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say
이슈의 테마에 관한 다양한 오피니언을 엿봅니다
2025라는 숫자가 이제야 익숙해졌는데, 어느새 2026년을 이야기하고 있네요. 시간은 늘 우리보다 한발 앞서가는 것 같습니다. 현생을 살다 보면 이루지 못한 다짐이 유독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죠. ‘운이 안 좋았다’는 말로 내년을 기약해 본 적도 있을 거예요. 그럼에도 신년운, 대운, 금전운 같은 콘텐츠 속에서 자신의 띠를 발견하면 괜히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도 사실이고요. 연말은 그렇게 불확실한 미래가 가장 선명하게 체감되는 시기입니다. 어쩌면 운을 점친다는 건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려는 시도라기보다 불안한 시간을 건너기 위한 작은 의식에 더 가까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불확실성을 잠시 내려놓고, 다시 한번 마음을 고쳐 세우기 위한 장치처럼요.
김지혜 박사는 말합니다. 대단한 성공이나 특별한 운이 아니어도 각자의 삶 속에는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화양연화’가 존재한다고요. 그리고 그 시간을 스스로 호출하기 위해 심상을 리셋하고 삶의 리듬을 다시 세우는 세 가지 작은 실천을 제시합니다. 2025년을 각자의 방식으로 버텨냈지만 신년운이 어딘가 찝찝하게 느껴졌다면, 김지혜 박사가 건네는 세 가지 제안을 BE(ATTITUDE) 비애티튜드 웹 아티클에서 만나보세요!
![[VP]김지혜_2](https://magazine.beattitude.kr/wp-content/uploads/2025/12/VP%EA%B9%80%EC%A7%80%ED%98%9C_2-e1766520041235.png)
웨이트판 타로 10번 운명의 바퀴
증상앤더시티
증상앤더시티는 ‘도시’ 속 우리가 겪는 ‘증상’을 분석한다기보다 증상 속 우리의 향유가 얽혀 있는 틈새를 비추며, 나만의 예술, 나만의 삶의 방식으로 생을 직조해 내는 고유한 모습을 포착하고자 한다. 아티스트·아트세러피스트로 정체화하는 필자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증상을 예술, 정신분석, 심리학, 미술치료라는 반사경을 통해 비스듬히 바라본다. 후기 자본주의사회의 모순이 집약된 공간으로서 도시가 개인의 증상을 형성하는 주체로 작동한다는 점 역시 내포한다.
“도시의 증상이면서, 도시가 증상이다.”
운세앤더시티 – 증상 말고 심상
연말연시 우리는 운을 점친다. 점을 보러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포털이나 카드회사 사이트에서 클릭 한 번으로 토정비결과 신년 운세를 볼 수 있다. 연애운, 학업운, 취업운 등을 따로 보기도 하지만, 연말연시에는 주로 다가올 해의 전반적인 운세를 본다. 우리가 신년을 맞아 특별히 점을 보는 이유는 새출발 효과(fresh start effect)로 설명하면 이해가 쉽다. 우리는 새해처럼 새 구간이 시작되는 시간적 랜드마크(temporal landmark)를 기준점으로 과거의 나와 단절하고, 새로운 나를 시작하는 새출발을 도모한다. 일종의 심리적 리셋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이번 생이 처음인 우리에게는 안타깝게도 인생 리셋 버튼이 주어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상의 이야기에서나마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을 극복하기 위한 회빙환(회귀, 빙의, 환생)을 대리 체험하고자 한다. 따라서 연말연시에 점을 보는 것은 과거의 부정적인 일과 작별하고, 뇌에 새출발의 신호를 보내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일종의 새해맞이 의식이 될 수 있다.
한편 연말은 불안정한 미래의 불확실성이 더욱 체감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저무는 해를 돌아보면 목표까지는 더디고, 이룬 것은 없으며, 생은 허무한 것이라고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럴 때 우리는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견인하고 있다는 통제감을 잃기 쉬운데, 개인적 통제감이 낮아질수록 우연하고 무작위적인 정보 속에서도 패턴을 찾거나 의미를 추구하고 싶어진다. 미신적이거나 초자연적인 믿음을 통해서라도 질서를 회복하고, 애매한 현재를 버틸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통제감을 보상받으려는 것이다. 한 가지 슬픈 사례로 조앤 디디온Joan Didion은 『상실(원제목은 The Year of Magical Thinking)』에서 남편과 딸이 죽은 후 믿을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으며, 가족을 되살리는 마법을 행하고 싶어서 남편이 돌아오면 신을 수 있게 신발을 계속 두었었다고 썼다.
