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익 작가는 스스로를 ‘파인 크래프트fine craft’ 작가로 소개해요. 입체 조형 예술에 속하는 오브제를 만들면서 여기에 디자인, 조각, 공예 등의 딱지를 특별히 붙이지 않는답니다. 생명체의 진화와 변이를 탐구하는 그의 작업은 스케치에서 시작됩니다. 3D 프로그램으로 정교하게 설계한 오브제는 금속 판재 결합 방식을 통해 현실에 구현되는데요. 도자기를 닮은 유기적인 형태, 표면에 도자기 안료를 코팅하는 표현 방식 때문에 도자기로 오인할 때도 많지만, 작업의 근간은 금속이랍니다. 공예적인 테크닉과 물성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필요한 그의 작품은 완벽한 완성도를 목표로 삼지 않아요. 머릿속을 부유하는 생각과 이미지를 보여주는 게 먼저죠. 새로운 기법과 재료를 연구하면서도 여기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이유입니다. 2001년부터 직장과 작가 활동을 병행하다 2019년 ‹Transition› 시리즈를 기점으로 전업 작가로 ‘전환’하고, 주 5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작업실에 출근하는 이재익 작가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Transition III›, 2019, 동, 포슬린 컬러, 금박, 380 × 391 × 907 mm, 청주공예비엔날레 청주국제공예공모전 대상 수상
‹Transition I›, 2019, 동, 포슬린 컬러, 금박, 422 × 422 × 488 m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안녕하세요. 파인 그래프트fine craft 작가로 활동하는 이재익입니다. 주로 금속 오브제를 만들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유기적 생명체의 진화와 변이를 주제 삼아 금속 오브제뿐만 아니라 아트 주얼리, 아트 퍼니처 작업도 병행하며 작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서 노력 중이에요.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무언가 창작하는 일을 좋아했기 때문에 시각 예술을 선택한 것 같아요. 물론 지금과 같은 형태의 창작자가 될지는 몰랐겠지만요. 저는 대학교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했어요. 사실 처음에는 공예가 무엇인지 잘 몰랐어요. 산업 디자인 지망생이었는데 금속공예에 관심 있던 친구가 꼬셔서 공예과에 들어갔거든요. 제가 학교에 다니던 1990년대 초중반은 사회적으로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고, 상대적으로 공예에는 올드한 것, 옛것이라는 이미지가 덧입혀져서 그 단어를 감추려던 시기였어요. 그러다 보니 공예의 물성과 테크닉을 배웠지만 그 개념보다 디자인을 더 많이 강조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제가 영향받은 창작자만 하더라도, 공예가보다는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Owen Gehry, 작가적인 마인드로 자신만의 디자인 조형을 펼치는 론 아라드Ron Arad, 마크 뉴슨Marc Newson, 필립 스탁Philippe Starck 같은 스타 디자이너였거든요.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2000년경부터 작가로서의 활동을 병행하기 시작했어요. 직장 생활과 작업 활동을 함께하는 게 쉽지 않아서 제 상황에서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 돌아선 건 몇 년 되지 않았어요. 올해로 5년째이던가… 제 창작물에 디자인인지 조각인지 공예인지 그런 딱지가 붙는 건 처음부터 좋아하지 않았어요.
«JEONG : An Exhibition of Contemporary Korean Design», The Future Perfect New York, 2023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경기도 용인의 휴양림 근처, 아주 한적한 곳에 있는 공장형 건물입니다. 큰길에서 깊숙이 들어간 터라 처음 방문하는 분들은 길을 자주 잃어버리세요. 항상 마중을 나갈 정도예요. 차가 없으면 찾아오기 힘든 위치랍니다. 작업할 때 방해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기에 좋은 곳이에요. 오직 작업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라 전혀 팬시하지 않고 항상 먼지가 가득합니다.
