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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즐거움이라는 원초적 감정

Writer: 이아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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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이아련 작가는 도예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하는 심미적 탐험가로 자신을 소개합니다. 그에게 예술은 독특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놀이이자 유희인데요. 흙이라는 재료를 만지며 형태를 만들어가는 도예 작업은 촉각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는 감각적인 행위라고 믿는답니다. 그래서인지 초현실적이고 유기적인 생명체가 떠오르는 작업에는 ‘내 삶은 나만의 것이기에, 그 누구보다 내가 즐거워야 한다’라는 창작자의 마음가짐이 듬뿍 묻어나요. 즐거움, 기쁨, 그리고 낙관주의가 반짝인달까요. 그는 예술에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나 자신의 존재를 탐구하고 발견하며 성장하는 예술에서 중요한 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죠. 개개인이 오롯이 자신답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미래를 꿈꾸며 오늘도 순수한 즐거움과 내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업을 지속하는 이아련 작가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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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과정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현시대의 도예를 새로운 시각에서 재해석하는 이아련입니다. 흙이라는 유동적이고 흥미로운 매체를 통해 다양한 표현 방식을 발전시키고, 도자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하는 심미적 탐험가입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예술과 가까운 환경에서 자라서 그런지, 항상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꿈꿨던 것 같아요. 미술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할 수 있는 즐거운 활동이었어요. 무엇보다 나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자신을 표현하며 탐구한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부모님의 큰 지원 덕분에 이른 시기부터 예중과 예고에서 전문적인 미술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그 이후 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에서 도예를 전공하며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흙이라는 재료의 매력적인 물질성과 현시대 디자인, 공예,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동성에 매료되어 이 분야를 어떻게 해석하고 발전시킬지 고민했는데요. 지난 2013년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s)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쳤습니다. 영국에서 보낸 시간은 작업의 정체성과 스타일을 형성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해 현재 작업 방향에 큰 영향을 미쳤어요. 또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과 소통하며 많은 영감을 받은 덕분에 더욱더 폭발적으로 작업을 전개할 수 있었고요. 그 여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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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뷰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런던에서 학업을 마치고 친구와 함께 현지에서 작업실을 공유하다, 독일로 이주해 작업을 계속하고 있어요. 팬데믹의 여파로 지금은 집 일부분을 작업실로 개조해 사용 중이에요. 팬데믹 때 예술 시장이 침체됐을 뿐 아니라, 바깥출입도 제한됐기 때문에, 작업실을 집에 두는 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어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작업과 관련된 고민에 할애하는 터라, 원하는 만큼의 시간과 공간을 작업하는 데 쓸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가끔 작업과 일상의 경계가 무너져 밸런스가 맞지 않는 순간이 단점이긴 하지만요.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예술은 제 유년 시절부터 하나의 놀이이자 유희였고, 지금도 동일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느꼈던 감정, 감각적인 경험, 추억, 만화 영화, 동화책 속 등장인물, 그리고 상상 속 비현실적인 세계와 노스탤지어는 제 작업의 주요 영감이 됩니다. 예술이 주는 가장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목적은 그 자체로 독특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더불어 그런 과정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고 상상력을 키워주는 게 예술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그렇기에 저 역시 작업을 통해 저만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창조하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흙을 만지며 형태를 만들어가는 일은 매우 감각적인 놀이이자 순수한 촉각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행위인데요. 이런 원초적인 놀이를 통해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소망을 작업으로 표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이 제 작업과 연결되는 것처럼, 제 작품을 마주하는 분들이 감각적인 자극을 통해 가장 순수하고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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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과정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보통 작업을 시작하기 전, 먼저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작품의 이야기와 그에 맞는 스케치를 구상합니다. 제 작업은 감각적인 요소의 통합으로 완성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하나의 단어에서 이미지가 연상되면서 작업이 시작됩니다. 