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 © Studio texture on tex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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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아티스트의 영감을 북돋는 장소를 직접 다녀왔습니다
아마 역사나 미술 수업에서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조선 후기 화가인 겸재 정선이 비 온 후의 인왕산을 그린 인왕제색도는 중국의 강과 산만을 다루던 한정적인 소재에서 벗어난 진경산수화의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국보급 작품이다. 만약 정선이 2022년 지금 시점에 다시 인왕제색도를 그리기를 의뢰받는다면 첫 미팅은 이곳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최근 도심 속 등산 코스로 날로 인기가 드높아지는 인왕산의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카페 서촌 인왕산 대충유원지에 다녀왔다.
인왕산 대충유원지는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대충유원지의 2호점이다. 이 두 플레이스의 가장 큰 특징은 중세 성당에 있을 법한 높은 등받이의 목제 의자라 할 수 있다. 마치 거룩한 연회에 초대받은 기분이 들게 한다. 연남점은 창 밖에서 안으로 시선이 모이도록 구성된 반면에 인왕산점은 시선을 살짝 들어 창 밖을 바라보도록 유도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시선이 걸리는 가장 끝자락엔 인왕산이 병풍처럼 자리하고 있다. 정선이 창문을 보며 그대로 붓을 들기만 하면 되는 이 멋진 곳에서, 그가 작업 중에 찾을 법한 메뉴를 짐작하며 호지라떼와 버터곶감말이를 주문해보았다. 일 년 중 가장 늦게 수확하는 찻잎을 쪄서 말린 후 볶아내 라떼로 만든 이 구수한 음료는 달짝지근한 곶감과 꽤 잘 어울려 작업 중 당 충전에 도움이 된다.
대충유원지의 대충은 과거 호랑이를 일컫는 말이었다고 한다. 예전엔 인왕산에 호랑이가 많았다는데 인왕산 대충유원지보다 그 이름에 걸맞는 장소가 있을까. 정선이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그렸다는 인왕산의 실제 모습을 바라보며 정취를 즐겨본다. 대충유원지에서는 커피뿐만 아니라 칵테일과 위스키도 함께 선보이고 있어 낮이나 밤이나 그에 맞는 음료를 찾을 수 있다.
Place
인왕산 대충유원지 : 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 46 4층
@daechungpark_inwangs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