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트미러MELTMIRROR는 게임 개발과 영상 연출을 병행하는 작업자입니다. 아, 그런데 막상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하기 난감한 부분이 있네요. 이번 인터뷰에서 그는 TRPG 게임의 주사위🎲 굴림 형식을 빌려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응했거든요. 예컨대, 단순한 작업자가 아니라 ① 방황하는 ② 반복되는 ③ 1년을 기록하는 ④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⑤ 비교적 성실한 ⑥ 매일 1권의 만화책을 읽는 삶을 영위하는 작업자랍니다. 작년 에스파aespa의 ‘WHIPLASH’ MV를 연출한 주인공이자, 밴드 실리카겔SILICA GEL의 오랜 친구로서 오랜 친구로서 MV 작업을 도맡은 이로 잘 알려진 그는 좋은 영상이란 ① 내러티브 없이 나열된 이미지 자체로 ② 강박적인 편집과 성실한 수면으로 ③ 주기적으로 모니터를 멀리서 쳐다보며 ④ 나조차 감지하지 못하는 행운과 함께 ⑤ 절묘한 순간에 작업을 멈추며 ⑥ 바닥에 떨어진 고양이의 한 가닥 수염처럼 완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동시에 끝없는 강박과 집요함은 작업에만 쏟아내고, 철저한 계획만큼이나 변칙과 우연을 활용하는 것을 중시한답니다. 충분하고, 완벽하고, 후회 없는 수면은 필수고요. 특정 시기마다 자신의 재능과 속도를 잘 관찰했던 작업자로 기억되고 싶은 멜트미러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P.O.G frame›, 2024. 게임&그래픽 디자인: MELTMIRROR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작업자 ‘멜트미러MELTMIRROR’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답변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제가 주로 작업하는 TRPG 게임의 주사위 굴림 형식을 빌리기로 했어요. 6면체 주사위를 던지며 인터뷰를 확인해 주시면 감사합니다. 저는 현재 게임 개발과 영상 연출을 병행하며, (🎲) 삶을 살고 있습니다.
① 방황하는 ② 반복되는 ③ 1년을 기록하는 ④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⑤ 비교적 성실한 ⑥ 매일 1권의 만화책을 읽는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특별한 계기는 없어요. 동양화를 전공하던 대학생 시절부터 생각의 속도와 실행의 속도가 일치하는 작업을 지속하는 게 목표였는데요. 삶의 어떤 분기마다 생각과 실행의 속도가 어긋나는 순간이 찾아왔고, 그때마다 회화에서 영상으로, 그리고 최근엔 영상에서 게임으로 매체를 바꿔가며 작업을 이어가는 중이에요.
‹P.O.G frame›, 2024. 게임&그래픽 디자인: MELTMIRROR
‹P.O.G frame›, 2024. 게임&그래픽 디자인: MELTMIRROR
‹P.O.G frame›, 2024. 게임&그래픽 디자인: MELTMIRROR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삼청동 인근의 신혼집을 주거 겸 작업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답니다. 산책하기 좋은 평온하고 목가적인 동네에요. 교통은 꽤나 불편하지만, 한 번 터를 잡으면 좀처럼 떠나기 힘든 매력이 있어요. 특히, (🎲) 풍경을 자주 만날 수 있어서 좋습니다.
①② 길 고양이가 하품하는 ③④ 비 온 뒤의 인왕산 ⑤⑥ 수상한 단체의 명함이 흩뿌려진 골목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정해진 일상에서 살짝 다른 선택을 할 때 많은 영감을 얻는 편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영감이라기보다 시각적 파편의 수집에 가까워요. 이를 파일처럼 따로 저장해 두었다가 작업을 진행할 때 연결 지어 사용합니다. 얼마 전에 매일 오른쪽으로 둘러보던 길을 왼쪽부터 둘러보며 반대로 걸을 일이 있었는데요. 생각보다 굉장히 낯설고 새롭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머릿속 지도가 완전히 뒤바뀐 기분이 들어서 좋았죠. 가장 최근에는 (🎲) 보며 재미있는 영감을 얻었습니다.
