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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잊히지 않을 2022년의 별들

Editor: 전종현, 정지우

작년 한 해 세계 곳곳에서 역사적인 부고가 전해졌습니다. 전제군주 중 여왕으로서 최장수 통치를 한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를 비롯해, 일본 헌정사상 최장기로 재임했던 총리 아베 신조, 소련의 마지막 서기장이자 러시아의 첫 대통령이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역사상 두 번째로 자진 퇴임한 교황 베네딕토 16세, 중국의 본격적인 개방 시기를 이끈 국가주석 장쩌민,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 등 굵직한 이름이 포함되어 있었죠. 그 밖에도 수많은 별들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그중 기억에 남는 22명의 이름을 두 번에 걸쳐 기록해봅니다. 이번 편에서는 결코 잊히지 않을 11명의 별들을 떠나간 순서대로 소개합니다. 같은 시간대에 존재했던 동시대인으로서 2022년 떠나간 모든 이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시드니 포이티어Sidney Poitier (미국의 배우)


향년 95세 (1927.02.20~2022.01.06)

: 오스카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최초의 흑인 배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상인 미국 오스카상은 백인만의 축제라고 불리며 인종적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는데요. ‘#OscarSoWhite’라는 해시태그가 이를 잘 보여주죠. 지금도 이런데 20세기 중반에는 정말 보수적이었겠죠? 실제 흑인 인권 운동의 시작점이 된 ‘로자 파크스’ 사건이 1955년 일어났으니까요. 이런 인종의 벽을 선구적으로 허물었던 아프리카계 미국인 배우가 바로 시드니 포이티어입니다. 그는 ‹흑과 백›, ‹언제나 마음은 태양› 등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을 다룬 작품에 출연하며 영화 속 흑인의 새로운 모습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어요. 1964년 흑인 배우 최초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은 그는 2002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평생공로상까지 받는 등 할리우드가 존경을 표하던 대상이었습니다.

피터 브룩Peter Brook (영국의 연출가)


향년 97세 (1925.03.21~2022.07.02)

: 침묵조차 연극으로 만든 현대 연극의 거장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다양한 작품을 비롯해 100편이 넘는 오페라와 연극, 뮤지컬을 연출한 피터 브룩은 92세까지 현장에서 활동했던 영국의 세계적인 연출가입니다. 그는 옛 채석장을 무대 삼아 인도판 그리스 로마신화인 대서사시 ‹마하바라타›를 9시간 동안 공연하거나, 17세기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의상이나 소품을 21세기식으로 과감히 바꾸는 등 고전 작품을 파격적으로 연출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어요. 실험 정신으로 무장한 그에게 연극이란 무엇이었을까요? 저서 『빈 공간』에서 그는 말해요. “어떤 사람이 지나가고, 다른 사람이 그것을 바라볼 때, 연극이 시작되기엔 충분하다.” 철거 위기의 뮤직홀, 흰색 박스형 무대, 슬럼가, 버려진 영화관 등 어디든지 공연장으로 탈바꿈한 공간 연출의 거장다운 어록입니다.

클래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 (미국의 조각가)


향년 93세 (1929.01.28~2022.07.18)

: 청계천에 거대한 다슬기를 세운 팝아티스트

서울 도심 속 청계천에는 거대한 다슬기가 살고 있어요. 파랑과 빨강 줄무늬로 알록달록한 이 다슬기는 또 얼마나 큰지 높이가 20m를 넘어요. 스웨덴 출신의 미국 조각가 클래스 올덴버그의 작품 ‹스프링Spring›입니다. 올덴버그는 선풍기나 톱, 빨래집게처럼 일상의 친근한 대상을 아주 거대하게 뻥튀기해서 뜬금없는 장소에 툭 던져놓는데 달인이었어요.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20세기의 대표 팝아티스트였죠. 아내이자 동료 아티스트였던 코샤 반 브루겐Coosje van Bruggen과 대부분의 작품을 함께 만든 금실 좋은 부부로도 유명했어요.

