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탄뮤지엄에 작품을 건 니키리와 미술과 접촉했지만 지금은 에세이스트인 임지은은 친구 사이입니다. 두 사람은 대화가 통한다는 안도와 믿음으로 맺어져 있죠. 이들의 우정과 사랑 일부는 『애정 행각』이라는 책 한 권으로 가시화되었습니다. “좋은 아트는 shit이야.”, “나는 네 그림 별로야.”, “재수 없지만 성공하고 나서 공허해졌습니다.”, “모두가 조금은 개박살 나봐야 돼.” 이렇게 못된 말을 스스럼없이 뱉어내지만 이것 또한 이들의 애정 행각입니다. 임지은은 니키리가 ‘챙긴다는 말만 하지 않고 그대로 움직여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봤고, 니키리는 그 말에 ‘나는 애정 행각을 벌이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응수합니다. 확신하고 현재에 집중하는 이와 의심하고 과거를 곱씹는 이. 이처럼 다른 두 사람이 깨지고 무너지며 서로를 넘어 그 밖의 감각을 새로 입습니다. 예술로 시작해 죽음에까지 다다르는 두 사람의 이야기에 박의령 디렉터가 말을 걸어봤습니다.
니키리와 임지은, 서로의 속도에 맞춰 걸으며 우정을 조용히 되짚는 오후
책의 프롤로그에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날의 상황이 상세하게 적혀 있어요. 특히 임지은 작가의 기대와 두려움, 호기심이 생생하게 드러나요. ‘유명인’ 니키리의 ‘간택’ 같은 것이었죠.(웃음)
임지은: 그때의 전 아직 작가도 무엇도 아닌 상태, 첫 책의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었어요. 그래서 되게 불안했고, 내 삶이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런 상태에서 굉장히 명확한 사람을 만났으니….(웃음)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정말 튀는 차 한 대가 저한테 미끄러져 오는데 보나마나 저 차 안에 니키가 타고 있을 거라고 직감했어요. 여하튼 그날 모든 것이 범상치 않았어요. 저도 미술을 전공하면서 허영심을 가지고 예술계를 바라본 기간이 있었고, 주변 친구들이 예술계에 몸담으면서 알게 된 위계라는 감각에도 꽤 익숙하거든요. 니키한테는 그런 느낌이 묘하게도 없었어요. 그래서 보자마자 반말을 하라는 말에 따라 바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니키리: 간택? 그 말 재미있는데요. 제가 지은이에게 SNS로 메시지를 날린 이유는 글을 잘 써서예요. 그 당시에는 그런 글을 쓰기엔 용기가 필요했거든요. 용기 있는 친구들을 제가 좋아하니까 친구가 돼야겠다는 생각으로 연락했죠. 글만으로도 대화가 될 수 있고 친구가 될 수 있겠다를 느낄 수 있잖아요. 저는 그런 친구가 제일 재미있어요.
임지은: 나한테 흥미를 보였으니 내가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어서 쉬지 않고 얘기했어요. 태오 형부까지 셋이서 저녁을 먹다가 급기야 펑펑 울어버렸어요. 아, 창피하다. 이제는 다시 볼 일이 없겠구나 했는데, 두 사람은 커버 치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해 줬어요. 그날 이후 몇 년을 고쳐 지금까지 왔네요.
니키리와 임지은, 각자의 결이 선명하지만 서로를 더 또렷하게 만든다.
니키리의 이야기가 책 형태로 나오길 바라는 사람이 정말 많았어요. 그런데 이런 형태일 줄 몰랐죠. 소제목을 두고 대화로 이어지는 점이 재미있었어요. 남의 대화를 듣는 일이 저한테만 흥미로운 건 아닐 거예요.
