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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ce of Seoul

피스오브서울: 신인류 ‹빛나는 스트라이크›

Writer: 김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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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ce of Seoul

요즘 반짝이는 한국 대중음악 앨범과 그 주인공을 탐색합니다

‘피스오브서울Piece of Seoul’은 대중음악평론가 김윤하 님이 새롭게 발매한 한국 대중음악 앨범 중 가장 인상 깊은 피스를 꼽고, 해당 음악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입니다. 피스오브서울에서 피스는 조각(piece)이면서 동시에 평화(peace)를 뜻합니다. 지금 한국에서 태어난 새로운 음악의 조각과 여기에서 길어 올린 마음의 평화를 음악가의 목소리로 직접 들을 수 있습니다. 열두 번째 피스의 주인공은 3인조 밴드 신인류(@shin_in_ryu)입니다. 신온유(보컬), 하형언(키보드), 문정환(베이스)으로 구성된 신인류는 2018년 데뷔 후 부지런히 활동을 전개하다 2020년 갑작스러운 활동 종료 소식으로 많은 아쉬움을 남겼는데요.

지난 2022년 6월 기존 5인조에서 3인조로 개편한 2.0 체제로 복귀한 뒤 자신만의 길을 차분히 걸어온 신인류는 올해 봄 드디어 첫 정규 앨범 ‹빛나는 스트라이크›를 발표했어요. 세계관과 음악이 유기적으로 꽉 짜여 보기 드물 게 비범하다는 극찬과 함께 “네 취향 하나쯤은 반드시 찾을 수 있는 앨범”이라는 윤하 님의 추천 코멘트는 궁금증을 사부작사부작 자극하는데요. 최근 애플 뮤직Apple Music이 선정한 ‘UP NEXT KOREA’에 이름을 올리며 활동에 박차를 가하는 신인류와 나눈 솔직하면서 유쾌하고, 진지하면서 낭만적인 이야기를 BE(ATTITUDE) 웹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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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류 정규 1집 공식 프로필. 왼쪽부터 신온유(보컬), 문정환(베이스), 하형언(키보드)

앨범을 듣고 ‘빛난다’라는 깨끗한 감정이 든 게 얼마 만이었나. 심지어 그 앨범이 데뷔한 지 7년 만에 갖게 된 어떤 밴드의 첫 정규 앨범이라면. 이건 앨범을 만든 사람에게도 듣는 사람에게도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2018년 ‘너의 한마디’로 데뷔한 이후 밴드 신인류가 걸어온 길은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청명하고 신선한 송라이팅은 금세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지만, 일부 멤버가 떠나고 잠시 활동을 중단한 아픈 순간도 있었다. ‹희망서›(2022)로 다시 돌아온 신인류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라는 투로 차근차근 눈앞의 길을 걸어 나갔다. 그 끝에 앨범 ‹빛나는 스트라이크›(2025)가 있다.

인트로를 포함한 11곡의 노래는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이다. 비단 타이틀 곡뿐만이 아닌 수록곡 하나하나에 공들인 티가 난다. 누군가는 J팝을, 누군가는 90년대 가요의 노스탤지어를 더듬어 찾는 사이, 보컬 신온유의 예의 노랫말과 멜로디가 반짝인다. 이건 의심할 여지 없는 분명한 재능이다. 그것이 순간의 반짝임에서 그치지 않고 끝내 폭발까지 이를 수 있는 건 하형언(키보드)과 문정환(베이스) 두 멤버의 성장, 그리고 밴드의 합이 만든 힘이다. 지금까지 밴드 신인류가 보여준 모든 것 같기도, 새롭게 열린 문 같기도 한 노래들 사이에서 ‘네 취향 하나쯤’은 반드시 찾을 수 있는 앨범. 바로 신인류의 ‹빛나는 스트라이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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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정규 앨범 발매를 축하합니다. 작업 과정이 꽤 타이트했다고 들었어요.

온유: 일상이 많이 여유로워졌어요. 정말 타이트하게 작업한 앨범이라 한 2주 정도 지나고 사람들 댓글을 보니까 그제야 실감이 나더라고요. 남겨주시는 반응을 열심히 찾아보는 편이에요. 듣고 글까지 남기게 만드는 음악이 정말 쉬운 게 아니잖아요. 그 노래가 누군가의 삶을 그 정도로 살짝 흔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항상 신기해요. 우리가 이걸 만들 때 같은 마음으로 쓴 걸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 게 저희에게 또 다른 영감이 되어주기도 해요.

형언: 저도 후기나 리뷰를 보고 들으면서 한 달 넘게 지난 후에야 조금 실감이 나더라고요. 정말 좁은 공간에서 저희끼리 작업한 음악이 이렇게 세상에 퍼져서 많은 분이 각기 다른 상황에서 듣고 각기 다른 소감을 말한다는 게 여전히 신기해요.

