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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ce of Seoul

피스오브서울: 까데호 ‹ENDLESS›

Writer: 김윤하
[PoS]까데호(0923)_1_오프닝

Piece of Seoul

요즘 반짝이는 한국 대중음악 앨범과 그 주인공을 탐색합니다

‘피스오브서울 Piece of Seoul’은 대중음악평론가 김윤하 님이 새롭게 발매된 한국 대중음악 앨범 중 가장 인상 깊은 피스를 꼽고, 해당 음악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입니다. 피스오브서울에서 피스는 조각(piece)이면서 동시에 평화(peace)를 뜻합니다. 지금 한국에서 태어난 새로운 음악의 조각과 거기서 길어 올린 마음의 평화를 음악가의 목소리로 직접 들을 수 있습니다. 열세 번째 피스의 주인공은 3인조 밴드 까데호(@cadejo___)입니다.

이태훈(기타), 김재호(베이스), 김다빈(드럼)으로 이루어진 까데호는 2018년 결성 이후 7년간 ‘일주일에 한 번 합주’라는 원칙을 지켜온, 국내에서 보기 드문 잼 밴드입니다. 이 선택이 어떤 모험인지 아는 사람은 압니다. 꽉 짜인 멜로디나 극한의 감정 고조를 선호하는 한국 청자들에게 즉흥은 취향을 넘어 두려움에 가까운 장르이니까요. 그러나 이들은 끝없이 달라지는 연주 속에서 변치 않는 리듬을 길어 올리며, 대표곡 ‘우리’로 스스로의 이름을 각인시켰습니다.

“우리가 뭐 언제 계획하고 한 적이 있었어?!”라는 멤버들의 농담처럼, 계획보다 순간의 에너지를 따라가면서도 자신들의 호흡을 놓치지 않은 까데호. 이번에는 스스로 방향을 틀어 새 앨범 ‹ENDLESS›를 내놓았습니다. 김윤하 님과 나눈 인터뷰에서,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세 사람의 목소리를 BE(ATTITUDE) 웹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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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데호(CADEJO) 프로필, 2020 ⓒCADEJO

한국 음악시장에서 연주음악이 차지하는 입지는 굳이 설명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좁고 얕다. 연주음악이라고 하면 서울 근교 어딘가의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흘러나오는, 대체로 출처가 불분명한 건반 연주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대부분일 테다. 사람 목소리가 들어 있지 않으면 ‘반주’ 취급하는 버릇은 어쩌면 전국 방방곡곡 퍼져 있는 노래방의 영향일지도 모른다.

밴드 까데호는 이런 척박하기 그지없는 환경 속에서 연주자들로 이뤄진 잼밴드를 지향한다. 잼이라니, 이건 더한 청천벽력이다. 꽉 짜인 멜로디나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감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한국 청자들에게 즉흥은 취향을 넘어선 두려움에 가까운 장르다. 그러나 까데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세 사람이 거쳐온 밴드만 해도 열 손가락이 부족한 이들은 2018년 결성 이후 단 한 주도 빼지 않고 매주 한 번 이상의 잼과 합주하며 활동을 이어갔다. 그 가운데 귀한 히트곡 ‘우리’도 탄생했다. 타협 아닌 타협처럼 사람의 가창이 포함된 곡이었지만, 아는 사람은 알았다. 앨범 버전을 제외하고, 세상에 똑같은 ‘우리’는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날의 흥과 리듬에 맞춰 얼마든지 모양을 바꿔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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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데호의 신보 ‹ENDLESS› 앨범 표지, 2025 ⓒCADEJO