니키리: 지금까지 정말 많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내자는 제안을 받았고, 제가 글 쓰는 걸 싫어하지는 않아요. 근데 게을러서…. 책을 내려면 많은 인내와 강박감, 마감이 이어지죠. 주저했던 이유가 몇 가지 더 있는데, 하나는 또 의외로 순수문학에 관한 어떤 경외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 개나 소나인 내가 책을 내도 되겠나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두 번째는 매력을 지닌 책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 그래서 한 80이나 90살 넘어서 책 쓰는 데만 올인해서 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그럼에도 이번에 책을 내게 된 건 지은이랑 같이 책을 내면 일단 지은이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은이는 책을 4권이나 낸 작가지만 그래도 대중적인 인지도는 제가 조금 더 있으니까, 서로 좋지 않을까. 지은이는 내 이름값을 이용하고 게으른 나는 지은이의 글쓰기를 이용하고….(웃음)
임지은: 서로 이야기하면 재미있겠다가 저희에게 주어진 전부였어요. 무슨 얘기를 해도 된대요. 근데 그게 사실 제일 어렵잖아요. 저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니키는 아트를 하는 사람인데 아트 하는 사람들은 자기에게 재미없는 얘기는 안 해요. 그래서 글을 쓰는 제가 저 사람이 재미있어할 만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면 대화가 성립이 안 되는 거죠. 저쪽에서 재미있어하는 건 뭘까, 그러면서도 동시에 유의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건 뭘까를 찾아가다 나온 것들이에요. 2년 동안 쌓인 녹취록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는데, 그 안에서 재밌다고 느끼는 부분은 둘 다 동일했어요. 언어적인 것 외에도 서로 얘기한 날의 어떤 시그널까지 포함해서 추린 이야기들이죠.
아티스트는 무엇인가로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노화와 죽음에까지 이어져요. 활짝 펼쳐진 대화 안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건 니키리가 새롭게 시작하는 일, 즉 페인팅이라는 행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사람의 대립이 프라이팬 밖으로 튀어 오르는 삼겹살 기름처럼 팍팍 터지는데….(웃음)
니키리: 지은이는 사람들에게 참 다정해요. 어떤 얘기를 할 때 먼저 나의 기분을 살피고 좋은 얘기를 먼저 하려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솔직한 반응을 끌어내려면 약간 페이크를 쳐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내 페인팅이 아니라 어떤 흑인의 페인트인데 네가 보기에는 어떤 거 같아? 그랬더니 조악하다는 대답이 나왔죠. 아, 역시 지은이가 페인트를 못 보는구나….
임지은: 항상 이런 식이에요. 나 빼고는 현역 작가랑 관계자들한테 물어봐 놓고. 근데 왜 내 대답을 듣고 싶었는지 그건 좀 궁금하네요. 여기서 들어봅시다.
니키리: 나랑 치열하게 싸울 수 있는 사람이잖아. 임지은: 제가 그런 건 있어요. 남한테 싫은 소리를 진짜 못하면서 동시에 싫은 소리가 안에 생기면 그걸 없애지도 못해요. 결국은 말을 꺼내야만 해서 어릴 때 왕따도 당하고, 회사 생활도 못 했어요. 그림과 관련한 연락을 받았던 순간이 기억나요. 정자동 주공아파트 4단지 앞에 매미가 울고 있었고, 혹시 니키가 그린 그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순간 스쳤어요. 만약 그게 사실이라고 하면 니키한테 정말 중요한 일일 테니까,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두 창작자는 주변 사람에게 작품을 먼저 보여주고 의견을 얻는 스타일인가요? 그 의견에서 영향을 받나요?
니키리: 제 작업을 두고 누구에게도 묻지 않아요. 물어본 적도 없어요. 좋은 작업이란 확신이 항상 있었기 때문에 알아서 했어요. 근데 페인트에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으로 물어봤어요. 그리고 또 깨달았죠. 나는 페인터구나. 얼마나 빨리 자신감을 되찾았냐면 처음에 요만하게 그렸거든요. 그걸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고민하고 난리를 친 거야. 그리고 두 번째 50호, 세 번째 100호로 넘어갔어요. 그 후로는 계속 100호를 그리면 되겠다는 확신이 섰어요. 단 세 단계만에….
임지은: 누구에게도 안 보여주고 혼자 퇴고를 진짜 많이 해요. 얼마 전 한 편집자님을 만났는데 건드릴 게 없다고 했어요. 이 정도면은 내가 됐다. 할 말은 다 했다는 생각이 들 때 내놔요.
임지은
니키리
책을 펴자마자 “모두가 아티스트인 건 싫은 거잖아”라는 말이 나와요. 음악도 DIY, 매거진도 개인 매체, 모두가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고 하는 시대인데 말이죠. ‘아티스트의 자질’은 어디서 드러난다고 생각하나요.
