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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당신은···휴먼입니까?

Writer: 방소윤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방소윤 작가는 현실과 가상 세계를 넘나들며 디지털 작업을 이어왔어요. 머릿속에 떠오른 인물의 모습을 3D 프로그램으로 화면에 옮기고, 이를 다시 실물 캔버스에 회화 작품으로 완성합니다. 그래서 작품 속 인물은 짐짓 낯설게 다가오는데요. 계속 눈을 맞추다 보면, 일상에서 만나는 누군가의 또 다른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스스로를 ‘디지털 유령’이라 칭하며 다양한 이미지를 받아들이고, 매체의 경계를 허물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확장하는 방소윤 작가. 그와 나눈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Two-Tone Color Candy Person›, 2023, 40.5 x 35.0 cm, Acrylic on canvas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현실과 디지털을 오가며 작업하는 방소윤입니다. 가상공간과 현실에서 겪었던 감각을 3D 프로그램을 이용해 디지털 화면에 풀어내고, 이를 실제 캔버스 위에 다시 한번 쌓아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집에 있는 큰 방을 작업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에어브러시를 쓰기 때문에 분사된 물감 입자가 퍼지지 않도록 자체 제작한 비닐하우스에서 작업합니다. 집이 작업실이라 가장 좋은 점은 이동 시간이 현저히 짧아서 작업과 작업 사이에 생기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거예요. 저는 스스로 캔버스를 만들고, 밑바탕까지 구성하는데요. 코팅액이나 접착액을 말리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꽤 걸려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에 곤란할 때가 있어요. 틈틈이 생기는 자투리 시간은 자잘한 업무를 처리하는 데 안성맞춤인 셈이죠.

‹Dots Series #1›, 2022, 100 x 70 cm, Acrylic on paper

‹Dancing in the Field› Installation view, 2022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주로 가상 세계나 먼 역사에 존재했던 아주 오래된 물건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요. 생각해 보면 대부분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이미지를 발견하는 것 같아요. 현실의 무언가를 판타지적으로든, 주술적으로든, 아니면 신화적으로든 재해석하고 재구성한 이미지에 늘 관심을 두고 있죠. 이러한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주물럭거리며 작업을 구상할 때가 작업 과정에서 제일 재밌는 단계에요.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영감으로 떠올린 이미지를 종이에 메모해 둬요. 관찰을 통해 최적의 구성을 찾아내려고 며칠 더 고민해 보죠. 그리고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3D 그래픽 소스를 구하고, 3D 프로그램과 블렌더를 이용해 확실한 이미지를 완성합니다. 이후에는 회화나 영상 등 결과물로 내보낼 매체에 따라 이미지를 변형해요. 

‹Stuff Stuffy Gum›, 2023, 47.5 x 36.5 cm, Acrylic on canvas (좌)

‹Yes Eyes and Tooth but No Skin›, 2023, 34.5 x 30.1 cm, Acrylic on canvas (우)

‹Two tone Color Candy Person›, 2022, 37 x 31 cm, Canvas

작가님의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WWNN에서 선보인 ‹Killshot Baby›를 소개하고 싶어요. 작품을 보면 뾰족한 모양의 은색 액세서리가, 캔버스 속 인물의 얼굴 전체를 감싸고 있어요. 액세서리는 인물을 찌르기도 하고, 동시에 마치 표창처럼 무언가를 겨냥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저는 이렇듯 다중적인 메시지를 가진 사물을 좋아해요. 제 머릿속은 언제나 시끄러워서 감정이 혼자 널뛰곤 하는데요. 그림을 그릴 때도 한 곳을 집중적으로 그리기보다는, 여러 곳을 동시에 그리면서 파고 들어가는 편이에요. 그래서 혼란스러운 인간이나 복잡한 메시지를 담은 사물을 보면, 마치 제 모습 같아서 너무나도 공감이 가고 사랑해 주고 싶더군요. 이런 사물을 사랑하면 제 자신을 긍정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요. 이 작품의 은색 액세서리도 살펴보면, 작품 속 인물이 자발적으로 착용하고 있지만, 자신을 공격하는 동시에 밖을 공격하는 사물입니다. 더불어 무언가로부터 나를 방어하려는 갑옷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유약하면서도 강인한 태도를 가진 사물을 착용한 인물이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이 작품을 완성한 것 같아요. 현실의 인간이 착용했을 때 나올 수 없는, 살갗 안쪽으로 파고들어 간 이미지가 재밌게 느껴지기도 했죠. 작품을 완성하고 나서 찬찬히 뜯어보니, 초현실적인 사람의 모습이 마치 디지털과 현실에서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작업의 프로세스를 대변한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Digitally Minded» Installation view, 2023, Sangheeut

