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아트 퍼니처를 만드는 서수현 작가는 일상에서 영감을 받아 가구와 섬유 공예로 구현하고 있어요. 동글동글한 패딩을 껴입은 귀여운 의자, 도톰한 털북숭이 스와치, 알록달록 푹신해 보이는 터프팅 오브제와 올록볼록한 조명은 보기만 해도 마음을 확 사로잡죠. 아이와 어른 가리지 않고 자신의 작품을 마음껏 상상하고 체험하길 바라는 서수현 작가. 그의 관점과 작업 뒷이야기에 대한 아티클을 얼른 읽어보세요. B(A)SHOP에 입점한 서수현 작가의 소품도 잊지말고 꼭 둘러보세요!
‹WARM WORM WRIGGLE›작업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WARM WORM WRIGGLE›은 물감을 흩뿌린 듯한 패턴을 입힌 소파 ‹Make Your Own Couch›, 인형을 붙이며 연출하는 자석 거울 ‹Fun Fur›, 터프팅 러그 ‹Worms›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린시절 제가 좋아하던 많은 것을 담아냈어요. 지렁이 젤리, 칠판, 털이 복슬복슬한 인형들, 화려한 패턴과 생기 있는 색 같은 것들 말이죠. 사실 어릴 적 제 방은 온통 부모님 취향으로 꾸며졌어요. 취향이 고상하셔서 아이 방인데도 가구들은 월넛으로 만든 것이었고, 침구들은 다 무채색이었죠. 그래서 저는 어릴 때 공주 옷 같은 걸 입어본 적이 없어요. 어디에 가더라도 청바지에 흰 티셔츠, 재킷을 입었어요. 그래서 한이 맺혔나 봐요. ‘어른이 되면 꼭 내가 원하는 대로 방을 꾸며야지!’란 생각이 강했죠. 그 한을 이번 작업에 풀어내 좋아하는 것을 마구마구 담는 과정이 무척이나 즐거웠어요. 그래서 관람객들 역시 소파에 앉아도 보고, 거울에 붙은 인형들을 여기저기 옮겨보기도 하면서 제 공간을 즐겼으면 좋겠어요. 본인의 어릴 적 방, 혹은 꿈의 공간을 떠올리면서…
WARM WORM WRIGGLE, 2020 © 서수현
작업에서 재미있는 점, 주목해야 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 작업은 형태의 간결함, 색감의 생동감, 풍성한 볼륨감이 특징입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전 세대가 마음껏 상상하고 풍부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작업을 하는 것이 목표예요. 저는 무겁거나 심오한 작업을 추구하지 않아요. 대부분 제 이야기, 특히 어린시절에서 출발하죠. 어릴 적의 나를 아주 잠시 회상하는 그 찰나의 순간을 통해 오래도록 제 작업이 기억에 남기를 바라요. 사실 이전에는 단순히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행복한 경험을 하시길 바라요’ 하고 말았는데, 이게 마냥 행복한 감정만 들지 않더라고요. 어릴 적 동심이 담긴 작업물을 보면 한편으로는 아프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되게 다양한 감정들이 지나가요. 그래서 이제는 하나의 감정이 아니라 다양한 감정을 마주하셨으면 한답니다. 요즘은 한 사람을 위한 터프팅 작업을 만들고 있어요, 주변 친구, 가족, 저 자신, 아니면 아예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작업을 하죠. 그 사람의 이야기, 그림 혹은 사진 한 장 등의 소스를 가지고 작품에 풀어내는 과정이 재미있더라고요. 다양한 색감과 형태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에 주목하시길 권해봅니다.