임지은: 작품에 고민이 녹아 있는 사람과 녹아 있지 않은 사람의 결과물은 너무 다른 것 같아요. 자의식만 가지고 ‘아트’라고 말하는 사람을 선호하지 않아요. 고민과 자의식이 만나면 무조건 불화하는 순간이 생겨요. 그 과정을 거친 사람은 논리적이 아니더라도 느낌으로 나오고, 그것이 결국 ‘아우라’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매체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결정이 녹아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로열티’와도 같이 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 둘 다 ‘올라운더’를 별로 좋아하진 않아요. 니키리: 페인터에 국한 지어 이야기할 게요. 그러니까 저는 라이터는 라이터, 액터는 액터라고 말했으면 좋을 사람이에요. 라이터인데 아티스틱하고 액터인데 아티스틱 할 수는 있어요. 그렇지만 그 모두가 아티스트라고 말하는 건 별로인 것 같아요. 클래식하게 페인터를 아티스트라고 지칭하는 직업의 이름을 가져가길 바라는 거죠. 경계를 무너뜨리지 않고 정확하게 불러주면 좋겠어요.
니키리는 단지 사진으로 먼저 알려지고 분류되었을 뿐 아티스트라는 확신을 가졌으며 심지어 ‘아티스트로 살다가는 인생 조질 것 같다는 예감’을 어릴 적부터 느꼈다고 했어요.
니키리: 일단 돈을 많이 못 벌 것 같고 먹고사는 게 해결이 안 될 것 같다. 그 시절만 해도 어두운 작업실에 갇혀서 비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미지가 있었던 거죠. 나는 예쁜 옷 입고 좋은 차 타고 다니고 싶었는데 큰일 나겠다. 무조건 이 길을 피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도망가려고 무지 애를 썼어요. 그렇다면 끼를 방출할 수 있는 연기를 해볼까 생각했지만 집에서 반대했고, 패션 사진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결국 감각적인 것으로만 이루어진 세계는 저랑 안 어울렸어요. 본질에 더 깊이 들어가야 인생이 해소된다는 걸 느꼈거든요. 결국 도망가다 어쩔 수 없이 돌아온 거죠.
니키리, 많은 선택을 거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품었다.
임지은, 의심하고 되돌아본 시간이 글이 되었다.
반면에 임지은 작가는 의심하고 되돌아보는 사람이죠. 미술을 전공했지만 자신은 미술가가 될 수 없다는 건조한 사실 확인을 거친 에세이스트.
임지은: 예중, 예고를 거쳐 미술을 전공했고 성적도 좋았어요. 주변에서 다 제가 미술 작가가 될 줄 알았어요. 지금도 정물을 두고 똑같이 그리라고 하면 아마 똑같이 그려낼 거예요. 근데 그거 이상은 안 되는데 주변에서 자꾸 뭐가 되겠다고 말할 정도면 제가 행세를 잘한 거죠. 행세를 할수록 사람은 불안해요. 숨기고 척하는 거니까. 그러다 끓어 넘쳤어요. 어릴 때부터 입시를 겪고 입시 미술 강사를 하면서 합격하지 않으면 실패하는 거라는 마인드를 주입하고 나 또한 세뇌당하면서 살아온 시간이 너무 길었어요. 그 인생을 사느라 가족을 개고생시켰는데 내 능력이 이것밖에 안 되네. 미술을 포기하고 나서 승무원 준비도 해 보고, 패션회사 인턴도 했지만 정착하지 못하고 오래 방황했어요. 그 기간에 뭘 했냐면 그래도 계속 뭔가를 쓰고 있었어요.
서로 속도나 방식은 달랐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정확히 짚고 간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보여요. 서로 달라서 질투한 적도 있을까요?
니키리: 절대 없어요. 가끔 얘 기분 좋으라고, 미모라고 하지만 사실 그것도 아니야. 관심 없어요.(웃음) 저는 항상 남이 잘되면 좋을 것 같아서 퍼주는 타입이라 질투라는 감정을 느낀 적이 없어요. 임지은: 니키는 추진력 있는 스타일이고 저는 머뭇거리는 스타일이라, 저건 어떤 기분일까 생각은 해요. 그렇지만 내 성격을 못 바꾸는 거니까 잠시 생각만 해보고 말아요. 결론은 되게 심플해요.
니키리와 임지은
못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 좋은 것보다 싫은 게 같을 때 얘기가 더 잘 통하는 법이라고 믿고 있는데요. 두 사람의 대화와 우정을 이어 나갈 수 있게 만드는 동기는 뭘까요?