‹ENDLESS›는 그렇게 지난 수년간 ‘자유(FREE)’를 키워드로 날개를 뻗어 나가던 까데호가 스스로의 의지로 방향을 틀고 틀을 만든 앨범이다. 익숙한 기타나 베이스, 드럼이 아니라 기묘한 효과음과 왜곡된 소리로 시작하는 첫 곡 ‘ENDLESS JUNGLE’만 들어봐도 안다. 앨범을 낸 지 갓 한 달이 지나고 무려 28분 29초 길이의 싱글 ‘ENDLESS JAM’을 별도로 발표하기도 했다. 잼과 자유를 밀쳐 놓은 게 아니라 사랑하는 연주와 잼을 더 재미있게 하기 위해 다음 챕터로 뛰어든 까데호 세 사람, 이태훈(기타), 김재호(베이스), 김다빈(드럼)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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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데호(CADEJO). 왼쪽부터 김다빈(드럼), 김재호(베이스), 이태훈(기타), 2024 ⓒCADEJO

2018년 결성한 이후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어요. 각자 추다혜차지스나 여타 개인 활동으로도 무척 바쁜 걸로 알고 있는데, 까데호 활동과 병행하기 힘들지는 않으신가요.

태훈: 그렇게 어렵진 않아요. 저희는 항상 연주자로 일해 왔잖아요. 열심히 일하다 보면 에너지가 돌아서 자기 시간도 온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또 각자 바쁘니까 다른 멤버들 바쁠 시간에 제 일도 하고요. 지금도 바로 며칠 전까지 재호, 다빈 두 사람은 추다혜차지스 일로 스페인에 있었고요, 그동안 전 제 작업을 했습니다. 저희가 다 전업 뮤지션이 인생 목표이고 현 상태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더 서로 일하는 것을 최대한 존중하려고 해요. 지금을 유지하면서 다음 단계로 나가려면 계속 스스로 새로운 걸 찾아 나가야 하고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걸 잘 알아요,

재호: 박리다매. 박리다매. (웃음)

그렇게 7년을 지내온 게 정말 쉽지 않았을 것 같거든요. 실제로 까데호처럼 연주와 잼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팀이 정말 드물기도 하고요. 여러모로 쉽지 않은 7년이었을 것 같아요. 

재호: 저희는 까데호를 결성하기 전부터 어느 정도 그렇게 쭉 살아왔기 때문에 오히려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다빈: 저도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팀이라고 해도 밴드마다 성향이 다르잖아요. 저희 특징이라면 ‘일주일에 한 번 합주를 한다’ 정도. 7년 동안 이 원칙은 바뀐 적이 없어요.

재호: 근데 뭐 합주가 아니더라도 평균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보게 되더라고요. 저에게는 직장 같아요. 좋은 의미로요. 책임감도 느끼고, 생활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어요. 집에서 쉬는 날에도 까데호 단톡방은 늘 불이 나거든요. 새로운 이슈, 결정해야 할 일이 끊임없이 생겨요. 거의 24시간 회의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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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의 평소 합주 풍경을 담은 듯한 장면, 2020 ⓒCADE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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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의 평소 합주 풍경을 담은 듯한 장면, 2020 ⓒCADEJO

까데호 잘나가네요. (웃음)

태훈: 좀 신기하긴 해요. 저희가 20대 때도 다 밴드를 하고 있었는데, 그때랑 지금이랑 돌아오는 게 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그때도 지금도 들이는 품은 비슷한 거 같은데 피드백이 달라요. 전 아직도 기억나는 게 저희가 활동 초기에 ‘무대륙’에서 공연한 적이 있었거든요. ‘New Comer’라고, 다빈이 들어왔을 때쯤 저희가 기획해서 하던 공연이었는데, 항상 10명 정도이던 관객이 어느 날 갑자기 서른 명이 넘은 거예요. 그걸 보고 ‘무대륙’ 사장님이 ‘야, 너네 이제 됐다.’ 이러시더라고요. 그런데 그즈음 그런 반응이 한 명이 아니고 저희 주위에서 음악하던 분들 반응이 유독 좋았어요. ‘야, 너 이제 됐다’면서. 그래서 ‘…됐나?’ 하고 어리둥절해했던 기억이 아직도 나요.

