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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너무 먼 이야기는 모르겠어요

Writer: 정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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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정인지 작가는 점, 선, 면의 조형 요소를 도구 삼아 보편성과 개별성에 관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어릴 적 잡지에서 보았던 인터뷰의 한 구절이 그의 운명을 바꿨는데요. 예술은 교육으로 가르칠 수 없다는 말이었답니다. ‘타고난 재능이나 환경이 필수라는 뜻일까? 뭐가 그렇게 특별한 걸까?’ 호기심이 들어서 미대에 진학했는데요. 작업을 하다 보니 한 사람의 인생에서 느끼는 고민과 선택은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로 이해하게 되었데요. 작가 또한 알지 못하는 세상이나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도구로써 작업에 임하고 있답니다. 그의 작업은 인쇄 과정에서 관찰되는 망점에서 시작됐어요. 이를 패턴화하고, 색면으로 전환한 건데요. 확대를 통해 다른 해상도로 바라보는 방법론은 이후 작업으로 이어지며 확장 중입니다. 그는 규칙을 만드는 과정이 곧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이를 토대로 다른 매체로 확장하거나, 기존의 시스템을 해체해서 규칙을 다시 바라보기도 하죠. 시스템이나 체계처럼 무겁고 진지한 규칙에서 애잔하거나 경건한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하는 작가에게 요즘 최우선 과제는 규칙적으로 작업하는 환경 구축이랍니다. 현실적인 문제가 급해서 너무 먼 이야기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말에 백번 동감이 가는데요. 정인지 작가의 흥미로운 작업 세계를 아티클에서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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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aration time›, 2024, 장지에 채색, 1000 × 1000 mm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정인지입니다. 점, 선, 면의 조형 요소를 도구 삼아 보편성과 개별성에 관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어릴 때 잡지에서 “예술은 교육으로 가르칠 수 없습니다”라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어요. 당시에는 미술이나 예술을 일상에서 경험할 일이 없어서, ‘타고난 재능이나 환경이 따라줘야 한다는 건가?’ 생각했어요. 무언가 특별해 보이고 싶고, 또 뭐가 그렇게 특별할까, 호기심이 들어 미대에 진학했습니다. 작업을 하다 보니 그때 인터뷰의 요지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느끼는 고민과 선택은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는 뜻으로 짐작하고 있어요. 제가 알지 못하는 세상이나 의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는 도구로 생각하며 작업에 임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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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wing for Bresenham’s line›, 2020, A4, 장지에 채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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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senham’s line›, 2021, 장지에 채색, 1700 × 1700 mm (Set of 4)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원래는 거주 공간의 남는 방을 작업실로 활용했는데요. 얼마 전부터 평창동에 있는 자문밖아트레지던시에서 작업하고 있어요. 사무 공간에 가까운 느낌이긴 하지만, 집에서 나 홀로 작업하다가 다른 작업자와 교류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조형 규칙을 만들고, 이를 확장하고, 작업으로 제작하는 반복적인 활동은 직업적으로 하려고 노력해요. 이런 과정과는 별개로 그냥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여러 경험을 하며 일상을 보내다 보면 제 작업을 어떤 이야기로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울림이 오는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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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tical, Horizontal and Diagonal›, 2021, 장지에 채색, 1200 × 2400 mm (Set of 2)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작업마다 좀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규칙을 만드는 과정이 곧 작업이라고 보시면 편해요. 규칙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다른 매체로 확장하기도 하고요. 기존의 시스템을 해체해서 규칙을 다시 바라보기도 합니다.

작가님의 작업 세계가 궁금해요. 최근 작업 중 몇 가지를 예로 들어 주시겠어요?

옛 작업부터 차례대로 소개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Colour as pattern›(2016)은 인쇄 과정에서 출발한 작업입니다. 인쇄 망점이 모여 이미지를 만드는 상황에서 색상마다 고유의 망점 패턴이 있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Research for Colour as pattern›(2015)은 색과 패턴을 동시에 보여주고 싶어서 시도한 작업인데요. 특정 색상을 크게 확대해서 패턴으로 노출하고, 이런 패턴을 반복적으로 복사해서 패턴이 색면으로 전환하는 평면 작업으로 발전시켰어요. 확대를 통해 다른 해상도로 바라보는 방법론은 이후 픽셀 평면에 적용해서 ‹Bresenham’s line›(2021), ‹Red columns›(2023) 등 최근 작업으로 계속 이어오고 있고요. ‹Curved surface›(2023)는 픽셀이 모여 만들어내는 곡면을 실제 물리적으로 휜 평면으로 구현하기 위해서 스테인리스 강판을 접고 당겨서 곡면을 만든 작업입니다. 이처럼 작업의 규칙들은 다른 작업으로 이어지거나 확장하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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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for Colour as pattern›,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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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ur as pattern›, 2016, 종이에 스크린 프린트, 700 × 700 mm (Set of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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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columns›, 2023, 장지에 채색, 1200 × 3600 mm (Set of 3)

작업을 통해 작가님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조형 요소가 모여 만들어 내는 기둥을 보다가 사회를 지탱하는 시스템과 규칙 이전에 이를 공유하고 지키는 원동력 혹은 믿음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 궁금해졌어요. 촘촘히 얽히고 쌓이며 구축하는 단단함이라고 생각하면, 시스템이나 체계 등 무겁고 압도될 것 같은 대상도 실은 애잔하거나 경건하게 다가오는 느낌이에요. 조금 역설적이지만, 이런 규칙이나 형태에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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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s per inch›, 2015, 종이에 스크린 프린트, 1200 × 1600 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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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s per inch›, 2015, 종이에 스크린 프린트, 1200 × 1600 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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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진행하며 만족하는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궁금합니다.

입체 작업을 직접 제작하고 싶은데 경험과 지식이 부족해서 어려운 부분이 아쉽습니다.(물론 자금도 포함이지만요.)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데이터와 AI의 발전 과정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막연히 언어의 발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더 공부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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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litting planes›, 2023, 장지에 채색, 450 × 450 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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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s per inch›, 2015, 종이에 스크린 프린트, 500 × 700 mm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무언가에 너무 몰입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려고 하는데요. 작업할 때도 그런 태도가 나오는 것 같아요.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스트레스가 많아지면, 잠을 자거나 등산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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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ckup for curved surface›, 2023, 장지, 250 × 250 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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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ved surface›, 2023, 스테인리스 스틸, 합판구조, 1200 × 1200 mm (Set of 3)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규칙적으로 작업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은데 생각 외로 잘되지 않더라고요.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비슷한 방향을 바라보는 친구와 동료의 존재가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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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onance», 2023, 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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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onance», 2023, N/A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음…일단, 지속가능한 환경이 급한 까닭에 너무 먼 이야기는 모르겠어요.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제작 환경을 갖춘 작업실을 갖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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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onance», 2023, N/A

Artist

정인지는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영국 왕립예술대학(RCA)에서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파주타이포그래피교육 협동조합(PaTI)에서 강사로 재직하며 벨기에의 Frans Masereel Centrum 레지던시 프로그램(2019)에 참여했다. 개인전으로 ‹Resonance›(N/A, 2023),‹Screen script›(IAH, 2022), ‹Bresenham’s line›(Art space Shift, 2021) 등을 열었고, ‹Waiting for the sun›(문화비축기지, 2022), ‹Abstract Mind 2021›(CICA 미술관, 2021), ‹Printing›(서호미술관, 2020)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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