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손을 타고 스며들어요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한차연 작가는 손의 힘을 믿습니다. 직접 붓을 움직이고, 도자기를 만질 때 작가의 마음이 작품에 담긴다고 생각해요. 드로잉, 페인팅, 도자기를 막론하고 모든 작업에 당시 느낀 감정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마음을 전하는 손의 감각이 작업에 스며드는 거죠. 차곡차곡 이정표를 붙이며 자신의 길을 만들어 나가는 그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마이 노스탤지아›, 2022, 영비누(youngveenew) 앨범 커버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그림 그리는 한차연입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기억이 닿는 순간부터 그림을 그려왔어요. 다양한 일들을 해왔지만, 언제나 그림을 그렸죠. 오랜 기간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고, 십여 년 전부터 개인 작업의 비중을 늘려 왔습니다. 현재는 드로잉을 기반으로 페인팅과 도자기 작업을 병행하고 있어요.
‹밤 산책›, 2023, 영화 포스터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집 가까운 곳에 ‘운치’라는 이름의 작업실을 친구들과 함께 쓰고 있어요. 이름처럼 운치 있는 공간으로, 제 방의 창문을 열면 홍제천이 한눈에 들어와요. 평소 후락한 분위기를 좋아해서인지 아직은 개발이 덜 된 이 동네가 오래 갔으면 좋겠네요. 작업하지 않은 날에도 출근해서 친구들과의 연대를 쌓으려 노력합니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여러 곳에서 영감을 받지만, 결국 작업은 내면에서 출발하는 것 같아요. 요즘은 ‘내가 견딜 수 있는 방식으로 작업하자’라고 결심해,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고 있는데요. 결국은 돌고 돌아 원래 하던 방식으로 돌아가더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는 과정이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반복적인 과정에서 쌓이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거든요.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할 때는 주로 디지털 작업을 했고, 지금은 수작업만 합니다. 손을 통해 내면을 시각화하듯, 마음 역시 손을 통해 전달된다고 생각해요. 손으로 하는 도자기 작업과 페인팅 작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걸 관찰하는 요즘입니다.
작가님의 최근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작년 개인전 이후로는 제가 평소 좋아하는 대상을 형상화하고 있어요. 최근엔 도자기로 인물 조형물을 만들고, 각각의 이야기를 상상하며 페인팅 작업을 이어갔어요. 일상의 감정은 주로 먹 드로잉으로 풀어가고 있답니다.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가벼운 드로잉이든, 쌓아 올린 페인팅이든, 입체적인 도자기든 작업 당시의 감정이 깃들기를 바라요. 마음을 전하는 손의 감각이 작업에 스며들도록 작업에 흔적을 남겨두곤 합니다.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쉽게 만족하지 않는 성격이 불만이기도 했는데요. 결국 이 성격 때문에 계속 창작자로 살아올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차곡차곡 이정표를 붙여가며 길을 만들어 가는 게 제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오전에 간단히 집안일을 하고, 운동을 합니다. 작업실에 출근해서는 드로잉으로 손을 풀고, 페인팅을 해보다가 잘 풀리지 않으면 책이나 영화를 보기도 해요. 영화를 보면서 라인 드로잉 하는 걸 좋아해서 낙서하듯 손을 풀기도 하고요. 작업실에서는 주로 그림을 그리고, 도자기 작업은 하고 싶은 날에만 합니다.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삶의 리듬을 새롭게 만들어 가는 것. 주변을 찬찬히 관찰하고, 내 것이라고 할만한 것들을 쌓아가려 노력합니다.
«짠: 그릇의 초대», 보연정 전시전경, 2022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가님의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그리는 사람의 태도나 시선처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이 그림에 담긴다고 믿어요.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작업을 다시 하고 싶어지는 시기가 찾아온다는 걸 믿어요. 그래서 작업이 되지 않은 날에는 푹 쉽니다. 작업도 중요하지만, 일상도 중요하기 때문에 불안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해요.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체력을 키우기 위해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운동도 꾸준히 해요. 오래 작업하고 싶어서요. 그래서 좋아하는 술도 줄이고 있습니다.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진실하기. 남과 비교하지 않기. 성실함과 지구력을 키우기.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시겠어요?
창작자로 살다 보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어렵고, 불안을 안고 살 수도 있어요. 그래서 자신만의 마인드 컨트롤 방법을 찾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제 방법을 소개하자면, 좋아하는 것을 가까이하려 하고, 종종 명상과 단식을 합니다.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매체와 상관없이, 자기만의 세계를 그려나가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작품 안에는 저의 감정과 이야기가 담기겠죠. 그렇지만 보는 이들은 작품 안에서 각자의 이야기와 연관 지어 다른 무언가를 느꼈으면 좋겠어요.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불가능할지라도 온전히 만족할 수 있는 작업을 하며 살고 싶어요. 숲 근처에 살면서 작업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Artist
일러스트레이터 한차연은 «어라운드» 등의 잡지와 이니스프리 제주 트래블북, 그리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우리 괜찮을까』, 『고딩관찰보고서』, 『그런 게 어른일 리 없어』, 『봉순이 언니』, 『그녀 이름은』, 『엄마 몰래』 등의 책에 그림을 그렸다. 2019년에는 독립 출판 서적 『제주일기』, 『초록의 질감』, 『고요한 것들로부터』를 발표했다. 2021년부터는 전시를 통해 도자기와 페인팅 작업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 «빛이 지나갈때까지 눈을 감고 있었다»(갤러리인, 2021), «가까운미지: 서울의 산책자들»(서울시청 시민청 갤러리, 2021), «제17회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세종미술관, 2021)에 참여했다. 개인전 «텅 , 비어있는 삶»(텅, 2022), «WAY HOME»(삼세영 미술관, 2022), «짠: 그릇의 초대»(보연정, 2022)을 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