재호: 이건 좀 세속적일 수 있는데, 초기에 정말 듣보잡으로 활동하고 있을 때 이런저런 브랜드에서 연락이 오는 게 신기했어요. 까데호 제4의 멤버 승준(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텔레포트’ 대표 이승준)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영업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잖아요.

승준: 처음엔 안 팔리더라고요. (웃음) 제가 전에 서사무엘이랑도 같이 작업을 했었는데 그때는 패션지들에서 반응이 바로바로 왔거든요? 근데 까데호는 연락이 안 와. 그래서 한동안 고전하다가, 까데호 1집 ‹FREESUMMER›(2019)가 나온 뒤에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다들 그 앨범을 듣고 까데호가 멋있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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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데호와 이승준, 2023 ⓒCADE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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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Comer›, 2019, 무대륙 포스터

생각보다 승준 씨의 역할이 크구나 싶네요.

태훈: 정확해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어떤 인디밴드나 연주밴드와 다른 길을 가고 싶어 했고, 그러면 우리끼리 해서는 답이 없다 싶었거든요. 저희가 좋아했던 그 수많은 멋진 연주밴드의 흥망성쇠를 곱씹으면서, 정말 다르게 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승준이와 함께하게 됐죠. 저희가 할 수 없는 걸 할 줄 아는 사람이었어요. 아, 얘 기 살려주면 안 되는데. (웃음) 그리고 또 하나, 이건 전에도 얘기한 적 있는데 ‘우리’라는 곡이 진짜 컸어요. 그전까지만 해도 솔직히 연주하면서 누가 더 늦게 밀어 치나, 누가 먼저 잠드나, 눈치 보면서 타이밍 각 재는 그런 느낌에 불과했단 말이죠. 그런데 재호가 갑자기 뚝딱뚝딱 ‘우리’ 모티브를 만들어 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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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데호와 이승준의 프로필 촬영 현장 모습, 2025 ⓒCADEJO

승준: 그리고 거기에 다빈 씨가 등장했죠. 전 예술 잘 모르는 사람이고 장사를 주로 하는 사람이라, 표현이 좀 그렇지만, ‘우리’에 다빈 드럼이 딱 얹히는데, ‘오, 이건 팔리겠다’는 느낌이 딱 들더라고요. 실제로 지금도 까데호 음원 수익 1위 곡입니다.

까데호(CADEJO), ‹우리(Us)›, Official Music Video, 2019 ⓒCADE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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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중 즉흥적인 잼을 펼치고 있는 장면, 2023 ⓒCADEJO, Instagram

살다 보면 타이밍이 전부다 싶을 때가 많죠. 그렇게 생각해 보면 이번 앨범 ‹ENDLESS›도 까데호에게 타이밍 좋게 찾아온 앨범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FREE’에서 ‘ENDLESS’로 바뀐 키워드도 그렇고, 앨범 소개 글에 쓰인 ‘오만한 젊음의 끝자락’ 같은 표현을 봐도 그렇고, 뭔가 변화를 갈망하는 앨범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더라고요.

재호: 확실히 세 사람 다 ‘변화’를 원했어요. 이전에 낸 3장의 앨범이 의도치 않게 연작이 되었거든요. ‘또 이렇게 할 수는 없다’는 화두가 팀 안에서 공통적으로 생겼던 것 같아요.

다빈: 저희 셋 다 같은 곡을 계속 연주하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요.

안 그래도 다큐멘터리에서 ‘즉흥 밴드가 즉흥을 지겨워하기 시작했다’라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태훈: 방식의 문제였던 것 같아요.