빌 러셀Bill Russell (미국의 농구선수)


향년 88세 (1934.02.12~2022.07.31)

: NBA의 영원한 6번 선수

미국 NBA는 1969년부터 매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단 한 명의 선수를 MVP로 뽑아서 ‘빌 러셀 트로피’를 수여해요. 빌 러셀은 NBA 역사상 최대 우승 기록을 보유한 선수의 이름인데요. 현역 시절 무려 11번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전설적인 센터이자, 흑인 최초로 NBA 리그 감독으로 활동하며 두 번이나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어요. 농구계 안팎으로는 흑인 인권 운동에 앞장섰던 그는 2011년 미국 최고의 훈장인 ‘대통령 자유 메달’을 받기도 했답니다. NBA는 그를 기리는 의미에서 앞으로 그의 등번호인 6번을 영구결번으로 등록했어요.

미야케 이세이(三宅一生) (일본의 패션 디자이너)


향년 84세 (1938.04.22~2022.08.05)

: 스티브 잡스가 선택한 일본의 주름 명인

Issey Miyake

인터넷에 ‘스티브 잡스’를 검색하면 한결같이 검은색 터틀넥을 입고 있어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과 편안함을 겸비한 이 터틀넥은 스티브 잡스가 일본의 패션 디자이너 미야케 이세이에게 직접 주문 제작한 옷이랍니다. 스티브 잡스를 ‘단벌 신사’처럼 바꾼 미야케 이세이는 자신의 브랜드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를 1973년 파리 패션   위크에 소개하며 아시아 최초의 명품 브랜드로 키워냈습니다. 일본 디자이너가 패션계의 중심에서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선구자이기도 하지요. 그의 시그니처 디자인은 아코디언 주름인데요. 칼이나 가위 없이 오직 접기만으로 종이 한 장을 다양한 모양을 만드는 일본의 전통 종이접기 ‘오리가미’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옷 전면에 주름을 단단히 넣어 실용성과 예술성을 모두 잡은 ‘플리츠 플리즈Pleats Please’는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죠. 보는 사람에게는 아름다움을, 입는 사람에게는 편안함을 선사했던 그의 디자인은 시대를 초월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장자크 상페Jean-Jacques Sempé (프랑스의 삽화가)


향년 90세 (1932.08.17~2022.08.11)

: ‘꼬마 니콜라’의 아버지

blogpetitnicolas.com

프랑스의 삽화가 장자크 상페는 우리에게 익숙한 『꼬마 니콜라』의 그림을 그린 주인공이에요. 개구쟁이 꼬마 니콜라와 주변 인물의 평범한 일상을 담은 이 작품은 동심을 간직한 모든 이의 마음을 사로잡았죠. 이후 소설 『좀머씨 이야기』의 삽화를 그렸고, 『얼굴 빨개지는 아이』,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에서는 글과 그림을 모두 직접 맡아 자신만의 세계를 펼쳐 보였어요. 특히 그는 1978년부터 2019년까지 뉴욕을 대표하는 잡지 «뉴요커»의 표지를 100번 이상 그렸는데요. 간결한 선 위에 무심하게 색깔을 얹어 화려한 도시 뉴욕에서 살아가는 이방인의 애정어린 시선을 담아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그린 뉴욕 풍경을 보면 애틋한 그리움으로 마음 한구석이 물드는 기분이에요.

장뤽 고다르Jean-Luc Godard (프랑스의 영화감독)


향년 91세 (1930.12.03~2022.09.13)

: 세계 영화의 흐름을 바꾼 누벨바그의 주인공

장뤽 고다르, ‹네 멋대로 해라› (1960)

1950년대 프랑스 영화계에는 ‘누벨바그Nouvelle Vague’라는 사조가 등장했어요. 프랑스어로 ‘새로운 물결’을 뜻하는 누벨바그의 중심에는 투철한 실험정신으로 영화의 전형적인 틀을 깨부수는 개성파 감독들이 있었는데요. 그중 장뤽 고다르는 첫 장편 영화 ‹네 멋대로 해라›(1960)를 통해 누벨바그의 최전선에 서게 됩니다. 이 작품은 기승전결 구조 없이 주인공의 즉흥에 따라 전개되는 줄거리, 시간의 흐름을 뚝뚝 끊는 점프 컷, 그리고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는 등장인물 등 듣도보도 못한 여러 장치를 통해 관객의 몰입을 의도적으로 방해했죠. ‘세계 영화사는 장뤽 고다르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혁신적인 시도를 지속한 그의 이름은 오래도록 남을 거예요.