‹Killshot Baby›, 2023

‹Killshot Baby› 디테일, 2023

‹Stare in My Weak Soul›, 2023, 35 x 28 cm, Acrylic on canvas

상히읗에서 공개한 ‹Torn Face›도 설명해 드릴게요. 3D 프로그램을 이용해 에스키스를 하다 보면, 현실에 존재할 법하지만,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는 사건이 발생해요. 앞서 설명드린 ‹Killshot Baby›처럼 물체가 피부를 꿰뚫거나, 혹은 원근감이 맞지 않거나, 현실에 적용할 수 없는 텍스처를 갖는 경우를 완성하는 거죠. ‹Torn Face›의 경우, 인물의 얼굴에 반사가 잘되는 금속 재질의 텍스처를 입혀봤어요. 그 모습이 마치 매끈한 피부를 가진 인물이기보다 뜯겨나간 광물의 단면처럼 보이더라고요. 실제 가죽과 피를 가진 인간이 아닌, 폴리곤덩어리로 만들고 텍스처를 입힌 3D 오브젝트이자, 동시에 상상 속의 금속 덩어리 인간으로 느껴졌어요. 이런 이미지가 제 손을 거쳐 캔버스에 재구성된다는 사실이 흥미로워요. 그래서 ‘찢어진 얼굴’이라는 뜻의 ‘Torn Face’를 작품명으로 정했습니다.

‹Torn Face›, 2023, 32.2 x 26.5 cm, Acrylic on canvas

영상 작업의 경우, 제가 매일 보는 유튜브 쇼츠의 형식을 빌렸어요. 제 영상 작품은 보통 길이가 짧고 루핑하는 방식으로 선보이는데요. 이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전시에 활용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영상을 재생하는 플레이어로 핸드폰을 활용했어요. 전시한 핸드폰 중에 액정이 깨져있는 경우도 있는데요, 정확히 말하면, 제가 일부러 깨뜨린 거예요. ‘핸드폰’이라는 디바이스를 캔버스처럼 이미지를 지지하는 하나의 물질로 생각했고, 각각의 핸드폰에서 다른 질감과 손맛을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그러고 보니, 저도 핸드폰 보호 액정이 깨진 채로 일 년 넘게 쓰고 있네요.

‹I m Floating around Jelly›, 2023, 28 sec, Single channel video (좌)

‹Killshot Baby›, 2023, 15 sec, Single channel video (우)

‹Killshot Baby›, 2023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실제의 그림과 디지털 이미지가 갖는 특성을 더욱 두드러지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최근에는 캔버스의 밑바탕에 더욱더 흡습성이 강한 재질을 사용하며 여러 실험을 해보고 있어요. 에어브러시를 쓸 때의 속도감, 그리고 물감이 뭉쳐지며 나타나는 페인터리한 느낌을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잘 전달하고 싶어요.

‹Pink Butterfly›, 2022, 147.2 x 142.5 cm, Acrylic on canvas

‹Peppermint and Red Glasses and Jiggle Jiggle›, 2022, 130.5 x 130.5 cm, Acrylic on canvas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최근 여러 실험을 거쳐 캔버스 코팅 방식에 변화를 주는 과정이 흥미로웠어요. 앞으로는 긴 호흡을 가지고 한 가지 주제를 여러 작업으로 풀어내고 싶습니다.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매일 재밌는 무언가 한 개는 꼭 보려고 해요. 일상적으로 챙겨 보는 무언가를 재밌다고 느낄 수도 있고, 새롭게 들어오는 인풋에서 발견할 수도 있겠죠. 저는 이 감정이 맨 처음 작업을 구상할 때 받는 자극과 비슷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Glitching Face›, 2023, 40.5 x 35.0 cm, Acrylic on canvas (좌)

‹A Million Sunkiss, Diamond Light, Forever Yellow›, 2023, 90 x 70 cm, Acrylic on canvas (우)

‹The Starting Point beyond Shoes›, 2023, 23.5 x 21.5 cm, Acrylic on canvas (좌)

‹Way Fast beyond Shoes›, 2023, 45 x 38.5 cm, Acrylic on canvas (우)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최근 VR 생태계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특히 버튜버 영상을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친구가 버튜버를 시작한다길래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제는 스스로 버튜버 세계에 꽤 빠져들어서, 몇몇 유튜브 채널을 챙겨보고 있어요. 버튜버가 시청자와 소통하는 방식이 점차 다양해지는 상황이 흥미롭더군요. 현실 속 인간의 특정 부분이 디지털로 송출되고, 이를 현실의 시청자가 반응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의 발전 역시 재밌는 부분 중 하나예요.