재호: 앨범 준비를 하면서 그런 얘기를 했어요. 저희 세 사람 말고 ‘다른 소리가 들렸으면 좋겠다.’ 변화를 생각하면 가장 단순한 방법이잖아요. 그리고 극단적으로 저희가 꾸준히 추구해 온 ‘즉흥’의 반대가 뭘까를 생각했어요. ‘루프’더라고요. 저희 그런 음악도 많이 듣거든요. (태훈: 크라프트베르크 이런 거) 우리가 그런 걸 못할 이유가 있나,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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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데호(CADEJO) 프로필, 2025 ⓒCADEJO

안 그래도 이번 앨범의 핵심 단어로 ‘루프’와 ‘라운지’를 언급하신 게 흥미로웠거든요.

재호: 그렇다고 딱히 일부러 반대만 찾아다닌 건 아니에요. 아까 말한 것처럼 그런 음악을 평소에 생각보다 많이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변화하면 좋겠다 싶었는데, 또 그렇다고 우리의 자아를 잃어서는 안 되겠더라고요. 만드는 과정에서는 고민을 좀 했어요.

태훈: 재호가 시간을 많이 썼어요. 시간 걸려서 뭔가를 써 오면 저랑 다빈이랑 피드백을 주고 다음 다른 거 가져와서 또 피드백을 받고 했어요. 이런 식으로 작업한 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늘 동시에 뭔가를 해서 나온 걸 두고 서로 피드백을 나누면서 쌓아 올리는 과정이었다면, 이번에는 프로듀서가 재호였어요. 그래서 크레딧에도 그렇게 넣자고 했는데 재호가 싫다 그래서 까데호로 쓴 거예요 사실. 한 번뿐인 찬스를!

다빈: 저희가 한 15분 펼쳐서 녹음하면 그거 가져가서 다 편집해 오고….

재호: 우선 전 별로 동의할 수가 없고요. (웃음) 전 그냥 제 역할을 한 거예요. 그냥 신시사이저를 갖고 왔을 뿐이었고, 그냥 제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가 본 느낌에 가까워요. 그렇다 보니까 집에 가져가서 편집하는 시간이 좀 많긴 했고요.

태훈: 재호가 원래 그런 걸 좋아하긴 해요. 전 막 그냥 와락 하는 스타일인데, 재호는 그걸 자기 마음대로 이리저리 만드는 걸 좋아해요. 그럼 다빈이는 저쪽에서 저기 어디 먼 데 가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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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프로필, 2023 ⓒCADE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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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프로필, 2023 ⓒCADEJO

까데호의 ‹ENDLESS›, ‘JUNGLE’로 시작하는 7트랙의 여정

다빈: 전 그냥 음악 듣는 거 좋아해요. 연주하는 것보다 그냥 집에서 음악 듣는 게 좋아요. (웃음) 오늘도 오랜만에 집에서 좋아하는 판 하나 틀어 놓고 있는데 너무 행복한 거예요. 근데 나가야 돼. ‘이 더운데 또 어떻게 나가나~.’ (웃음)

승준: 다빈이 저렇게 말하지만 제 생각엔 굉장한 활동가예요. 예를 들어 까데호가 해외에 같이 나갈 일이 있으면, 태훈이랑 재호는 일로만 가요. 그런데 다빈이는 여기저기 쏘다녀요. 예전에 베를린 갔을 때도….

다빈: ‘형님들~ 재미난 언더그라운드 클럽 찾아서 갑시다~’ 하면 둘 다 ‘나는 안 되겠다. 일단 라면 먹고’ 이런다니까요. (웃음) 며칠 전에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1989년부터 운영했다는 언더그라운드 클럽에 다녀왔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샤잠(Shazam) 으로 찾은 음악을 오는 길에도 엄청 들었어요. 

재호: 그런 데서 아침 5시까지 놀다 오고 그래요. 이제 아주 젊은 나이도 아닌데 아직 열정이 죽진 않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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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빈 프로필, 2023 ⓒCADEJO

이야기를 들을수록 세 분 조합이 아주 절묘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번 앨범에는 그 외에도 중요한 인물이 있잖아요. ‹ENDLESS›에서는 제5의 멤버라고 해도 될까요? 일본의 엔지니어이자 프로듀서 우치다 나오유키(Uchida Naoyuki)입니다.