![[VP]김지혜_3](https://magazine.beattitude.kr/wp-content/uploads/2025/12/VP%EA%B9%80%EC%A7%80%ED%98%9C_3.png)
조앤 디디온과 남편, 딸의 모습, 사진 Julian Wasser / Netflix
자신의 이해와 운을 초월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성보다는 마술을 믿게 되거나 주술적 사고를 창출하게 된다. 어맨다 몬텔Amanda Montell은 주술적 사고를 마음속 생각이 외부의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보았으며, 더 나아가 현시대를 정보의 홍수 때문에 과도하게 고민하고 편집증적 생각에 집착하는 현대인이 만드는 ‘주술적 과잉 사고의 시대’라고 부른다.
![[VP]김지혜_4](https://magazine.beattitude.kr/wp-content/uploads/2025/12/VP%EA%B9%80%EC%A7%80%ED%98%9C_4-e1766519825666.jpg)
포르투나 여신의 이미지
![[VP]김지혜_5](https://magazine.beattitude.kr/wp-content/uploads/2025/12/VP%EA%B9%80%EC%A7%80%ED%98%9C_5.jpg)
운명의 수레바퀴, 1420년 경
고대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운명의 여신 포르투나Fortuna는 우연과 행운, 불운을 관장하며 예측 불가능성과 가변성의 흐름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운은 운명의 수레바퀴에서 위에 있던 자가 내려오고, 아래 있던 자가 올라가는 역전의 구조처럼 좋고 나쁨과 무관하게 굴러가는 힘이자 불확실성을 다루는 의례의 형식이다. 운명의 바퀴는 타로 카드에서 불가항력적 변화의 순간, 터닝포인트로 해석되며 변화의 흐름 속 통제감의 재배치가 중요하다는 점을 드러낸다.
이처럼 신년에 운을 점치는 것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이기보다 불확실한 미래의 불안을 감소하고, 심기일전할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을 얻기 위한 의식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신년 운세는 보통(아주 조심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긍정적이고, 모호한 쿠션어로 쓰여 있기도 하다. 일반적이고 애매한 성격을 묘사하는 경우, 자신에게만 적용되는 특별한 것으로 받아들이려는 심리적 경향인 바넘 효과(Barnum Effect) 또는 포러 효과(Forer Effect) 때문에 더욱 내 이야기처럼 와닿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주명리의 세계관에서 운이 나쁘다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무작정 박복한 내 팔자를 한탄해서도 안 되겠지만, 잘될 거라는 나의 의지에 부합하는 확증 편향을 얻을 때까지 무한히 점집을 찾아다닐 수도 없다. 하지만 설령 운이 나쁘다고 해도 좌절할 필요는 없다. 일상적으로 운과 팔자를 같은 의미로 사용하기는 하지만, 조금 살펴보면 명리학에서 운은 고정된 값이 아니며 팔자와 운은 별도의 운영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태어난 연월일시라는 4개 기둥을 이루는 천간과 지지, 여기에 부합하는 동양적 우주관을 기호화한 8글자가 사주팔자이고, 이를 기반으로 운명을 분석하는 것이 명리학이다[기둥의 위는 하늘의 기운을 뜻하는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10간, 아래는 땅의 기운인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12지(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순으로 사람의 띠에 상응)의 순서에 따라 60가지 조합이 가능하다]. 이를 육십갑자라고 하며 2026년은 붉은 말의 해인 병오년이 된다. 다만 60년의 사이클이 다시 돌아오는 환갑을 맞는 것을 장수했다고 여겼던 것도 늦춰져 요즘은 70세가 되는 고희를 축하하는 일이 더 흔한 만큼 운과 명에도 시대에 따라 다른 해석이 필요할 것이다.