정환: 발매 직후에는 ‘해냈다!’는 마음이 제일 컸어요. 달리기 경주 마지막에 골인하는 순간 있잖아요. 딱 그 순간 같았어요. 스스로 대견하기도 했고요. 신기한 건 발매 직후랑 지금 들으면서 느껴지는 게 또 다르더라고요. 들을 때마다 새로움이 생겨요. 예를 들어, 5번 트랙 ‘Huf’는 처음 곡에 접근할 때 ‘말발굽’ 느낌을 연상해서 만들었는데, 지금은 날씨 탓인지 되게 햇빛 느낌이 강하게 다가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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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스트라이크› 앨범 커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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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스트라이크› 실물 앨범 이미지

작업실에서 만들던 음악이 세상과 만나 공기를 품으면서 달라지는 풍경이란 게 확실히 있죠. 듣는 분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음악가도 그렇다는 게 좀 신기하기도 하네요. 이번 앨범 ‹빛나는 스트라이크›를 무척 인상적으로 들어서 꼭 인터뷰하고 싶었어요. 최근 들었던 앨범 중 이 정도로 세계관과 음악이 유기적으로 꽉 짜인 11곡짜리 앨범이 또 있었나 싶더라고요. 기획 단계부터 이런 앨범으로 구상하셨던 걸까요?

온유: ‘정규를 내자’라는 마음은 멤버들 모두 같았어요. 제대로 마음먹은 건 작년 초쯤이에요. 저희가 재결합을 겪은 밴드라서 팬들과 다시 재회 인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공연을 너무 많이 했어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앨범에 대한 생각이 커졌어요. ‘밴드가 정규는 있어야지’ 같은 마음이었죠. 다만 쌓아놓은 곡이 많지는 않은 상태라 갈 길이 멀었어요. 덕분에 지난 1년여 정도 공연을 거의 쉬었어요. 그 사이 멤버들끼리는 정규 앨범에 들어갈 모티브를 모으는 작업을 시작했죠.

사실 저희가 변변한 작업실이 없어요. 그래서 건반 치는 형언의 작업실에 한 세 평짜리 자리를 마련하고 거기에 무릎 맞대고 모여 앉아 작업했어요. 코인 노래방 같은 느낌으로 3인분 김밥이랑 함께요. (웃음) 그렇게 옹기종기 모여서 모티브랑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하나하나 쌓아갔어요. 녹음 전 마지막 퇴고는 항상 제 노랫말이었고요. 그렇게 곡을 완성하고 녹음에 들어가서는 멤버들과 조금씩 수정하며 최종적으로 마무리했어요. 끝나는 대로 한 곡씩 픽스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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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 이번 앨범 믹스는 전부 제가 담당했는데요. 작업 방식에 따라서 믹스도 그렇게 진행되더라고요. 녹음을 다 마치고 한 번에 하기에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어서, 순서대로 했더니 대여섯 곡 정도가 먼저 만들어진 상태였어요. 그런데 작업 시기가 다르다 보니까 결 또한 너무 다른 거예요. 결국 모두 다시 새로 믹스했습니다. 근데 오히려 되게 좋았어요. 그렇게 작업하는 과정에서 제 귀가 더 트이는 기분이더라고요.

온유: 저희도 점점 업그레이드되는 느낌이었어요. 작업 기간이 서너 달 정도로 빠듯하다 보니 분업도 더 확실해졌고요. 제가 초반 곡 작업을 주로 맡고, 편곡이나 곡 방향은 형언이 잡고, 최종 마무리인 믹스는 정환이 했죠. 약간 머리, 몸통, 다리 같은 구조랄까요. (웃음)

무릎 맞대고 김밥 석 줄로 연명하는 작업실도 그렇고, 머리, 몸통, 다리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모든 게 너무 귀여운데요. (웃음) 작업하는 내내 서로 한 몸처럼 움직인 것 같아요. 혹시 ‘이게 우리 정규 앨범의 시작점이구나’ 생각한 트랙이 있을까요?

형언: 저에게는 ‘Huf’가 좀 그런 느낌이어요. 제목도 금방 지었고, 정규 앨범의 첫 실마리랄까요. 이 곡을 완성한 후 실타래가 풀리는 기분이었죠.

온유: ‘송곳니’랑 ‘Huf’가 제일 먼저 완성한 곡이었어요.

‘Huf’ Official Live

‘송곳니’

한 편의 그림동화 같은 세계관도 인상적인데요, 스토리도 초반부터 같이 세우신 건가요.