흙으로 모델링을 시작하기 전, 다양한 스케치가 탄생하고 실제 흙을 이용한 작업은 마치 요리 혹은 베이킹과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고 할 수 있어요. 흙가루를 밀가루와 비슷하다고 상상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예요. 도자 작업은 다양한 원재료를 다른 비율로 섞고 실험을 통해 새로운 색을 만들어내거나, 예측하지 못한 흥미로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요. 요리사가 다양한 조미료를 사용해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과정과 유사하죠. 다양한 색과 텍스처 실험을 거친 후, 가장 마지막에 결과물이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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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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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과정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최근 가장 많이 진행한 작업은 상상 속 동물과 인간의 모습이 혼재된 듯한 모습을 보이는 호기심 가득한 조각 시리즈 ‹Curious Creatures›입니다. 마침, 2025년 1월 미국 뉴욕에서 개인전 «Hoppy Marvels : 경이로운 세계»를 열었어요. 오는 2월 6일까지 계속되는 전시에 대한 정보를 요약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갈음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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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ious Creatures› 시리즈, 2022-2023

“뉴욕의 제이로만 갤러리J. Lohmann Gallery가 스위스 가구 브랜드 USM과 협력해 뉴욕 쇼룸에서 선보이는 이아련 개인전 «Hoppy Marvels : 경이로운 세계»는 작가의 시그너처로 자리 잡은 특이한 색감과 질감으로 가득한 조각을 통해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흙이라는 매체가 가진 물질적, 시각적 매력을 극대화한 흥미로운 작업은 예술, 디자인, 공예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오브제를 통해 도예의 새로운 표현 가능성을 제시한다. 동양과 서양이라는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 치열하게 성장한 작가의 정체성은 어느 문화권에도 존재하지 않는 초현실적이고 하이브리드적인 형태의 유기적 조각으로 드러나며, 마치 상상 속에서 새롭게 태어난 존재처럼 표현된다.

작가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순수성에 뿌리를 두는 작업을 통해 예술을 처음 접했던 유년 시절로 돌아가 즐거움(joy)이라는 원초적 감정에 집중하며 창작의 중심으로 삼는다. 감정적인 동요에 초점을 맞춰 톡톡 튀는 색감과 텍스처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예술이 가진 순수성과 그 의미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무엇인가를 손으로 만지고 체험하며 세상을 탐구하는 작가 입장에서 이런 흙을 ‘만지는 행위’―촉각적 경험(tactile experiences)―는 그 자체로 감각적이고 즐거운 놀이로 다가오며 어린 시절로의 회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이다. 추상적인 동물과 인간 형태가 혼재된 유기적인 조각들은 마치 춤을 추듯 상호작용하며 관람객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다. 이 경이로운 세계 속 존재들은 동화 속 비현실적인 캐릭터처럼 현실로 다가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기억의 형상- 상징으로서의 조각’으로 정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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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bbles & Ziggy›, 2024, «Hoppy Marvels», USM 뉴욕 쇼룸,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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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o›, 2024, «Hoppy Marvels», USM 뉴욕 쇼룸, 2024

최근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예술은 가장 순수하고 원초적인 형태로 감각을 자극하고 상상력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아트페어나 전시에서 관람객과 직접 만나 작업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걸 좋아합니다. 자유로운 해석과 새로운 소통을 하고 싶어서요. 때때로 그들의 피드백이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거나, 기존의 시리즈에 색다른 이야기를 더하기도 한답니다. 제 작업을 보는 이에게 즐거움과 감정적인 자극을 전달하고, 이러한 미적 경험이 새로운 상상력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으면 좋겠어요. 더불어 작업에 대한 감상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작업과 관람객 사이에 특별한 상호작용이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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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o›, 2024, «Hoppy Marvels», USM 뉴욕 쇼룸, 2024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스러운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궁금합니다.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많은 실험을 통해 작업의 퀄리티가 향상되고,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며 작업의 정체성과 스타일이 점차 제 것으로 확립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작업을 봤을 때 “이건 이아련의 작업이다”라고 인식할 수 있는 부분에 만족하고, 감사함을 느껴요. 동시에 부족함을 느끼는 부분이 아직은 더 큰 것 같습니다. 한 시리즈가 고착되다 보면, 새로운 시리즈를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후속 작업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또 어떤 새로운 작업을 선보일 수 있을지 고민하며 때때로 압박감을 느낄 때가 있어요. 기존보다 한층 발전된 작업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항상 고민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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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마이애미’에서 선보인 ‹Curious Creatures› 시리즈, 2022 © Courtesy of J. Lohmann Gallery. Photo: James Harris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작업실과 집의 경계가 허물어진 이후, 일상이 곧 작업이 되고, 작업이 곧 일상이 되어버린 느낌이에요. 