![[VP]김지혜_6](https://magazine.beattitude.kr/wp-content/uploads/2025/12/VP%EA%B9%80%EC%A7%80%ED%98%9C_6.jpg)
GPT로 생성한 사주팔자 이미지
보통 타고난 설계인 명(팔자)이 좋은 것은 환경인 운이 좋은 것만 못하다고 한다. 또한 운에는 대운과 세운이 있는데, 대운은 10년 단위의 환경 변화이고, 세운은 1년 단위의 변화로, 실제 사건이 일어나는 타이밍으로 본다. 따라서 세운은 인간의 의지가 개입할 수 있어서 움직여 실행시킬 수 있는 선택의 영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은 진부할지 몰라도 운은 누구에게나 돌아오니 힘든 시기가 지나가면 좋은 날이 온다는 것이다. 나쁜 운은 영원하지 않고, 나와 환경 간의 지나가는 불협화음일 뿐이다. 운과 명은 결정론이 아니라 역동적인 상호작용이다.
그렇다면 관상은 어떨까? 김구 선생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공부를 지속하며 신분을 벗어나고자 과거시험에 응시했지만 낙방하게 된다. 가문에 세력과 재산이 있으면 대필, 청탁 등 부정행위로 시험에 붙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낙담한 선생은 과거 공부를 그만두고 관상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선생은 관상책 『마의 상서』를 읽으며, 자신의 얼굴이 귀한 상이 아니라는 데 절망했지만, “얼굴 좋음이 몸 좋음만 못하고, 몸 좋음이 마음 좋음만 못하다相好不如身好 身好不如心好”라는 구절에서 희망을 보았다. 이렇게 선생은 마음이 좋은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운이 좋지 않다고 해도 그 운을 초월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김구 선생의 이야기는 180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하지만, 개천에서 용이 나기가 어려운 지금의 상황과 아주 다르다고만 볼 수는 없다. 그리고 관상학이 널리 인정받지 못하는 시대라고 해도 외모가 미치는 영향력은 얼마나 큰가? 심리학에서 후광효과는 대상의 어느 한 측면에서 받은 긍정적 인상으로 사람의 전체적인 특성을 판단하는 인지 편향으로, 외모가 아름다울수록 선한 것이며, 지적이고, 성공했을 것이라고 추론하게 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하지만 김구 선생은 집안이 좋지 않았어도, 관상학적으로 외모가 좋지 않았어도, 관상에서 심상의 세계로 지도를 옮겼다. 『마의 상서』에 마지막으로 추가된 ‘심호불여덕호心好不如德好’라는 구절은 마음이 착한 것은 덕이 좋은 것만 못하다는 뜻으로, 얼굴의 생김새가 운명을 결정하는 것처럼 보여도 관상을 바꾸는 것은 착한 마음인 심상이며, 그 마음의 완성은 구체적인 선행의 실천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렇다고 너무 비장해질 필요는 없다. 꼭 나라를 구한 영웅이나 위인이 아니어도 자신의 운이나 젊은 시절의 실패를 넘어 남들이 다 늦었다고 할 나이에 뒤늦게라도 생을 꽃피운 인물이 존재한다. 그랜마 모지스Grandma Moses로 불리는 미국의 화가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Anna Mary Robertson Moses가 70대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모지스는 가정부로 일했고, 결혼 후에는 농부의 아내로 살았으며, 관절염으로 바늘을 들지 못해 취미인 자수를 할 수 없을 때 붓을 들었고, 101세까지 계속 그림을 그렸다. 시골의 풍경과 일상의 장면을 포착한 따뜻한 화풍의 그림을 우연히 수집가가 구매한 뒤 전시가 열리게 되었고, 모지스는 국민화가가 된다.
![[VP]김지혜_8](https://magazine.beattitude.kr/wp-content/uploads/2025/12/VP%EA%B9%80%EC%A7%80%ED%98%9C_8-e1766519596719.jpg)
Grandma Moses, Help, 1956 © 2025 Seattle Art Museum

Grandma Moses, Santa Claus is Here, 1960 © 2025 Seattle Art Museum
60세에 정년퇴직하고 그 이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일본의 엑셀화가 호리우치 다쓰오Horiuchi Tatsuo도 있다. 비싼 재료를 구매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그는 공짜로 할 수 있는 엑셀의 도형채우기 기능을 활용해 스프레드시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CNN 유튜브에 소개되면서 유명해졌다(그는 직장에 다닐 때도 엑셀을 사용해 보지 않았다고 한다).