① 포기가 빠른 아버지의 모습을 ② 인쇄가 잘못되었지만 되려 매력적인 룰북을 ③ 구로사와 기요시(黒沢清)가 과거에 만든 단편을 ④ 10년 전에 찍힌 나 자신의 사진을 ⑤ 욕을 배운 적이 없는 갓난아이의 분노 영상을 ⑥ 꽤 감동적인 문구가 쓰인 스팸 메시지를
‹P.O.G frame›, 2024. 게임&그래픽 디자인: MELTMIRROR
‹P.O.G frame›, 2024. 게임&그래픽 디자인: MELTMIRROR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게임을 제작할 땐 조마조마하고 괴롭게 작업합니다. 게임에는 아직 알지 못하는 감각이 너무도 많기 때문에 ‘결국 이번에도 조금 아쉬운 결과물을 완성하겠지…’ 하면서 조금 진 빠진 마음으로 작업에 임해요. 영상 작업도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하지만 컷을 이어 붙일 때 확신이 드는 순간이 조금 더 있을 뿐이죠. 그리고 영상을 다룰 때는 평소보다 조금 더 단호해질 수 있어서 좋답니다.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지난 2024년엔 꽤 다양한 영상 작업을 제작했어요. 그중 대표작으로는 뮤지션 ‘휘HWI’와 함께 공동으로 연출한 ‘너의 전생’ MV, 뮤지션 ‘리비자Leevisa’의 ‘Keystone’ MV, 그리고 K-팝 아티스트 ‘에스파aespa’의 ‘WHIPLASH’ MV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HWI ‘너의 전생’ MV, 2024
HWI ‘너의 전생’ MV, 2024
HWI ‘너의 전생’ MV, 2024
HWI ‘너의 전생’ MV, 2024
Leevisa ‘Keystone’ MV, 2024
Leevisa ‘Keystone’ MV, 2024
Leevisa ‘Keystone’ MV, 2024
Leevisa ‘Keystone’ MV, 2024
‘너의 전생’은 저의 첫 공동 연출 작업이자 작업 전반의 프로세스를 만족스럽게 컨트롤할 수 있어서 흡족했고요. ‘Keystone’은 제 첫 해외 올 로케이션 작업이면서 제작의 모든 과정을 홀로 수행한 첫 번째 작업이라서 의미가 깊었어요. ‘WHIPLASH’는 ‘엑소EXO’의 ‘파워Power’ 이후 7년 만에 복귀한(?) 아이돌의 뮤직비디오라는 점에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다만, “제 본업은 게임 개발자입니다”라고 늘상 주장하는 자기소개가 무색하게, 2024년에는 게임 개발이 미흡했던 터라… 2025년에는 개발자로서 더 분발할 예정입니다.
aespa ‘WHIPLASH’ MV, 2024
aespa ‘WHIPLASH’ MV, 2024
aespa ‘WHIPLASH’ MV, 2024
aespa ‘WHIPLASH’ MV, 2024
aespa ‘WHIPLASH’ MV, 2024
aespa ‘WHIPLASH’ MV, 2024
최근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좋은 영상은 (🎲) 완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런 부분에 최선을 다하면서, 더불어 좋은 운동감의 연쇄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어요.
① 내러티브 없이 나열된 이미지 자체로 ② 강박적인 편집과 성실한 수면으로 ③ 주기적으로 모니터를 멀리서 쳐다보며 ④ 나조차 감지하지 못하는 행운과 함께 ⑤ 절묘한 순간에 작업을 멈추며 ⑥ 바닥에 떨어진 고양이의 한 가닥 수염처럼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스러운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궁금합니다.
작업의 어느 지점을 갑자기 들춰내도 균일한 (🎲)이 유지될 때 만족을 느껴요. 반면 체력과 건강 관리를 소홀히 해 흐려진 집중력이 작업에 반영되면 매우 슬픕니다. 최근 작업에서 특정 부분을 콕 집어 만족스러운 부분과 아쉬운 부분을 이야기하긴 어려워요… 만족과 불만족의 위치는 매번 달라지거든요.
