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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s

31 Poster 두 번째 일상

Writer: 이준경, NINA AHN, 하혜리, 유환희

31 Poster

총 31명의 아티스트가 개인적으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상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 작업을 소개합니다.

‘31 Poster’의 두 번째 주가 찾아왔습니다. 31 Poster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 시작됐어요. “당신의 한 달은 어떠신가요?” 31 Poster에서 숫자 31은 31일, 즉 한 달을 의미해요. 매일 우리는 다양한 사건을 겪으며 자기만의 리추얼을 마련하고 의미 있는 일을 시도하고 삶을 대하는 태도를 내보입니다. 창작자의 태도에 관심이 많은 «비애티튜드»는 일상을 대하는 창작자의 시선이 굉장히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총 31명의 아티스트에게 개인적으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상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 작업을 청했어요. 일상에 대한 31개의 다양한 면면을 모으면 곧 1년의 축소판 아닐까요. 이번 주인공은 유환희, 이준경, 하혜리, NINA AHN 작가입니다. 이들이 포착한 일상의 장면을 확인해보세요! 31 Poster는 매주 수요일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참, 아티클에서 소개하는 작품은 비애티튜드샵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답니다. 여러분의 방에 다른 이의 일상을 초대하세요.

이준경, ‹W 32 STREET›, 2022

FROM BEHIND는 작가로서 작업한 첫 번째 프로젝트다. 찬란하지만 동시에 찬란하지 않은 도시, 뉴욕의 이면을 ‘뒤로부터’ 담았다. 8번가, 11번가, 14번가, 22번가, 26번가, 37번가, 맨해튼 미드타운, 로어맨해튼, 어퍼맨해튼을 비롯해 롱아일랜드시티, 윌리엄스버그, 코니아일랜드, 비컨, 몬탁, 사우스햄튼 등지에서 목격하고 발견한 장면이다.

이준경

사진작가. 용장관 이준경 스튜디오의 대표다. @leeejunkyoung

NINA AHN, ‹바람 부는 날›, 2012

사진 찍을 때 마주한 순간이 너무도 아름답기에 이대로 지나가는 한 조각이나마 붙잡아두고 싶어서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20~30대에는 음악과 패션, 문학을 사랑하는 친구들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고,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자 제 사진은 가족 이야기로 가득 찼습니다. 자라나는 아이의 몸짓은 하루하루가 경이롭거든요. 40대에 막 접어든 지금, 서울에서 영국의 어느 시골 마을로 터전을 옮긴 후로 저는 저 자신에게 더욱 집중하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모든 것을 들여다보니 예전과 사뭇 달라진 리스트가 보여요. 변한 모습이 꽤 긍정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마냥 좋지 않았습니다. ‘서울에 있었다면 아마 나는 그대로였겠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때 모습이 진짜고 지금의 나는 등 떠밀린 가짜인 것 같다’고 착각하면서 말이죠. 그러나 그때도 진짜고 지금도 진짜이기에 왠지 싫은 제 모습도 스스로 가장 응원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산다는 건 그런 것이거든요. 매일 아주 작은 것을 보고 있어요. 익숙한 도시의 빛과 활기에서 멀어져 발길 닿는 대로 집 주변을 그저 많이 걷습니다. 그렇게 걷다 보면, 눈으로 느끼는 감각은 오히려 사라지고, 소리에 예민한 저를 발견합니다. 제가 걸을 때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 오후 5시쯤 어김없이 지저귀는 새소리 말이죠. 그렇게 매일 걸으며 제 보폭만큼 본 대로 사진을 찍을 것 같습니다. 왜인지 모르게 혼자 시간을 보내는 낯선 사람의 모습에 늘 끌리지만, 제가 걷는 길에 사람이 있을지는 알 수 없어요. 가볍게 즐겨주시길 바랄게요. 해가 점점 짧아지고 있어요. 저도 그냥 멋 부리지 않고 찍을게요.

