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1명의 아티스트가 개인적으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상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 작업을 소개합니다.
‘31 Poster’의 세 번째 주가 찾아왔습니다. 31 Poster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 시작됐어요. “당신의 한 달은 어떠신가요?” 31 Poster에서 숫자 31은 31일, 즉 한 달을 의미해요. 매일 우리는 다양한 사건을 겪으며 자기만의 리추얼을 마련하고 의미 있는 일을 시도하고 삶을 대하는 태도를 내보입니다. 창작자의 태도에 관심이 많은 «비애티튜드»는 일상을 대하는 창작자의 시선이 굉장히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총 31명의 아티스트에게 개인적으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상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 작업을 청했어요. 일상에 대한 31개의 다양한 면면을 모으면 곧 1년의 축소판 아닐까요. 이번 주인공은 이선호, 이유민, 이홍유진, 최용준 작가입니다. 이들이 포착한 일상의 장면을 확인해보세요! 31 Poster는 매주 수요일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참, 아티클에서 소개하는 작품은 비애티튜드샵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답니다. 여러분의 방에 다른 이의 일상을 초대하세요.
이선호, ‹On The Clouds›, 2020
“캘리포니아의 인적 드문 해변에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두 아이는 가까이 있던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그 순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해변의 모래는 아주 곱고, 밀려오는 파도의 폭이 꽤 넓어서, 물 젖은 모래사장이 석양을 거울처럼 비추고, 큰 파도 거품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비일상적인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하루 중 그림자가 가장 길었던 시간에 두 아이는 하루의 마지막 햇빛을 받으며 순수하게 그 순간만을 오롯이 즐기고 있었고, 덕분에 아름다운 장면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이선호
필름 스냅 찍기를 좋아한다. 의미 있는 순간에 셔터를 누르기도 하지만, 셔터를 누르면 의미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결국 모든 순간은 흘러가지만 사진이라는 정지 이미지로 만드는 순간, 경험한 현실과는 또 다른 장면이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그에게 사진은 좀 더 애정을 담아 주변 사람과 풍경을 바라보게 만드는 매체다. 앞으로도 주변을 좀 더 소중히 기록하고 싶다. @ssikssikman
이유민, ‹En route›, 2022
“산을 오르기 위해 죽지 않을 계획을 세운다.
겨울 산은 낮이 짧다. 해는 늦게 뜨는 만큼 일찍 떨어져, 잘못하면 어둠 속에서 헤맬 수도, 손과 발이 얼 수도 있다. 이럴 때를 대비한 헤드랜턴과 손난로, 은박지는 산행의 필수품이다. 체력 저하 방지용 에너지바와 온수를 챙기고, 여러 겹의 기능성 옷 및 울 소재의 양말과 귀마개, 방수와 터치가 가능하면서도 활동하기 편한 장갑으로 무장한다. 안전한 하산을 위해 짐스러운 스틱을 챙기고, 아픈 부위에 미리 테이핑한다. 가장 중요한 건, 험한 산길에 적합한 등산화, 아이젠과 함께하는 것이다. 모든 죽음이 가능한 산은 극도로 치밀한 계획을 요구하는 단시간의 여행지다.
그러나 모든 여행이 그렇듯 산에서의 시간은 절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리고 계획이 어긋나기 시작할 때, 비로소 산을 오르고 있다는 걸 서늘하게 실감하며 웃는다.
예상과 행동의 반복이 이루는 일상에서 그 둘을 접합한 틈으로 흘러오는 예상치 못한 것이 있다. 그렇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무의식 위에 설계한 계획은 틀어지고, 조금은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현재를 감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살을 단단하게 하고, 눈의 초점을 새롭게 맞출 것을 알기에, 계속 계획을 세우고, 어긋나기를 기다린다. 그렇게 죽지 않고 산을 넘는다.”
이유민
렌즈를 주 매체로 삼아 넓은 범위에서 ‘시선’을 탐구한다. 무관한 두 개체를 주체와 대상으로 관계짓는 시선이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뼈대 혹은 그물로 작용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 대신 ‘바라보는 자는 누구인가?’에 초점을 맞춰 이미지가 생산·맥락화·해석·수용되는 구조를 다룬다. 렌즈를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에 대한 감각을 전이하고 이식하는 방법을 사용해 기존의 자극 수용 메커니즘을 뒤틀어 정치적,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드러내며 시선의 본질적인 관계에 질문을 던진다. @97.11.21
최용준, ‹basecamp›, 2022
“블루아워blue hour는 일출이나 일몰 전후로 1시간 정도의 시간대를 말한다. 균일한 빛을 얻을 수 있어서 풍경이나 건축 사진을 찍는 사람이 선호한다. 건축 사진을 찍는 직업적인 이유로 그 순간을 기다리는 일이 잦은데, 이번 달 촬영도 많은 경우 그 시간대에 진행했다. 이 사진은 용산의 한 높은 건물 옥상에서 해뜨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촬영했다. 다소 추워진 새벽에 잠을 이겨내며 주변을 좀 더 살펴보았다. 이사를 마치고 철거를 기다리는 미군 부대 건물들이 희미한 빛으로만 보이는 그 공간을 찬찬히 관찰했다.”
최용준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진가. 사용자에게 개방한 지도 애플리케이션, 위성 뷰 등을 이용해 지형과 도시의 경관을 새롭게 탐색하는 일에 관심 있다. «더스크랩», «올림픽이펙트», «슈퍼-파인» 등의 전시에 참여했으며, 여러 매체 및 디자이너와 협업 중이다. @___yjc
이홍유진, ‹Pamukkale›, 2018
“2018년 겨울, 사진과 그래픽을 공부하러 스웨덴에 갔다. 학교 수업 사이사이, 유럽을 여행하며 사진을 배웠다. 8개월의 긴 여행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들린 마지막 여행지인 튀르키예의 파묵칼레에서 8개월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달라졌는지, 내 시야는 얼마나 넓어졌는지 생각했다. 언제 올 수 있을지 몰라 최대한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두 눈과 카메라에 담으려 애썼다. 요즘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 오늘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이홍유진
서울을 기반으로 일하는 디자이너이자 포토그래퍼다.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고 졸업 후 IT업계에서 비주얼 디자인 및 사진 일을 하고 있다. 평소에는 아이폰으로 일상을 기록하고, 이따금 사진 작업을 통해 다양한 기업 및 브랜드와 협업 중이다. @phosphen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