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피북클럽Puffy Book Club’을 운영하는 이미소, 이지우 디렉터는 다양한 패브릭으로 폭신한 물건을 만들고 있어요. 자매이자, 친구이자, 동료로서 찐하게 부대끼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어머니를 팀원으로 영입한 엄청난 곳이랍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소화하는 퍼피북클럽은 창작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특별한 인연의 친구라고 생각해요. 그들이 좋아하는 문장은 ‘완벽한 건 그다지 매력이 없잖아. 우리가 사랑하는 건 결점들이지’. 그래서 기계처럼 완벽할 수 없는 수제 스티치와 손바느질의 태생적 한계를 인정하고, 엉성함을 사랑해 주는 많은 분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하루하루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를 보면 지혜로움으로 가득해요. 아쉬탕가 요가를 하기 때문일까요. 자신을 잘 아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며 드는 예시 하나하나를 살펴보니 마치 별빛처럼 빛납니다. 이런 별빛이 모이고 모여 비애티튜드와 협업한 리미티드 에디션을 만든 걸까요. 알록달록한 별로 채워진 작업에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돌아보게 만드는 아련함이 듬뿍 묻어납니다. 무엇보다 퍼피북클럽이 말하는 매력적인 이야기는 창작자라면 결코 놓칠 수 없습니다. 아티클에서 이 모든 것을 확인하세요.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퍼피북클럽Puffy Book Club’을 운영하는 이미소, 이지우입니다. 다양한 패브릭으로 폭신한 물건들을 만들고 있어요. 눈치채셨을 수도 있겠지만, 저희는 자매예요. 가족이자, 친구이자, 동료로 찐하게 부대끼며 지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어머니를 팀원으로 영입해서 함께 호흡을 맞춰나가고 있어요.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3년 전 겨울, 셀프 크리스마스 선물로 6평 정도의 작은 공간을 계약해서 작업실로 만들었어요. 중고로 구한 재봉틀로 뭐라도 만들어보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렸는데, 집에서 작업하기에는 먼지가 너무 많이 날렸거든요. 공간도 생겼겠다, 상상만 하던 것들을 만들어보기 시작했어요. 떠오른 아이디어를 빨리 구현해 보고 싶어서 내일이 얼른 오기를 바라며 잠에 들기도 했어요. 소풍 전날 밤처럼 설레는 기분을 어른이 되어서도 느낄 수 있다니! 처음엔 작업실 월세 정도만 벌어보자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더 즐거워서 왠지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렇게 자투리 원단으로 한 점씩 만들어 업로드하던 작업물들이 모여 브랜드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퍼피북클럽의 시작을 함께한 작업실은 재봉틀, 작업 테이블, 원단만으로도 꽉 찼는데, 올해 초 이사한 작업실은 거의 30평이라서 작업 공간, 사무 공간, 쇼룸 공간, 창고까지 여유롭게 꾸릴 수 있었어요. 출근 후 대부분의 시간을 작업 공간에서 보내는데요. 중앙에는 넓은 테이블이 있고 창가 쪽 벽면에는 공업용 미싱과 자수 미싱, 다리미 테이블이 있어요. 다른 쪽 벽면에는 자투리 원단과 부자재를 칸칸이 수납했고, 작업 공간 너머로 제품을 진열하는 쇼룸 공간이 이어집니다. 앞으로는 이 공간들을 활용해 클래스나 워크숍 등 다양한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진행해 볼 예정이에요.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시각적으로 끌리는 모든 것에서 얻어요.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것을 보며 살아가지만, 어떤 것은 그저 배경처럼 느껴지고 또 어떤 것은 시선을 확 잡아끌어요. 유독 시선이 머무는 것을 아카이빙하다보면 자기가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어요. 오래된 간판, 냅킨에 그려진 일러스트레이션, 케이크의 색깔 조합… 책의 표지 디자인을 구경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요즘은 뮤직비디오를 다양하게 보고 있어요. 이렇게 모은 취향의 조각은 영감의 씨앗이 되어준답니다!
PA PI PU PE PO 팝업, 2024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퍼피북클럽에는 크게 ‘Only One’ 라인과 ‘Steady Seller’ 라인이 있어요. 자투리 원단을 업사이클링한 Only One 라인은 원단의 양이 한정적이다 보니 각 원단의 매력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디자인을 고안하려고 노력해요. 원단과 친해질수록 어울리는 디자인이 잘 떠오르는데요. 아직 어색한 원단은 억지로 사용하지 않고 좀 더 친해진 뒤 사용해요. 원단마다 어떤 개성과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시간을 들이다 보면 자연스레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각각의 이유로 작업실에 모인 자투리 원단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하고, 오래오래 사랑받을 수 있도록 진지하게 고민하는 편입니다.