정환: 사실… 이번 앨범의 세세한 스토리를 알게 된 건 유통사에 넘기기 직전이긴 한데요. (웃음)

온유: 잠깐, 잠깐만요. 여기서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요. (웃음) 모든 곡을 만들고 나서야 제목이랑 소개 글을 작성한 건 맞아요. 사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아니었어요. 우선 저희가 준비할 시간도 타이트했고 곡을 최대한 모아서 완성하는 걸 우선시했거든요. 곡이 나오고 A&R을 맡은 분들과 전반적인 감상과 피드백을 나누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때 ‘모든 곡이 하나의 이야기보다는 단편집의 느낌이 든다’라는 반응이 있었어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정말 그렇게 곡을 모아서 만든 앨범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이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으려고 할까, 생각하다가 타격감, 충격, 스트라이크 같은 단어가 우연히 떠올랐어요. 사람들의 호기심에 직구를 던져 보고 싶더라고요. 거기에 ‘빛’을 붙였어요. 수록곡 모두에 ‘빛’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거든요. 그렇게 전체 윤곽을 잡고 나니까, 9번 트랙 ‘용이 되고 싶은 아이’ 데모 제목이 갑자기 떠올랐어요. 그 곡의 원제는 ‘영혼 빌리지’였거든요. 좋은 제목이지만 전체 밸런스와 맞지 않아서 기억해 둔 단어였는데, 앨범 소개 글에 쓰면 딱 맞겠더라고요. 그렇게 모든 것이 후다닥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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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옹기종기 가져왔다는 모티브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어요. 신인류는 주로 어떤 걸 모티브로 자주 쓰나요? 기본 리프, 탑 라인, 이미지 등등 다양하잖아요.

정환: 각자 스타일이 좀 달라요. 저 같은 경우에는 전공도 악기다 보니까 멜로디를 잘 만들지는 못해서, 리듬이나 곡의 분위기를 좌우할 만한 것을 많이 던지는 편이에요. 그러면 거기에 형언이 화성을 더하거나 온유 누나가 멜로디를 붙이는 식이죠. ‘두 개의 제안’이 제가 모티브를 던진 곡이었는데요, 발매된 버전보다 사실 훨씬 느린 템포의 차분한 곡이었어요. 멜로디가 붙으면서 많이 바뀌었죠.

크레딧에 세 멤버의 이름이 모두 들어가 있더라고요. 반면 노랫말은 온전히 온유 님 작업으로 기재돼 있는데요, 온유 님 노랫말에 대한 멤버들의 신뢰라고 봐도 될까요?

정환: 사실 온유 누나가 쓰는 가사에 저희가 건드릴만한 게 아무것도 없어요. 가사만으로도 이미 완성된 좋은 작품이라고도 생각하고요.

무한 신뢰네요. (웃음) 온유 님은 혹시 이런 믿음이 부담스럽지는 않아요? 특히 노랫말이라는 게 곡이나 팀의 전체적인 인상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온유: 신인류의 시작이 제 송라이팅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서, 기꺼이 감당하고 있어요. 오히려 활동하면서 밴드의 틀이 점점 잡히고 각자 담당하는 파트 안에서의 세계관도 넓어진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장르적인 성장이나, 편곡의 스펙트럼 같은 거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활동할수록 ‘내가 잘하는 걸 더 잘하자’라고 마음먹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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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류에서 보컬 및 작사를 맡은 신온유

형언: 저는 언니가 저희 곡에 가사나 멜로디를 붙여줄 때마다 선물 받는 기분이 들어요. 제 음악의 뮤즈는 저희 멤버들이거든요. 그런 뮤즈들이 제 음악에 멜로디를 붙이고 악기 톤을 잡아주는 상황 자체가 선물 같아요. 인트로를 제외하면 첫 곡이 ‘리턴 투 피크닉’인데요, 이 곡을 작업할 때 그런 생각을 특히 자주 했어요. 빠듯한 기간 안에 작업하면서도 곡마다 완성도를 높이고 싶은 욕심이 컸는데, ‘리턴 투 피크닉’의 첫 가사 ‘저기요 난 날고 있나요?’를 듣자마자 ‘됐구나’ 싶었어요. 이 곡의 가사를 온유 언니가 완성하면서 앨범 수록곡의 캐릭터가 각각 더 뚜렷해지고, 앨범 전체의 통일성도 생기는 기분이었죠.

‘리턴 투 피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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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 온유 누나가 만드는 노래는 정말 특별해요. 누나를 처음 만난 게 학교 발표 수업 때였어요. 그날 가져온 자작곡을 듣고 사로잡혀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그때가 없었으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거예요. 그 곡 좀 발매하자고 제가 오래 졸랐는데, 말을 통 안 듣네요. (웃음) 그때나 지금이나 특히 가사에 끌릴 때가 많아요. 저 말고도 그런 분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온유: (콜록) 마침 적절한 타이밍에 기침이 나왔네요. 제가 그런 걸 만들 수 있는 비결은 멤버들이 저를 이렇게 존중해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앞서 말했지만, 멤버들 덕분에 확장되는 음악을 바라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고요. 제가 곡을 쓰고 처음부터 멤버들에게 하나하나 설명하는 편은 아니거든요. 오히려 각자의 다른 생각들이 곡에 더 반영되기를 바라기도 해요. 그래서 한참 작업하다가도 곡에 대한 서로의 해석을 나누는 시간을 좋아해요. ‘그렇게 해석할 수 있구나’ 놀라기도, 기쁘기도 하고요.

