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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팝에서 보다 확실한 팝스타로: 전소미 ‹GAME PLAN›

Writer: 블럭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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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애티튜드가 주목하는 요즘 ‘무엇’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1915만에 달하는 K팝 아티스트 전소미가 지난 8월 새로운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태권도 품새(그는 태권도 공인 4단입니다!)와 테크토닉이 나오는 타이틀곡 ‘Fast Forward’도 계속 화제인데요. 알고 보니, 이번 앨범은 회전율 빠르기로 유명한 K팝 업계에서 이례적으로 가뭄 끝에 찾아온 단비 같은 새소식이더군요. 대중음악 평론가 블럭 님이 전소미의 신보 ‹GAME PLAN›에 대한 의견을 보내왔습니다. 아티클에서 지금 확인해 보세요.

아티스트의 긴 공백을 짧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공백 전 작품의 임팩트가 길고, 공백 후 작품이 가진 힘이 크면 된다. 그런 점에서 전소미의 활동은 충분히 성공적이다. 빠르면 3개월, 길어도 1년 여의 시간이 지나기 전에 어떻게든 작품이 나오는 요즘 시대에 전소미는 2년 가까운 긴 공백을 가졌음에도,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잊히기는커녕 오히려 강한 인상으로 다시 한번 자신의 성장을 증명했다. 전소미의 솔로 아티스트 활동은 짧은 편이다. 더블랙레이블에 합류해 2019년 첫 싱글을 냈으니 햇수로는 올해가 겨우 5년 차다. 하지만 2016년 ‹프로듀스 101›에 참가한 후 아이오아이 멤버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많은 이에게 ‘전소미’라는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렸고, (어릴 때의 TV 출연들은 차치하더라도) 갓 중학생이 된 신분으로 JYP의 신규 걸그룹 TWICE 제작 프로그램인 ‹SIXTEEN›에 참여했던 2015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실질적인 커리어는 8년 차에 접어든다. 솔로 아티스트로서 2019년 첫 싱글을, 2021년 첫 정규 앨범을 발표한 전소미는 (저마다의 평가는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DUMB DUMB’에서 ‘XOXO’로 이어지며 북미 감성의 틴팝을 재현이 아닌 체화로 선보인 퍼포먼스로 연신 감탄을 내뱉게 했고, 그런 부분이 결국 이번 앨범 ‹GAME PLAN›의 타이틀곡 ‘Fast Forward’의 성공에 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DUMB DUMB› 커버

‹XOXO› 커버

‘DUMB DUMB’, ‘XOXO’ 등 과거 두 곡이 지닌 틴팝 스타일은 단순히 정체성 때문에, 혹은 외모 때문에 손쉽게 택한 결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Fast Forward’ MV에서의 태권도 품새가 우습지 않고 멋지다고 느끼는 요인을 고민해 보면 결국 전소미는 전소미이지, 특정한 몇 가지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뻔한 얘기로 들릴 수 있지만, K팝 산업에서 이토록 입체적이고 다각도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중 특정 콘셉트나 세계관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드러내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경우가 얼마나 있는지 생각해 볼 때 전소미는 가장 드문 케이스 중 하나다. 물론 전소미 혼자 이 모든 걸 오롯이 구축하진 않았다. 소위 말하는 ‘테디 사운드’를 통해, EDM-힙합-알앤비 사이에서 절묘한 중점을 이루며 심플하고 탄탄한 곡을 오랫동안 써온 프로듀서 테디와 그의 동료들에게도 공을 돌려야 마땅하다. 다만 전소미는 단순히 곡을 받는 데 그치지 않았다. 자신의 음악에 직접 관여하고 책임지며, 또한 표현했다. 데뷔 싱글 이후 지금까지 작사와 작곡에 직접 참여한 그의 곡 중 ‘Watermelon’이나 ‘어질어질(Outta My head)’ 등을 살펴보면 팝 알앤비에 가까운 형태를 일관성 있게 만날 수 있고, 이런 부분은 ‹GAME PLAN›의 수록곡 ‘자두’에서도 잘 드러난다. 후술하겠지만, ‘자두’는 앞선 두 곡보다 훨씬 더 완성도가 높으며. 잘 정리된 형태는 물론 명확한 무드를 지닌다는 점에서 곡을 쓰는 전소미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GAME PLAN› 커버

