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보물이 존재합니다. 뮤지엄, 비밀스러운 수장고, 혹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땅속 깊은 곳, 심해로 침몰한 선박에도 있죠.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랍니다. 일상에서 우리의 마음을 끌어당기고 찬란한 기쁨을 주는 대상 또한 보물이라고 칭할 만해요. 특히 사용하면 할수록 가치가 더해지는 생활 속 보물은 더욱더 뜻깊습니다. 비애티튜드는 오리지널 콘텐츠 ‘크리에이터스 룸Creator’s Room’을 진행하면서 인터뷰이를 위해 흥미로운 물건을 기꺼이 내어주는 ‘스테이에이치STAY H’에 늘 궁금증이 들었어요. ‘여기에는 얼마나 많은 생활 보물이 있는 걸까?’ 안목으로 먹고사는 비애티튜드가 보물 사냥꾼에게 빙의해 스테이에이치 쇼룸을 털어 보았습니다. 스테이에이치의 일상 속 보물을 가감 없이 포착한 리포트, 그 세 번째 편을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이더 스탠드 램프
브랜드: 탱그램 원산지: 대한민국 재료: 알루미늄 크기: W 200 × D 18 × H 755 mm / 2.7 kg 가격: 49만 8000원
한국의 탱그램Tangram에서 내놓은 ‘이더AETHER 스탠드 램프’는 여러모로 독특한 램프입니다. 지름 14mm, 길이 833mm의 알루미늄 파이프에 내장된 선형 광원은 파이프 끝에 자리한 IR 레이저 모션 센서가 손짓을 인식하며 빛의 밝기와 색상, 타이머를 조절하는 원리로 작동합니다. 기둥과 광원 파이프를 연결한 힌지는 360도 회전해 데스크 램프와 플로어 램프의 범위를 자유롭게 넘나들도록 돕습니다.
TIPs
심미성과 기능을 모두 추구하는 오묘한 디자인은 이더 스탠드 램프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광원 파이프의 각도를 수동으로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기에, 90도 돌리면 데스크 램프로, 180도 돌리면 플로어 램프로, 기타 주어진 환경마다 적절한 간접 조명으로 변신하며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알루미늄 파이프가 만들어내는 단순하고 유려한 곡선은 인테리어 오브제 느낌을 살립니다.
Hunter’s Note
기술과 UX, 디자인의 삼위일체를 이룬 신기한 램프. 굉장히 얇고 긴 선형 광원도 독특하고, 파이프 끝에 장착한 레이저 모션 센서가 손짓을 인식하며 밝기와 색온도, 타이머를 조절하는 게 마치 전자기기를 쓰는 경험과 유사하다. 알루미늄 유니보디가 이런 점을 고취시킨다. 기대한 만큼 센서가 균질하게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잦아서 오히려 아날로그에 대한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각자만의 노하우가 쌓이면 편하겠으나, 기성 조명 특유의 안정적인 느낌이 결여되어 정서적으로 쉬이 익숙해지지 않는 지점이 존재한다. 조명의 선명도와 주사율은 높지만, 절대적인 밝기가 좀 모자란다.
레종 베이직 XS 테이블 램프
브랜드: 모르피어 원산지: 대한민국 크기: W 330 × L 330 × H 330 mm / 1.1 kg 가격: 18만 6000원
모르피어Morphere는 변화(Morph)와 분위기(Atmosphere)를 합친 단어로 공간 속 분위기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의미를 가진 브랜드입니다. 모르피어의 조명은 꽃봉오리에서 피어오르는 꽃잎이 겹겹이 쌓인 실루엣에서 영감받아 다채로운 기하학적 패턴을 기반으로 크기와 모양이 증식되는 모듈형을 지향합니다. 특히 색이 아니라 오직 빛이 만드는 명함만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점이 특징입니다.
TIPs
‘레종 베이직 XS 테이블 램프’는 새하얀 무광 플라스틱 조각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기하학적인 패턴과 그에 따른 명함 대비가 시선을 잡아끌며 자체적인 인테리어 오브제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전원을 켜면 따뜻한 온도의 빛을 뿜으며 은은하게 빛나는 조명 효과 또한 놓치지 않습니다.
Hunter’s Note
덩어리 자체가 모두 모듈형으로 구성된 흔치 않은 조명이다. 오각형을 취하는 모듈은 돌기와 홈, 자석으로 손쉽게 부착할 수 있어 누구나 쉽게 조립하고 분해할 수 있다. 차분하고 부드러운 질감의 흰색 무광 플라스틱을 재료로 삼은 터라 내부 광원을 켜지 않아도 기하학적인 패턴을 명암으로 구분하며 지루하지 않은 매력적인 오브제로 기능한다. 오각형과 육각형 모듈을 추가하면 가로세로 두 방향으로 확장할 수 있다. 유선으로 전기를 공급해서 설치 장소에 대한 자유로움이 인테리어 오브제처럼 완벽하게 확보되지 않는 점이 다소 아쉽다.