형언: 확실히 그렇게 이야기를 나눌 때가 신인류의 음악을 만드는 데 정말 중요한 순간인 것 같아요. 언니가 저희를 믿고 멜로디나 스토리를 제약 없이 넓게 만들어 오면, 저희는 거기에 악기로 대화하는 것처럼 말을 덧붙이거든요. 뭔가 그렇게 서로의 음악이 하나로 어우러질 때 정말 기분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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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류에서 키보드를 맡은 하형언

시작은 온유 님의 곡이었지만 세 분이 점차 신인류라는 하나의 유기체로 성장해 나간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게 바로 밴드죠! (웃음) 그럼 이제 트랙 바이 트랙으로 이야기를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역시 시작은 1층 ‘리턴 투 피크닉’ 아닐까 싶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순서상으로는 첫 곡이지만, 작업 후반기에 만들어졌나 봐요.

온유: 맞아요. 11층까지 우선 쭉 올려놓고 층마다 곡별로 리모델링을 한 다음, 마지막에 ‘리턴 투 피크닉’으로 입구를 만들고 마당을 다듬는 기분으로 작업했어요. 이런 생각은 멤버들도 아마 지금 알았을 거요. (웃음) 이번 인터뷰가 각자 가지고 있던 앨범에 대한 생각을 깊이 나눌 수 있어서 되게 좋네요. 사실 저희가 처음 정규 앨범을 생각하며 목표로 둔 건 10곡이었어요. ‘무조건 10곡이 나와야 해’, ‘절대 포기하지 말자’ 이런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결과는 11곡이 됐어요.

사실 첫 곡 ‘Intro: 빛나는 스트라이크’와 ‘리턴 투 피크닉’은 같은 1층이에요. 빛나는 환상 속으로 슥 들어가는 느낌? 그래서 ‘리턴 투 피크닉’의 엔딩 부분도 1번으로 다시 이어지는 느낌을 살렸어요. 그리고 이름이 ‘피크닉’이잖아요. 1층은 마당이에요. 끝없이 이어지는 마당. 어떤 층까지 가도 다시 마당으로 돌아와 언제든지 편하게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앨범 커버를 만들어 주신 분도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았을까 싶어요. 모든 스토리를 미리 전달해 드렸거든요. 커버를 보시면 아마 제가 지금 얘기하는 내용이 압축되어 시각적으로 다가올 거예요. 앨범 커버에서 제가 제일 꽂힌 부분은 살짝 잘리게 표현한 지붕인데요. 저희가 11층이다 보니 그 위로 뭔가 있을 것 같은, 이후가 살짝 궁금해지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어요.

‘Intro: 빛나는 스트라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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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언: 언니 얘기를 듣다 보니까 갑자기 생각났는데요, 처음 ‘리턴 투 피크닉’의 초안을 만들 때, 저는 오히려 꼭대기 층으로 생각하며 작업했어요. 그런데 곡을 다듬으면서 이 트랙을 1층에 배치한 게 앨범의 전체적인 면에서 신의 한 수가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점점 들더라고요. 처음에는 햇빛을 느긋하게 받는 기분의, 따뜻하기만 한 곡이었거든요. 보사노바 같은 포근한 느낌도 있었고요. 그런데 거기에 살짝 거칠게 편곡이 들어가면서 찬란한 빛이 확 들어오는 느낌이 강해져서 좋아요.

온유: 이 얘기가 되게 좋은 게, 사실 ‘Intro: 빛나는 스트라이크’는 슈게이즈거든요. 이 곡을 들으며 햇빛을 받는 느낌이었다고 하니 너무 뿌듯하네요. 슈게이즈란 장르가 되게 거칠고 뭉개지는 느낌이 강하잖아요. 여기에서 햇빛을 바로 연상했다는 게 좋네요. 어딘가 우울함이 섞여 있으면서도 긍정적일 수밖에 없는 그런 풍경, 혹시 어떤 느낌인지 아시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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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알죠. ‘울면서 달리기’ 같은 거 아닐까요? 저도 앨범 들으면서 비슷한 느낌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특히 앨범 커버를 보고 별에 감정 이입을 한 터라, 우주를 한참 헤매다가 불시착한 별의 시점으로 감상하기 시작했죠. ‘Intro: 빛나는 스트라이크’가 깔리면서 광속으로 날아온 별이 영혼 빌리지 마당에 쾅 박히고, 거기서부터 ‘저기요’ 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 같았던 기억이 나요. 신인류치고 ‘인트로가 좀 쎈데?’ 싶다가도 온유 님 목소리가 나오면 ‘역시 내가 아는 신인류이네’ 안심하게 되는 것도 좋았고요.

온유: ‘저기요’ 얘기가 나온 김에 말씀드리면, 사실 제가 ‘리턴 투 피크닉’을 만들면서 일본 영화나 음악의 영향을 되게 많이 받았어요. ‘J팝스럽다’는 후기를 보면서 알아채 준 분들이 많구나 싶더라고요. 그런 맥락에서 ‘스미마셍~’ 같은 조심스러운 분위기로 ‘저기요’가 등장했어요. 본격적인 모험을 시작하기 전, 한없이 조심스러운 화자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혹시 작업하면서 어떤 작품들을 파고들어 가셨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콘셉트를 생각하고 일부러 찾아보신 건지도요.