니키리: 우리가 죽이 잘 맞는 건 다른 이들은 캐치 못한 섬세한 감정이 일었을 때 서로 그 부분을 알아듣기 때문인 것 같아요. 서로 알아먹을 거라는 믿음.
임지은: 예를 들면 ‘예’, ‘아니요’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럴 때 상대방이 못 알아들으면 니키는 스트레스를 받아요.(웃음) 서로가 모르는 부분에서는 주제 자체를 안 꺼내요. 굳이 그러지 않아도 나눌 얘기가 있으니까요. 니키리: 내가 좋아하는 마이클 리 감독의 새 영화가 나왔어요. 지은이한테는 같이 보러 가자고도 안 하고 감독에 관한 얘기도 하지 않아요. 누구인지 다 설명해 줘야 하는데 귀찮은 건 질색팔색이거든요. 저도 소설을 잘 안 읽어요. 그러니까 지은이도 저랑은 소설 얘기 안 해요. 다만 요즘 소설 내용이 왜 이래? 내 감정 소중해. 스무 살이 왜 어른을 찾아? 네가 어른인데. 이런 얘기를 나누는 거죠.(웃음)
너무 열심히 한 걸 들키지 않으려고 하는 최선의 유예, 퇴로를 두는 것에 관한 대화가 나와요. 솔직하게 말하는 게 힘들 때가 있거든요.
임지은: 저는 거의 뭐 노출증 환자죠.(웃음) 아직도 북토크를 할 때 떨릴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저는 그냥 떨린다고 말해요. 말하고 나면 떨림이 좀 가셔요. 솔직히 말하는 사람에게 조금 더 관대할 거라는 믿음이 있거든요. 저 또한 제가 진짜 싫어하는 사람도 궁지에 몰리면 그 사람을 내버려둬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에요. 타인이 수치스럽거나 창피한 상황일 때 내가 그 사람이 싫어도 그때는 물러나야 한다고 가족한테 배우고 이해 받으면서 자랐어요.
표지를 통해 니키리의 그림을 볼 수 있네요. 이건 어떤 그림인가요?
니키리: 두 번째 작품이네요. 50호 그림을 확대한 거고, 겉표지를 벗기면 안에 오리지널 그림이 나와요. 그걸 잘라서 태오가 디자인했어요.
임지은: 저는 제 일이 아니면 다 미뤄둬요. 나는 글 쓰는 걸로 끝났다. 전문가가 알아서 하겠지.(웃음)
페인팅을 시작한 후로부터 2년이 지났어요. 요즘 작업 상태는 어떤가요?
니키리: 요즘 하나도 안 그리고 있죠. 네 번째 그림을 그리려고 신이 날 즈음 엔터회사를 차린 거예요. 사무실에 아틀리에를 만들었고, 출근하면서 틈틈이 그리려고 했는데 막상 해 보려니 안 되더라고요. 지금은 일단 회사 시스템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중이에요. 내년에 이사가면서 작업실을 따로 만들 예정이고요, 지금 새로운 걸 접하는 동안 실제로 붓을 들진 않지만 그림을 그리는 기간인 것 같아요.
매일을 재미있게 사는 것,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것, 니키리의 작품 역시 현실에 발 닿아 있어요. <파츠>, <신즈> 시리즈와 영화 <니키라고도 알려진> 조차도.
니키리: 딱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라고 정해 놓은 게 없어요. <파츠>는 공부하듯이 콘셉트를 척척 쌓아갔다면, <신즈>는 접근법이 굉장히 달랐어요. 예술가로서 본질적 감정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면서 시작했던 작업이라 어렵고 무서운 감정도 느꼈었죠. 앞으로 하겠다는 작업 또한 정해 놓은 건 없어요. 내 삶이 달라지듯이 그때그때 달라지는 거죠.
많은 예술가가 고향에서 영향을 받곤 해요. 니키리에게 뉴욕이라는 또다른 고향이 있었지만 이제 나는 거기에 없다고도 말했죠.