‹Flashing Face Walk Out›, 2023, 3 min 24 sec, Single channel video (좌)

‹Sink into Blond›, 2023, 14 sec, Single channel video (우)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업에 어떻게 묻어나나요?

그림에 다양한 대상을 노출하려고 노력해요. 디지털 매체를 활용하다 보면 시야에 다른 대상이 들어왔다가 나가고, 한 대상에 집중했다가도 금세 집중력이 떨어지는 상황이 익숙한데요. 그래서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다양한 부분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그림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구성을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작품에 어울리는 캔버스 사이즈가 떠오르는 편이죠. 예를 들어, 비교적 간단한 요소를 응축해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다면 작은 캔버스를 선택해요. 따져보면, 앞서 설명드린 내용은 삶을 ‘대하는’ 태도라기보다는, 삶을 ‘체험하는’ 태도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네요.

‹Every Hair Every Freckle #1, #2›, 2023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가장 먼저 작업이 잘되지 않는 이유를 분석해요. 기술적인 문제인지, 혹은 작품의 모티브가 더 이상 유의미하지 않은지 고민하죠. 그리고 분석 결과에 따라 리서치 작업을 새롭게 시작합니다. 최대한 많이 보고, 문제점을 이겨내는 방법을 적용해요. 그리고 해결책을 찾으면서 계속 마음속으로 다짐해요. ‘이전에도 힘들었지만 답을 찾아냈으니, 이번에도 해낼 수 있다.’ 최근 도저히 해결책이 없는 것 같아서 눈물을 가득 머금고 친구를 찾아갔는데요. 의미 있는 조언 덕분에 슬럼프 극복 방법이 늘어났답니다.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작업실이요. 에어브러시를 쓰기 때문에, 작업실 환경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어요.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노력하는 태도가 가장 중요해요. 창작자라면 작업이 안 되거나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순간,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복잡한 감정이 휘몰아치는 순간을 마주치게 되는데요. 그런 순간을 이겨내기 위해서 결국 조금 더 끈덕지게 작업을 이어가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제 작업을 세상에 내보낼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작업을 완성할 때까지 계속 움직이고 고민했던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전체 작업 과정 중 무언가를 구상하는 초반부가 제일 재밌더라고요. 그 뒤로는 처음 느낀 재미를 결과물로 온전히 완성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더욱 신체를 움직이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도록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는 노력이 소중하게 다가와요.

‹Lilac Scent Spider Veins›, 2023, 27.3 x 22.0 cm, Acrylic on canvas

‹Lilac Scent Spider Veins›, 2023, 27.3 x 22.0 cm, Acrylic on canvas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시겠어요?

작업을 함께하는 동료를 만들고, 그들을 소중히 여기세요. 제 작업의 좋은 점을 긍정해 주고, 작업에 대한 고민을 함께 생각하는 동료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꾸준히 결과물을 업데이트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방소윤’이라는 이름 옆에 ‘NEW’라는 단어가 언제나 함께 떠 있으면 좋겠습니다. 대중에게 업데이트 알림을 주기적으로 전송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 중이에요.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스스로에 대한 미래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는 힘이 있는 나날이 계속되길 바랍니다.

«Hello, World!» Installation view, 2021

Artist

방소윤은 디지털 이미지를 이루는 입자를 회화로 구현하면서 현실과 디지털 사이에서 겪은 감각을 전달한다. 3D 모델링 프로그램으로 여러 인물과 이들을 둘러싼 세계를 구축하고 회화를 통해 현실 세계로 끌어들인다. 스스로를 ‘디지털 유령’, ‘유목민’이라 일컬으며 다양한 이미지를 받아들이고 디지털 소스, 매체, 프로그램의 경계를 허물어 작품 세계를 지속적으로 갱신하는 중이다. 첫 번째 개인전 «Bang Soyun: Hello, World!»(2021, 상히읗, 서울)을 시작으로, «Humanism Reimagined: Embracing change»(2023, WWNN, 서울), «Super Summer»(2023, Moosey, 노리치, 영국), «나는 누가 울면 따라 울어요»(2023, 스페이스 소, 서울), «몸 만들기»(2022, 안팎, 서울), «생동하는 틈»(2022, 원앤제이 갤러리, 서울) 등 다양한 기획전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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