작업실 전경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작가 활동 초반부에 ‘나는 무엇에 끌릴까?’ 탐구하던 중, 어릴 때 기억을 되살릴 수 있었어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도시 사람인 저는 주로 대도시의 모습에 자극을 받았는데요. 6살 때쯤 1년 동안 바다가 있는 포항에 살 기회가 찾아왔어요. 그때 주말마다 부모님이 어린 삼남매를 바닷가에 데리고 간 일이 기억납니다. 당시 바닷가에 줄지어 있던 횟집의 수족관이 제 영감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그 이후로 어린 저는 집안 벽지에 크레용으로 물고기 낙서를 하기 시작했고, 지금도 노트 한쪽에 알 수 없는 미지의 생명체 형상을 끄적거리거든요. 좋아하는 예술가 중 한 명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도 저와 비슷한 어릴 적 경험이 있다는 사실에 공통점을 느끼며 기쁘기도 하답니다. 2019년도부터는 비정형의 달항아리를 형태적 모티브로 삼아 ‹Transition› 시리즈를 시작했습니다. 달항아리의 울퉁불퉁한 표면이 제가 작업하던 생명체의 유기적 표면과 흡사하다고 느꼈기 때문인데요. 사실 달항아리가 워낙 인기 있는 한국적인 형태라 처음에는 이를 모티브로 삼는 게 망설여졌어요. 하지만 완벽하게 매끈하지 않은 표면의 불완전성에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마치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생물의 피부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 작업의 장점인 금속 판재 결합 방식으로 그런 점을 표현할 때 저만의 스타일이 만들어질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작업을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생명의 진화와 변이가 제 작업의 정확한 주제라고 할 수 있겠네요.
‹Transition V›, 2020, 동, 포슬린 컬러, 금박, 493 × 445 × 544 mm, 서울공예박물관 소장
‹Transition V›, 2020, 동, 포슬린 컬러, 금박, 493 × 445 × 544 mm, 서울공예박물관 소장
‹Transition_Red›, 2023, 동, 포슬린 컬러, 금박, 365 × 365 × 378 mm, 빅토리아 & 앨버트 뮤지엄 소장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기본적으로 제 작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선 저는 형태가 떠오르면 즉시 스케치로 남겨요. 그리고 정확한 설계를 위해서 3D 프로그램을 이용합니다. 3D 프로그램을 배우기 전에는 정확한 디자인을 얻기 위해 항상 종이로 목업 만드는 과정을 거쳤지만, 지금은 프로그램 설계로 대체하고 있어요. 덕분에 제작 시간도 현저히 줄어들었죠. 컴퓨터를 이용한 하이테크 작업이 끝난 다음에는 핸드메이드로 작업을 진행해요. 이런 작업 과정에 저의 배경이 모두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제가 선보이는 ‹Transition›은 달항아리 표면을 모티브로 삼은 금속 오브제 연작이에요. 도자기의 형태적 특성을 빌리기 때문에 달항아리뿐 아니라, 주병, 매병, 대접 등 그 형태가 다양합니다. 그러나 이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형식을 빌려온 것이기에, 본질은 공예적 기법으로 만든 추상적 조각품이지요. 지속적으로 연작을 선보이면서 새로운 형태 실험을 통해 새로운 디테일을 추가하는 걸 중시합니다. 새로운 주제나 키워드에 영향을 받아 다양성을 확보하는 일은 긍정적인 변화를 부르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2022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레지던시 전시에 선보였던 작품들은 팬데믹에 초래한 새로운 생태 환경을 분화구 형태에서 영감받아 풀어낸 결과에요. 2023년 우란문화재단의 기획전 «아템포»에 내놓은 작품들은 달항아리의 오리지널 제작 방식에서 영감받아 이전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연결성을 새로운 형태로 형상화했습니다.
«바이오필리아, 그 너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22
«아템포», 우란문화재단, 2023
2024년 올해에는 스페인 럭셔리 브랜드 로에베LOEWE와의 협업 전시에서 선보인 아트 장신구 시리즈가 기억에 남아요. 3D 프로그램으로 작업을 설계하기 시작한 이후, 물리적인 형태 실험을 위해 유연한 가죽 판재를 재료 삼아 ‹Lifeforms›라는 이름의 브로치를 만들게 됐는데요. 그게 로에베의 관심을 끌면서 브랜드의 최상급 하우스 레더를 재료로 생명체 형태의 새로운 브로치를 제작하는 협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프리즈 서울’ 기간에 ‘까사 로에베 서울’에서 전시를 열면서, 기존 표현 형식에서 절제되던 유기적 감각을 제한 없이 순수하게 표현할 수 있었어요. 유연한 재료로 작은 유기체를 만드는 ‹Lifeforms›는 금속 오브제에 새로 적용할 만한 조형적인 시도를 미리 실험할 기회이기 때문에 제게 무척 중요해요. 장신구 작업과 금속 오브제 작업은 상호 연계되어 있답니다.