온유: 일부러 본 건 아니고요, 제가 원래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작업하면서 레퍼런스로 공유하는 경우도 많아요. ‹빛나는 스트라이크›를 작업할 때는 영화감독 이와이 슌지(岩井俊二)와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의 영화를 열심히 봤어요. 원래도 좋아했지만 작업하면서 여유가 없으니까 일부러라도 영감을 얻자는 마음으로 엄청 몰입해서 봤던 것 같아요.

7번 트랙 ‘Kaibutsu’도 곡 설명에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怪物)›(2023)을 언급하셨더라고요. 아니, 형언 님. 지금 웃는 이유가 너무 오타쿠 대폭발 분위기라서 그런가요? (웃음)

형언: 아뇨. 아니에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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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 오리지널 포스터. 참고로 괴물의 일본어 발음이 ‘Kaibutsu’다.

온유: 사실 저는 지브리파인데 형언은 디즈니파거든요. 그래서 항상 이렇게 서로 튕겨 나가요. 저는 디즈니도 좋아해요! 일본 작품은 대체로 좀 느긋하고 소품 같은 느낌이어서 좋고, 디즈니는 되게 격렬하고 스펙클 하잖아요. 자본의 냄새가 물씬 난달까요. 서로 주는 영감이 달라서 다 좋아요.

형언: 아니야. 나도 지브리 좋아해. (웃음) 얘기하다 보니까 갑자기 생각나는 순간이 있는데요, 저희가 보통 1차로 편곡해서 어느 정도 곡을 완성하고 나면 작업실에서 불 끄고 함께 영상 보는 시간이 있거든요. 그 영상을 주로 언니가 틀어줘요. 예를 들면, 곡의 영감이 된 일본 애니메이션을 음 소거 상태로 설정하고 그 위에 저희 노래를 틀어서 함께 보거든요. 그러다 보면 갑자기 엄청나게 싱크가 잘 맞을 때가 있어요. 어느 날 괴물이랑 괴수가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압축한 편집 영상을 틀어놓고 듣는데, 저희 음악이 영상의 호흡과 너무 잘 맞아서 놀랐어요.

온유: 맞아요. 저는 곡이 주는 느낌을 엄청 중시하는 편이라 제가 ‘잠깐만’을 외친 후 불 끄고 음 소거하고 노래를 틀어서 들어보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게 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도 많고요.

정환: 그런 걸 엄청 많이 공유해주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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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류에서 베이스를 맡은 문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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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은 방에서 정말 많은 일이 이루어지네요.

온유: 그러니까요. 영화도 보고 밥도 시켜 먹고… 이렇게 여기서 먹고 치우고 또 작업하고 하는 게 신혼부부 같지 않냐고 농담한 적도 있었어요. 단칸방에서 시작하는 신혼부부 같다고. (웃음) 딱 세 평 짜리 방에 김밥이랑 강아지가 왔다 갔다 하니까요. 사실 이건 뭔가 좀 부끄러워서 어디에서도 얘기한 적이 없어요. 혹시 저희 음악이 너무 헝그리 정신으로 들릴까 봐서요. 좀 더 멋지게 세계관을 멀리 넓혀나가는 음악으로 들리게 하고 싶어요.

형언: 생활은 헝그리하게, 음악은 리치하게. (웃음)

‘음악은 리치하게’라니 무슨 표어 같은데요. (웃음) 디즈니 혹은 지브리의 거창한 세계관도 사실 굉장히 작은 우연에서 시작해서 광대하게 뻗어나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저는 헝그리가 아니라 낭만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음악에서 낭만 빼면 뭐가 남나요! 오히려 이 얘기를 듣고 많은 분이 신인류의 음악을 더 귀엽게 듣지 않을까 싶어요. 이야기하다 보니까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J팝 얘기를 많이 하게 됐는데, 전 사실 신인류의 곡을 들으면서 ‘가요’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뒤로 이어지는 ‘미완성 효과’나 ‘이상하고 아름다운’ 같은 곡들도 그렇고, 8~90년대 정성스럽게 만든 가요 느낌이요.

