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청 작가는 사진과 영상을 기반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특히 여러 뮤지션들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MV는 그의 개성이 한껏 묻어나면서도 아티스트의 개성이 두드러지게 돕는답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인상 깊은 날이나 사람을 늘 간직하길 원하는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찍게 된 사진인지라, 그는 작업에서 피사체와 쌓는 유대감과 친밀감을 중시해요. 결과물에 큰 차이가 없더라도 거리감이 만들어내는 애정의 온도가 다르기 때문인데요. 그는 말합니다. “그냥 해라. 해서 안 되더라도, 일단 해봐야 안 할 수 있다.” 제일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 다른 좋아하는 일을 조금씩 버리는 것도 괜찮다고 조언하는 애니청 작가.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그의 이모저모를 아티클에서 살펴보세요.
Gonny ‹Ours› Album Photography, 2024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사진, 영상 작업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애니청Annie chung이라고 합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아주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수단과 상관없이 인상 깊은 날이나 사람을 늘 남기고 간직하길 원했던 것 같아요. 그런 기질로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게 되었고, 그러다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Hanjoo of Silicagel, 2021
사진집 『Life images 2』 중에서, 2020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제 주거 공간은 연남동이고, 작업실은 연희동 홍제천 자락에 있어요. 두 곳 모두 산책로나 강이 가까이에 있고 주변에 나무들이 참 많아요. 특히 작업실은 내부만 보면 옛날 미국 시골집 같은 느낌이 많이 난답니다. 좋아하는 취향의 물건을 걸어놓고, 저희만의 안락한 공간으로 변해가는 걸 보면 더욱더 애정이 가요.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어린 시절, 인상 깊게 봤던 영화들을 되돌려 보는 편이에요. 옛날 영화를 보면 구도나 인물 감정에 대한 충실한 특징이 두드러질 때가 있거든요. 이 감정을 이런 방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구나, 하고 많이 배웁니다.
CHUU ‹PINK CLOUD› MV, 2024
CHUU ‹PINK CLOUD› MV, 2024
CHUU ‹PINK CLOUD› MV, 2024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보통은 머릿속에 스치는 이미지를 프레임에 재현하려고 해요. 그 과정이 1초 만에 이루어질 때도 있고, 길게는 하루도 걸리죠. 어떨 때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때도 있어요. 일단 영감이 떠오르면 스케치하듯 머릿속에 빠르게 그려보는 것 같아요. 첫 단추는 ‘구도’에서 시작합니다.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2024년 여름은 The Volunteers의 앨범 ‹L›의 무드 필름부터 북미 투어 비하인드컷, 콘서트 라이브 영상까지 제작했어요.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음에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답니다. 그리고 JUE의 새로운 싱글 ‹if U..›의 포토 및 MV도 제작했는데요. 저의 뼈대 같은 취향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The Volunteers ‹L› Concept Film (Yerin.ver), 2024
The Volunteers ‹L› Concept Film (Yerin.ver), 2024
The Volunteers의 North America Tour Special Video ‹PSYCHO›, 2024
The Volunteers의 North America Tour Special Video ‹PSYCHO›, 2024
JUE ‹if U..› MV, 2024
JUE ‹if U..› MV, 2024
최근 작업을 통해 작가님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제 스타일대로 터치를 주면서 동시에 아티스트 고유의 개성이 두드러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아티스트의 작업을 보고 다른 옷을 입었다는 느낌이 아니라, ‘이런 아이덴티티도 있었구나. 원래 이런 면도 가지고 있었네.’라고 느끼길 바랐습니다.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스러운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궁금합니다.
저는 작업을 진행할 때 아티스트와 쌓는 유대감과 친밀감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인지라 가끔은 성격이 맞지 않은 부분도 있는데요. 그 마음이 정말 잘 맞을 때 너무나도 만족스럽답니다. 그렇지 않을 때는 속상함을 느끼면서도 굳은살이 박이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결과물에 큰 차이가 없더라도 그런 거리감이 만들어내는 제 애정의 온도는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The Volunteers의 North America Tour, 2024
The Volunteers의 North America Tour, 2024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침밥을 많이 먹어요. 하루 중 제일 신경 써서 차리는 식탁이 아침 밥상이랍니다. (건강에는 안 좋다는 말이 있지만요…) 어쨌든 노력해서 밥을 차리고 맛있게 먹으면 하루가 활기차져요. 그럼 자전거를 타고 작업실에 가서, 이제 다시 좀비가 됩니다.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원래부터 옷 입는 걸 좋아했는데, 요즘 들어 패션에 더욱더 관심이 커진 것 같아요. 화려하거나 예쁜 옷보다는, 실용적이면서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찾게 됩니다. 많은 걸 사고 또 버리는 대표주자였는데, 요즘은 주변을 정리하고 꼭 필요하면서 오래오래 함께할 수 있는 물건들이 눈에 들어오네요.
CHS ‘One Summer Day’ (feat. Mei ehara) MV, 2024
CHS ‘One Summer Day’ (feat. Mei ehara) MV, 2024
CHS ‘One Summer Day’ (feat. Mei ehara) MV, 2024
CHS ‘One Summer Day’ (feat. Mei ehara) MV, 2024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모든 것에 대한 ’애정‘인 것 같아요. 결국 언젠가는 모든 게 눈앞에서 사라지고, 저도 다른 이들의 눈에서 사라지겠죠.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작업에 임해요. 웃고 있지만 슬픈, 울고 있지만 웃는 듯한 모습이 전부잖아요. 항상 이미지의 양면성을 생각하며 작업 중입니다.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저는 슬럼프가 온다고 피하기보다, 온몸으로 직면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게 꼭 싸워서 이긴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마음의 커튼을 치고 그 안에 꽤나 오래 머물면서 고민하는 편입니다.
Gonny ‹Ours› Album Photography, 2024
Gonny ‹Ours› Album Photography, 2024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주거 공간의 크기를 늘리고 싶어요. 강아지와 고양이, 동거인 이렇게 넷이 살고 있는데요. 모두에게 독방이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그냥 해라! 해서 안 되더라도, 일단 해봐야 안 할 수 있다.
CHS ‘Wet Market’ MV, 2024
CHS ‘Wet Market’ MV, 2024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사실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는 일은 개인적으로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꾸준히 좋았고, 하면 할수록 더욱더 좋아졌죠. 게다가 감사하게도 이를 지속할 수 있도록 주변 상황이 도와줬고요. 만약 현실적인 문제로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는 게 어렵다면, 조언을 얻기보다 먼저 자신의 마음을 간파하고, 계속해 나갈 건지 아닌지 결정부터 하는 게 제일 필요해 보여요. 그리고 제일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 다른 좋아하는 일을 조금씩 버리는 것도 괜찮답니다. 가장 좋아하는 일을 더 좋아해 주세요.
Hiko EP ‹말버릇› Album photography, 2024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좋은 사람.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오직 저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나이 때문에 자신감을 잃지 않고, 지금과 동등하게 꿈꾸면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Artist
애니청(@anniechung_org)은 타인을 기록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다. 고려대학교에서 산업정보디자인을 전공하고 일본사진예술학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을 공부했다. 선우정아, 옥상달빛, 요조, 백예린, The volunteers, CHS, 죠지, Damons year, JUE 등 다양한 뮤지션의 MV를 만들고 촬영을 진행했다. 사진집 『Life images 1』(2017), 『Life images 2』(2020), 『IMAGES』(2022), 『HOW CAN I FORGET YOU』(2023), 『IKINARI』(2023)를 출간했고, 개인전 «HOW CAN I FORGET YOU»(HOQICM, 2017)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