태훈: 맞아요. 사실 재호만큼 중요한 게 우치다 형님이었어요. 저희가 원래도 정말 좋아하는 분이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그분 덕분에 이번 앨범에서 완전히 달라졌어요. 전 포지션이 기타라, 평소에 다른 멤버보다 좀 더 나대려고 하는 편이거든요. 공간을 채우려는 습관이 있어요. 이번에 재호가 신스 라인도 촘촘히 짜오고 우치다 님도 들어오면서 제가 좀 내려놓은 곡이 정말 많아요. 그냥 형님에게 모든 걸 맡겼습니다.

다빈: 그분이 활동하는 Oki Dub Ainu Band라는 팀이 있는데, 홋카이도 민요를 다루는 팀이거든요. 덥 와이징(Dub Wizing)에 있어서는 도가 튼 분이에요.

승준: 저희가 작년 4월 일본에서 공연할 때 우치다 님과 우연히 같이 라이브를 하게 되어서 ‘그냥 형님 마음대로 덥(Dub)으로 알아서 해 주세요’라고 요청드렸거든요. 그날 라이브를 하고 까데호 멤버들이 다 넋이 나가버린 거예요. 그 좋은 기억을 안고,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마침 우치다 님이 떠오른 거죠. 시작부터 우치다 나오유키 참여는 정해진 프로젝트였어요. ‹ENDLESS›의 까데호는 4명의 연주자인 셈이죠. 원래 제목에도 우치다 님 이름을 넣으려고 했는데, 굳이 안 그래도 된다고 하셔서 ‘그럼 대장으로 모시겠습니다’ 그 말씀만 드리고 지금처럼 작업했어요.

우치다 나오유키(Uchida Naoyuki)와 함께한 «Into Your Dream» 라이브, 도쿄, 2024

덥(Dub)은 알아도 덥 와이징(Dub Wizing)은 생소한 분도 꽤 계실 것 같아요.

다빈: 일반적으로는 그럴 수 있지만 레게, 덥 장르나 언더그라운드에서는 굉장히 많이 하는 작업이에요. 

재호: 원래도 저희 모두 굉장히 좋아하고 자주 듣는 장르거든요. 그 끝판왕을 만나면서 빠르게 작업이 진행된 거죠. 그런데 그렇다고 저희가 레게를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까데호가 중심에 있어야만 했고, 없던 걸 만들고 싶었어요. 우치다 님이 진짜 좋았던 게, 다루는 음악 폭이 정말 넓은 분이에요. 심지어 믹싱 엔지니어 역할도 충실하다 보니까 엔지니어 겸 덥 와이저로 저희와 함께 했다고 보면 돼요.

작업은 까데호 팬이라면 익숙할 춘천 ‘상상마당’에서 이뤄졌더라고요.

다빈: 우선 데모와 가녹음은 저희 연습실에서 했어요. 그걸 녹음 전에 우치다 님하고 공유했고요.

태훈: 그런데 솔직히 우치다 형은 그런 거 하나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거 같아요. 들리는 대로 그냥 그 자리에서 이펙터 몇 개 챙겨와서 라이브 믹싱을 하는데, 진짜 와… 멤버들이 차례대로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체크하는데, 얘들이 들어가면 안 나오는 거예요, 너무 좋아서. 그런데 저도 들어가니까 알겠어. 제가 낸 소리는 요만큼인데, 이따만 해지는 거예요. 지금까지 상상도 못했던 부분이었고, 그런 경험을 처음 해 보니까 다들 맛이 가가지고. (웃음)

다빈: 소리가 너무 좋은 거예요. 그냥 그대로 각자 솔로 앨범 만들고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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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LESS JAPAN TOUR» 비하인드 장면, 에노시마, 2025 ⓒCADEJO,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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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LESS JAPAN TOUR» 라이브, 에노시마·도쿄, 2025 ⓒCADEJO, Instagram

다큐멘터리에서도 말씀 하시더라고요. 보통 엔지니어는 밸런스를 잡는 역할인데, 완전히 새로운 연주자 한 명을 맞이한 느낌이셨겠어요.

