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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나의 머릿속이 궁금한가요?

Writer: 권서영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권서영 작가는 ’궁금한 작가’가 꿈입니다.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장면을 포착해 보는 이에게 궁금증을 자아내길 바라죠. 자신만의 세계관을 단단히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랍니다. “스스로를 잃지 않는 게 꾸준히 작업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그는 말하는데요. 여러 곳에서 받은 영감을 꼭꼭 씹어, 독특한 시선과 색감으로 풀어내는 권서영 작가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그림 그리는 권서영입니다. 저는 금방 싫증을 내고 새로움을 찾아 도망가는 편이에요. 그래서 다양한 대상을 관찰하고, 단정함과 혼란스러움 사이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일련의 과정을 좋아합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건 18살 때였어요. 예술학교에 진학하며 창작에 대해 깊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내 취향이 뭔지,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 어떤 대상에 끌리는지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죠.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때에 맞게 할 수 있는 작업을 하며 그림 그리는 일을 지속하고 있어요.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전에는 잠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일하기도 했어요. 그림을 업으로 삼는 세계에 발을 걸친 이래로 어쩌면 하찮다고 여겨지는 일, 울고 싶은 일, 힘든 일, 보람찬 일, 재밌는 일, 동경하던 일을 하나씩 해왔습니다. 아직 완전히 여물지는 못했지만 계속 변하며 형태를 갖춰가려고 노력 중이에요.

‹Soft Nightmare Series›, 2020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집의 방 하나를 작업실로 쓰고 있어요. 사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집과 낯 가리는 중인데요. (웃음) 여러 소품으로 공간을 꾸미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최대한 깔끔하게, 할 일을 집중해서 잘할 수 있는 효율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있어요. 책상은 크고 넓은 걸 좋아해서 두 개를 뒀습니다. 책상 위에는 그림 작업을 위한 아이맥과 3D와 영상 작업을 공부하기 위한 윈도우 데스크톱 두 대를 올려뒀어요. 방 한편에는 디지털 피아노를 두고, 때때로 피아노 연습을 합니다.

‹Soft Nightmare Series›, 2020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어디서든 영감을 받아요. 인터넷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미지와 글, 드라마 속 대화, 풍경,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시끄러운 일 등등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요즘에는 텍스트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건져내는 편이에요. 책을 아주 많이 읽진 않지만, 항상 무언가를 읽으려고 하는데요. 사회학, 문학, 과학, 인터뷰 등 다양한 분야와 형식의 텍스트를 읽다가 어떤 단어나 문장, 혹은 새로운 가능성을 마주하면 창작하고 싶은 이미지의 구도나 아이디어를 가볍게 메모해요. 정말 아무 데나 써놓기 때문에, 사실 90%는 잃어버린다고 봐도 무방하지만요. (웃음) 그래도 영감의 순간을 쌓아둔다는 의미로 여러 곳에 기록해 둡니다. 지금 문득 아무렇게나 쓰던 노트를 다시 한번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Soft Nightmare Series›, 2020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클라이언트 작업은 보통 의뢰 – 스케치(피드백 및 조율) – 채색(피드백 및 조율)의 과정을 거치는데, 클라이언트 특성이나 요구에 따라 세부 내용이 달라집니다. 욕심나는 작업을 할 때는 제 의견을 많이 어필하려고 해요. 개인 작업은 평소에 수집한 메모를 기반으로 시작해요. 아이패드의 프로 크리에이터 앱, 핸드폰의 메모, 수많은 노트에 빠르게 날려 쓴 아이디어나 스케치가 어느 정도 모이면  자연스럽게 그리고 싶은 대상이 나타나는 편이에요.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 바로 작업을 하기보단, 생각을 묵히는 단계가 필요하더라고요. 보통 태블릿으로 스케치하고 컴퓨터로 마무리합니다.

‹Face›, 2022

작가님의 최근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작년에는 건강 문제로 하고 싶은 작업을 많이 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커요. 2022년 작업 위주로 떠올리면, ‘얼굴’ 시리즈와 ‘바이크’ 시리즈가 기억에 남네요. 인물 연습을 위한 연작이었는데요. 얼굴 시리즈는 3D로 얼굴을 감싼 다리(Bridge) 모델링 이후 제가 다시 그려내는 시리즈예요. 형체가 정확해야만 하는 오브제를 3D로 표현하고 싶어서 시도한 습작입니다. 바이크 시리즈는 자연적인 유기물을 바이크 같은 탈 것의 형태로 재 조형하면 재밌을 것 같아서 시작했어요. 3D 모델링까지 염두에 두고 디자인했지만 결국 실행에 옮기진 못했죠. 차근차근 시도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런 그림은 여러 점 모였을 때, 마치 퍼즐을 완성한 것처럼 더욱 풍부해져요. 그래서 요즘엔 쭉 이어서 그릴 수 있는 주제를 모으고 있답니다.

‹Bike Tethys›, 2022 (좌)

‹Bike Eve›, 2022 (우)

‹Bike Tethys›, 2022 (상)

‹Bike Eve›, 2022 (하)

‹Bike Puff›, 2022

더불어, 제가 그림책도 만드는데요. (웃음) 그림뿐 아니라 이야기도 직접 쓰고 있어요. 작년에 『시루와 커다란 케이크』라는 제목을 달고 오랫동안 준비한 따뜻한 이야기를 쓰고, 그렸습니다. 물리적인 책의 형태를 염두에 두고 작업하는 감각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출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2쇄를 찍게 되어 무척 기뻤어요. 그만큼 많은 분들이 읽었다는 의미니까요! 아무래도 그림책이라 어린이 독자분들이 많이 읽어주셨는데, 신선한 감상평을 읽다 보면 그림책을 만들기 잘했다는 뿌듯한 마음이 들어요.

