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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타카심의 간격과 각도처럼

Writer: 김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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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김서울 작가는 시각예술 중 회화에 천착하는 작가입니다. 오래된 매체인 유화로 그리기의 당위성에 파고들고 있어요. 그의 작업실과 주거 공간은 한 몸입니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있는 아파트에 거주하며 매일 그림과 함께 살고 있죠. 그는 여러 점을 동시에 작업하지 않아요. 지금 마주하는 그림 단 한 점에만 집중합니다. 이리저리 돌리고, 뒤로 물러서서 바라본 거리까지 고려했을 때 층고가 그리 높지 않은 아파트 공간에서는 1점이 가장 적절한 단위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거실을 장악한 그림은 꿈에서도 나타날 정도로 삶과 밀접하게 붙어있어요. 아침에는 작업 응시, 점심에는 작업 진행, 저녁에는 작업 복기 등 그의 삶은 작업으로 가득 찬 느낌이에요. 김서울 작가는 요즘 색채의 망을 설계하는 데 고심 중입니다. 단호한 산업적 원칙에 따라 생산되는 기성품인 물감의 존재 이유를 고심하며 캔버스에 위치할 자리를 찾고 있죠.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주제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성취한 모든 기록이 모여 작업이 된다고 믿는 그는 캔버스 천을 프레임 뒷면에 고정하기 위해 박는 ‘타카심의 간격과 각도’를 삶의 태도로 견지합니다. 사랑, 사명감, 집념으로 작업하는 김서울 작가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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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울 작가 프로필 이미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시각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김서울입니다. 고전 매체인 유화로 ‘그리기의 당위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적부터 예술을 하고 싶었고, 미술대학을 나와야 예술가가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휘트니 뮤지엄 웹사이트에서 솔 르윗Sol LeWitt의 작업을 본 뒤 더 넓은 세계가 있음을 직감했죠. 그때 그 세계로 들어가고자 결심했고, 이후 2019년 개인전 «Uncolored»로 데뷔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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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울 작가의 주거 공간 겸 스튜디오 전경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서울시 도봉구 방학동에 있는 전용면적 70.62㎡ 아파트에 거주하며 작업 중이에요. 이곳은 층고가 227cm로 그리 높지 않아 한 번에 그림 하나만 그릴 수 있습니다. 작업을 이리저리 돌리거나 뒤로 물러서서 바라볼 거리까지 고려했을 때 가장 적절한 단위죠. 작업실로 출퇴근하는 작가와는 다르게, 저는 작업과 함께 살고 있어요. 거실을 장악한 그림을 어쩔 수 없이 매일 마주하다 보면 꿈에도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서, 초과근무도 잦은 편입니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사실 저는 ‘영감’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매일 꾸준히 작업에 임하는 입장에서는 기회주의적 태도처럼 다가오거든요. 그럼에도 대답하자면, 시각예술 종사자로서 ‘시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인간의 모든 감각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상태이므로, 시각을 단련하기 위해 청각, 후각, 미각, 촉각까지 오감을 골고루 단련시키려고 노력합니다. 단련된 감각은 제가 이전 작업에서 획득하지 못한 미적 성취를 이루는 데 도움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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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68가지 색상을 갖춘 튜브 물감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창작자의 의지를 발현하는 단초로써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가령 저는 캔버스 천을 선택할 때 무척 신중한 편이에요. 캔버스를 이루는 작물의 종류, 씨실과 날실의 짜임새, 표면의 처리 방식, 나아가 냄새까지 맡아가며 선별합니다. 다음으로 이전 작업에서 해결하지 못한 부분을 충분히 복기하는 시간을 가져요. 결연한 마음가짐을 장착한 후 다음 작업의 주조색이 될 물감을 선택합니다.