쿨리오Coolio (미국의 래퍼)


향년 59세 (1963.08.01~2022.09.28)

: ‘후드에서 살아남기’를 순한 맛으로 표현한다면

@coolio

최근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밈 ‘후드에서 살아남기’ 아시나요? 후드Hood는 흑인이나 히스패닉 인종이 모여 사는 미국의 슬럼을 말해요. 범죄와 폭력이 일상인 후드에서는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후드 출신 래퍼의 노래에는 총, 마약, 살인처럼 무시무시한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하지만 래퍼 쿨리오Coolio는 후드에서 자란 어린 시절을 순한 맛으로 표현했어요. 1995년 발표한 ‘Gangsta’s Paradise’에서 그는 “나는 이제 23살인데, 내가 24살에도 살아있을까?(I’m 23 now, but will I live to see 24?)”라고 말하며, 죽음의 그림자에서 살아가는 불안정하고 우울한 삶을 서정적인 시처럼 풀어냈죠. 이 노래는 갱스터 랩 최초로 빌보드 연말 차트 1위에 등극하며 대히트를 쳤습니다. 한국에서는 DJ DOC가 한국식 정서로 리메이크한 ‘깡패천국’(2001)으로 잘 알려져 있답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Isabel Westwood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


향년 81세 (1941.04.08~2022.12.29)

: 영원히 늙지 않은 영국 패션의 악동

@viviennewestwood

2015년 영국 런던에서 정부의 셰일가스 개발 허가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났을 때 영국 총리 관저 앞에는 새하얀 탱크가 등장했습니다. 탱크를 몬 주인공의 이름은 비비안 웨스트우드. 1970년대 펑크punk 문화의 시각 문법을 만든 주인공으로 사회 문제에 거침없이 목소리를 내던 저항의 아이콘이었죠. 1970년대 후반 런던은 주류의 권위를 비틀고 파괴하는 펑크 문화의 성지였는데요. 그 중심에는 웨스트우드와 그의 연인 말콤 맥라렌이 운영하던 옷 가게가 존재했어요. 웨스트우드의 과감하고 도발적인 패션은 맥라렌이 매니저를 맡은 펑크록 그룹 섹스 피스톨즈를 통해 펑크 붐의 강력한 조력자가 되었습니다. 이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통해 영국 전통 복식을 과감하게 해체하고 변형하며 영국 패션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렸죠. 환경 파괴, 전쟁, 인권 등 동시대 사회 문제에도 앞장서 목소리를 내던 그는 영원히 늙지 않는 저항 정신의 상징으로 남아있습니다.

펠레Pelé (브라질의 축구선수)


향년 82세 (1940.10.23~2022.12.29)

: 축구에 옐로·레드카드와 선수 교체가 생긴 이유

‘축구 황제’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브라질의 축구 선수 펠레. 자타공인 GOAT로 꼽히는데요. 그를 위해 축구의 룰이 새로 만들어진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펠레는 1958년 17세의 나이로 출전한 첫 번째 FIFA 월드컵에서 총 6골을 넣으며 세계 최연소 출전, 최연소 득점, 최연소 우승의 대기록을 세웠어요. 워낙 출중한 탓에 이후 상대 팀이 강하게 견제했는데요. 이런 방해가 극에 달한 1966년 월드컵에서 심각하게 다치는 일이 벌어졌어요. 그래서 과격한 반칙을 방지하고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옐로·레드 카드, 선수 교체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1970년 펠레는 인생 세 번째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조국 브라질이 우승 트로피 ‘쥘 리메’를 영구적으로 소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그 후 FIFA는 새로운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만든 후 결코 특정 국가가 갖지 못하도록 규정을 바꿔버렸어요.

바버라 월터스Barbara Walters (미국의 언론인)

향년 93세 (1929.09.25~2022.12.30)

: 자타공인 인터뷰의 여왕으로 불리던 사람

“최근에 울어 본 적은 언제인가요?”라는 필살기로 상대방을 무장 해제시켰던 미국의 언론인 바버라 월터스의 별명은 ‘인터뷰의 여왕’입니다. 그녀는 1976년 ABC 저녁 뉴스의 공동 앵커를 맡으며 여성 최초로 미국 전국구 TV 방송 뉴스를 진행했는데요. 그때 연봉이 무려 1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액이었죠. 월터스는 약 50년간 방송계에서 활약하며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등 독보적인 존재감을 지닌 정치인을 만나 단독 인터뷰를 했어요. 리처드 닉슨부터 조 바이든까지 미국 대통령이 된 인물 부부를 모두 인터뷰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답니다. 그녀는 여성 방송인의 선구적인 예로 큰 존경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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