‹Lifeform_57_Loewe_1›, 2024, 가죽, 금박, 정은, 85 × 55 × 158 mm, 브로치, «Shape of Life», 까사 로에베 서울, 2024
‹Lifeform_58_Loewe_2›, 2024, 가죽, 금박, 정은, 113 × 45 × 160 mm, 브로치, «Shape of Life», 까사 로에베 서울, 2024
‹Lifeform_57_Loewe_1›, 2024, 가죽, 금박, 정은, 85 × 55 × 158 mm, 브로치, «Shape of Life», 까사 로에베 서울, 2024
‹Lifeform_58_Loewe_2›, 2024, 가죽, 금박, 정은, 113 × 45 × 160 mm, 브로치, «Shape of Life», 까사 로에베 서울, 2024
‹Lifeform_59_Loewe_3›, 2024, 가죽, 금박, 정은, 70 × 44 × 145 mm, 브로치, «Shape of Life», 까사 로에베 서울, 2024
«Shape of Life», 까사 로에베 서울, 2024
«Shape of Life», 까사 로에베 서울, 2024
최근 작업을 통해 작가님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제 작업은 지극히 계획적이에요. 설계부터 제작까지 정밀한 과정을 요구합니다. 금속 작업의 특징이기도 해요. 그런데 도자기를 닮은 형태와 표면의 질감 때문에 저를 도예가로 생각하는 분들도 많답니다. 도자기 안료를 금속 표면에 코팅해 회화적으로 표현하면서 금속 오브제가 지닌 표현의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노력했거든요. 이런 오해가 재밌기도 하지만, 작업 방법을 염두에 두면 금속공예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런 배경을 생각하며 제 작업의 조형 과정을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스러운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궁금합니다.
정말 대답하기 어려워요. 저 자신을 걱정하게 만드는 질문이기도 해요. 지금 저는 현재의 작업에 완전히 몰두하고 있어요. 2019년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 ‘트랜지션’을 꾀한 이후 지금까지, ‘왜 진작에 전업 작가로 활동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게 많습니다. 떠오르는 영감을 모두 현실화하고 싶은 욕심을 발판 삼아 끊임없이 작업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변화를 찾고 있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본래 하던 게 익숙해서 편하고 좋지만, 계속 노력 중이에요. 불만족스러운 부분을 꼽자면 예전보다 타협적이라는 점이에요. 지금보다 젊었을 때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내가 원하는 걸 하겠다던 태도가 약해진 듯해요. 굳이 꼽자면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고 있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과거에 비해 개선된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솔직히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그리 개의치 않습니다. 그저 현시점에서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할 뿐입니다.
로에베 재단 공예상 전시회 프로모션 이미지 속 ‹Transition VII›(2023)의 모습
«LOEWE FOUNDATION Craft Prize Exhibition», Noguchi Museum, 2023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평일에는 매일 8~10시간 정도를 작업에 투자해요. 주말에는 철저하게 쉬고요. 일정한 작업량을 달성하는 일은 중요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평일에 작업하지 못한 날이 있으면, 주말 중 하루쯤은 작업실에 나가요. 대신 밤샘 작업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나는 과연 몇 살까지 작업할 수 있을까?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제 작업 목적은 유기적 생명체에 대입한 제 모습을 그리는 거예요. 그래서 개인의 상황이 반영되고, 어떤 시기에 벌어진 신상의 변화도 분명 작업에 영향을 미칩니다. 저는 작가가 되는 게 목표였지만, 전업 작가는 감히 생각하지 못했어요. 전업 작가의 삶을 선택한 건 인생의 큰 전환점이었죠. 그런 점이 작업에 반영되었다고 생각해요. 그 시기에 시작한 시리즈가 마침 ‹Transition›이기도 하고요. 실패와 성공에 관한 개인적인 경험은 제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칩니다.