『시루와 커다란 케이크』, 2022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최근의 개인 작업은 ‘내게 이런 아이디어가 있으니, 표현해서 어딘가에 툭 남기고 싶다’는 아주 단순한 욕구에서 출발했어요. 현재 상황에서 많은 걸 담으려고 버거워하며 미루지 않고, ‘그리고 싶은 걸 그리는 즐거운 경험을 다시 해보자!’가 목표였죠. 삶이 바빠지면서 개인 작업을 잠시 멈추었는데, 이제 또 새로운 걸 만들어 보려고요. 하하.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여전히 드로잉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요. 유연하고 정확한 표현이 어려워서 형태를 여러 번 다시 그리곤 하거든요. 레이아웃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 느낌도 들고요. 3D 작업도 종종 하는데 테크닉이 부족해요. 실력을 기르기 위해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많은 습작을 만드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요. 3D 작업은 투자한 절대 시간이 짧다 보니 작업을 보는 안목과 렌더링 수준도 올려야죠. 더 잘하기 위해서 배울 게 정말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 요즘입니다.

‹Soft Dream›, 2021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좀… 게으른데 부지런한 사람이에요. (웃음) 느긋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은근히 촘촘하게 하루를 채워요. 오전에 일어나서 밥을 꼭 먹고는 책을 짧게 읽거나 피아노를 치곤 하죠. 그리고 약간 늦은 오전부터 업무를 시작하고요. 클라이언트와 긴밀하게 연락하는 상황이라면 하루 스케줄을 조정하기도 해요. 일은 보통 프로젝트 2~3개를 동시에 진행합니다. 가끔은 아예 없거나 더 많을 때도 있는데요. 딱 두세 개의 작업을 하는 게 제가 스트레스받지 않고, 행복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정도인 것 같아요. 그렇게 오후까지 일하며 중간중간 간식도 먹고, 애인에게 전화도 하고, 운동도 해요. 꼭 해야 하는 일이 없다면 저녁에는 보통 멍때리거나, 개인 작업을 하거나, 딴짓하며 놀곤 해요. (웃음)

‹Soft Swimming Pool›, 2022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건강과 행복이 가장 중요해요. 그리고 여전히 가장 관심을 두는 건 그림이죠. 올해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보려고 합니다. 다룰 수 있는 매체가 늘어나면 어떤 걸 더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작업할 수 있을지 궁금해서요.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업에 어떻게 묻어나나요?

제가 관심 있거나 좋아하는 걸 그리고, 만들어요. 싫어하는 건 표현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어떤 욕망이나 욕심, 사랑이 항상 작업에 반영되는 것 같아요. 제 이야기를 그림에 직접적으로 녹여내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뒤돌아보면 제 자아의 한 조각쯤은 작품에 꼭 반영되는 것 같더라고요.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과거에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슬퍼하거나 불안해했던 것 같은데요. 지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불안을 맞이해요. 대부분 누워서 시간을 보내죠. ‘슬럼프가 또 왔구나…’ 하면서요. 지금의 불안이 언젠가 사라지더라도, 반드시 다시 찾아올 테니까 편안히 받아들이는 게 좋더라고요. 그리고 누워있다 보면 체력을 확보할 수 있으니 해야 할 일은 나중에 어떻게든 해내는 것 같아요.

‹얼마나 닮았는가›, 2020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지속 가능한 작업의 형태와 건강이요! 건강이 예전 같지 않다 보니 너무 많은 작업량을 소화할 수 없고, 원하는 만큼 몸을 갈아 넣기도 어려워졌어요. 조금은 더 영리하고 계획적으로 작업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답니다.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일단 시작하는 용기와 태도요. 창작자라면 작업이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몰입하는 시간만큼은 행복할 테니까요. 시작을 두려워하지 않는 창작자는 괴로운 만큼 행복한 창작자일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이 꺼지지 않도록, 삶과 일의 균형을 적절히 맞추기! 한 번에 모두 불태우지 않길 바랍니다. 요즘은 좋아하는 일을 천천히, 오래오래 하는 사람들이 멋져 보이더라고요. 저도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시겠어요?

나를 잃지 않는 것. 꾸준히 작업하는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좋아하고 잘한다고 생각하는 걸 꾸준히, 끝까지 해보면 좋겠어요.

‹Our Town›, 2019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궁금한 작가요. 제 그림을 접한 분들이 ‘작가는 무슨 생각으로 이 그림을 그렸지?’ 궁금해하셨으면 좋겠어요. ‘다음에는 어떤 걸 창작할까’ 많은 분들이 궁금해한다면 무척 신날 거 같아요. (웃음)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설렘이 존재하는 내일이 계속되길 바랍니다.

Artist

권서영은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장면을 독특한 시선과 색감으로 담아 그림과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낸다. 페이스북, 구글, 삼성, 네이버, «뉴욕타임스», «뉴요커» 등의 브랜드와 협업했고 두아 리파Dua Lipa, 레드벨벳Red Velvet 등 여러 아티스트의 커버 워크에 참여했다. 『시루의 밤』, 『시루와 커다란 케이크』 등의 그림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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