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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나의 작은 친구들이 사는 세계

Writer: 김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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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김주희 작가는 그래픽과 일러스트레이션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출판물을 만듭니다. 그가 일상에서 발견한 작고 귀여운 대상이 바로 책의 주인공인데요. 꼬부랑거리는 덩굴, 빼꼼 나온 새싹처럼 유심히 관찰해야 발견할 수 있는 친구들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요. 쉬이 지나칠 수 있는 대상의 사랑스러운 면모를 끄집어내는 김주희 작가. 소소한 이야기 속 작은 행복을 전하고 싶은 그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김주희입니다. 작은 친구들과 그들이 사는 세계를 만들어 내는 작업을 합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휴학 후 좋은 기회를 얻어 2021년 ‘언리미티드에디션 UE100’에 참여하게 됐어요. 그림 그리고, 디자인하고, 인쇄하는 모든 과정을 직접 마무리해 하나의 결과물로 선보이기까지 그 모든 순간이 설레고 기억에 남아요. 이후에도 꾸준히 출판물을 만들고 싶어서 1인 출판사 ‘mushRoom’을 차렸답니다. 제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참 좋아요. (웃음)

‹Shrimpbird›, 2021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저는 집에서 작업해요. 여러 포장재료와 재고들, 반려 식물, 그리고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과 그래픽에 둘러싸여 그림을 그리고 있죠. 책장 쪽 벽에는 작은 선반을 달아두었어요. 아끼는 책을 모아 놓고 작업 중 지치거나 힘들 때면 자주 꺼내봅니다. 책상에는 작은 오랑우탄 인형을 뒀는데요. 묘한 미소를 지녀서 가끔 쳐다보며 웃곤 해요.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작은 사물의 유기적인 모양새와 이해할 수 없는 독특한 자아가 담긴 친구를 관찰해요. 꼬부랑거리는 덩굴이라든가 얼기설기 자란 나무, 나풀거리는 레이스, 빼꼼 나온 새싹 같은 친구들을 좋아하죠.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그 친구를 닮은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고 싶어져요.

왼쪽부터 ‹Lea, How to Flower(Love)›, ‹Pearl, How to Flower(Love)›, ‹Aki, How to Flower(Love)›, 2023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멋지고 귀여운 것을 보며 이것저것 떠올리는데요. 여러 아이디어를 차근차근 기록하는 일에는 서툰 편이에요. 무엇보다 잘 잊어버리기도 하고요. (웃음) 그러다 보니 큰 계기가 있어야(대부분 데드라인이 계기가 되곤 합니다), 쌓이고 쌓인 아이디어가 병합해 새로운 캐릭터와 이야기로 나타나요. 작업 초반에는 새로운 캐릭터를 구상하고, 이후에는 생김새와 특성을 엮어서 새로운 세계관을 만드는 편입니다. 그 과정에서 기록해 둔 흥미로운 설정이나 모양새를 이리저리 조합하곤 해요.

작가님의 최근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최근 감사하게도 첫 개인전을 열었어요. 식물에 대한 관심을 구체화해서 ‘젬Gemme’과 ‘젬마Gemma’의 이야기를 전시에 담아냈습니다. 녹색 광선을 통해 특별한 세포를 합성해, 머릿속에서 식물(젬)을 만들어 내는 종족(젬마)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새로운 재료를 시도해 보고 싶어서 레진과 클레이를 이용했습니다. 각 식물의 특징이 담긴 스크랩 북 형태로 작업했는데요. 올해의 목표는 젬마의 이야기를 조금 더 발전시켜서 책으로 만드는 거예요.

‹scrapbook_Brie,How to Flower(Love)›, 2023

‹scrapbook_Brie,How to Flower(Love)›, 2023

‹scrapbook_Brie,How to Flower(Love)›, 2023

저의 세 번째 책 『From, Olivia』(2022)도 소개하고 싶어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마지막을 함께하기 위해, 추억이 담긴 장소에서 얻은 물건을 선물한다’가 전체적인 줄거리인데요. 편지 형식이지만 그림으로만 이미지를 표현했어요. 독자분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상상해 주셨으면 했거든요. 현재를 나타내는 장면과 추억 속의 모습을 병치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모습은 원 두 개를 통해 ‘과거의 눈’에 비친 이미지로 그려냈습니다. 저는 책에 작은 디테일을 담는 걸 좋아해요. 이번 책에 활용한 리소 색상은 블랙 대신 제목과 어울리는 헌터 그린을 사용했어요.

