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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노동에 탐닉한 바보가 되지 말기로 해요

Writer: 영리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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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영리영리는 ‘젊고 영리한 마음으로 영리를 추구한다’는 뜻의 창작 듀오예요. 두 사람에게 ‘지속가능성’은 늘 중요한 화제인데요. ‘지속 가능한 환경’, 그리고 ‘지속 가능한 작업 활동’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제품을 최대한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평생 A/S 서비스를 제공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싫어하는 일을 질리도록 해내는 이유랍니다. 작지만 꾸준한 노력을 모아가며, 아름답고 쓸모 있는 것을 만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영리영리는 어떤 곳인가요?

김예지, 신은진이 공동 대표로 운영하는 영리영리입니다. 영리영리는, ‘젊고 영리하게 영리를 추구한다’는 뜻이에요.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희는 같은 대학, 같은 과 동기였어요. 성향이 맞아 ‘영리영리’라는 이름으로 졸업작품을 함께 만들었죠. 이후 영리영리의 작업을 다시 보고 싶어 하는 몇몇 지인의 성화로, 회사에 다니며 소소하게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A Bang shaped Hat with Four Different Hats›, 2013

‹A Clould Muffler›, 2013 (좌)

‹A Gum Hat›, 2013 (우)

‹A Clould Muffler›, 2013 (상)

‹A Gum Hat›, 2013 (하)

‹Three Different Ways of Using Gloves Hat›, 2013

영리영리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도봉구 창동의 아파트 숲 사이에 자리 잡고 있어요. 큰 창을 통해 해가 아주 잘 들어오고, 그 햇빛을 먹고 사는 덩치 큰 식물이 여럿 있는 넓고 쾌적한 사무실이에요. 출고 공간, 휴식 공간, 작업 공간, 탕비실 등으로 나눠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참, 우리 사무실은 애니멀 프렌들리Animal Friendly 오피스에요. 반려동물과 방문하시는 분이라면 대환영입니다! (웃음)

영리영리는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나요?

듀오 디자이너이기에 서로의 대화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작은 아이디어의 씨앗에서 시작해 질문을 덧붙이고 공감하다 보면 그럴싸한 무언가로 발전해 가는 경우가 많아요.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영리영리는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우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팀원들 각자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구체화하고 직접 샘플링합니다. 저희는 예술작품이 아닌 상업 제품을 만들잖아요. 그래서 MD의 데이터나 인사이트도 창작에 큰 영향을 끼쳐요. ‘이 제품을 내가 착용하고 싶은가?’ 반문하며 의견을 공유하고, 여러 번 수정 작업을 거치는 이유랍니다. 이후 최종 샘플이 나오면 1~2주 동안 직접 사용하며 내구성과 불편한 지점을 체크하고 있어요.

‹Nonna ring›, 2023

영리영리의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Savon collection은 2022년 첫 릴리즈 이후, 여러 물성과 형태로 전개하고 있는 라인인데요. 비누의 질감과 컬러에서 영감받아 출시한 Savon Ring을 출시했고, 이후 금속과 에폭시의 대비되는 물성으로 풀어낸 제품을 만들었어요. 또한 반지에서 목걸이, 헤어 핀 형태로 확장하며 다양한 아이템을 만들었습니다. Savon collection은 영리영리의 아이덴티티와 물성에 대한 영리영리만의 시도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컬렉션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더욱 다양한 소재와 자유로운 디자인을 통해,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금속 소재와 한정적인 디자인으로만 전개되던 기존 주얼리 카테고리에서 벗어나는 것도 목표입니다.

‹Savon Collection›, 2022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함께 사는 강아지, 고양이 위주로 저희 삶이 돌아가는 편인데요. (웃음) 그래서 집을 멀리 떠나는 걸 선호하지 않아요. 큰 이벤트 없이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조용히 일상을 보내는 편입니다. 금요일이면 함께 장을 보고, 주말에는 주중에 검색해 놓은 요리를 하고, 청소를 하죠. 이런 평범한 하루하루가 저에게는 가장 소중하고, 또 놀랍게도 제가 가장 큰 영감을 받는 시간이기도 해요.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제가 하는 모든 행동과 작업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늘 떠올려요. 물론 저는 환경운동가도 아니고, 때론 일회용 제품을 쓰기도 해요. 다만 제가 하는 모든 일이 제 후손에게, 그리고 환경에 적어도 나쁜 영향을 주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저희는 포마이카Formica라는 소재를 자주 사용하는데요. 포마이카는 플라스틱으로 자연 생분해되지 않고, 다시 녹여서 사용할 수도 없어요. 그래서 고객분들이 최대한 오래오래 사용하실 수 있도록 평생 A/S를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반지를 조각내서 다른 제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도 찾고 있어요. 브랜드를 시작할 때부터 패키지는 쭉 생분해되는 소재로 만들고 있죠. 작지만 꾸준한 노력을 모아나가는 중입니다.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하루 종일 안 풀리는 문제를 붙잡고 있어도, 절대 그 일이 해결되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문제에서 멀리 벗어났을 때 명쾌한 해답이 떠오른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슬럼프가 올 때면 최대한 머리를 비우려고 노력합니다. 작업실을 떠나 산책하고, 산을 오르거나,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해요.

영리영리가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근면성과 성실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리영리의 창의적인 결과물을 돌아보면, 결국 꾸준한 시간을 들였을 때 탄생했더라고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노동에 탐닉한 바보가 되지 말자’고 경계합니다. 저희가 존경하는 신예선 작가님의 작업 철학인데요. 내가 들이는 시간과 노동에 의미 부여하고 있지 않은지 항상 경계하려고 해요.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시겠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싫어하는 일을 질리도록 해야 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해요. 브랜드를 시작하니까 디자인 업무뿐 아니라, 정말 많은 일들이 저희를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요새 저희끼리 우스갯소리로 ‘우리 어른이 된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요. (웃음) 디자인을 기획하는 일은, 저희가 처리하는 일 중에 10%도 채 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데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오래오래 하려면 나머지 90%의 일을 (가끔은 억지로라도) 해내야 한다는 걸 배워가는 중이에요. 

‹Susan Scrunchie, Bonnie blue›, 2022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아름답고 쓸모 있는 것’을 정말 잘 만들었던 영리한 듀오 디자이너.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모든 분야에서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우선시하는 사회.

Artist

영리영리는 ‘젊고 영리한 마음으로 영리를 추구한다’는 뜻의 창작 듀오다. 김예지와 신은진은 홍익대학교 섬유미술패션디자인 학부를 졸업한 후 다양한 물성을 탐구하고 새롭게 조합해 쓸모 있고 아름다운 물건을 만든다. 공동으로 진행한 졸업 작업을 계기로 졸업 후에도 회사에 다니며 틈틈이 작업했고, 2017년 영리영리라는 이름으로 패션 주얼리 브랜드를 론칭했다. 현재 국내에는 비이커, 29CM, EQL, 카카오 선물하기 등에 입점했고, 북미, 홍콩, 중국 등으로 활발히 진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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