재호: 소리를 라이브로 들으면서 녹음을 하는데, ‘와 이건 끝났다’. 앨범에 수록된 곡 중에 한 테이크 넘어가는 곡이 없을 거예요 아마. 

태훈: 전 거의 울었어요. 연주를 직접 하는 건 아니지만 연주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이런 작업을 낯설게 여기시는 분들도 많을 수 있는데, 생각해 보세요. 데이비드 보위도 엔지니어가 실수로 기타에 걸어놓은 딜레이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곡을 만들었던 시대가 불과 얼마 전이란 말이죠. 요즘은 모든 게 너무 마이크로 매니징되는 시대잖아요. 그런 거 말고. 저도 자퇴하고 재호도 자퇴하고. 저희가 그래서 같이 하는 거예요. 메인 스트림에 쉽게 순응할 수 없는, 그런 사람들이거든요.

재호: 아, 여기서 그 얘기를 왜 해!

«ENDLESS» 제작 다큐멘터리 ‹Documentary: ENDLESS With Naoyuki Uchida›,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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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LESS» 제작 다큐멘터리 ‹Documentary: ENDLESS With Naoyuki Uchida›, 2025

자퇴로 하나된 까데호, 좋습니다. (웃음) 작업기만 들어보면 거의 끝없이 곡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재호: 후속타 ‘ENDLESS JAM’이 그래서 나왔죠.

다빈: 녹음 마지막 날 녹음은 다 끝냈는데 저희가 데모 만들어 놓은 곡들이 한 두세 시간 정도 남더라고요. 안 그래도 녹음 초반에 개인별로 테스트하면서 남는 데모로 잼 하면서 즉흥을 해 봐도 재미있겠다고 다들 생각했거든요. 그럼 그냥 하자고 정하고 악기 잡고 아무 말도 안 하고 기타 리프 시작하고, 그냥 쭉 30분간 게 발매된 트랙이에요. 라이브 비디오도 그냥 실시간으로 그대로 촬영했어요. 전 연주하면서 솔직히 한 3분처럼 느껴졌어요.

태훈: 그 곡에서 다빈이 드럼이 진짜 좋아요. 스네어의 촉촉함이…. 그냥 영원히 거기 있고 싶어.

‹ENDLESS JAM› 라이브 영상, 2025

어쩐지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까데호가 지금 시대에 드문 밴드라는 확신이 드는데요, 음악에 접근하는 방식도 그렇고 연주로 같이 호흡하는 방식도 요즘처럼 잘 짜인 기획이나 갖춰진 마케팅이 중시되는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아요.

태훈: 그러니까 저희가 잘돼야 해요. 그래야 그 뒤로도 저희처럼 바보 같은 밴드가 많이 나올 거 아니에요. 시스템만 따라가는 건 저희의 미래와 완전히 다른 미래일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만의 미래를 많은 분들이 따라와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그럼 다시 ‹ENDLESS›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번 앨범에서 작법 외에 좀 더 도전해 보고 싶었던 부분이 있었을까요.

승준: 이번 ‹ENDLESS› 작업은 이전 ‘FREE’ 시리즈와 확실히 달랐어요. ‘FREE’ 때는 라이브에 훨씬 더 집중하고 음원 성적을 비롯해 다른 부대 요소보다는 까데호의 매력 자체를 패션이나 시각적 요소를 비롯한 다양한 방법으로 알리는 걸 많이 고민했거든요. 그런데 이번 앨범은 저 혼자만의 생각이긴 한데, ‘명반이 움직이는 화법대로 움직여야겠다’ 하고 생각했어요. 어중간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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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공연 장면, 제비다방, 2025 ⓒCADEJO, Instagram

‘명반이 움직이는 화법’은 뭔가요?