탭 쉘프 5단
브랜드: 르탭 원산지: 대한민국 재료: MDF, 블랙 마감한 베니어, 스테인리스 스틸 크기: W 1600 × D 340 × H 1580 mm 가격: 210만원
스테이에이치에서 오리지널 브랜드로 런칭한 르탭LeTab은 커스터마이징 오더메이드 가구를 지향합니다. 르탭의 장점인 심플한 구조, 세련된 비례, 깔끔한 색감은 ‘탭 쉘프Tab Shelf 5단’에도 유감없이 나타납니다. 검은색 목제, 은색 스테인리스 스틸 파이프, 단 두 가지 요소를 기반 삼아 극도로 간결한 배치가 끌어내는 강렬한 대비감은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매력을 잘 보여줍니다.
TIPs
탭 쉘프 5단은 책장, 소품용 선반, 그릇장 등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의 주거 공간에 유용하도록 가장 간결한 구조로 섹션을 분리하고 적절한 사이즈를 지향한 덕분에 어떤 공간에든 조화롭고 말끔하게 연출이 가능합니다. 바닥 수평이 맞지 않을 경우, 다리 하부에 장착한 레벌레로 높이를 조절해 안정감을 유지합니다.
Hunter’s Note
간단해 보이지만 굉장히 어려운 게 미니멀리즘 디자인이다. 르탭의 탭 쉘프는 스테인리스 스틸 파이프의 굵기와 검은색 목제 선반의 구역을 나누는 비례가 세밀하고 정교하다. 더불어 불필요한 장식을 최대한 배제하고 내구성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만 남긴 느낌이 인상 깊다. 극도로 간략한 모습은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범용성을 발휘하는데, 제 몫을 해낼 것 같은 든든함은 심리적인 구매 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발휘한다.
RF1903 소파
브랜드: 칼한센앤선 창작자: 리케 프로스트 발표: 2020년 원산지: 덴마크 재료: 오일 처리한 월넛, 패브릭, 페이퍼코드 크기: W 1940 × D 1040 × H 740 (410) mm 가격: 1482만원
‘RF1903 소파’는 덴마크의 유서 깊은 가구 브랜드 칼한센앤선Carl Hansen & Son이 덴마크 산업 디자이너 리케 프로스트Rikke Frost와 협업한 사이드웨이 소파입니다. 디지털 기기로 인해 대화가 단절된 시대에 서로 마주 보고 대화하는 기회를 북돋기 위해 한쪽 측면을 의도적으로 튼 콘셉트가 의미심장합니다. 세련되고 현대적인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전통적인 소재와 수공예적인 처리를 과감하게 결합한 면모가 돋보입니다.
TIPs
전체적으로 유려한 곡선인 RF1903 소파의 뼈대는 나무를 증기에 쪄서 유연하게 구부리는 유서 깊은 가공법인 ‘스팀 벤딩steam bending’을 활용했습니다. 소파 뒷부분은 종이를 꼬아 만든 덴마크 고유의 페이퍼코드로 마무리하며 전통적이고 수작업적인 면모를 강조했습니다. 그에 비해 시트에는 크바드라트Kvadrat의 오묘한 색감이 돋보이는 패브릭을 활용해 산뜻한 분위기를 북돋습니다.
Hunter’s Note
RF1903 소파는 현재 덴마크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디자이너 리케 프로스트의 출세작이다. 지난 2019년 그는 덴마크 TV 채널 DR에서 진행한 유명 가구 디자인 경연 프로그램 ‹Denmark’s Next Classic› 시즌1에서 RF1903 소파의 프로토타입을 앞세워 첫 우승을 거며쥐었다. 프로그램 이름에 걸맞게 참신하고 현대적으로 풀어낸 덴마크의 가구 유산을 칼한센앤선이라는 레거시 브랜드가 제대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의미가 큰 작업이다. 그리 크지 않은 아담한 소파인데도 구석구석 디테일이 놀랄 만큼 살아있어 덴마크의 가구 디자인 역량에 다시 한번 감탄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오이그 시리즈 난각 화병
브랜드: 위켄드랩 발표: 2021년 원산지: 대한민국 크기: 103 × 100 × 193 mm / 약 1.4 kg 가격: 18만 5000원
위켄드랩WKND Lab의 ‘오이그Oygg 시리즈 난각 화병’은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실천하기 위해 쓸모가 있음에도 버려지는 동식물성 폐기물을 활용해 오브젝트로 재탄생시킨 산물입니다. 작업실 옆 젤라토 가게에서 매주 300개 이상의 달걀을 소비하며 폐기물로 처리하는 난각(달걀 껍질)을 주재료로 삼아 마치 알을 쌓아놓은 듯한 독특한 형태의 화병으로 풀어냈습니다.
