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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이제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Writer: Rarebi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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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Rarebirth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래픽 아티스트입니다. 여러 뮤지션의 음반과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가꿔왔어요. 화려한 포트폴리오를 쌓으며 높아지는 이름값 이면에는 개인적인 고민도 많았습니다. 누구누구의 음반 디자이너라든지 어디 어디와 일한다든지 등의 수식어로 소비되는 상황이 싫었고, 클라이언트 작업에 치우칠 때 자문하게 되는 정체성에 대한 혼란도 괴로웠죠. 그런데 이제는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근본적인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거든요. 활동명으로 불리든, 본명으로 불리든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다양한 방식을 즐기며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답니다. 건강한 몸으로 동료와 즐겁게 창작 활동에 매진하는 겸손한 미래를 꿈꾸는 작가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아티클에서 바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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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nus›, 2017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컴퓨터 그래픽 기반의 다양한 비주얼 작업을 하는 김주승입니다. ‘Rarebirth’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거나 무언가 만드는 행위를 사랑했지만, 중고등학교 때에는 미술을 가까이하지 못하는 환경이었어요. 그래서 반 포기 상태로 전공을 정해 대학에 진학했는데요. 졸업 후 더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제 인생과 한국에서의 시간을 잠시 멈추려고 영어 공부라는 그럴듯한 핑계를 만들어서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났어요. 그때 이런저런 그래픽 작업을 하며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작업물을 공유하다가 운 좋게도 평소 너무나 좋아하던 뮤지션 진보JINBO의 앨범 ‹FANTASY› 아트워크를 맡게 되었습니다. 이를 첫 공식 커리어로 삼아 다양한 뮤지션과 문화 기반 기업과 협업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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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꼬Loco와 쿠기Coogie의 컬래버레이션 싱글 앨범 ‹ON fire› 아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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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 × Rarebirth ‹Feast›, 2017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한남동에 있는 오래된 상가에서 작업실을 운영한 지 올해로 6년 차입니다. 혼자 작업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 아쉬움 없이 지내고 있어요. 이전에는 아지트 느낌이 강했는데, 1년 전 공간에 대한 권태로움이 오면서 이것저것 천천히 바꿨어요. 최근 오토폴에 자전거를 거치하면서 제가 원하던 작업실 공간을 완성했습니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주변 친구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영화 좋아하는 친구가 추천한 영화를 보고 주변 지인을 통해 다양한 음악을 접하는 거죠.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소스를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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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민Sumin ‹Fightman› 아트워크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딱히 특별할 건 없어요. 설득할 수 있는 작업물이 나올 때까지 이것저것 두드려 보며 충분한 시간을 할애합니다. 그러다 보면 요령이 생기기 마련이고, 자연스레 활용하게 되는데요. 그래도 저는 언제나 미련하게 작업하는 편이에요. 가끔 제 해석과 의도에 맞춰 온전히 작업하길 원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각자의 생각에 큰 격차가 생기면서 더욱더 힘들고 아픈 결말로 빠지곤 합니다.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일단 반스와 나이키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반스의 경우, 반스 아시아가 주도하는 ‘2024 아시아 아티스트 캠페인’에 참여해, 브랜드의 슬로건 ‘Off The Wall’의 DNA를 활용한 그래픽을 개발하고 다양한 제품군에 녹이는 작업을 했어요. 나이키와는 ‘나이키 강남’ 리뉴얼을 기념하는 다양한 커스텀 그래픽을 진행했고요. 가장 최근에는 가구 플랫폼 ‘모스카펫MOSS CARPET’의 오프라인 스토어 이전에 따른 로고, IP 개발, 몇 가지 그래픽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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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반스 ‘2024 아시아 아티스트 컬렉션’ 그래픽 작업

(우) 나이키 코리아와 협업한 커스터마이징 그래픽 작업

(상) 반스 ‘2024 아시아 아티스트 컬렉션’ 그래픽 작업

(하) 나이키 코리아와 협업한 커스터마이징 그래픽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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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SS CARPET 로고 베리에이션

최근 작업을 통해 작가님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누군가에게 강조하려고 의도했던 부분은 특별히 없었어요. 대신 현시점에서 제 작업과 AI 기술이 건강하게 공존하는 ‘정도’에 대해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AI를 활용해 다양한 이미지 베리에이션을 작업해 보았는데 나름 만족스러웠어요. 앞으로 AI 활용에 대한 개인적인 방향성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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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레이브 파티 브랜드 메가패스Megapass 포스터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스러운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궁금합니다.