Only One: Tablet/Laptop Pouch 24
(좌) Only One: Card Book 11 (우) Only One: Card Book 20
(상) Only One: Card Book 11 (하) Only One: Card Book 20
보통 디자인마다 한 점의 재고가 준비되는 Only One 라인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인기 있는 디자인은 꾸준히 구할 수 있는 원단으로 교체해 Steady Seller 라인으로 내보내기도 해요. Only One 라인과는 달리 원단의 양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만들고 싶은 디자인을 먼저 생각하고 원단을 고를 수 있어요. Steady Seller 라인에서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 원단을 Only One 라인에서 재활용하기도 하고요. 즉흥적으로 전개되는 Only One 라인과 계획적으로 전개되는 Steady Seller 라인이 서로 영향을 주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느낌이라 재밌어요.
최근에 ‹PA PI PU PE PO›라는 작은 컬렉션을 진행했어요. 태블릿이나 노트북을 보관할 수 있는 베개 모양의 파우치를 만들었는데, 크고 푹신해서 진짜 베개처럼 보이는 게 포인트예요. 컬렉션 오픈을 기념하며 작업실에서 짧게 팝업을 진행했는데, 어딘가 요상한 동물 친구를 함께 두고 싶었어요. 그렇게 탄생한 인형 친구가 ‹푸른 눈의 페가수스›랍니다. 수요를 고려치 않고 오로지 취향만 담은 오브제를 만드는 일에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더군요. 앞으로도 푹신하고 요상한 패브릭 오브제를 종종 만들 예정이오니 기대해 주세요!
PA PI PU PE PO 팝업, 2024
PA PI PU PE PO 팝업, 2024
PA PI PU PE PO 팝업, 2024
최근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일상을 살짝 비틀어 낯설지만 궁금한 느낌을 만들고 싶었어요. 침대에 있어야 할 베개를 길거리에 들고 다니는 모습, 베개인 줄 알았는데 열어보니 전자기기 파우치라는 점, 강아지인지 토끼인지 말인지 헷갈리는 오묘한 얼굴의 동물처럼요. 일상적인 대상이 예상을 빗나가는 모습을 하고 있을 때 전달하는 신선한 재미를 좋아해요.
‹PA PI PU PE PO› 컬렉션
‹PA PI PU PE PO› 컬렉션
‹PA PI PU PE PO› 컬렉션
이번에 비애티튜드와 협업해 스페셜 에디션을 만드셨어요! 소감이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비애티튜드와의 협업을 막연히 소망하고 있었는데, 제안해 주셔서 정말 기뻤어요. 협업은 늘 재밌지만, 특히 이번처럼 추구미나 취향 같은 것들이 닮은 경우에는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과정부터 편하고 즐거워요. 비애티튜드를 통해 퍼피북클럽의 시그너처 제품들을 색다른 느낌으로 보여드릴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좌) 비애티튜드 콜라보 스페셜 에디션 카드 지갑 (우) 비애티튜드 콜라보 스페셜 에디션 키링
(상) 비애티튜드 콜라보 스페셜 에디션 카드 지갑 (하) 비애티튜드 콜라보 스페셜 에디션 키링
협업 작업 중에는 어떤 게 가장 끌리세요?
별이 가득한 침대 모양의 북 커버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어린 시절 즐겨보던 애니메이션 속 한 장면 같기도 하고, 친구 방 천장에 가득 붙어 있던 야광별이 떠오르기도 해요. 언젠가 이렇게 알록달록한 침대를 갖고 싶었던 기억도 나요. 어른이 될수록 다채로웠던 어린 시절의 취향과 기억을 자꾸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이번 작업이 누군가에게 어린 시절의 추억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덕분에 저희도 잊고 지내던 그 시절에 잠시 다녀온 것만 같았답니다.
비애티튜드 콜라보 스페셜 에디션 북 커버
만족스러운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궁금합니다.
이번 카드 지갑은 새로운 시도가 들어간 작업물이에요. 지금까지는 컷팅된 별들을 한 가지 색깔로만 채웠는데, 이번에는 세 가지 컬러로 배색을 줬어요. (의견을 주신 연수 MD님 감사해요!) 원단 조각을 별 크기에 맞게 잘라 하나하나 덧대어 스티치를 줘야 해서, 시간과 품이 배로 드는 작업이었는데요. 그만큼 더 귀여워져서 만족해요. 아쉬운 부분은 아무래도 저희가 제작까지 직접 하다 보니, 많은 수량을 만드는 게 어렵다는 점인데요. 그래도 리미티드 에디션이 주는 특별한 매력이 있으니까요!
(좌) 비애티튜드 콜라보 스페셜 에디션 카드 지갑 (우) 비애티튜드 콜라보 스페셜 에디션 키링
(상) 비애티튜드 콜라보 스페셜 에디션 카드 지갑 (하) 비애티튜드 콜라보 스페셜 에디션 키링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평일에는 맛있는 것을 먹고, 열심히 일하고, 꾸준히 운동하려고 해요. 주말에는 늦잠을 자고, 고양이와 뒹굴거리거나, 영화를 봐요. 10월부터는 다 함께 훌라춤을 배우기 시작했답니다. 비슷한 듯 매일 다르게 흘러가는 일상이 즐거운 요즘입니다.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건강한 몸과 정신을 만드는 일이에요. 요즘처럼 일이 휘몰아칠 때는 몸과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들여다보기 어려워요. 작업실을 벗어나 집에 돌아와서도 새벽까지 일을 할 때가 많고, 쉬려고 누워있어도 눈으로는 계속 휴대전화를 들여다봐요. 그래서 요가를 다시 시작했어요. 요가 중에서도 아쉬탕가 요가Ashtanga yoga를 배우고 있는데, 빠른 템포로 동작을 연결해야 해서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어요. 온전히 자기 몸에 집중하며 땀을 흘리고 나면 마음도 차분해져요. 매번 똑같은 시퀀스를 반복한다는 점도 좋고요. 저번에는 아예 안됐던 동작이 오늘은 조금씩 되는 걸 느낄 때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답니다!