TIPs
오이그 시리즈 난각 화병은 업사이클링이라는 태생 때문에 모든 아이템이 원앤온리one&only의 성격을 띱니다. 그 색상과 패턴, 모양, 무게까지 조금씩 다르기에 마치 자신만을 위한 단 하나의 물건을 가지는 느낌을 선사합니다. 달걀 세 개를 쌓아놓은 듯한 유기적인 모습은 원재료를 암시하는 흥미로운 힌트입니다.
Hunter’s Note
음식쓰레기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디자인은 많지만, 학위 취득을 위한 프로젝트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상품화에 성공해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시장성이 필수다. 오이그 시리즈 난각 화병은 희귀한 확률을 뚫고 대중에게 접근한 리빙 아이템으로서 본래 의도뿐 아니라 결과물에 국한하더라도 충분히 아름답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선사한다. 특히 묵직한 느낌의 알을 보노라면, 자연물을 재가공한 특유의 느낌이 묘한 세월감을 뿜어내며 마치 공룡알처럼 다가온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주재료는 난각이지만 다른 재료도 함께 섞어 강도를 높였기에 사전 정보가 없으면 거칠게 마감한 세라믹이나 석재로 착각할 만큼 텍스처가 좋다.
당고 장난감
브랜드: 로이카 원산지: 대한민국 크기: W 130 (33) × H 60 mm 가격: 3만 4000원
로이카Roika는 반려동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아이템을 디자인하는 곳입니다. 반려동물의 건강과 행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모든 아이템은 무독성과 BPA free를 원칙으로 삼습니다. 일본의 전통 간식인 당고에서 영감받은 ‘당고 장난감’은 반려견이 좋아하는 간식으로 안을 채워 즐거운 놀이시간을 약속합니다.
TIPs
당고 장난감은 반려견의 노즈 워크nose work에 특화된 아이템입니다. 노즈 워크 아이템은 반려견의 후각 활동을 도와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물고 뜯는 행위를 이끌어내며 자존감 회복과 지능 발달을 촉진합니다. 맛있는 당고 모양을 띤 당고 장난감은 100% 천연고무로 만들어 반려견에게 무해하고, 내부의 작은 틈에 간식을 넣어서 강아지의 노즈 워크를 북돋습니다. 당고를 하나씩 추가하면서 난이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Hunter’s Note
보기만 해도 깜찍한 반려견 특화 아이템. 일본의 명물 간식인 당고에서 영감받은 당고 장난감은 심지어 사람에게도 매력을 풍긴다. 개껌을 닮은 기둥, 반려견이 좋아하는 간식을 몰래 넣어 노즈 워크 활동을 돕는 당고의 조합은 생각만 해도 즐겁다. 특히 기둥에 꽂는 당고의 개수에 따라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어 하나의 아이템만으로도 반려견을 오래도록 즐겁게 할 수 있어서 합리적이기까지 하다. 반려견을 키우지 못하는 처지인데도 구매 욕구가 드는 이유는 깜찍한 디자인과 더불어 반려견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여기까지 넘쳐흐르기 때문이리라.
덧.
이번 트레저 헌터에 소개한 아이템은 스테이에이치 쇼룸과 공식 웹사이트에서 자세히 확인하고 구매까지 진행할 수 있습니다. 생활 속 보물의 다양한 세계를 스테이에이치에서 탐험해 보세요.
전종현(@harry.jun)은 국민대학교에서 시각 디자인을 공부하고 한국문화관광연구원 RA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월간 «디자인» «SPACE 空間» «노블레스»에서 에디터로 일하며 디자인매거진 «CA»와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등에 다양한 칼럼을 썼다. 주거 건축을 다루는 «브리크» 부편집장, 편집위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지냈고,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기아글로벌디자인센터와 함께 «기아 디자인 매거진» 창간 작업과 콘텐츠를 총괄했다. 현재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 겸 아트 칼럼니스트로 «조선일보» «디에디트» «뉴닉» 등 다양한 매체에 기고 중이며, 동시대 한국의 기발한 창작자에 주목하는 «비애티튜드» 편집장을 맡고 있다.
Photographer
김영훈(@eyephones)은 2006년부터 사진 관련 커리어를 쌓으며 2008년 미국 뉴욕의 스쿨오브비주얼아트(SVA)에 사진 전공 최우수 장학생으로 입학해 4년간 공부와 전시를 병행하다 2012년 Honor Student로 졸업했다. 이후 서울로 돌아와 2013년 솔트 스튜디오를 열고 비주얼 아트 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NYLON» 포토 디렉터를 지냈으며, 현대자동차, IKEA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의 제품과 라이프스타일을 사진이라는 언어로 풀어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