온유: 지금 말씀하는 얘기가 너무나도 흥미로운데요. 신인류는 사실 대중성에 대해서 진짜 고민을 많이 하는 팀이에요. ‘과연 대중성이라는 게 뭘까?’ 왜냐하면 저도 그렇고 멤버들 또한 아이돌 음악도 많이 듣고 좋아하거든요. 자극적인 비트나 비주얼적으로 화려한 것을 쫓으면서도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은 옛날 노래도 주고받으며 대중성에 대한 얘기를 자주 해요. 제 생각에 대중성은 본질은 마이너해도 사람들을 홀리듯 따라가게 만드는 게 아닐까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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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류 공식 로고

그래서 저희가 앨범을 만들면서 첫 목표로 삼은 게 ‘모든 곡을 타이틀처럼 만들자’였어요. 제가 좋아하는 멜로디 라인이 있어요. 러브홀릭, W, 3호선 버터플라이 같은 분이 만들던 그 시절 그 멜로디를 진짜 너무너무 좋아해요. 그래서 멤버들이랑 최대한 그런 곡들의 장점을 상상하며 곡의 뼈대를 만든 다음, 거기에 비례하게 편곡을 진행하자고 얘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곡은 밀도 있고 미니멀하게, 편곡은 화려하고 세련되게.

실제로 앨범에 실린 곡들이 딱 그런 이미지인 것 같아요. 곡 자체는 대중가요와 팝으로 클래식한 느낌이 있으면서도 편곡은 요즘 스타일의 세련미들이 군데군데 살아 있죠. 대중성에 대한 온유 님 말도 공감이 가는 게, 사실 작년 최고 인기곡이 에스파의 ‘Supernova’였잖아요. 어떻게 봐도 일반적으로 대중적이라고 할 수는 없는 곡인데, 듣는 사람을 압도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죠. 어쩌면 우리도 특정 멜로디, 특정 가사를 두고 ‘이게 대중적이야’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형언: 언니 얘기를 듣다 보니까 갑자기 생각난 건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신인류의 대중성을 ‘얼마나 친절할지’로 생각하고 작업하는 편이에요. 저는 음악을 하나의 인격체로 생각하면서 작업하거든요. 예를 들어 지금 여기서 저희가 나누는 대화만 생각해 보더라도, 제가 말을 꺼낸 다음에 어떤 전개가 이어질지 수천, 수만 개의 가능성이 존재하잖아요. 제가 완전히 다른 얘기를 꺼낼 수도 있고, 갑자기 집에 가버릴 수도 있고요. 저는 그 안에서도 가장 친절하게 다음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에요.

음악도 그래요. ‘미완성 효과’ 같은 곡은 처음에 언니가 ‘훌쩍’이라는 가사를 써서 보냈거든요. ‘어질어질해’도 있었어요. 그런 게 다 편곡에 영향을 미쳐요. 곡에 사용한 신스 패드를 잘 들어 보면 감기에 걸렸을 때의 좀 울렁거리는 느낌이 나고, 피치가 왔다 갔다 해요. 듣는 분이 가장 예민한 감각으로 편하게 저희 음악을 듣게 하고 싶어요.

‹2025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 ‘미완성 효과’ 라이브 영상

온유: 저희가 성향이 참 다른데, 예를 들면 형언은 되게 친절하고, 저는 항상 뭐든 난해하게 꼬거든요. 코드, 멜로디…

정환: 그 사이에서 항상 고통스러워하는 저. (웃음)

온유: 제가 꼬고 또 꼬면 형언이 와서 좀 느슨하게 풀어줘요. 저희 음악에 대한 반응 중에 ‘코드 진행이 독특하다’ 같은 얘기가 많은데, 그게 장점으로 들리는 건 아마 편안하게 전달하려고 고민하는 형언의 노력이 크지 않을까 해요. 디즈니와 지브리의 운명적인 만남인 거죠. (웃음)

한편 정환 님은…

정환: 저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곡들에 베이스 노트가 진짜 많거든요. 제발 알아주세요. (웃음) 

온유: 아무래도 밴드라고 하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기타인데, 저희 밴드에 기타가 없잖아요. 정규 앨범을 준비하면서 베이스, 보컬, 키보드로 어떻게 캐릭터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곡에도 건반이지만 기타, 베이스지만 드럼이나 기타, 보컬이지만 건반 같은 식으로 각자 가지고 있는 포지션 이상으로 멜로디를 많이 집어넣었어요. ‘Kaibutsu’ 같은 곡도 들어 보시면 신스나 아르페지오 같은 게 과할 정도로 많이 들어가 있어요. 아무래도 정규 앨범이다 보니 욕심이 많았는데, 다행히 멤버들도 같은 마음이라 티키타카가 잘 맞아떨어진 듯해요.

마침 ‘Kaibutsu’ 이야기를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Kaibutsu’는 이번 앨범 중에서 뭐랄까요, 여러 요소가 가장 격렬하게 꿈틀거리는 곡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바로 전 트랙인 타이틀 곡 ‘정면돌파’로 신인류가 가진 대중적 친절함을 보여준 후, “우리 이런 것도 할 수 있어!” 외치며 상승하는 느낌이 강했어요. 시작할 때의 화려한 베이스 라인도 그렇고, 곡 후반부에서는 거의 연주력 대결 같은 파트도 등장하고요.