승준: 어중간하게 남들 다 하는 뮤직비디오 대충 맞춰서 찍고 하는 그런 추가 요소를 다 뺐어요. 그냥 음악과 앨범 커버에 혼신을 다하고, 앨범 딱, 잼 싱글 딱, 잼 영상 딱, 이렇게 묵직하게 가보고 싶었어요. 눈치 빠르신 분들은 앨범 커버에서 이미 느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좀 더 디자인적으로 글씨도 커스텀으로 화려하게 만들고, 친근한 분위기로 사람들 이목을 끌고 싶었다면, 이번 앨범은 음악이랑 무조건 맞는 커버를 만들고 싶었어요.

다빈: 1970년대 익스페리멘탈 앨범을 레퍼런스로 많이 보냈거든요. 마일스 데이비스 ‹Bitches Brew›나 허비 행콕 앨범 같은 것들요. 저희에게도 약간 실험적인 시도였죠.

승준: 이것도 재미있는 게, ‘FREE’ 시리즈 때만 해도 멤버들이 제가 시각적인 의견 내도 별로 듣지도 않고 의견은 더더욱 안 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확실히 의견도 많이 줬고, 누구랑 작업하면 좋을지도 사전에 다 의견을 나눴어요. 이런 부분들을 잘 눌러 담아서, 농사 잘 지은 느낌이 들어서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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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스 데이비스, ‹Bitches Brew› 앨범 표지, 1970

마일스 데이비스, ‹Bitches Brew› (Live in Copenhagen), 1969

생각보다 여러모로 변화가 많은 앨범이었네요, 그러면 ‹ENDLESS›도 이전의 ‘FREE’처럼 ‘ENDLESS’ 시리즈로 갈 가능성도 있는 건가요?

태훈: 아직은 보류 중이에요. ‘ENDLESS’는 ‘FREE’라는 개념에 제한이 많이 생겼고 지겨워진 부분이 있어서 넘어간 자리에서 찾은 거였거든요. 사실 전 ‘초월’이라는 표현에 좀 더 집중하고 있긴 해요.

승준: 아직 정해지진 않았어요. 하지만 ‘FREE’에서 ‘ENDLESS’가 나온 건 확실하니까, ‘ENDLESS’가 나온 이상 이 개념을 찍고 다음으로 가는 새로운 방향 변화는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궁금해요, 사실.

재호: 우린 몰라~. 우리가 뭐 언제 계획하고 한 적이 있었어?!

이거 인터뷰 제목감인데요. ‘우리가 뭐 언제 계획하고 한 적이 있었어?!’

승준: 이거 예전에 ‘어차피 남의 말은 안 들어’랑 비슷한 거 아니야!

재호: 그게 안 되니까 우리가 이러고 있는 거야. 되면 했지. 저도 막 저작권료 1억 원씩 받고 싶죠. 못하니까 안 하는 거예요. 저도 되고는 싶은데, 그런 스타일로 원하지 않을 뿐이에요. 전 오히려 상업적인 거 잘하는 분들 되게 존경해요. 그건 진짜 대단한 재능이거든요.

승준: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제일 지독한 게, 지금 하는 방식을 고수하면서 그들이 얻은 모든 걸 얻고 싶어 해요.

이태훈과 이승준(@advvventure)의 즐거운 한때, 2024, Instagram

태훈: 목표라도 그렇게 삼아야지!

승준: 맞아요. 제 목표도 그겁니다. 당연하죠. 그러니까 같이 하죠. 그래서 재미있어요. 남들이 안 한 새로운 거잖아요. 그 덕분에 매번 음악뿐만 아니라 음악에서 비롯된 다양한 걸 폭넓게 고민해 보고 있고, 그게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다빈: 저희가 좋아하는 뮤지션들도 다 그런 뮤지션들이거든요.