NINA AHN

현재의 나를 지각하고 과거의 내가 항상 어린 마음이었음을 기억하려고, 오늘을, 나를, 내 경계를 기록한다. 현재 영국에서 프리랜스 사진가로 꾸준히 작업하려 한다. 평소 홀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낯선 이의 모습을 담아왔기에, 이번에도 매일 혼자 산책하는 시간에 마주친, 나와 내 주변이 혼자서 속삭이는, 멈춘 시간을 담으려 했다. 사진책 『Snowflake』(2017), 『겨울시』(2016), 『Barnsley』(2012)를 출간했다. @___ninaahn

하혜리, ‹Nighttime›, 2022

한 해를 돌아보기엔 아직 이르지만 일상을 짚어보려고 1월부터 10월까지 지나간 하루를 빠르게 되돌아보았다. 많은 얼굴과 많은 일이 흘렀고, 소화를 못 한 채 일상이 지나가고 있다.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달이 밝게 뜬 날, 불 꺼진 거실 소파에 고인 이상하리만치 밝은 빛을 받으며, 밤에 우는 새소리만 남긴 채 누워 있었다. 매일 멀리 떠나고 싶은 기분으로 살지만, 종종 이런 순간에는 멀리 떠나온 기분의 휴식을 즐긴다. 손에 핸드폰도 쥐지 않은 채 천장을 보고 누우면 많은 상념이 지나간다. ‘너무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아가는 것 같아. 하루 24시간은 너무 짧다. 잠을 아주 조금만 자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수직으로 물에 떠다니며 한 번에 7분씩만 잠자는 향고래처럼.’

 

일상을 잘 보내는 것, 잘 살아가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무엇보다 ‘잘’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하루는 좋아하는 친구들 옆에 나를 던져놓고 실컷 떠들었다. 그동안의 안부, 변한 날씨, 처음 나누는 비밀이라든가 마음에 담아두던 화의 근원이라든가. 달콤한 디저트와 술, 매콤한 요리, 커피 등을 앞에 두고 주고받으며 생각했다. ‘마음은 왜 쉽지 않을까?’ 이야기를 나누다 깨달았다. 무엇이든 싫어하는 마음은 참 쉽고, 좋아하는 마음은 다루기가 어렵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찬바람을 맞으며 마른 풀을 구경하고 이불 속에 들어와 책과 영화에 번갈아 시간을 보냈다. 사실은 이런 하루가 내게 해당하는 ‘잘’ 보낸 하루가 아닐까 싶었다. 특별할 것 없이 좋아하는 사람들 옆에서 걸으며 숨을 고르는 시간, 일상을 괴롭히는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순간이니까.

하혜리

세계의 언저리에서 컬러 노이즈를 섞은 비밀 이야기를 전한다. 사진과 글을 주 매체 삼아 가상의 세계를 만들고 여기에서 전개하는 시공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지은 책으로는 사진집 『Another World Story』와 『Colored Transfer』가 있다. 그 외 뮤지션 신해경의 앨범 속꿈, 속꿈 아트워크도 맡았다. @gazed_re

유환희, ‹구름들›, 2022

‘떠도는 일을 반복하면 떠도는 것은 일상이 되는 걸까, 아니면 영원한 비일상의 체험인 걸까.’

 

“6개월간의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떠나던 날에 담은 사진입니다. 표면적으로 비일상에서 일상으로 향하는 순간에 창밖으로 보인 떠도는 구름은 제게 묘한 느낌을 가져다주더군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제안을 여행 중에 받아서인지, 일상이라는 단어가 조금 기묘하게 느껴졌습니다. 일상만큼 길어진 여행은 일상이 될 수 있을까요? 일상이란 무엇인가 반복하는 시간일 텐데, 여행을 반복하고, 여행에서 하는 일 또한 하루하루 반복한다면, 여행은 과연 일상일까요? 그래도 여전히 비일상으로 남을까요? 명백한 일상 공간으로 돌아와 일상의 특별한 순간을 ‘발견’하는 일은 여전히 일상적인 일인가요? 발견하는 순간만큼은 비일상적인 일이 되는 것 아닐까요? 참, 구름은 오늘도 하늘을 떠돌고 있더군요.”

유환희

자주 떠돈다. 어딘가로 향하는 것을 관찰한다. 최근 6개월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돌아와서 하는 것도 대개는 떠도는 일이더라. @hwanhee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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