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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有印良品 유인양품2-소수양품

Writer: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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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이슈의 테마에 관한 다양한 오피니언을 엿봅니다

유형·무형의 상품에 스민 창작자·기획자의 고유 의도와 감각을 읽어내는 기획, ‹유인양품› 두 번째 이야기는 ‘활발한’ 언더그라운드 아트페어를 탐색한 기록이에요. 지난해 12월 타이베이의 아트페어 ‹ROOM SERVICE 룸서비스›에서 이국의 언어와 분위기를 뚫고 ‘유인양품’으로 네 가지를 발견했어요. 건축과 레이브 문화, DIY 페미니스트의 성과, 7인치 바이닐 유통 가이드를 담은 진Zine이나 평범한 듯 독특한 굿즈를 포착한 정우영 에디터는 말합니다. 소수의 지지로 움직이는 창의적인 작업은 결국 언더그라운드와 오버그라운드, 소규모 자본과 대규모 자본을 종횡하며 “좋아하는 세계 안에서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이라고요. ‘사소하고 어지러운’ 것이 와글와글 담긴 물건은 개성을 드러내는 만큼 세밀한 세계를 열어보이죠. 자세히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 세계에 여러분이 주저하지 않고 뛰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BE(ATTITUDE) 비애티튜드 웹 아티클이 정우영 에디터의 시선을 따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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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트럭 하이재커스Peach Truck Hijackers의 굿즈들. 코인 케이스, 가사집 진, 피치트럭 하이재커스와 I.M.F.의 스플릿 라이브 앨범

카세트테이프

번역하면 Branded Quality Goods입니다. 노 브랜드가 브랜드가 되는 시대, 이 연재는 브랜드의 어원이자 그 첫 번째 의미, ‘인장’으로 돌아갑니다. 브랜드의 상품성을 두 번째로 둔다는 뜻입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모든 것은 팔려야 하는 숙명을 갖지만,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 무용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상품성이 첫 번째가 아니므로 예술작품일 수도, 어쩌면 무형의 서비스일 수도 있는, 고유한 ‘양품’을 소개합니다. 

소수양품

언더그라운드 거의 사어가 됐다. 소수의 지지에 한정되는, 자본의 협력을 기대할 없는 창의적인 작업은 여전한데, 인터넷, SNS, 유통 혁명을 기반으로, 다들 송신소 없이도, 인쇄소 없이도 가능한 각자의 매체를 운용하는 덕이다. 또한 유명세가 공공선인 시대, 이상 언더그라운드가 오버그라운드(메인스트림) 배척하지도, 오버그라운드가 언더그라운드에 무지하지도 않다. 언더그라운드와 오버그라운드가 있기보다 소규모 자본과 대규모 자본이 남았다.

다만 언더그라운드는 병상에 있지 않고, 따라서 눈물 흘릴 일도 없다. 소규모 자본 특유의 사사롭고 도전적인 행보는, 언더그라운드라는 단어가 너무 거추장스러웠나 싶을 만큼 더욱 활발하다. 예컨대 타이베이의 서비스같은 아트페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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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룸 서비스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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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룸 서비스 현장

타이베이의명물편집숍웨이팅 2018년부터 주관하는 행사다. 음악, 출판, 의류, 굿즈를 아우르는 웨이팅 룸의 방향성에 걸맞게 다양한 분야의 셀러가 참여한다. 12 6일과 7 일간 열린 2025년의 서비스 역시 다양한 분야의 68 창작자가 이름을 올렸는데 그중에는 한국 창작자들의 이름도 여럿 있었다. 2024 신도시에서 팝업으로 열린 서비스’에 이어, 일종의 교류전 성격으로 신도시가 선정한 한국의 창작자 20 팀이 참여했다. 그중 부스에서유인양품 찾았다.

星星唱片(성성창편) 혹은 플라네테스 레코즈Planetes Records, 영문 스펠링으로 미뤄 행성과 방랑자(그리스어 Planētes) 동시에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걸작 SF 만화 플라네테스 대한 오마주일 가능성도 있다.) 중고 바이닐, 신시사이저, 인디 음반을 판매한다 자신을 소개하고 부스 대부분을 그렇게 채웠으나, 직접 제작한 권의 이질적인 Zine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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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네테스 레코즈의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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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네테스 레코즈의 『Pretty Girl Zine 001』


권은 초보자를 위한 레코드와 턴테이블 가이드. 소수의 지지를 받는 분야에 몸담은 창작자는 생각한다. 단지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뿐만 아니라 작품을 둘러싼 씬scene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고. 신이 건강하지 않은데 자신의 작품이 온전히 평가받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직 바이닐 문화가 활발하지 않은 대만에서, 책은 연장선에 있는 시도였다. 한국의 활발한 바이닐 문화에서도 없는 진이었고, 교수나 평론가가 아니라 철저한 사용자의 관점에서 바이닐 생산부터 턴테이블 세팅까지 매우 친절하게 설명하는 권이었다.