이번 글의 본론인 ‹GAME PLAN›에 관해 얘기해 보자. 앨범은 ‘금금금’으로 시작한다. 자기 과시가 재치 있게 등장하는 이 곡은 아무래도 힙합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 표현으로 가득한 가사와 이를 잘 담아낸 트랙의 모양새가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캐치한 비트, 센스 있는 가사에 비해 곡의 모양새가 엄청나게 특별하진 않다. 하지만 곡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는 전소미의 랩 퍼포먼스는 분명 인상적이다. 최근 K팝에서 랩이라는 포지션은 사라지는 추세다. 물론 랩을 음악적 정체성의 기반으로 잡고 솔로 아티스트로 활동하거나, 그룹으로 활동하면서 직접 가사를 쓰고 랩을 하는 방식을 통해 특정 멤버가 전문적으로 랩을 대하는 경우는 꾸준히 관찰된다. 하지만 그룹 내에서 래퍼라는 역할은 가끔 불필요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실제 많은 곡에서 랩이 사라지기도 했고. 이런 상황에서 솔로 아티스트가 이렇게 곡 하나를 투자해 랩을 선보이는 행위는, 특히 보컬을 메인으로 하는 아티스트가 이렇게 풀어내는 풍경은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감상을 제공한다. 한사민 감독이 제작한 MV는 최근 힙합 MV에 사용되는 문법에 감독 특유의 스케일 활용과 뚜렷한 색감을 더하면서 곡의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다음에 등장하는 곡이 바로 타이틀곡, ‘Fast Forward’다. 전체적으로 2000년대 유럽 팝 음악의 색채가 언뜻 보이면서도 최근 EDM 팝의 방향성도 함께 느껴진다. 랩과 보컬, 이펙트가 K팝 특유의 구성과 직결되어 짧은 러닝타임 중 트랙과 퍼포먼스가 계속 변한다. 후렴이 지닌 힘이 워낙 강한 이 곡에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유려한 탑라인(보컬이 부르는 영역) 아닐지 싶다. 세련된 탑라인은 곡의 퀄리티를 끌어 올리며 어느 한 구간도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로 차 있다. 과감한 시도를 가미한 MV 역시 태권도 퍼포먼스로 대표되는 비주얼과 더불어 전소미라는 인물의 성장 여정, 성숙함과 세련미로 제련한 현재 앨범과 과거에 발표한 정규 앨범의 연결성을 자연스럽게 한데 모아 놓는다. 그래서 긴 공백이 느껴지지 않도록 그 간극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는가 하면, 전소미라는 사람의 성장과 성숙을 자연스럽게 곡과 콘셉트로 이어간다. 테크토닉 또한 그 자체로도 파장을 일으켰지만, 높은 밀도의 작업을 이끄는데 테크토닉이라는 하나의 킥이 정확한 효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챌린지를 위한 챌린지가 아니라 좀 더 많은 이의 도전 의식을 부르는, 말 그대로 챌린저블한 안무를 통해 곡의 접근성도 자연스럽게 높였다.

두 곡의 존재감이 강하다 해서 남은 세 곡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테디 사운드의 연장선에 있지만 좀 더 직설적이고 요즘 팝의 모양새를 강하게 풍기는 ‘개별로’는 최근 몇 년간 북미에서 팝 음악으로 사랑받은 신인급 여성 솔로 아티스트의 곡들과 동일 선상에 놓아도 자연스럽기 때문에 아티스트와 비슷한 나이 또래라면 훨씬 더 공감하며 즐기지 않을까 싶다. 그런 감성은 ‘자두’에서 훨씬 더 크게 드러난다. 가사 속 표현은 싱어송라이터 전소미의 감성을 더없이 잘 대변한다. 모순적인 듯하면서도 결국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더욱 많은 또래에게 추천하고 싶다. 마지막 곡 ‘The Way’는 어쩌면 ‘XOXO’부터 꾸준히 이어진, 앞서 반복적으로 언급한 북미 팝 음악 느낌이 더욱 도드라지는 케이스로 아티스트에게 가장 잘 맞는 옷 중 하나다. 무엇보다 전소미의 보컬이 굉장히 세련되고 밋밋하게 들리지 않아서 큰 시너지를 발휘한다. 매끄러우면서 대중의 귀를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총 다섯 곡을 수록한 이번 EP는 아티스트 전소미의 방향성을 드러내기에 그 의미가 깊다.

음악 외적으로, 전소미는 많은 일을 병행하는 존재다. 뮤지션의 역량을 발휘하면서, 광고 모델부터 예능 프로그램까지 다방면으로 활약한다. 아직 나이가 충분히 어리기 때문에 여러모로 조급하게 활동하기보다 자기 개성을 선보이는 길을 모색하는 듯하다. 그런 이유로 전소미의 이번 앨범은 면밀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 K팝의 색채를 유지한 아티스트의 길을 걸으면서도, 전방위적인 영역에서 유연하게 존재하는 전소미의 가치를 자연스레 담아낸 산물이니 말이다.

© DAZED KOREA

Artist

블럭(@bluc___)은 프리랜서다. 서울숲재즈페스티벌 관련 일을 하고, KBS 쿨FM ‹스테이션Z›에서 대중음악 평론가 김윤하와 함께 일요일 디제이를 맡고 있으며, 추계예술대학교 영상비즈니스학과에서 강의하고, 한국대중음악상 사무국장으로 일한다. 비석세스부터 주한프랑스대사관까지 클라이언트도 다양하며, 네이버 디자인 객원기자, 월간 «재즈피플»과 «믹스맥 코리아» 필자 등 별거 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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