되돌아보면, 딱히 여유 시간을 취미 활동으로 보내지 않은 것 같아요. 마감에 대한 부담을 느낄 때도 있지만, 가장 좋아하는 일을 직업적인 활동으로 하다 보니 최선을 다해 즐기려는 마음이 더 큰 것 같습니다. 하루 대부분을 작업실에서 보내고, 중간중간 반려견들과 산책하며 잠시 환기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일상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순간은 작업 중 잠시 가지는 커피 타임이나 식사 시간이에요 이때만큼은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쉬어보려고 노력해요. 하루에 한 번은 가장 맛있는 것을 먹거나 마시면서 잠시라도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답니다.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일상 속 소소한 행복 및 저 자신에 대한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케어. 프리랜서로 살아남기 위해 종종 스스로를 다그치며 몰아붙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가끔은 일에 매몰되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요즘은 작은 행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채우려고 노력 중입니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 보내기, 의미 있는 대화 나누기, 자신을 환기할 수 있는 시간 가지기 등이죠. 물론 작업 자체가 저에게는 큰 행복이자 관심의 중심이지만, 작업을 제외한 일상 속 행복에 대하여 고민하며 지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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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과정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삶을 대하는 태도―즐거움(joy), 기쁨(playful), 그리고 낙관주의(optimism)―가 작업에 시각적으로 그대로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내 삶은 나만의 것이기에, 그 누구보다 내가 즐거워야 한다’라는 마음가짐이 작업에 반영된다고 생각해요. 관람객이 제 작업을 마주하며 미소 짓는 순간, 제가 느끼는 희열이 큽니다. 요즘처럼 바쁘게 살아가는 사회에서 잠시 여유를 가지고 웃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고, 그 웃음을 주는 매체가 제 작업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삶에서 즐거움을 찾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느끼는데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정착하기보다 모험을 선호하고, 고착되기보다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을 추구했던 저로서는 작업을 통해서도 정적인 느낌보다는 살아있는 듯한 활력과 에너지, 동적인 느낌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더욱 유기적인 형태, 춤추는 듯한 조각들, 강렬한 색감과 감각을 자극하는 텍스처들이 제 작업에서 시각적으로 주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것 같아요.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슬럼프가 오면 자신을 환기할 필요가 있어요. 환경을 잠시 바꾸거나, 해보지 않았던 일을 시도하거나,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등,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다시 살펴보려고 노력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여행 같아요. 나 홀로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라 슬럼프가 올 때면 여행을 통해 잠시 환경을 바꿔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새로운 장소에 떨어지는 순간, 그곳에서 느끼는 묘한 긴장감과 설렘이 자신을 깨워주거든요. 여행을 다녀오면 기분 전환은 물론, 새로운 영감을 얻어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마음가짐으로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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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돌체앤가바나와 협업한 ‹Gioia in Sicilia›, 2023 © Courtesy of Dolce and Gabb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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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oia in Sicilia› 작업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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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돌체앤가바나와 협업한 ‹Gioia in Sicilia›, 2023 © Courtesy of Dolce and Gabbana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창작자라면 누구나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작업 및 현실적인 삶과 관련된 문제와 고민들이죠.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는 언제나 중심에 있는 화제입니다. 작가로서 작업실에 앉아서 작업만 한다고 생각하면 곤란해져요. 작품을 만드는 것 외에도 신경 써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을 실감합니다. 만약 갤러리가 모든 일을 독점적으로 처리해 준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으나, 아직 성장 중인 어린 작가에게는 그런 시스템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죠. 회사에 입사해서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 아니기에 사실상 1인 기업처럼 스스로 모든 걸 처리해야 해요. 세무, 홍보, 작품을 다른 나라로 보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송 문제, 클라이언트와의 소통 등등 작업 외적으로 신경 쓸 부분이 정말 많습니다. 요즘은 모든 걸 혼자 처리하기에 한계가 와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데요. 이들과 협력해 일을 수월하게 만드는 것 역시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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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petual Beauty› 시리즈, 2023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작업은 곧 저를 대변하는 이미지가 됩니다. 