『From.Olivia』, 2022

『From.Olivia』, 2022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일상의 작은 부분을 유심히 보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그림을 그릴 때도 디테일을 살리고 있죠. 제 그림을 보시는 분들이 그림에 담긴 작지만, 사랑스러운 부분을 발견하실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많은 사람에게 소소한 이야기 속 작은 행복을 전하고 싶습니다.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이전 작품을 답습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같은 종족의 캐릭터를 그릴 땐 스토리를 다르게 풀어가곤 하죠.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과물에 더 어울리는 새로운 제작 방식을 선택하기도 하고요.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만족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저의 또 다른 서툰 부분을 마주해야 하기에 그 과정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아요. 작업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부족함을 느낄 때도 많죠. 하지만 저의 못난 점에 집중하기보다는, 장점을 개선하려고 늘 노력해요.

‹Paul&Pole s Blessing Cards›, 2022

‹Paul&Pole s Blessing Cards›, 2022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일이 있는 날에는 주로 밤을 새우는 것 같아요. 여유로운 날이면 작업실 밖으로 나가 친구들과 시간을 보냅니다. 고정된 루틴을 만들고 싶어서, 최근에는 일찍 일어나 30분 정도 책을 읽고 있어요. 운동도 시작했답니다. 바깥 구경도 할 겸,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산책하곤 해요. 몸이 건강할 때 작업의 퀄리티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자연스러운 행복에서 나올 수 있는 결과물에 관심이 생겼어요. 현재 독일에 교환학생으로 왔어요. 새로운 환경에서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새로운 작업에 관해 고민 중입니다. 사용할 수 있는 종이도, 제본 재료도 모두 한국과 달라서 얼른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고 싶어요!

‹Shrimpbird›, 2021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업에 어떻게 묻어나나요?

새로운 경험이나 기회를 두려워하지 않으려 해요. 결과가 좋고 나쁨을 따지기 전에, 일단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극단적인 경험주의자(?)에 가까운 것 같은데요. 과정에서 겪은 일들이 작업에 그대로 담기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작품 내용이 더욱 풍성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Viridans』의 경우, 당시 관심사였던 정원 가꾸기에서 출발한 작품이에요. 『From. Olivia』에서 주인공의 취미인 발레와 도예는, 해당 책을 작업하던 당시 제 취미이기도 했죠.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현재 저의 관심사와 경험이 작업에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Viridans›, 2021

‹Viridans›, 2021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개인 작업이 아닌 데드라인이 정해진 일을 할 때 슬럼프가 오면, 당장 선택해야 할 작은 일에만 집중하려고 해요. 컴퓨터에 값을 입력하는 것처럼 명료하지만 작고 단순한 선택을 이어가면서 일을 마무리하려 노력합니다. 일단 책상에 앉아서 입력해야 하는 글의 첫 글자를 고민하고, 연필의 선 방향을 결정하며 차근차근 작업을 발전시킵니다. 그다음엔 슬럼프의 원인을 살펴봐요. 신체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정신적인 문제인지 파악해 적절한 처방을 내립니다. 예를 들어, 부정적인 생각이나 원인 모를 우울감에 휩싸일 때는 잠을 자요. 우선 자고 일어나서 머리를 맑게 비우고, 명료한 정신상태로 작업을 이어 나가는 거죠.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독일에서 당분간 생활해야 하는데, 언어 실력이 부족해서 답답해요. 독일어에 능숙해져서 이곳에 조금 더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입니다.

‹Shrimpbird›, 2021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지치지 않고 꾸준히 작업을 해낼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려 해요. ‘좌절하더라도 작은 확신이 있다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라고 되뇌곤 하죠. 좋아하는 게 더욱 풍성해지도록 새로운 분야를 살펴보기도 하고요. 기존에 사용하지 않았던 방식을 시도하며 저와 제 작업 모두 좋아지도록 노력합니다.

‹Shrimpbird›, 2021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시겠어요?

아직 노하우나 팁을 드리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지만, 저는 쉴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해 놓는 편이에요. 평소 관심을 가지는 분야와 정반대의 것을 공부하며 쉴 때만이라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운동을 통해 긍정적인 자극도 꾸준히 받으려고 해요. 슬럼프가 올 때 부정적인 생각의 고리를 끊어내고, 금방 빠져나올 수 있도록 새로운 인풋을 넣으려고 합니다.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뜬금없는 곳에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작업을 하는 사람.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좋아하는 것들을 상상하고, 실제로 그려낼 수 있는 지금 상황에 감사해요. 항상 새로운 도전을 꿈꾸기 때문에 제 미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리기가 힘든데요. 끝내주게 멋진 정원에서 작업하는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Artist

김주희는 작은 캐릭터와 그들이 사는 세계를 바탕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래픽과 일러스트레이션을 바탕으로 리소 프린팅을 활용한 아트북을 주로 제작한다. 1인 출판사인 ‘mushRoom’을 차린 후 『From. Olivia』(2022), 『Viridans』(2021)를 출간했다. 최근 개인전 «How to Flower(Love)»(2023, 리플렛)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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