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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타인의 삶에 헌신하는 작업이란

Writer: 박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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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박혜인 작가는 유리를 다룹니다. 글로리홀이라는 활동명으로도 잘 알려져 있죠. 그는 글로리홀의 상업적인 활동과 자신이 유리를 통해 연구하는 동시대적 탐구를 서로 연결하며 창작을 끌어가고 있어요. 유리 작업을 하기엔 척박한 국내 환경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창작자랍니다. 잘 모르겠더라도 일단 시도하기, 스트레스를 작업의 일부로 여기기, 생계와 작업을 분리하지 않기, 타인의 시선과 자신의 다음을 두려워하지 않기. 보면 볼수록 빛나는 그의 생각을 아티클에서 확인해보세요.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저는 ‘박혜인’이자 동시에 ‘글로리홀’로 활동하는 작업자입니다. 주로 다루는 물질은 유리예요. 유리로 조명도 만들고 공예품도 만들지만, 동시대 맥락에서 유리를 바라보는 일을 하고 있어요.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학부 졸업 전시를 끝낸 직후 미술을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어요. (웃음) 차라리 조명을 만들어 생계를 이어 나가겠다는 마음으로 한 학기 남은 추가 학기에 유리 수업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조명회사에 입사할 요량으로 조명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는데요. 우연한 기회로 창업지원 사업에 지원하면서 글로리홀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Untitled Lamp›, 2022

‹Flame lamp›, 2021 (좌)

‹Clear Fire›, 2021 (우)

‹Flame lamp›, 2021 (상)

‹Clear Fire›, 2021 (하)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제 작업 공간은 현재 세 곳으로 분리되어 있어요. 첫 번째는 학교 유리공방이고, 두 번째는 제가 사는 월계동 아파트, 마지막은 얼마 전 계약한 경리단길 작업실입니다. 학교 유리공방에는 유리 블로잉 시설과 연마시설이 있어서 실질적인 유리 작업을 할 수 있어요. 집에서는 미팅을 하거나 조명 작업을 합니다. 이제 경리단길에 위치한 작업실에서도 간단한 유리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시설을 구비하고 이전 공간에서의 용도들을 옮기려고 계획 중이에요.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저의 관심사와 매체는 이미 정해져 있어요. 유리라는 물질이죠. 저는 이 물질을 외부의 서사나 맥락과 연결하는 일을 좋아해요. 연결이 되지 않을 것 같다가도 아주 절묘하게 연결될 때가 있는데, 그런 순간이 제게 큰 영감을 준답니다.

‹My warm little Pond›, «날 것», 인천아트플랫폼, 2022

‹My warm little Pond›, «날 것», 인천아트플랫폼, 2022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노션Notion 계획표에 주르륵 적어둡니다. 무언가 해내야 하는 미션처럼요. ‘~에 대해 생각하기’처럼 추상적일 때도 있고, ‘~을 00개 만들기’처럼 구체적일 때도 있어요. 이런 노션 작업 목록을 체크하다 보면 어느새 꽤 구체적인 그림이 나오는데요. 사실 제가 제일 좋아하고 재밌는 부분은 주변 사람과 대화하며 제 생각을 이야기하다가 저도 모르게 더 발전하는 과정이 있다는 거예요.

작가님의 최근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주시겠어요?

지난해 12월에 개인전을 열었어요. 글로리홀이 아닌 박혜인이 주인공인 첫 개인전이었기에 제게 뜻깊었죠. 유리의 형상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어떤 현상을 만들어낼지 언제나 늘 고민하는데요. 저는 이를 두고 ‘어떤 형상을 액체에서 꺼내올까?’라고 표현하곤 해요. 유리의 형상을 만든다는 행위 자체가 개념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치렀던 전시였답니다. 지질학의 역사를 리서치하는 과정에서 과거 17세기 사람들이 화석을 두고 살아있던 생명체의 흔적이 아니라, 땅속에서 자란 광물이라 생각했던 사실에서 착안해 화석과 유리를 연결하여 자연사박물관의 형태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더불어 요즘 제가 만들었던 조명 중 하나인 ‹Ghost Casper›의 양산화를 준비하고 있어요. ‘Kolamp’라는 국내 조명회사와 협업하며 그 이름도 ‘Ghost Jellyfish’로 바꾸었죠. 제가 만든 유리의 금형을 뜨고 여기에서 만들어진 유리를 보니 감회가 남달랐어요. 제가 직접 손대지 않은 유리 작업은 처음이거든요. 봄 출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Ghost Casper›, 2022