![[VP]김지혜_10](https://magazine.beattitude.kr/wp-content/uploads/2025/12/VP%EA%B9%80%EC%A7%80%ED%98%9C_10.jpg)
![[VP]김지혜_11](https://magazine.beattitude.kr/wp-content/uploads/2025/12/VP%EA%B9%80%EC%A7%80%ED%98%9C_11.jpg)
호리우치 다쓰오의 작업 과정
![[VP]김지혜_12](https://magazine.beattitude.kr/wp-content/uploads/2025/12/VP%EA%B9%80%EC%A7%80%ED%98%9C_12.jpg)
호리우치 다쓰오의 완성된 작품
ATARAXIA l Tatsuo Horiuchi l Excel artist, 유튜브
무라카미 하루키(Murakami Haruki)가 7권의 소설을 번역할만큼 사랑했던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Raymond Chandler는 44세에 알코올 의존증 등으로 회사에서 해고당했고, 처음 책을 출판했을 때 그의 나이는 50세였다. 실직 상태로 불면증에 시달릴 때 『펄프 매거진』을 읽으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필립 말로라는 탐정이 주인공인 추리소설로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전설이 된다. 하루키는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중 ⌈챈들러 방식⌋에서 책상을 하나 정하고, 매일 일정시간 책상 앞에 앉아, 한 줄도 쓸 수 없더라도 시간을 보내는 것이 챈들러 방식이라고 말한다. 이 방식은 언젠가 글이 써지는 사이클이 돌아올테니 초조하게 굴지 않는 자세까지 포함한다.

하루키의『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표지
![[VP]김지혜_15](https://magazine.beattitude.kr/wp-content/uploads/2025/12/VP%EA%B9%80%EC%A7%80%ED%98%9C_15-e1766519148230.png)
레이먼드 챈들러, 1946. Courtesy of the AP
![[VP]김지혜_16](https://magazine.beattitude.kr/wp-content/uploads/2025/12/VP%EA%B9%80%EC%A7%80%ED%98%9C_16.png)
펄프 매거진 콘셉트의 영화 ‹펄프 픽션› 포스터
작가 박완서 역시 화가 박수근을 만나 나목 연작 ‹나무와 두 여인›을 보고 집필한 『나목』으로 공모에 당선되며 40세에 등단했다. 지금은 40세를 넘어 등단하는 작가도 많지만, 그 당시로는 늦깎이 신인이었던 박완서는 40세에 작가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며, 그전의 삶이 박완서를 작가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작가가 되기 전 살았던 시간은 허송세월이 아니라 삶의 이야기를 삭혀 문학적 자양분을 비축하는 기간이었다고 말이다. 그것은 벌거벗겨지고도 쓰러지지 않은 나무, 나목처럼 버텨내는 삶의 이야기이다.
![[VP]김지혜_17](https://magazine.beattitude.kr/wp-content/uploads/2025/12/VP%EA%B9%80%EC%A7%80%ED%98%9C_17-e1766519026249.png)
박수근, ‹나무와 두 여인›, 1962, 캔버스에 유채, 130×89cm Ⓒ Leeum Museum of Art
![[VP]김지혜_18](https://magazine.beattitude.kr/wp-content/uploads/2025/12/VP%EA%B9%80%EC%A7%80%ED%98%9C_18.jpg)
작가 박완서의 1971년, 1974년, 1975년 모습. 가운데 사진의 청년은 박완서의 장녀 호원숙 작가다. 출처 여성동아
최근 티모시 샬라메Timothée Chalamet가 “우리 모두 보다 더 큰 꿈을 꾸었다고” 샤라웃한 수전 보일Susan Boyle의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처음 등장한 모습은 인상적이다. 작은 마을에서 온 여성으로, 옷차림과 머리 스타일이 결코 세련되었다고 할 수 없는 47세의 무직 수전이 무대에 섰다. 어색함을 이기려는 듯 허리를 돌리는 제스처를 하고, 꿈은 프로 가수가 되는 것이라는 수전의 말에 관객석은 물론이고 심사위원까지 냉담했고, 심지어 조소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수전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비웃음은 경이로움으로 변했다. 수전이 레미제라블의 ‹I Dreamed a Dream›의 첫 소절 ‘I dreamed a dream in time gone by’를 노래할 때는 그 가사가 장애로 왕따를 경험한 보일의 지난 삶과 맞물려 더 큰 감동으로 공명했다. ‘그동안 기회를 가지지 못했던’ 수전이 기회를 두드렸고, 내면의 ‘호랑이’ 같은 울림이 퍼져 나가도록 운이 열렸다. 수전이 살아낸 지난 세월은 사라진 것이 아니었고, 그 목소리 안에 담겨 있었다.