«○藝 [공예] : 器에서부터», 갤러리로얄, 2024
‹Transition_Stroke III›, 2020, 동, 포슬린 컬러, 금박, 663 × 424 × 671 m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특별한 루틴은 없습니다. 슬럼프가 오면, 그런 상황인 채로 계속 작업해요. 늘상 당연시하는 생활 패턴이 창작력을 유지해 준다고 생각해요. 전업 작가가 되기 전, 20여 년간 직장 생활을 했어요. 작가 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디자이너로서 회사에 다녔고, 또 대학교에서 교육자로 일했습니다. 그래서 평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을 정해 일하고 주말에 쉬는 패턴이 몸에 배어있어요. 전업 작가가 된 이후에도 오전에 작업실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루틴을 매일 반복 중입니다. 작업이 잘 안될 것 같은 날에도 일단 작업실에 갑니다. 그렇게 시간 대부분을 작업실에서 보내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작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어요. 현재 작업에 집중하면서 그다음 어떤 작업을 할지에 대해서도 머릿속에서 저절로 구상하게 되고요. 그렇게 제 예술세계는 점진적으로 진화하게 되는 것이죠. 지금의 작업은 어느 날 떠오른 아이디어로 만든 게 아니라, 지금까지의 작업을 밑바탕 삼아 생성된 결과물입니다. 여기에는 작가로서 쌓아온 성실도와 한 인간으로서 겪은 경험이 모두 내포되어 있어요.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뚜렷한 문제는 없습니다. 굳이 언제나 드는 고민을 말하자면, 생산성을 더 높이고 싶지만 홀로 작업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거겠지요. 작업 방식을 이렇게 저렇게 바꾸고 개선해도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藝 [공예] : 器에서부터», 갤러리로얄, 2024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제 작품은 시각 예술의 다양한 분야 중 입체 조형 예술에 포함될 거예요. 저는 특히 형태를 통해 제 생각을 작업으로 표현한다고 생각해요. 그 형태를 만들려면 저만의 조형 요소를 구현하는 기술을 연마해야만 해요. 그렇게 탄생한 조형 요소는 다른 창작자의 것과는 달라요. 제 작품만의 특징입니다. 면과 선의 요소를 두드러지게 표현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유기적인 형태, 그런 시각적인 효과가 제 작품의 고유성을 인식시키는 시그너처로 기능할 텐데요. 저는 이런 범위 안에서 일관적인 표현 방법으로 작업하면서 동시에 변화를 만들어가는 걸 선호해요. 작가의 독자성은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이를 유지하면서 변화를 모색해야만 하는 게 작가가 느끼는 어려움이라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위기를 기회로 삼으라는 말은 예술가에게도 적용된다고 믿어요. 개인적인 어려움과 변화의 시기뿐 아니라 얼마 전 모두가 힘들었던 팬데믹까지 모두 좋은 영감의 재료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주는 창작의 재료를 흘려버리지 마세요. 어려운 시기일지라도 뭔가를 할까 말까 고민하지 말고 뭐라도 창작하고 이를 알리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완벽주의는 갖다 버리세요.
«낯익고 낯설고», 스페이스 B-E, 2021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저는 공예를 기반으로 조형 예술을 하는 작가입니다. 공예적인 테크닉과 물성에 대한 이해도는 작업에서 큰 부분을 차지해요. 그래서 파인 크래프트 분야의 작가들이 만들어내는 조형적인 완성도와 밀도 높은 결과물을 정말 좋아하고 존경합니다. 저도 저 자신이 존경할 만한 수준의 기술적인 완성도를 갖추려고 노력 중이고요. 하지만 제 예술의 목적은 이런 기술을 보여주려는 게 아니에요. 기술로 표현한 제 머릿속 생각과 이미지를 보여주는 거죠. 그렇기에 기법과 재료를 항상 연구하지만, 여기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조심합니다. 단지 예쁜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가 아니라, 보기에도 좋고 그 안에 담긴 의미까지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Artist
이재익(@jaiiklee)은 2000년 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를 졸업하고 2005년 동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2011년 미국 로체스터 공과대학교(Rochester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전통적인 판금 작업으로 두 번째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에 머무는 동안 북아메리카 공예 공모전인 ‘NICHE Awards’에서 두 번의 파이널리스트와 한 번의 위너를 획득했다. 2019년 그가 기획한 그룹전 «Between Languages»에서 금속 오브제 시리즈 ‹Transition›를 처음 발표했고, 그 첫 번째 작품 ‹Transition I›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영구소장 중이다. 2019년 청주공예비엔날레 청주국제공예공모전 대상, Itami International Craft Exhibition ‘Award for Promising Talent’, ‘공예트랜드페어’ 우수작가상을 받았고, 2020년 이후 ‹Transition› 시리즈는 많은 형태적 실험을 겪으며 개념적 오브제로서의 표현 범위를 확장 중이다. 2023년 로에베 재단 공예상(LOEWE FOUNDATION Craft Prize)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됐다. 지금까지 150여 회의 전시에 참여해 금속 오브제, 현대 장신구, 설치 조명, 아트 퍼니처 등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