그래서 창작자는 자신을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누구와도 대체할 수 없고 비교할 수 없는, 오직 나만의 존재를 탐구하고 발견하며 성장하는 일이 바로 창작의 과정이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쟁은 타인이 아니라, 스스로와 벌이는 싸움이 되어야 합니다. 1인 창작자가 가져야 할 철학은 우선 자기 자신과의 진실성이라고 생각해요. 외부의 기대나 유행에 휘둘리기보다는, 자신의 내면적 진실성을 존중하고 스스로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자신만의 고유한 목소리와 스타일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진지하게 탐구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더불어 자주 혼자서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창작자에게는 실험과 도전 정신이 필수입니다. 창작의 세계는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새로운 기법이나 관점을 시도하고 실패와 반복을 통해 창작의 경계를 확장하는 자세 또한 필요하고요. 무엇보다 창작자는 개인의 영역을 넘어, 외부와 연결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믿어요. 혼자서 모든 걸 할 수 없잖아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협력할 기회를 만들면서 성장해야만 해요. 이는 창작의 새로운 시각을 얻고 더 큰 기회를 창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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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inary Drinks› 컬렉션,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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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y› 컬렉션 중 ‹So Sour! and Orangina›, 2022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무조건적으로 자기 자신을 믿고 끝까지 가는 게 중요해요. 현실이 힘들어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필요하죠. 그리고 주변에 비슷한 일을 하는 동료들과 함께 지지하며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예중, 예고, 미대를 거쳐 지금까지 작업을 이어가는 친구들은 사실 손에 꼽을 정도예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길이 좁아지고, 작가들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죠. 하지만 예술은 각 개인을 표현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결국 진정한 경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정말 중요한 건 자신과의 싸움이죠. 그래서 저는 함께 하는 동료들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비슷한 경험과 고민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오히려 서로를 응원하고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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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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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y› 컬렉션 중 ‹A matter of Taste›, 2022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작업을 만들어가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또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작업하는 성실한 작가로도요. 삶에서 중요한 흥미와 재미를 대변하며, 즐거움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 창작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우선, 모든 사람이 각자 진정으로 살고 싶은 삶을 영위하길 바랍니다. 집단이나 사회에서 누가 더 우월하다고 규정하지 않고, 개개인이 오롯이 자신답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 진정한 자신이 되어 살아가는 삶이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미래입니다. 개인적인 꿈이 하나 있는데요. 나이가 더 들고 작가로서 자리 잡고 성장하게 되면, 젊은 예술가를 지원하고 이끄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작업실과 함께, 모두가 모여 소통할 수 있는 공동체 공간(communal space)을 만들고 싶어요. 예술 교육이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커뮤니티이자 예술 공간입니다. 멘토의 중요성과 소중함을 경험하고 현실적인 문제에 관한 대안과 고민을 공유하는 공간이 많아진다면, 미래의 젊은 예술가의 삶이 더욱더 풍성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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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이아련(@ceramist_ar)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해석하는 현대 도예에 관해 깊은 궁금증을 가진 작가다. 그에게 있어서 예술은 순수한 즐거움이자 내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놀이이며, 흙이라는 재료는 가장 실험적이고 유동적인 매개체다. 현대 도예를 표현 예술의 하나로 접근하는 작가는 기존의 공예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도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며, 공예, 디자인,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작업을 시도 중이다. 서울대학교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영국 왕립예술대학(RCA)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후 현재 독일에 거주하며 유럽을 기반으로 미주, 중동 등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한다. 디자인 마이애미Design Miami, 살롱 아트 앤 디자인 뉴욕Salon Art and Design New York, 런던 콜렉트 Collect, 키아프 서울Kiaf SEOUL 등에서 작업을 선보였고, 2023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돌체앤가바나Dolce & Gabbana와 함께 아트 컬렉션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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