예전에는 상업적인 작업에 치우칠 때마다 제 정체성과 나만의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커지곤 했는데요. 최근 들어서 근본적인 행위, 즉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다양한 방식을 더욱더 즐겨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러자 자연스레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하자’라는 모토가 생겼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클라이언트 작업에 임하면서, 그 안에서 저만의 새로운 방법을 찾아가고 있어요. 그래서 불만족하거나 아쉬울 이유가 딱히 없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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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바다, 붉은태양›, 2020, artwork for Maker’s M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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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derwall›, 2023, «Guide Bomb»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적당하게 거리가 떨어진 집과 작업실 사이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걸 좋아하고, 약속이 없는 날에는 늦은 밤까지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내요. 그렇다고 작업실에서 작업만 하는 건 아니고요. 여유가 있을 땐 턴테이블로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는 등 홀로 취미생활을 즐깁니다. 무료한 일상에서 소소한 일탈을 함께할 친구들이 많아서 이런저런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음주를 즐기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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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R LIVE ‹IS ANYBODY OUT THERE› LP 피지컬 디자인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최근 빈티지 MTB 자전거를 구입해 여기저기 파트들을 변경하고 있어요. 객관적으로 보면 살짝 과잉한 감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가구, 조명 등이 스트레스성 과소비의 큰 부분이었는데, 지금은 자전거로 바뀌었어요. 나름 건강한 소비라고 합리화하는 중입니다.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꼭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면, 일하기 싫을 땐 하지 않습니다. 날씨 좋을 때 산을 간다든지, 전시장이나 영화관을 간다든지, 가볍게 일상에서 벗어나 버립니다. 때로는 한 달 정도 해외를 홀로 여행하며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돌아오기도 해요. 조금 자학적일 수 있지만, 프리랜서의 삶에서 슬럼프와 번아웃 같은 단어는 배부른 단어라고 생각해서 최대한 쓰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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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ANN X KHUNDI PANDA ‹재건축› 아트워크

VIANN X KHUNDI PANDA ‹재건축› 아트워크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거리가 멀 것만 같았던 건강 문제가 어느새 깊숙이 와닿고 있습니다. 거북목, 라운드 숄더뿐 아니라 시력과 면역력까지 신경 쓰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일과 건강의 균형을 맞추는 게 무척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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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iful Disco × Rarebirth project, Magical Brewery 그래픽 디자인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개인적으로 밸런스와 겸손을 가장 중시합니다. 작업과 삶 모든 부분에 걸쳐 특정한 쪽으로 치우치는 걸 지양해요. 그래서 집요하고 자기 파괴적인 예술가마냥 주변을 멀리하고 오로지 하나에만 목숨 거는 일을 삼갑니다. 제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의 것을 쉽게 치부하는 행위는 최대한 멀리하고요. 편견을 깨고 다양한 것을 보고 듣고 즐기며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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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rdan the moments›, 조던 월드 오브 플라이트Jordan World of Flight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자기 자신이 진심으로 소비하고 공유하며 사랑할 수 있는 문화 요소가 있다면, 그 안에서 친구들을 만들어 보세요. 그런 문화를 소비하고 생산하는 다양한 친구들과 동료가 되는 일은 건강하고 재미있게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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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갤럭시 북 프로 스킨 커스터마이징 프로젝트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누구누구의 음반 디자이너라더라, 어디 어디에 소속해 있다더라, 이런 수식어로 소비되는 게 무척이나 싫었어요. 근데 지금은 어떠한 수식어가 붙어도 괜찮습니다. 호칭 또한 Rarebirth, 김주승 모두 상관없습니다. 어떻게 기억되고 소비되는지 신경 쓰지 않기로 했어요. 이제 제게 주어진 다양한 일과 인연에 감사하며 더욱더 집중하기로 마음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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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민Sumin ‹Your Home› LP 디자인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상업적이든 비상업적이든 꾸준히 창작하는 행위를 즐기고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런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더욱더 건강을 챙기고, 함께하는 친구, 동료들과 유머를 잃지 않고 계속 이 자리에 오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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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rth in cage›, 2024

Artist

Rarebirth(@rarebirth)는 서울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그래픽 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다. 지난 ‘2014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로 뽑힌 진보의 ‘Fantasy’가 수록된 앨범 ‹FANTASY› 커버를 디자인하며 음악 신에 존재를 알렸다. DPR, 비와이, 이하이, 지코, Jay Park 등 여러 뮤지션의 앨범 커버와 공연 포스터를 작업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다졌고,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활발히 협업 중이다. 최근 냉소적이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개인 작업을 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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