작업 중 겪었던 특별한 경험이나 작업에 대해 사람들이 보인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작업을 진행하며 겪었던 특별한 경험으로 딱 떠오르는 건 없는데, 작업과 관련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있어요. 제가 지난 5월 «DAZED&CONFUSED»에서 기획한 아트 페어에 초대를 받아 참여했는데요. 같이 전시하는 작가분 중 뮤지션 GD가 있었어요. GD가 제 의자에 앉아서 사진을 찍었고, 그 장면을 본 «DAZED&CONFUSED» 편집장님이 그걸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셨죠. 저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핸드폰을 충전하는 중이었는데요. 한두 시간이 흐르고 핸드폰을 보니까 진짜 여기저기서 연락이 엄청나게 많이 와있는 거예요. 얼굴만 알고 있던 후배부터 잡지 에디터분까지 너무 신기하다고 연락이 왔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경험이에요.
한 사람의 창작자로서 지니는 기본적인 태도와 관점이 궁금합니다.
먼저, 제 작업을 바라볼 때는 ‘지금 내가 이 작업을 하면서 즐거운가’를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해요. 작업에 임하는 저의 감정이 결과물에 많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특히 색을 쓰는 걸 좋아하는 터라, 재미있게 할수록 더 생기 있는 색감이 나오더라고요. 그 기쁨이 또한 보는 사람에게 전달되고요. 여기서 즐거움이란 게 마냥 기쁘고, 좋고, 힘들지 않은 상황을 의미하지는 않아요. 사실 작업의 강도가 대부분 낮은 편이 아니라 힘들 때가 많거든요. 하지만 완성한 후에 찾아오는 희열과 기쁨이 존재하죠. 그래서 작업을 할 때 ‘이 작업이 많은 고생 끝에 기쁨과 보람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게 돼요. 창작자는 무엇인가를 만들면서 자기 내면의 것을 표현하는 사람이기에 많은 것을 담고 이를 체화해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많은 경험을 하려고 노력하고, 편식 없이 최대한 다양한 분야에서 영감과 자극을 받으려고 해요.
창작자로서 가장 기쁨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진짜 진짜 너무나도 힘들게 작업한 후 제 마음에 쏙 드는 결과물이 나왔을 때 세상에서 제일 기뻐요. 입꼬리가 귀에 걸리게 웃으면서 속으로 ‘아… 너무너무 귀엽다. 잘했네’라는 생각이 들면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감탄사가 나와요. “너무 마음에 들어!”라고 탄성이 터져나올 때도 있죠. 저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아요. 멋진 곳에서 전시하거나 많은 분들이 제 작업을 좋아해 줄 때에도 물론 행복하지만 마음에 드는 작업을 완성했을 때의 그 순간, 그 기쁨으로 계속 작업을 합니다.
한국에서 창작자로 홀로 살아남기란 참 힘든데요. 혹시 어려움을 겪어보셨는지요. 이를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예전보다 상당히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회화나 조각과는 달리 아트퍼니처에 대해 용도가 있다는 이유 때문에 제품으로 인식하는 점이 어려움을 부르는 것 같아요. ‘러그’인데 너무 비싸다, 혹은 ‘의자’인데 너무 비싸다 등의 이야기를 자주 들었거든요. 러그나 의자이기 전에 하나의 작품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오래도록 지속하려는 창작자에게 필요한 ‘버티는 힘’, ‘버티는 노하우’를 공유해주세요.
사실 저는 아직 노하우가 없어요. 작업 활동을 본격적으로 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일단 재고 따지지 말고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했거든요. 작업을 통해 뭔가를 이루겠다,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1순위가 되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불안해질 것만 같아요. 물론 큰 목표를 세우는 것은 중요하겠지만, 작업을 진행하며 느끼는 행복 그 자체에 집중하면 버틸 힘이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번 열심히 버텨보도록 하겠습니다(웃음). 다른 창작자분은 어떤 노하우를 갖고 계시는지 배우고 싶습니다.
Artist
서수현은 서울을 기반으로 아트퍼니처와 섬유공예품을 만드는 창작자이다. 형태의 간결함, 색감의 생동감, 풍성한 볼륨감이 특징으로 작업을 통해 아이에서 어른까지 전 세대가 마음껏 상상하고 풍부한 감정들을 느끼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홍익대학교 섬유미술 패션디자인과와 목조형가구학과를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