티모시 샬라메의 샤라웃 영상
2009년 수전 보일의 첫 오디션 영상. 현재까지 다시보기와 하이라이트 등 다양한 영상클립이 생성되고 있다.
이참에 한국의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가 70대에 손녀의 권유로 유튜브를 시작해 인생이 뒤집힌 것도 잊지 말자. 너무 유명인들이라고? 이 라인업에 끼기엔 밸런스가 맞지 않지만, 필자 역시 중년 가까이에 전공과 생의 경로를 수정하고 새로 시작한 경우이다. 미술을 전공했던 필자는 가족이 치매로 진단받은 후 치매를 고쳐보고 싶다는 마음에 미술치료와 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미술치료사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나이 듦과 아픈 경험이 주는 힘도 때로는 스펙이 될 수 있다. 밈이 말하듯 우리는 키즈모델 빼고 뭐든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가 아니다. 중요한 건 시작하는 것이고, 묵묵히 하다 보면 기회가 오게 되고, 운이 트이는 순간이 온다. 대단한 위인이나 유명인이 되는 운이 아니어도 자기만의 삶 속 화양연화는 누구에게나 있다.
마지막으로 꼭 연말연시가 아니라 해도 언제든 시간적 랜드마크를 직접 찍고, 심상을 리셋하기 위한 행동 중 세 가지 사례를 제시한다. 필자의 새해 다짐이기도 하다. 여기에 자기 나름대로의 상황과 디테일을 더하면 액션 플랜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① 공간을 청소하고 정리한다.
눈앞의 공간이 복잡하면, 마음도 복잡해진다. 물건을 정리하고 묵은 물건을 처리하는 것은 과거를 청산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의식이 된다.
② 밖으로 나가 걷는다.
한곳에 정체되어 있으면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불안이 커진다. 겨울의 찬 공기가 머리를 깨우고, 걷는 발의 감각, 거리의 모습, 소음과 냄새로부터 뇌는 현재라는 감각 정보를 인식한다. 그렇게 과거와 불안에 매몰된 의식을 지금-여기로 가져올 수 있다.
③ 작은 성공 경험을 한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하기로 정하고, 작심삼일의 실행이 된다 해도 계속 또 시작해 3일씩 지속한다. 스스로 작은 성취를 칭찬하며 성공을 적립하면, 하루만큼의 성공 경험이 모여 삶의 방향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작은 반복은 장기적으로 큰 흐름을 만들어 낸다.
우리는 청소나 운동 후 씻거나 무언가를 마친 후에 개운하다고 말한다. 개운하다는 것은 기분이나 몸이 상쾌하고 가뜬한 해방감을 가리킨다. 명리학에서 개운은 개운(開運)으로 운이 열린다, 즉 운이 트인다는 뜻이다. 여기서 운은 한자 움직일 운(運)으로, 운은 움직임을 내포한 동사이다. 운을 상황을 바라보는 주관적인 관점이나 인지 편향의 산물로 보는 서양철학의 관점에서도 운은 결국 우리 자신의 행위이고,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점은 같다. 수동적인 운명론이 아니라 능동적인 실천론을 말하는 것이다. 새해에 당신이 열고 싶은 운은 무엇인가? 당신이 움직이고 싶은 운은 어디로 향하는가? 그 답을 찾아 우선 한 걸음부터 내디뎌 보자.

Writer
김지혜 박사는 아티스트이자 미술치료사로, ‘아트애즈테라피(artastherapy.kr)’를 운영하며 예술치료 연구와 실천을 병행하고 있다. 예술, 정신분석, 심리학, 미술치료의 관점을 교차하고, 창작과 치유의 경계를 확장하려고 한다.
최근 연구 주제는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다문화 사회정의 미술치료와 반응작업 미술치료가 있다. 앞으로 미술과 음악, 문학, 무용동작 등을 통합하는 예술치료를 시도하고, 사회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공공미술, 전시, 교육 등으로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저서로는 『치유로서의 미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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