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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이리저리 왔다리갔다리

Writer: 한지훈
header_한지훈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한지훈 작가는 대학교에서 인생 핸들을 시원하게 유턴했어요. 원래 공대를 다니다가 미대로 전공을 바꾼 후 창작자로 활동하고 있거든요. 그는 기술의 사용에 대해서도 유보적이에요. 적극적으로 기술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기술을 배제할지 왔다리갔다리 한답니다. 이런 유연함 때문일까요. 작가는 “아, 이런 거 하는 사람~”보다는 “오, 이런 것도 했었네, 저것도 했었어? 신기하네~” 말을 들을 수 있는 스펙트럼 넓은 작가를 꿈꿔요. 지금은 디지털 세계에서 건져 올린 방대한 이미지를 재료 삼아 평면과 입체, 공간의 상관관계를 고민하는 작업을 하는데요. 혹시 모르죠. 우리가 생각지 못한 완전 새로운 작업을 내놓을지도요. 지금보다 앞으로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한지훈 작가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만나 보세요.

2020

‹untitled›, 2020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제주도의 귤 농장 아들로 태어나 현재 서울 마포구 어딘가에서 작업하며 살아가는 한지훈입니다.

, 2022

‹Eating Orange 1›, 2022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살 때 공대에 진학할 당시만 해도 미술에 전혀 문외한이었어요. 그나마 미술과 비슷한 관심사는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수많은 만화들, 한창 관심 있던 스트릿 패션 혹은 공대에서 눈길을 끈 건축구조물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마포구에서 20대 중반까지 보내던 중 그라피티를 몰래 하게 되었는데요. 친분이 생긴 학교 미대 선배들이 추천한 자대 수업을 듣고 인생 핸들을 시원하게 유턴해서 전공을 바꾼 게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 2018

‹BIG PICTURE›, 2018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마포구 성산동 부근에 작업실이 있어요. 제가 관리자를 맡고, 10명 정도의 친구들이 함께 쓰고 있습니다. 대부분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닌 친구들로 회화, 조각, 일러스트레이션, 사진, 가구, 디자인, 공예 등 여러 분야가 섞여 있습니다. 학교 졸업 후 철 작업실인데, 매일같이 나와서 그런지 여전히 실기실 같은 분위기로 작업 중입니다. 혹시 셰어에 관심 있는 분은 인스타 DM 주세요!

_, 작업실(사용 첫달에 전시로 활용), 2021

«디지털 조각모음», 2021,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49-1 B1

_, 작업실(사용 첫달에 전시로 활용), 2021 (1)

«디지털 조각모음», 2021,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49-1 B1

_, 작업실(사용 첫달에 전시로 활용), 2021 (2)

«디지털 조각모음», 2021,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49-1 B1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인터뷰에 단골로 나오는 질문인데 아직 한 번도 제대로 대답해 본 적이 없어요. 일단, 입력값이 있으니 출력값이 있겠죠? 언제 뭔가를 분명히 얻고 무엇을 하는 거 같긴 해요. 예전에 어떤 작가님 어시스턴트를 해봤는데요. 그때 들은 작가님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학교 다니며 작업을 제대로 시작한 시절의 작업들을 평생 변형하고 발전하는 것 같다는… 나중에 많이 달라 보여도 결국 그 연장선에 있다고요. 그리고 학교 다닐 때 하던 작업들은 보통 지금껏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좋아했던 것들이고요. 여튼 영감에 대한 대답은 이렇게 마무리를…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상황별로 다르지만, 새로운 작업을 하는 공간이 정해지면, 그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거나 공간에 맞춰 작품을 적용하려고 노력해요. 제 버릇이기도 한데요. 집이나 작업실의 내부 환경도 계속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고 바꾸거든요. 그리고 어떤 시리즈를 작업하면 자연스럽게 다음 시리즈는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조짐이 보여요. 어떨 때는 그다음 시리즈까지 예측이 되는데, 그렇다고 중간 시리즈를 생략하진 않아요. “왜 건너뛰지 않아요?” 물어보면 사실 할 말이 없긴 하지만요. 현재 제 상황은 아예 한번 제대로 엎을 필요가 있는데요. 누가 엎질러 버리는 건 쉬워도, 자의적으로 엎는 게 좀처럼 수월치가 않네요.

SAMSUNG CSC

‹untitled›, 2021

, 2022

‹버거킼›, 2021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작년 12월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업들이 있어요. 이전까지는 평면이 입체로 튀어나와 공간을 점유하거나, 공간 전체를 뒤엎는 방식이었는데요. 이번에는 평면으로 완전히 돌아와서 작은 평면이 모여 다시 큰 화면을 이루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평면의 지지체를 사용하게 됐어요. LED 패널, 다양한 액자, 다보 형식, 아크릴 구조물, 행잉 방식 등요.