권은 Pretty Girl Zine 001이다. ‘오타쿠 현혹될 듯한 표지와 달리 뜻밖의 깊고 넓은 기획이 인상적이었다. ‘건축은 레이브 문화에 어떤 영향을 줬는가?’, ‘라틴 음악 앨범 커버 디자인 가이드’, ‘라이엇 : DIY 페미니스트 활동의 성과와 현대적 형태같은 기사가 실렸다. 압권은 플라네테스 레코즈 발매 아티스트 유칭Yu Ching 7인치 바이닐레코드와 카세트테이프 제작기, 음원 등록기가 담긴 기사다. 마치 다른 창작자가 7인치 바이닐, 카세트테이프 생산, 음원 유통을 고려할 참고하라는 모든 제작 과정을 세세하게 남겼다. ‘초보자를 위한 레코드와 턴테이블 가이드 같은 의도였다. 자본의 크기와 그릇의 크기는 비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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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칭의 ‘No No Love’ 7인치 커버

Yu Ching – No No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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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네테스 레코즈의 『초보자를 위한 레코드와 턴테이블 가이드』

피치트럭 하이재커스Peach Truck Hijackers 불과 1118일에 앨범을 발표한 한국의 여성4인조 밴드다. 2025년의 룸서비스가 예년과 달랐던 하나는 전야제였다. 대만의 라이브 클럽 Revolver에서 열린 전야제에 한국 밴드 I.M.F., 피치트럭 하이재커스, 아직까진매직월드azikazinmagicworld 출연했다. 모든 밴드는 또한 행사 기간 부스를 통해 각자의 굿즈를 선보였는데, 그중에서도 피치트럭 하이재커스는 양으로 밀어붙이는 박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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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트럭 하이재커스의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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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트럭 하이재커스의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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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트럭 하이재커스의 부스

스티커 팩이나 티셔츠는 기본적인 품목이지만, 코인 케이스는 한국에서 흔치 않다. 밴드가 선보인 예는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 달력도 있었다. I.M.F. 피치트럭 하이재커스의 라이브를 면씩 담은 카세트테이프, 악기 셋업과 가사가 마치 쌍인 담은 가사집 진도 이채로웠다. “디자인 전공자들이 뭉친 밴드로서 디자인 특기를 권리라기보다 의무로 사용했다. 얼마나 사소하든 얼마나 어지럽든 개의치 않고 일단 만들었다.   

모든 멤버가 참여해 앨범 제작기를 적어 내려간 , 피치트럭의 녹음일지 특별히 재밌다. 예컨대 ‘Two Songs’ 후반부의 기타리프, ‘Fuck You’ ‘Rubbish’ 드럼 스네어를 유심히 듣게 만드는 기능적 역할을 했고, 정서적으로는 앨범을 녹음하는 밴드의 2025 여름이 전해졌다. 무엇보다 진을 끝까지 읽고 어느새 멤버들의 이름을 외웠다. 이제 데뷔하는 K-pop 아이돌이 만드는 수천만 원의 멤버 소개 영상 대신 피치트럭 하이재커스는 진을 만들었다

Peach Truck Hijackers – Compressed Annoyance

솔트 페퍼Salt and Pepper 서비스 참여 부스 가장 중견 오버그라운드에 가깝다. 의류 브랜드 바이닐 아카이브Vainl Archive 전개하는 코헤이 오키타Kohei Ohkita 만든 갤러리이자 , 사진집, 굿즈를 취급하는 상점이다. 가장 눈길을 제품은 코나미 지로Konami Jiro 사진집 I.D. 1986이었으나 느긋하게 고민하는 사이 품절됐다. 다이도 모리야마Daido Moriyama 연상시키는, 건조하고 진득한 흑백 톤이 인상적인 작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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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트 앤 페퍼의 부스 전경 @saltandpepper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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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미 지로의 사진집 『I.D.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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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트 앤 페퍼의 얼굴 수건

대신 솔트 페퍼의 로고(Stefan Marx 디자인했다) 들어가고, 히포포타무스가 제작한 PB 제품, 얼굴 수건을 골랐다. 히포포타무스Hippopotamus 일본 고급 수건의 대명사 이마바리시今治市 에서 2007 탄생한 브랜드다. 수피마 코튼에 재생 대나무 섬유를 섞은흡수성, 유연성, 색조, 촉감, 건성모두 뛰어난, 압도적인 수건이라 설명한다. 과연 남다른 촉감을 느낄 있었지만 색깔이 검은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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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막스가 디자인한 솔트 앤 페퍼의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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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막스가 디자인한 솔트 앤 페퍼의 로고


솔트 앤 페퍼의 캐릭터 로고

검은색 수건을 기억이 있나? 특급 호텔이나 부티크 호텔에서 봤을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검은색 수건은 흔치 않다. 얼룩이나 오염을 육안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표백, 고온 세탁이 불가능하며, 3~4회는 검은색만 모아서 세탁해야 하는 번거롭고 까다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 특이한 수건이 아니다

코헤이 오키타는 과거에는 자신도어떻게 하면 남들과 다르게 보일 있을까?” 고민했지만 이제는 다르다고 설명한다. “결국 제가 의식하는 작업의 스타일이 아니라,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의 세계 안에서 완성도를 얼마나 높일 있는가 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뭔가의 완성도는 어떻게든 사람의 개성을 드러내요.(‘Why Kohei Ohkita opened SALT AND PEPPER’ <Houyhnhnm>에서 인용) 언더그라운드와 오버그라운드가 있고, 소규모 자본과 대규모 자본이 있으며, 모두에 속하는 완성도가, 모든 사람이 좋아할 수는 없는 검은색 수건의 완성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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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정우영 에디터(@youngmond)는『Dazed & Confused Korea』와 『GQ Korea』에서 일했다. 서울 인기 페스티벌, 우주만물, 에코서울, 버드엑스비츠를 기획하고 운영했다. Youngmond로 믹스 테이프 『태평』을, Fairbrother로 앨범 『남편』을 발매했으며, 정우영으로 책 『버리기 전에 듣는 음악』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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