재호: 맞아요. 우리가 좋아하고 열광하는 건 그런 식으로 음악을 전개해서 성공한 뮤지션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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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LESS JAPAN TOUR» 비하인드 장면, 도쿄, 2025 ⓒCADEJO,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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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ENDLESS JAPAN TOUR» 비하인드 장면, 에노시마, 2025 ⓒCADEJO, Instagram


오른쪽, 라이브 공연 장면, 푸글렌 아사쿠사, 2024 ⓒCADEJO, Instagram

그런 뮤지션들을 요즘 말로 까데호의 ‘추구미’라고 해도 좋을까요?

재호: 엄밀하게 저희는 ‘추구’가 아니라,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진짜 오해하시면 안 돼요. 저희는 대단한 가치관 이런 것도 없고요. 뭐 있어 보이려고 만들어 내고 하는 것도 아니에요. 어떻게 거짓말을 해요. 다 들통나는데. 

하지만 그것으로 부와 명예를 얻어 보고는 싶다!

재호: 욕심은 있죠.

태훈: 너 욕심 있어?

재호: 당연히 있지!

이렇게 야망 넘치는 까데호의 앞으로의 활동, 어떻게 전개되나요? 라이브 많이 하실 거죠?

재호: 난리 났어요, 지금. 개인적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데, 이사를 못 가게 생겼어요. 기대해 주세요.

‹하우스 잼 첫번째›, 약수동 2층 주택, 2014 



‘까데호는 어디서나 라이브를 하는 라이브에 미친 팀입니다. 심지어 까데호는 집에서도 라이브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웃은 너무 걱정 마세요. 1970년에 지은 집은 벽이 두꺼워서 방음이 잘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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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고추잠자리› 커버 라이브, 수년간의 잼 세션으로 다져진 팀워크가 돋보인다, 2025 ⓒCADEJO,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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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장면, 양양 이스트사이드 서핑샵, 2023 ⓒCADEJO, Instagram

까데호는 음악에서 말까지 정제되거나 갇혀 있는 게 아니라 계속 살아 숨 쉬는 유기생명체 같은 느낌이 너무 좋아요. 지금 이 순간에도 막 변하고 있는 거 같아요.

재호: 저희는 라이브할 때마다 곡도 바뀌어요. 이번에 사흘 동안 투어를 하면서도 매번 바뀌었고요,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가끔 저희 공연 자주 오시는 관객 분한테 물어볼 때가 있거든요. ‘왜 이렇게 매번 오세요?’ 하면 ‘매번 달라요.’ 하고 대답해 주시더라고요. 저희야 당연하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모를 수도 있는 건데, 그 미세한 차이를 다 느껴주시는 분들과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든든합니다. 감사하고요. 앞으로 계속 열심히 해 나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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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밴드 까데호(@cadejo___)는 이태훈(기타), 김재호(베이스), 김다빈(드럼)으로 구성된 3인조 밴드다. 한국에서 드물게 잼(즉흥)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연주밴드이기도 하다. 2018년 5월 EP ‹MIXTAPE›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들은, 결성 이전 긴 시간 수많은 팀과 활동을 거치며 다진 연주력을 활동의 탄탄한 동력으로 삼아 움직이고 있다. ‹FREESUMMER›(2019), ‹FREEBODY›(2020), ‹FREEVERSE› (2023) 등 일명 ‘FREE’ 시리즈로 불리는 연작 발표는 물론이고 래퍼 넉살, 경기소리꾼 이희문과 함께한 협업 앨범을 발표하는 등 높은 수용성의 성실한 행보로도 주목받았다. 무엇보다 연주자이자 잼밴드답게 공연에 진심인 이들은 ‘프리시즌’이라는 이름의 정기 공연을 꾸준히 열며 그 누구보다 열린 태도를 가진 열정적인 팬덤을 차곡차곡 쌓아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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