‹Filbert Family No.11›, 2021

‹Filbert Family No.11›, 2021

‹Filbert Family No.5›, 2020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2019년 데뷔작으로 발표한 ‹애프터 드 쿠닝After De Kooning› 연작은 추상표현주의와 물감의 역사 및 특성을 전례 없는 방식으로 번역한 작업입니다. 이후 2021년 두 차례 개인전을 통해 ‹필버트 패밀리Filbert Family› 연작을 선보였는데요. 특정 인물 또는 사조에서 한발 물러나 회화의 기본이자 모태가 되는 도구, 즉 붓 자체와 정면 대결을 벌인 결과물이었어요. 현재 진행 중인 ‹스칼라 앤 벡터Scalar and Vector› 연작은 지난 두 연작에서 연구가 부족했던 색채의 조합을 보다 역학적이고 심리적인 관점에서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형태를 통해 발현된다는 점에서 색채는 공학과 유사한 지점이 있다고 믿어요. 이를 염두에 두고 섬세한 색의 망을 설계하려고 합니다.

‹After De Kooning No.5›, 2017

‹After De Kooning No.5›, 2017

‹After De Kooning No.10›, 2018

‹After De Kooning No.5› 컬러 차트, 2017

‹After De Kooning No.5› 컬러 차트, 2017

‹After De Kooning No.10› 컬러 차트, 2018

‹Filbert Family No.9›, 2020

최근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물감은 본디 기성품입니다. 차갑고 단호한 산업적 원칙에 따라 만들어져요. 하지만 저는 이런 재료가 지닌 존재 이유를 고심하며 각 물감이 캔버스에 위치할 자리를 찾아주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Scalar and Vector No.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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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alar and Vector No.9›, 2024

‹Scalar and Vector No.7›, 2023

‹Scalar and Vector No.9›, 2024

‹Scalar and Vector No.11›, 2024

‹Scalar and Vector No.5›, 2023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아침에는 청소, 책 읽기, 작업 응시. 점심에는 작업, 간단한 점심 식사, 침대에 눕기. 저녁에는 작업 복기, 요리하기, 청소, 책 읽기, 충분한 수면 취하기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현재 진행 중인 작업입니다.

«Sonata for a Beautiful Soul», 디스위켄드룸, 2021

‹Filbert Family No.10› Small version, 2020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제가 삶을 대하는 태도는 마치 캔버스 천을 프레임 뒷면에 고정하기 위해 박는 타카심의 간격과 각도와 같습니다.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슬럼프가 오더라도, 그것을 슬럼프라고 여기지 않아요. 모든 일이 수순대로 흘러갈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Filbert Family No.6› Small version, 2020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지난 4월에 겪었던 특발성 난청이 9월에 재발했습니다. 신속한 대처로 다행히 호전된 상태입니다.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사랑, 사명감, 그리고 집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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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king Waltz», 디스위켄드룸,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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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king Waltz», 디스위켄드룸, 2024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작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주제’가 있어야 한다고 봐요. 이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게 성취한 기록이 모여 작업이 되니까요. 더불어 자기가 창작하는 모든 게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뒤흔들지도 모른다는 책임 의식이 필요합니다. 지속적인 자기 객관화의 과정도 필수고요.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미래’라는 까마득한 단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저 매일 반복되는 작업과 식생활이 삶을 이루는 매 순간을 깊게 감상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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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김서울(@kimseoul_uncolored)은 회화를 향한 본질적인 질문과 응답 과정을 통해 작업하는 작가다. 붓, 물감, 캔버스 천, 액자 등의 도구와 회화적 방법론이 지금 시대에 지니는 위치와 가능성을 향해 집요하게 탐구한다. 국민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했고, 2024년 제1회 계명극재회화상을 수상했다. «도킹 왈츠»(디스위켄드룸, 2024), «아름다운 영혼을 위한 소나타»(디스위켄드룸, 2021), «뷰티풀 마인드»(아트딜라이트, 2021), «Uncolored»(아트딜라이트, 2019) 등 지금까지 총 4번의 개인전을 치뤘다. «블룸 비전»(츠타야 서점, 일본 교토, 2024), «Transparent Window, Glass Table»(갤러리 기체, 2023), «Hand to Eye»(BOL 갤러리, 싱가포르, 2023), «Layered»(IBK 아트 스테이션, 2022), «페리지 윈터쇼 2021»(페리지갤러리, 2021), «추상의 경계»(아미미술관, 대한민국 당진, 2021), «그라데이션: 붉은색에서 금빛으로»(무니토 연남 쇼룸, 2020), «소울 서울: 한국의 현대미술»(아트딜라이트, 2020) 등 국내외 단체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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