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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s

31 Poster 여섯 번째 일상

Writer: 노경태, 이윤호, 이지원, 지윤서

31 Poster

총 31명의 아티스트가 개인적으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상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 작업을 소개합니다.

‘31 Poster’의 여섯 번째 주가 찾아왔습니다. 31 Poster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 시작됐어요. “당신의 한 달은 어떠신가요?” 31 Poster에서 숫자 31은 31일, 즉 한 달을 의미해요. 매일 우리는 다양한 사건을 겪으며 자기만의 리추얼을 마련하고 의미 있는 일을 시도하고 삶을 대하는 태도를 내보입니다. 창작자의 태도에 관심이 많은 «비애티튜드»는 일상을 대하는 창작자의 시선이 굉장히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총 31명의 아티스트에게 개인적으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상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 작업을 청했어요. 일상에 대한 31개의 다양한 면면을 모으면 곧 1년의 축소판 아닐까요. 이번 주인공은 노경태, 이윤호, 이지원, 지윤서 작가입니다. 이들이 포착한 일상의 장면을 확인해보세요! 31 Poster는 매주 수요일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참, 아티클에서 소개하는 작품은 비애티튜드샵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답니다. 여러분의 방에 다른 이의 일상을 초대하세요.

이지원, ‹UNFAMILIAR FAMILIARITY #The Empty Room›, 2018

낯선 곳에서 익숙함을 느껴보려 무던히 노력하는 날의 연속이었다. 한국 아니면 이곳,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뚜렷한 정체 없이 희미한 경계 어디쯤 놓인 스스로가 무력하게 느껴졌다. 부정적인 감정은 지치지도 않는지 참 꾸준하게도 다양한 형태로 찾아와 나를 들쑤셨다. 나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로 인해 즐겁다가도 눈물이 났고, 어느새 또 분노하는 나와 마주하는 일이 두려웠다. 멀리서 보면 괜찮아 보일지 모를 내 삶은 가까이에서 보면 사실 어둠과 괴로움으로 뒤범벅된 날이 다수였다. 그래서인지 유독 커다란 배경 속 작은 피사체에 눈이 갔고, 홀로 덩그러니 남겨진 출처 모를 대상에게 알 수 없는 애틋함이 들었다. 아름다움의 표면 너머, 기척 없이 존재하는 외로움에 매료되는 건 어쩌면 필연적이었을 것이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의 집합체는 결국 사진에 투영된다. 그저 다채로운 장면으로만 여긴다면 좀 더 다가와 좀 더 깊이 들여다보길 바란다. 지금 스친 감정은 누군가 들여다본 나의 삶, 혹은 내가 들여다본 당신의 삶이다.

이지원

자신을 탐구하고 수용하는 수단으로 사진을 찍는다. 이상하지만 아름다운 것에 관심이 많고 현실을 기반으로 비현실적인 장면 만들기를 추구한다. 1인 출판사 ‘DIVE INTO THE LAKE’를 설립한 후, 사진집 『낯선 익숙함(UNFAMILIAR FAMILIARITY)』과 『에링 고르붕 나담(Eriin Gurvan Naadam)』 등을 출판하고 «Unlimited Edition-서울 아트북페어 2022», «퍼블리셔스 테이블 2022» 등의 북페어에 참가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jiwonli.kr

노경태, ‹경외›, 2022

저녁 비행기를 타고 호찌민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고 숙소로 오는 길에 도저히 꼭대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큰 나무들을 지나쳤다. 구글 맵스로 이 위치를 기억한다. 새벽이 되자 그 거리를 찍으러 나왔다. 어제 택시 밖에 있던 많은 사람은 보이지 않고, 뿌연 미세먼지와 함께 나무만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었다.

노경태

여러 취미를 수집한다. 취미를 이용해 연필로 그린 그림이나 필름으로 찍은 사진을 재료로 삼아 시각물 만들기를 선호한다. 현재 정원 디자인과 클라리넷에 관심을 두고 취미를 넓히고 있다. 필동에 위치한 ‘코우너스’라는 스튜디오에서 인쇄 담당을 맡고 있다. @nodabee

이윤호, ‹pipes, valves, gauges›, 2022

“산책을 하면 여지없이 골목 구석에 숨은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게 됩니다. 그때를 대비해 항상 작고 가벼운 카메라를 주머니에 넣어 다닙니다. 다음 달엔 그 골목이 사라져 버리기도 합니다. 더 많이, 더 부지런히 산책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윤호

주머니에 작은 카메라를 넣고 마냥 걷기를 즐깁니다. 거리의 구석을 찍고 다닙니다. 

@leeyunhorecords

지윤서, ‹용인 사암리›, 2022

제가 자취를 시작한 뒤 부모님은 전원생활을 시작하셨습니다. 용인 사암리에서 시작한 부모님의 첫 전원생활은 마냥 쉽지 않았는데요. 시행착오를 겪으며 점차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안정을 찾아가는 두 분 모습이 굉장히 보기 좋았습니다. 때론 삭막한 아파트에 두 분을 두고 떠났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었는데 이렇게 늦게나마 부모님이 여유를 즐기고 일상을 꾸미는 게 너무 기쁩니다.

 

문득 부모님의 예전 ‘일상’은 정말 엉망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해야 했던 어머니와 아버지는 (적어도 제가 태어난 이후로) ‘일상’에 대한 인식 없이 그저 살아지는 대로 살아오신 것 같습니다. 일상에 대한 태도는, 안타깝게도, 그것을 사유하는 여유가 있을 때 비로소 지닐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예순이 다 되어서야 생각할 여유가 생긴 두 분이 매일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사진은 부모님 댁 근처에 있는 조그만 밭을 찍은 것입니다. 사진 찍기에 대단히 좋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이 사진을 볼 때면 두 분이 오늘 무얼 하고 계셨을까 귀엽고 따뜻한 생각이 듭니다.”

지윤서

영상과 사진을 합니다. @cimona_g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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