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덕 작가는 폐의류를 활용해 업사이클링 작업으로 탈바꿈시키는 마법의 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에게 지목당한 재료는 쥐도 새도 모르게 해체되었다가 옷으로, 가구로, 오브제로, 설치 미술로 탈바꿈하죠. 그에게는 새로움이 오랜 친구 같습니다. 두려움 대신 호기심으로 반짝이며 새로운 재료로 작업 방식을 거침없이 도입해요. 이러기 위해서는 한 가지 갖춰야 할 덕목이 있는데요. 바로 일단 해보는 태도에요. 누군가에게는 조금 무모해 보일지 몰라도, 과도하게 계산하고 계획을 짜기보다 시행착오를 통해 현장에서 얻은 생생한 피드백을 빠르게 적용한답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네요. 뇌를 때리는 아이디어나 감각적인 재능도 중요하지만, 창작자에게는 꾸준하게 노력하는 항상심이 필수입니다. 작업물 하나 완성하고 만족하는 것보다 계속 끊임없이 작업을 이어갈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창작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보기만 해도 짜릿하게 이미지를 전복하는 윤경덕 작가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Chair C type 003-Deconsturcted Honda Racing Jacket Single Chair›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창작자로 활동하는 윤경덕입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의류 디자인을 전공했는데요. 패브릭으로 만드는 가구, 오브제, 설치 미술 등으로 작업이 확장되면서 여러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입니다.
T.B.O.S Making Process
T.B.O.S print company, Yelow Label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작업실은 자양동에 있어요. 많은 종류의 원단과 도구가 어지럽게 위치한 곳이죠. 봉제 기구, 패브릭 프린터, 레이저 커터 등 인하우스에서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는 머신류를 비치해 놨습니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길거리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요. 증축하는 건축물, 수리를 기다리는 자동차처럼 일상적이지만 특별한 순간에서 영감을 발견하는 것 같아요.
(좌) ‹Chair C type 003-Deconsturcted Honda Racing Jacket Single Chair›
(우) ‹Chair C2 type 001-Deconstructed SWIFT Racing Jacket Single Chair›
(상) ‹Chair C type 003-Deconsturcted Honda Racing Jacket Single Chair›
(하) ‹Chair C2 type 001-Deconstructed SWIFT Racing Jacket Single Chair›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주로 이미지를 분해하는 과정을 가집니다. 분해한 피스를 새롭게 배치해 원래 이미지와는 다른 이미지를 창출하죠.
최근 작업 중 기억에 남는 예를 들어 주시겠어요?
의류를 해체해 2.5m 높이의 대형 강아지 조형물로 제작했어요. 규모가 크고 작업 과정 중 부분적으로 새로운 방식을 적용한지라 제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는데요. 재미있게 작업했습니다.
‹T.B.O.S × HAZZYS English pointers›, 2024
해당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새로운 방법론을 구현해 작업물을 만드는 과정에 녹여낼 수 있었던 점이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방법이 낯설다 보니 처음 예측한 스케줄과 차이가 발생한 부분은 아쉬웠지만요.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제 일상은 정말 단순해요. 작업하고, 사람 만나고, 집에서 쉽니다. (웃음)
T.B.O.S C type Chairs
T.B.O.S C type Chairs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의류 컬렉션 작업을 하고 싶어요. 매년 자체적인 의류 컬렉션을 진행해 왔는데 지난 2023년에는 이러저러한 스케줄 때문에 그냥 넘길 수밖에 없었거든요. 올해에는 꼭 컬렉션을 만들려고요.
T.B.O.S Lookbook ‘PROUD OF MY SCARS’
T.B.O.S Lookbook ‘FUTURE’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저는 새로움에 열려있어요. 그래서 새로운 재료와 방법을 작업에 도입할 때 두려움이 적은 편이죠. 제 방향성과 다르다면 과감하게 잘라내기도 하고요. 덕분에 빠른 속도로 작업의 모습이 바뀌고, 형태가 발전하게 됩니다.
‹T.B.O.S × KOLON SPORT Rebirth E Type Chair›
‹T.B.O.S × KOLON SPORT Rebirth E Type Chair›
‹T.B.O.S × KOLON SPORT Rebirth E Type Chair›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는 편입니다. 한강 변을 뛰거나, 아니면 작업실 청소라도 해요. 뭔가 계속 신체를 움직이며 극복해 나가려고 노력합니다.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건강 문제입니다. 불규칙한 생활을 고수하다 보니 건강이 나빠져서 최근 병원에 오갔어요. 제 일을 오래 하고 싶은 마음이라, 건강에 많은 관심이 가는 요즘입니다.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일단 해보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시작부터 과도하게 계산하고 계획을 짜기보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시행착오를 겪는 데 쓰는 편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조금 무모해 보일지 몰라도,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느끼는 피드백으로 단점을 빠르게 수정할 수 있어요.
Collaboration with ‘SEVEN EIGHT UNDER’ Signature Shoed Artist Edition
Collaboration with ‘SEVEN EIGHT UNDER’ Signature Shoed Artist Edition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거창한 노하우나 팁은 없지만, 꾸준하게 노력하는 항상심은 무척 중요합니다. 갑자기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감각적인 재능도 물론 작업에 큰 보탬이 돼요. 하지만 저에게 있어 창작자가 갖춰야 할 가장 큰 미덕은 꾸준함이라고 믿거든요. 하나의 작품에 만족하기보다 꾸준히 본인의 작업을 각자 이어가면서 발전시켰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꾸준하게 작업하는 창작자.
Collaborative Exhibition «Crushed» with The Na Eun, 2022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지금 사용하는 작업실 면적이 꽤 넓은 편이지만, 여러 작업 도구와 머신, 재료 때문에 너무 복잡해요. 정말 쾌적하고 넓은 스튜디오에서 우리 팀원들과 함께 재미있게 일하는 모습이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앞날입니다.
Artist
윤경덕(@tbos_kd)은 전통적 의미의 완벽한 디자인을 해체하고 수작업으로 새롭게 배치해 약간의 불완전함과 결함을 살린 신선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전통에서 벗어나 금기를 깨는 브리콜라주 형식의 DIY 방법론은 원재료의 디자인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에너지와 정보를 빠짐없이 전달하고, 동시에 새로운 메시지를 창출한다. 세상을 거대한 기성품으로 바라보며 모든 물질을 비틀고 혼합하는 작가는 우리의 과포화된 시각 생태계에서 가장 일반적인 요소를 끊임없이 변형하고 만지작거리는 와중에도 제 독창성을 잃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