니키리: 과거에는 어떤 감정도 없어요. 당시의 경험이 내 몸을 돌아다니며 현재를 이루고 있지만 지나간 과거에 감정을 소비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치열한 사랑을 했다면 그걸로 되는 거예요. 그 사람은 지금 없고 나도 과거에 없어요. 비효율적인 게 싫어요. 이게 나의 철학이라 그렇게 살려고 노력해요. 그 노력이 쌓인 게 나의 습관이 되었고 그래서 현재를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향락과 비관을 모르면 예술을 할 수 없다는 믿음도 있었어요. 실제로 그렇게 피폐해진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점점 구도의 길을 걷기도 해요. 제 주변만 봐도 술, 담배 끊고 명상하고 차 마시더라고요.(웃음)
니키리: 조금 다른 얘기지만 지금 제일 친한 친구가 스무 살이거든요. 이제 20대 아니면 말이 안 통해요. 30대도 좀 답답해요. 내가 놀고 싶은 게 아니라 그 친구들이 나랑 놀고 싶어해요. 그러려면 쿨해야 해요. 멋진 옷 입고 외모도 멋지게. 멘토한테는 고민을 버리는 거고 노는 거랑은 달라요.
임지은: 아까도 말했지만 니키는 상대의 반응 속도가 떨어지면 스트레스 받아요. 이제는 땀도 늦게 흘린다고 뭐라고 할 거 같다니까요.(웃음)
니키리: 템포가 빨라야 하는데 또래는 걸음도 느려요.(웃음)
그렇다면 최근 가장 흥미로운 건 무엇인가요?
니키리: 신인 배우 발굴. 회사에 여자 신인 한 명을 뽑았고, 눈에 들어오는 남자 신인이 한 명 있어요.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운명을 믿어요. 나한테만 보이는 날것을 뽑아서 흙을 탁탁 털어내면 빛날 것 같은. 또 유태오 배우의 커리어가 해외를 향하고 있는데, 옆에서 함께 그 길을 개척하고 있어요. 할리우드 시스템을 경험하면서 디깅하는 재미가 있어요. 임지은: 저는 호두랑만 놀아서…. 호두는 제 반려견입니다.
여전히 두 사람의 대화는 즐거운가요? 가장 잦은 대화 주제가 궁금해요.
임지은: 맛집! 니키의 지도를 보면 별천지예요. 거의 우주급.
니키리: 너무 많아서 구 단위로 얘기해야 돼요. 여기가 광화문이라 근처에는 디 타워 모던샤브하우스를 좋아해요. 클래식하고 대중적인 맛에 조명도 너무 좋고….
니키리와 임지은
마지막으로 책 얘기로 다시 돌아 갈게요. <애정 행각>의 가장 큰 재미는 실제 예술가와 예술의 주변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꿈꾸는 사람들이 각각 다른 시선으로 읽을 것이라는 점이에요. 그리고 전혀 공감하지 못할 사람들도 있을 거라는 점까지도요.
임지은: 되게 중요한 부분을 짚어 주신 것 같아요. 그걸 또 되게 원했어요. 굉장히 어려울 수도, 굉장히 쉬울 수도, 굉장히 재미있을 수도, 굉장히 재미없을 수도, 굉장히 가벼울 수도, 굉장히 무거울 수도 있다는 것. 책이 많이 팔리면 좋으니까 친절하게 잘 깎고 다듬을 수도 있는데, 편집하는 과정이나 내용을 취사 선별하는 과정에서 둘 다 그럴 생각이 없었어요. 이런 생각으로 책을 쓸 수도 있다는 걸, 이런 책이 나와도 괜찮다는 걸 해 보고 싶었어요. 거슬릴 걸 알면서도 뱉어도 보고, 신나게 까이면 까여도 보고….
Artist
니키리(@nikkislee)는 예술가다. 작업으로 〈프로젝트〉, 〈파츠〉, 〈레이어스〉, 〈신즈〉가 있으며 영화 〈니키리라고도 알려진〉으로 베를린영화제 포럼 부문에 초청받았다.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에 짧은 글을 썼다.
임지은(@uncommon__j)은 에세이스트다. 199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결같이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 사람이라는 단어가 구겨지면 ‘삶’이라는 단어가 생겨난다고 여긴다.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 『헤아림의 조각들』, 『연중무휴의 사랑』, 공저 『우리 둘이었던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요?』,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를 썼다.
Editor & Photographer
박의령은 <나일론>,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하퍼스 바자>에서 피처 디렉터로 일했다. 사람을 만나고 장소를 둘러보며 글을 쓴다. 사진집 <75A>를 작업했고 서울을 가장 서울답게 찍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