정환: 진짜 파격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 곡이죠. 베이스 인트로도 그렇지만 후렴에서 기타처럼 파워 코드 같은 걸 막 갈겨서 넣어 보기도 하고 신스 베이스도 더 세게 넣어놨어요. 의도적으로 오디오 클립들을 뚝뚝 끊어 넣기도 했고요. 개인적으로 신인류의 곡 중 편곡이나 믹스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파격적이고, 과감하기로는 끝판왕 느낌의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Kaibutsu’

온유: 지나고 보면 ‘사랑이 악역을 자처할 때’(2023)가 ‘Kaibutsu’ 같은 곡을 만들고 부르는 신인류의 시작점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 그때부터 되게 반항해 보고 싶었거든요. 우리는 사랑을 얘기하는 밴드지만, 사랑이라는 게 행복하지만은 않잖아요. 사랑을 통한 분노와 아픔 같은 감정도 얘기할 줄 아는 팀이 되자고 생각했어요. ‘두 개의 제안’과 ‘Kaibutsu’는 감정적으로 이어진 곡이기도 해요. 회상이나 그리움, 사랑의 아픔을 단계적으로 빌드업하고 싶었어요. 편곡은 신나지만 가사나 멜로디는 슬프게 가자고 상의한 후 작업에 들어갔죠.

이와이 슌지의 ‹릴리 슈슈의 모든 것› 한국판 포스터

그러던 어느 날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를 보는데 이와이 슌지도 ‘블랙 이와이’랑 ‘화이트 이와이’가 존재하더라고요. 특히 ‘두 개의 제안’은 제가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1)을 보고 멜로디와 편곡 방향성을 정하기도 했어요. 두 곡을 작업하면서 계속 의문을 가졌던 그 ‘뒤틀린 아픔’의 끝이 어디일지 생각해 보니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이 종착점 같더라고요. 영화를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작품에 죽음에 대한 묘사도 있거든요. 그즈음 죽음을 다룬 논문을 하나 읽었는데,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두 갈래가 ‘잘 살기’와 ‘잘 죽기’라는 대목이 있었어요. ‘두 개의 제안’이라는 곡 제목도 거기에서 비롯됐죠.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사랑으로 감싸안는 신인류인가요?

온유: 픽사로 비유해 설명하자면, 영화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2015)이 적절할 것 같아요.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같은 다양한 감정이 있는데 그 친구들이 하나가 되어 아이를 지키는 거죠. ‘Kaibutsu’와 ‘두 개의 제안’은 ‘영혼 빌리지’ 안의 슬픔이랑 버럭이 같은 존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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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 캐릭터

이렇게 다양한 곡을 들을 수 있는 게 정규 앨범의 가장 큰 장점이죠. 그래도 신인류 하면 역시 다정한 노래를 떠올리게 되는데요. ‘정면 돌파’나 ‘일인칭 관찰자 시점’ 같은 타이틀 곡이 그런 역할을 하지 않나 싶네요.

온유: 결국에는 메시지였던 것 같아요. 다양한 이야기와 감정을 담았지만, ‘우리가 제일 크게 전달하고 싶은 건 이런 거야’ 하는 게 담긴 곡을 타이틀로 정했어요. 더블 타이틀이지만 전혀 다른 곡들이에요. ‘정면 돌파’는 우리 앞에 정말 많은 일이 있지만 정면으로 돌파해 나가자는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었어요. 지금 사회에 가장 필요한 메시지 같기도 하고요. 반면에 ‘일인칭 관찰자 시점’은 노래를 하는 우리도 주인공이지만 노래를 듣는 분들도 주인공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우리 다 같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만들어가 보자’ 같은 마음으로요.

‘정면 돌파’ Official MV

형언: 언니가 스토리텔링으로 타이틀을 설명해 줬다면, 저는 사운드적인 첨언을 하고 싶은데요. 저희 정규 앨범이 장르도 사운드도 정말 다양해요. 작업하면서 ‘이 중에 네 취향 하나쯤은 있겠지’라고 자주 생각했어요. 실제로 그렇게 다양한 반응을 주시는 것 같아 신기하기도 하고요. ‘정면 돌파’는 시원시원하게 달려 나가는 청춘이고, ‘일인칭 관찰자 시점’은 도쿄에 살고 있는 친절한 3~40대 여성 같은 이미지를 떠올렸어요. 브랜드로 치면 무인양품(無印良品). (웃음) 우선 두 곡으로 우린 이런 이야기를 하는 팀이라는 걸 보여주고, 본격적인 앨범으로 들어오면 그 외에 희로애락을 전부 느낄 수 있는 경험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저도 타이틀 곡에 친절하게 설득당해서 들어오신 분들이 의외로 다양한 걸 맛볼 수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안정과 편안함을 얻고 싶어서 들어왔다가 반짝이는 것을 새롭게 주워갈 수 있는 앨범이랄까요. 개인적으로는 ‘일인칭 관찰자 시점’이 ‘이 중에 네 취향’을 저격한 곡이었어요, 모든 풍파를 다 겪고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편안하게 쉬는 풍경이 절로 떠오르는 노래였어요. 이런 곡이 마지막 곡이어서 앨범이 더 좋아지기도 했고요. 타이틀 곡인데 마지막에 배치한 것도 좀 독특했어요.