Ghost Jellyfish, 2023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글로리홀의 상업적인 활동과 제가 유리를 통해 연구하는 동시대적 탐구를 서로 연결하는 일입니다.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12년째 자전거로 움직이는 생활을 유지하고 있어요. 악천후가 아니라면 아무리 추운 겨울이어도, 더운 여름이어도 자전거를 타고 일터에 나가고, 학교에 가요. 최근에는 경리단길 작업실에 가기 위해 자동차를 마련했기 때문에 이제 일상을 보내는 방식이 조금 바뀔 것 같지만요.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운전입니다. 아직 미숙해서 운전할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몸에 힘이 들어가요.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올 때면 꽤 성취감도 든답니다.

‹Glass creature series›, 2022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일이 없다면 가능한 한 쉬거나, 일이 있다면 손을 계속 움직입니다. 할 일이 있다면 슬럼프라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에요. 가장 두려운 것은 할 일이 없을 때의 무기력함이죠. 내면의 피로감과 싸우는 일이 가장 어려워요. 이때는 아주 작더라도 해야 할 일을 만드는 수밖에 없어요.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유리를 매체로 택한다는 것은 이를 지속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와 늘 싸우는 일 같아요. 가령 저는 이제 대학원을 졸업하면 유리 작업이 가능한 외부 시설을 알아봐야 합니다. 작업을 하는 데 있어 전보다 더 많은 비용과 과정, 시간이 드는 일이에요. 하지만 반드시 찾아올 산이기도 하고,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니 잘 대응해야겠죠.

‹산봉우리와 물줄기›, «Diluvial», 문래예술공장, 2022

«Diluvial», 문래예술공장, 2022 (좌)

‹The fossils of Hexameron›, «Diluvial», 문래예술공장, 2022 (우)

«Diluvial», 문래예술공장, 2022 (상)

‹The fossils of Hexameron›, «Diluvial», 문래예술공장, 2022 (하)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아직 작업한 지 10년도 되지 않아서인지 저만의 확고한 철학과 태도가 아직 정립되었다고 말하기는 힘들어요. 다만 가까이 있는 것만 보려고 하지 않고 길게 보려고 하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창작자로서 지치지 않고 내가 어떻게 길게 생존하며 즐겁게 작업을 이어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하나의 본보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주시겠어요?

항상 이야기해온 것인데, 세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잘 모르겠더라도 일단 시도해보면서 알아가는 과정을 가지는 것, 작업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작업의 일부로 여기며 즐길 것, 생계와 작업을 분리하지 않을 것 그리고 이로 인한 타인의 시선과 자신의 다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Paused Water›, 2021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창작자입니다. 동료들에겐 협업하기 좋았던 작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제가 하는 모든 작업이 사람들의 삶에 헌신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길게든, 짧게든, 가까이든, 멀든요.

Artist

박혜인은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미술가다. ‘글로리홀Gloryhole’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2015년 «글로리홀 라이트 세일즈Gloryhole Light Sales»(개방회로, 2015) 전시를 시작으로 유리 조명과 글라스웨어를 만들어 왔다. 2019년 시청각에서 열린 «Ghost Shotgun» 전시를 기점으로 조명이 아니거나 기능이 없는 유리 조각을 시도했다. 최근 단체전 «날 것»(인천아트플랫폼, 2022)에 참여했고 개인전 «Diluvial»(문래예술공장, 2022)을 열었다. 박혜인은 주로 현실 유리와 디지털 유리를 매체로, 물질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환경설정에 관심이 많다. 유리를 하나의 스크린으로 바라보고 유리의 표면이 동시대에 어떤 연결로, 무엇을 약속할 수 있는지 탐구하고 있다. 더불어 지금은 정지했지만, 한때 정지하지 않았던 물질로부터 살아있음과 움직임을 되돌이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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