_, U ART SPACE, 2023

«아인슈타인», 2023, U ART SPACE

_, U ART SPACE, 2023 (2)

«아인슈타인», 2023, U ART SPACE

_, U ART SPACE, 2023 (3)

«아인슈타인», 2023, U ART SPACE

최근 작업을 통해 작가님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앞서 말했듯이 분명히 해야만 하는 과정이었어요. 그래서 이제 다음 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스러운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궁금합니다.

굉장히 큰 공간에서 개인전을 열다 보니 부족한 점이 많았어요. 주어진 시간이 넉넉했는데도 불구하고 부족해졌고(다 핑계인 것이지요!), 정확한 예산 계획이나 완벽한 전시 개요를 구사하지 못했어요. 이런 점은 정말 아쉽습니다. 덕분에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느낌으로는 알았지만 확신하지 못하던 재료적인 단점과 방식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확인한 점은 만족스러워요.

, 2023

‹Gotta ketchup’em all›, 2023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지난 세월 수준급 알콜러로 살아오다 최근 일상을 보내는 방식을 바꿨어요. 너무 늦지 않은 아침에 일어나 동네 한 바퀴 산책하고, 아침 먹고, 집안일하다 운동을 하러 갑니다. 돌아와서 점심 먹고 작업실 갔다가 한강에 러닝하러 가고 집에 돌아와서 씻고 만화 보다가 잠에 들어요. 그러다 일 생기면 일하러 가고, 누구 전시 오프닝 있으면 놀러 가고, 쿠팡으로 장 보면서 살고 있습니다. 요즘 다이소에서 ‘아, 이거 굉장한 가격에 굉장히 유용한 걸 샀다!’고 생각할 때 나오는 도파민에 중독돼 일일 충족 도파민을 채우는 것 같은데요. 이럴 때 보면 제 천직은 주부 아닌가 해요.

디지털 조각모음, 작업실, 2021

«디지털 조각모음», 2021,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49-1 B1

디지털 조각모음, 작업실, 2021 (2)

«디지털 조각모음», 2021,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49-1 B1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러닝이요. 러닝 자체에도 관심이 가지만, 요즘에는 뭐든지 기술이 패션이나 생활에 녹아드는 것 같아요. 러닝화 기술력의 변천사와 브랜드의 역사를 한창 나무위키로 읽느라 시간을 다 보냈어요. 그러면서 작업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죠. ‘시대가 이렇다 보니 적극적으로 기술을 받아들여야지!’ 하다가도 오히려 ‘그러니까 더 적극적으로 기술을 빼버려야겠네?’ 사이를 왔다리갔다리 중이에요.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슬럼프에서 굳이 벗어나려 하지 않고 그냥 냅다 놀아요. 그렇다고 대단히 신나게 흔들어 재끼는 건 아니고요. 그냥 집에 누워서 허리가 아프면 자세를 바꿔가며 만화를 봐요. 요즘에는 유튜브를 틀어놓고 만화까지 보는 시대라 손가락이 좀 바쁘죠. 그러다가 데드라인이 생기는 일이 벌어지면, 인간인 이상 타의력으로 알아서 하게 됩니다.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돈과 집(동의어구나…)

, 2023-copy-1

‹The most valuable cheap picture›, 2023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이란 단어가 뭐랄까 저와는 별 상관없어서, 남에게 멋있게 말해줄 만한 태도와 철학이 딱히 없어 보이는데요. 각자가 처한 상황과 환경이 다르니, 알아서 적절하게 응하며 무언가를 진행해 보세요.

, 2023-copy-0

‹NEWTON›, 2023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이건 정말 나중에 저한테도 공유 좀 해주세요…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아, 이런 거 하는 사람~”보다는 “오, 이런 것도 했었네, 저것도 했었어? 신기하네~” 같은 유형이요.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돈과 집에 대한 고민이 큰 노력과 대가 없이 해결돼 매우 여유롭고 한가하게 작업하는 미래.

_, 2023 (1)

«투사와 투사», 2023, 인천아트플랫폼

Artist

한지훈은 디지털 네이티브 시대의 이미지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인터넷에서 간단한 검색 한 번으로 쏟아지는 방대한 이미지에서 수집한 시각물을 재배치한다. 작가에게 이미지는 곧 평면을 채우기 위한 수단일 뿐, 더 이상 실효성을 가지지 않는 대상이며, 무엇을 지시하는지도 중요치 않다. 디지털 세계에서 건져 올린 이미지 재료들은 좌표 평면에 대입되거나, 최소 단위로 나뉘어 평면에 설계된다. 전개도의 형태로 인쇄한 대상은 반복적인 종이접기 혹은 테이핑 등의 행위를 통해 해체와 재구성을 계속하며 평면, 그리고 공간까지 점유해 나간다. 개인전으로 «아인슈타인»(U ART SPACE, 2023)을 최근에 열었고, «투사와 투사»(인천아트플랫폼 공연장, 2023), «PICREN»(얼터사이드, 2022) 등의 그룹 전 및 기획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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