퍼피북클럽 오픈스튜디오, 2024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존 버거John Berger의 책 『A가 X에게』 중, ‘완벽한 건 그다지 매력이 없잖아. 우리가 사랑하는 건 결점들이지.’라는 문장을 좋아해요. 작업할 때도 완벽을 쫓으려고 하기보다는, 결점을 인정하고 하나의 구성요소로 받아들여요. 스티치가 조금 삐뚜름하거나 손바느질이 투박하다고 해서 작업을 중단했다면 이렇게 인터뷰도 못 했을 거예요! 저희의 엉성함을 함께 사랑해 주시는 많은 분들께 고마움을 느끼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슬럼프의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해 봐요. 내가 지금 어떤 이유로 무기력한지, 울적한지, 불안한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많이 돼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해결해 버리고, 해결하기 어렵다면 도움을 구하고, 그래도 해결할 수 없다면 그냥 잊어버려요.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될수록 회복 탄력성이 좋아진다고 생각해요. 슬럼프가 오면, ‘나와 더 친해져야 할 타이밍이구나!’하고 받아들이며 그 시간을 즐겨보세요.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일과 일상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것이 어려워요. 작업을 많이 할수록 금전적인 여유는 커지지만, 그만큼 일상의 여유를 포기해야만 하니까요. 특히 이번 추석 연휴는 일만 하면서 보내야 했는데,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된다면 번아웃이 금방 올 것 같더라구요. 앞으로는 일의 양과 속도를 조절하며 일상을 지키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아요.
퍼피북클럽 오픈스튜디오, 2024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창작자는 자신을 잘 아는 게 특히나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는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 어떤 작업 방식을 선호하는지, 어떤 장소에서 일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들과 함께할 때 행복한지, 돈을 많이 벌고 싶은지, 돈보다는 여유를 택하고 싶은지, 인생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되는지, 일상을 어떻게 꾸리고 싶은지 등 삶의 곳곳에 본인만의 기준이 있다면 막연한 미래에 불안하다가도 중심을 금방 되찾을 수 있어요. 그렇게 단단하고 편안한 상태일 때, 비로소 작업에 온전히 몰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퍼피북클럽 오픈스튜디오, 2024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좋아하는 것에만 매몰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시간 가는 줄 모르도록 좋아하는 일도 해보고, 그닥 좋아하진 않지만 잘할 수 있는 일도 해보고, 갑작스럽게 기회가 닿은 일도 해보세요. 그러다 보면 좋아하는 일을 지속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터득하게 될 거예요. 실제로 저는 브랜드 운영 말고도 네 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있어요. 어떤 일은 안정적인 수입원이 되어주고, 어떤 일은 작업에서 벗어나 리프레시할 수 있게 도와주고, 또 어떤 일은 새로운 배움과 인연을 가져다줘요. 온종일 작업실에 틀어박혀 있었다면 벌써 번아웃이 왔을 거예요. 좋아하는 것만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게 하는 아이러니라니!
‹PA PI PU PE PO› 컬렉션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한때 같은 취향을 공유했던 친구 같은 존재로 기억되고 싶어요. 살다 보면 취향이 바뀔 수 있고, 사용하던 물건에 질릴 수도 있고, 작업이 중단될 수도 있지만, 서로의 취향이 통한 순간만은 분명 존재했으니까요. 단순히 창작자와 소비자가 아닌, 물건을 통해 연결된 특별한 인연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저희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친구가 엄청 많이 생긴 기분이 들어요.
‹PA PI PU PE PO› 컬렉션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자연과 좀 더 가까운 곳에 넓은 공간을 꾸려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싶어요. 작업도 하고, 워크숍도 하고, 빵도 굽고, 그림도 그리고, 차도 마시고, 글도 쓰고, 게스트 룸도 만들고, 텃밭도 가꾸고, 고양이에게 엄청 재밌고 튼튼한 캣타워도 만들어주고 싶어요. 이 모든 것을 이뤄낼 수 있도록 용기와 실행력이 솟아오르길 바라요!
‹PA PI PU PE PO› 컬렉션
Artist
퍼피북클럽(@puffybookclub)은 서울에 위치한 아틀리에를 기반으로 다양한 패브릭을 다루며 엉뚱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간다. 딱딱한 책의 형태에 폭신함을 더한 것이 특징이며, 주로 실용적인 아이템에 독특한 디자인을 접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