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
아티스트의 영감을 북돋는 장소를 직접 다녀왔습니다
검정색으로 칠한 합판과 철제 다리로 구성된 테이블. 검정색으로 칠하지 않은 합판과 철제 다리로 이루어진 의자. 그것들이 반듯하게 열을 맞춰 만들어진 장소가 바로 지난 2021년 9월 연희동에 새로 오픈한 카페 프로토콜이다. 너무나 정직하게 나열되어있는 기구들과 각자의 조명 아래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나는 자연스레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이곳은 카페인가 독서실인가.
하나의 카페로서 프로토콜의 분위기와 문화는 여느 카페와 다르다. 전통적으로 카페의 목적은 맛있는 커피와 지독하게 수다 떨기가 아니던가. 프로토콜은 그런 공간과는 그 결이 사뭇 다르다. 이곳의 사람들은 대화가 아닌 저마다 각자의 것에 열중하고 있다. 그들은 각자 휴식을 갖거나, 각자 작업을 하거나, 각자 커피를 마신다. 그렇게 그들은 각자의 시간을 즐긴다.
사실 나는 프로토콜이 제안하는 이 고요함이 조금은 서글프기도 했다. 적극적인 대화보다는 각자의 일에 몰두하는 것이 이곳의 분위기에 더 가깝기에, 주변 사람을 돌보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먼저 챙기는 것이 이 도시의 문화에 더 가깝기에…
하지만 ‘프로토콜은 자신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라고 나는 믿고 있다. 서로에 대한 이해나 동의 없이 같이 붙어 지냈던 시대를 지나,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우정을 발명해 나갈 수 있게끔 우리는 우리 각자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도록 하자. 나 역시 언젠가 당신을 우연히 마주쳤을 때 반갑게 인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프로토콜의 한마디를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치려 한다.
“카페 프로토콜, 우리는 느립니다.”
Place
프로토콜: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109 2층
@protokoll.roa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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