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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영감을 북돋는 장소를 직접 다녀왔습니다
아일랜드의 극작가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두 주인공은 올지도 안올지도 확실치 않은 ‘고도’라는 인물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그들은 고도가 누구인지도, 그가 사람인 것은 맞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일단 무작정 기다린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그 사람을 맞기 위한 준비까지를 포함하는 과정이다. 아직 기미는 안 보이지만, 적어도 고도보다는 올 것이 확실한 봄을 준비하기 위해 에디션덴마크에 다녀왔다.
에디션덴마크는 덴마크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한 주인장이 덴마크인 남편과 함께 서촌에 문을 연 쇼룸으로, 덴마크의 티와 커피, 꿀 등을 큐레이션해 판매한다. 특히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티 브랜드 A.C 퍼치스의 티를 종류별로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쿨허벌, 루이보스 바닐라 등 차마다 제각기 맛의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첫 맛과 끝 맛의 곡선과 두께감이 달라 그간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던 티의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한다. 티의 맛이 색깔이라면, 시간에 따라 명도와 채도가 입 안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셈이다. 봄을 먼저 맛보고 싶어서 덴마크 로모 섬의 봄꿀을 올린 크래커를 함께 곁들였다. 우리가 아는 강력한 단맛의 꿀과 달리 크림처럼 부드럽게 크래커 사이사이로 스며든다. 잠시 잊고 있던 4월의 따스한 공기가 주위를 감싸 도는 듯하다.
에디션덴마크의 공간은 과거 차고로 쓰였던 공간인데, 그 때문에 준비 공간 뒤쪽으로도 창문이 나 있어 앞 뒤로 빛이 쏟아진다. 애니메이션에서나 보던 꽃마차를 주차하던 곳 같다. 카페에 들어선 지 얼마나 되었을까. 어느덧 정오의 햇살이 테이블까지 밀물처럼 넘쳐 들어온다. 봄은 이미 이곳에 올 채비를 마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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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션덴마크: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9길 24
@editiondenm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