고 있을 거예요. 지친 몸과 마음을 끌고 빈 화면 앞에 서면 때때로 서글퍼지기도 하는데요. 그럴 때일수록 더욱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매체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며 작업의 양과 속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불을 꺼뜨리지 않으려면 장작을 넣고 바람을 불어 넣어야 하잖아요. 창작도 그러한 완급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Wrong Orbit», 미스테이크뮤지엄, 2022

‹Untitled (How to slap)›, 2022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세상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지만, 웃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좋아하는 사람과 맥주를 마시며 낄낄댈 수 있고, 해가 떠 있는 시간에 창밖을 바라볼 수 있는 일상이면 좋겠어요. 크고 작은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미래가 되기를 바랍니다.

‹Untitled(Emergency Welcome Kit)›, 2022

Artist

문채원은 설명서의 요소를 뒤섞고 비틀어 유사 매뉴얼의 형태로 만드는 시각예술가다. 주로 어떤 것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과 장치에 주목해 효율적인 의사소통의 변방을 탐색한다. 개인전으로 «너무나 선량한 말들»(2022, 전시공간 리플랫, 서울), «Wrong Orbit»(2022, 미스테이크뮤지엄, 가평), «Everything is (barely) Ok :)»(2021, 갤러리숨, 전주), ‹How to make a perfect pancake»(2018, 스튜번갤러리, 브루클린)을 열었고, «Circuit Seoul #2 Omnipresent»(2022, 루프스테이션익선, 서울), «Folding a paper crane» (2022, 얼터사이드, 서울), «Sign Post»(2021, 솅겐갤러리, 광주), «전북청년2021»(2021, 전북도립미술관, 완주) 외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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