①②③④⑤⑥ 긴장감 ⑦ 슬픔
SILICA GEL ‘APEX’ MV, 2023
SILICA GEL ‘APEX’ MV, 2023
SILICA GEL ‘APEX’ MV, 2023
SILICA GEL ‘APEX’ MV, 2023
SILICA GEL ‘APEX’ MV, 2023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직장인인 바깥양반(와이프)의 기상 패턴과 동일하게 아침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정오 12시가 될 때까지 딱 세 가지 업무를 성취하기 위한 하루의 계획을 세워요. 이후 오후 7시까지 업무를 진행하는데요. 평균적으로 두 가지 업무를 성취하는 것 같습니다. 업무가 촘촘할 때는 집에서 정신없이 일하고, 느슨한 시기에는 가본 적 없는 (🎲)으로 이동해서 업무를 마치고 귀가해요.
①② 인기 없는 프랜차이즈 식당 ③④ 이름이 특이한 지하철역 ⑤⑥ 알라딘 중고서점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영상과 게임, 두 가지 경우로 나눠서 말해볼게요. 먼저 영상에서는 음악의 힘에 기댄 작업 구상을 멈추는 것, 단호함을 내려놓고 표현 방식의 폭을 넓히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영상 작업을 할 때 제 단호함은 분명 장점이지만, 요즘은 정체감으로 다가올 때가 많아요. 고민 없이 던지는 습관처럼 굳어버린 것 같아서 부끄럽습니다.
게임에서는 모든 플레이어가 자신만의 ‘컵cup’을 들고 와 컵의 역사에 관한 전 우주적 망상을 펼치는 TRPG를 개발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하지만 좀처럼 구상 단계를 넘어서기가 어렵네요.
아, 더불어 최근에 구매한 소니SONY의 신형 캠코더 PXW-Z200에 적응하기 위해서 힘쓰고 있습니다.
SILICA GEL ‘NO PAIN’ MV, 2022
SILICA GEL ‘NO PAIN’ MV, 2022
SILICA GEL ‘NO PAIN’ MV, 2022
SILICA GEL ‘NO PAIN’ MV, 2022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마음속에 간직한 문장은 ‘포차코Pochacco의 키는 바나나 아이스크림 라지 사이즈 컵 4개’인데 말이죠… 손끝은 늘 날카롭고 강박적입니다.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사실 2022년 이후 쭈욱 슬럼프 상태에 빠져 있어서 해답을 찾지 못했어요. 아직도 긴 터널의 (🎲)을 걷고 있는 것 같아요.
①② 시작점 ③④ 정중앙 ⑤⑥ 루프 속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나이와 함께 찾아온 건강 문제입니다. 작업을 진행할 때마다 건강이 깎여 나가는 걸 느껴요. 그리고 사고방식이 굳어져 가네요. 자꾸 표현의 해답을 내리려고 해요.
SILICA GEL ‘Mercurial’ MV, 2023
SILICA GEL ‘Mercurial’ MV, 2023
SILICA GEL ‘Mercurial’ MV, 2023
SILICA GEL ‘Mercurial’ MV, 2023
SILICA GEL ‘Mercurial’ MV, 2023
SILICA GEL ‘Mercurial’ MV, 2023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끝없는 강박과 집요함은 작업에만 쏟아낼 것, 철저한 계획만큼이나 변칙과 우연을 활용할 것, 결과를 책임질 것. 그리고 언제나 (🎲).
League of Legends × SAN SAN GEAR ‘Pivotal Moment’ Campaign Teaser, 2024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특정 매체의 작업으로 한정되어 기억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특정 시기마다 자신의 재능과 속도를 잘 관찰했던 작업자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 되기 전에 게임 개발자로서 좋은 게임 하나를 발매하는 것입니다. 게임의 무수한 가능성을 시각적인 아름다움에만 묶어두지 않는 간결한 메커니즘을 개발하고 싶구요. 더불어… 바쁘지 않고, 밥을 꼭꼭 씹어먹고, 고양이 밥 주는 시간을 잘 챙기는 작업자로 살아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어요. 사랑은 이미 얻었습니다…!
①② 2027년이 ③ 초예술 토머슨이 ④ 멋쩍게 웃는 관객이 ⑤ 소멸된 영혼이 ⑥ 신체를 포기한 데이터가
Artist
멜트미러MELTMIRROR(@meltmirror)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게임 개발자이자 틈틈이 영상을 연출하고 편집하는 작업자다. 요즘에는 같은 질문을 받아도 조금씩 다른 대답을 전하며 스스로의 모양을 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