온유: 듣는 사람이 딱 그런 생각을 하길 바랐어요. 메시지도 메시지지만 타이틀 곡이 이런 곡이고 앨범 마지막에 있으면 앞에 놓인 곡들이 자연스럽게 궁금해지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예를 들면 다이닝 코스에서 디저트가 끝내주게 맛있는 거예요. 앞에도 잘 먹었지만, 디저트를 먹으면서 ‘이게 메인이었구나!’ 하면서 다시 메뉴를 곱씹는 거죠. (웃음) 이번 앨범은 사람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앨범을 쭉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제일 커요.

‘일인칭 관찰자 시점’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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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노렸다면, 성공하셨습니다. (웃음) 첫 정규 앨범인데요. 혹시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요?

정환: 그냥 무조건 많은 곳에서 불러 주셨으면 좋겠어요. 많이 굴려지고 싶어요.

온유: 바빴으면 좋겠어요. 바쁘고 싶어요. 라이브도 많이 하고 싶고요. 최근 앨범 녹음 작업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까 저희 체력이 많이 비축되어 있습니다. 라이브는 에너지와 체력의 발산이기 때문에 멤버들 체력 관리가 정말 중요해요. 저는 성대를 쓰는 사람이지만 노래를 전문적으로 하는 보컬은 아니라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최근 음성 치료를 시작하기도 했어요. 일종의 튜닝 같은 건데 라이브를 많이, 잘하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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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25일 ‹피크 페스티벌 2025›에서의 공연 모습

형언: 라이브를 정말 많이 하고 싶어요. 그리고 저희 음악을 현장감 있게 많은 분이 느끼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참고로 저랑 정환이는 같은 곳으로 도수치료 다니고 있습니다. (웃음) 키보드 치다 보면 몸 한쪽이 좀 틀어지는데 도수치료사분이 도대체 무슨 직업이냐고 항상 물어보세요.

정환: 3~4kg 나가는 베이스 메고 2시간 서 있으려면 허리가 진짜 튼튼해야 하거든요. 전 수영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멤버분들 모두 프로 직업인 같은 모습인데요.

온유: 헬스도 매일 해요. 프로 정신으로. 공연을 위해서. 그러니 많이 불러주세요.

마음가짐과 준비가 장난이 아니네요. ‘많이 불러주세요’에 꼭 볼드 처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정규 앨범 발표가 목표였겠지만, 이후 새로운 목표로 삼은 게 혹시 있을까요?

온유: 해외 투어를 너무 가고 싶어요. 우선 일본부터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저희가 곡을 만들면서 다양한 영감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걸 함께 나눈 멤버들이랑 같이 일본에 가서 공연까지 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기존 곡 중에 일본어로 가사를 번역해서 녹음하고 발표해 보려는 시도도 꾸준히 해보고 있어요. 물론 국내도 불러주시면 언제 어디든 갑니다. 저희 정말 모든 준비가 다 되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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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신인류(@shin_in_ryu)는 신온유(보컬), 하형언(키보드), 문정환(베이스)으로 구성된 3인조 밴드다. 2018년 싱글 ‘너의 한마디’로 데뷔한 이후 부지런히 활동을 전개한 이들은 2019년에만 EP ‹우리에게 여름은 짧다›와 싱글 ‘너=날’, ‘허밍’, 드라마 ‹멜로가 체질›(2019) OST 참여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2020년 6월 인스타그램을 통해 갑작스럽게 전한 활동 종료 소식은 이제 막 이들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사람을 적잖이 놀라게 했다. 꼬박 2년이 지난 2022년 6월, 다시 인스타그램으로 활동 재개를 알린 신인류는 5인조가 아닌 3인조로 재편하고 이후 6개월 만에 EP ‹희망서›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2.0 체제로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다양한 무대와 싱글로 자신만의 길을 차분히 걸어 나갔다. 그리고 2025년 4월, 첫 정규 앨범 ‹빛나는 스트라이크›를 발표했다. ‘최대한 많은 활동을 하고 싶다’라는 포부에 맞게 다양한 음악 페스티벌과 단독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애플 뮤직Apple Music이 선정한 ‘UP NEXT KOREA’에 이름을 올렸다.

Writer

김윤하(@romanflare)는 K팝에서 인디까지 다양한 음악에 관해 쓰고 이야기하는 대중음악평론가다. 여러 온오프라인 매체에 글을 기고하거나 출연하면서 작가 겸 기획자, 음악 콘텐츠 프로듀서로도 일한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한국대중음악 라이너노트』 『’멜로우 시티 멜로우 팝』 『케이팝 씬의 순간들』(공저) 등을 썼다. 현재 «시사IN» «국민일보» «밀리의 서재»등에 칼럼과 인터뷰를 연재하며 한국 대중음악 큐레이션 뉴스레터 ‘PICK SERVICE’(@pick.service)를 운영 중이다. 무엇보다 사랑과 음악이 끝내 세상을 구할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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