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
아티스트의 영감을 북돋는 장소를 직접 다녀왔습니다
길을 헤매다 어렵게 찾아간 공간은 꼭 감탄을 자아낸다. 좁은 골목 사이 한참 헤매다 지쳐 매장에 전화를 건 순간 ‘애프터저크 오프’의 대문을 발견했다. 괜히 전화했다는 허탈한 감정을 안은 채 흰 문을 열자 1층 쇼룸을 압도하는 신윤복의 ‹단오풍정›이 시선 끝에 닿았다. 그때 알았다. 내가 ‘애프터저크오프’, 현타, 현자의 시간, 그 이후를 제대로 경험하는 중이라는 것을!
예상치 못한 장면과 마주치는 경험은 카페 안에서도 계속되었다. 계단, 테이블 등 곳곳에 놓인 불상, 성중립 화장실과 무지개 버터, 어두운 카페 공간을 지나 환한 루프탑을 내려다보는 큰 인물 사진은 계단 오르기라는 일상적 경험을 예상치 못한 순간으로 만들어준다. 또한 곳곳에 붙어 있는 ‘애프터저크오프’의 로고는 ‘슈프림’의 그것을 연상하게 한다. 바바라 크루거의 빨간 박스, ‘슈프림’의 빨간 박스, 그리고 ‘애프터저크오프’의 빨간 박스로 이어지는 시각성은 서울, 을지로라는 공간에서 한국적 이미지와 만나 새로운 콜라주를 보여준다.
층마다 공간이 아주 다른 듯하면서도, 오래된 동양풍의 소품과 과감한 그래픽 이미지 배치는 새벽의 비몽사몽한 풍경과 공통된 미감을 가지고 있다. 마치 흐릿한 안개가 낀 수표로의 풍경처럼.
Place
애프터저크오프: 서울 중구 수표로 42-21 3F~5F
@after_jerk_o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