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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감각을 형태로 만드는 과정: ‘인양 YinYang’

Writer: 인양
인양이 만든 sonic nostalgia 키비주얼. 초록색 콩형태와 식물 형태가 얽혀있다.

Sound & Memory, YinYang인양, 2021

Be Original

아티스트에게 직접 의뢰한 아트 워크를 소개합니다

‘비오리지널’은 매거진 이슈의 테마에 맞춰 아티스트에게 작업을 의뢰하고 그 과정과 결과물을 살펴보는 섹션이에요. 첫 번째 이슈의 테마는 ‘소닉 노스탤지어Sonic Nostalgia’. 다양한 감각을 연결해 이미지로 표현하는 스튜디오 인양은 예측 불가능한 청각의 아름다움을 율동감 있는 작두콩이 오선지에 피어 나는 모습으로 표현했답니다. 이번 작업은 첫 번째 이슈의 키비주얼로 웹사이트 대문을 장식했고, 손에 잡히는 실크 스카프로도 만들어졌어요. 패브릭 포스터로 활용할 수 있는 실크 스카프는 오직 B(A)SHOP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인양YinYang’은 디자인과 개발을 함께 하는 스튜디오다. 이번 ‹비애티튜드› 이슈의 테마는 ‘소닉 노스탤지어.’ 비주얼 커미션 작업을 의뢰받았을 때, 기억이란 주로 이미지를 통해 환기되며 소리에서 받은 인상 역시 결국 이미지로 저장되니 그 번역 과정을 다루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평소에 읽었던 책이나 건너보고 들은 이미지, 이야기들이 주제에 따라 환기되어 떠오르고, 이들이 쉽게 다른 이미지와 이야기를 끌어들이며 우리 작업의 조력자 역할을 맡는 경우가 잦은 편이다. 이번에는 작곡가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일화가 떠올랐다. 그는 색과 청각을 동시에 느끼는 예술가로 유명하다. 예를 들어, C장조는 흰색, A장조는 불그스름한 장밋빛, E장조는 반짝이는 사파이어 빛인 데 비해 E단조는 어두운 회청색으로 인식했다고 한다. 이번 테마는 소리에 대한 기억을 시각적으로 재현해야 하는 만큼 소리에서 색이 보이는 공감각적 관점으로 접근해보았다. 림스키코르사코프가 바로 색청(色聽, Coloured hearing)의 대표적인 경우로, 일정 음에서 색채를 느끼는 반응을 뜻한다. 이에 착안해 음이 색으로 전치되는 과정에 덧붙여, 그것이 악절과 악장으로 확장할 때의 생동감과 움직임을 담은 모양을 상상해보았다.

오선지 위에 음표가 그려져있다.
악보 위에 sound&memory 가 그려져있다.
초록색 강낭콩 엘리먼트이다.
악보 위에 초록색 강낭콩으로 sound&memory가 그려져있다.
식물 줄기와 열매 엘리먼트이다.
악보 위에 강낭콩 위에 식물 줄기도 엉켜있다.
푸른색의 꽃잎 엘리먼트이다.
악보 위에 강낭콩 위에 식물 줄기 위에 꽃잎이 있다.

아이디어가 명확하게 잡혀 콘셉트를 결정짓게 된 계기는 악보였다. 평소 미지의 언어라고 생각하던 악보의 형식에 대해 레퍼런스를 찾아보다 작곡가가 수기로 작성한 악보 초안을 보니 마치 식물의 씨앗을 흩뿌린 것처럼 다가왔다. 하나의 음에서 복잡한 선율로 발전하는 과정과 식물이 자라나는 모습이 시각적으로, 그리고 맥락적으로 무척 닮았다고 느꼈다. 평소 주제와 느슨하게 연결된 이미지와 이야기를 어떻게 엮을지 고민하다 보면 이후의 과정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편이다. 우리는 눈을 감으면 시각을 차단할 수 있지만, 청각은 쉽게 막을 수 없다. 그렇기에 이미지와 달리 소리는 이를 받아들이는 정도를 조절하기 어렵다. 청각이 지닌 이런 통제 불가능성을 존중하며 자동으로 생성하고 자라는 유기체의 이미지를 만드는 방향으로 콘셉트를 발전시키려고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지지대, 지지선 등 물리적 구조물을 그리드 삼아 율동을 지닌 형상으로 자라나는 식물 덩굴이 떠올랐다. 운율에 따라 순간적으로 스치는 인상이 열매나 꽃봉오리와 같은 결실이 되어 덩굴 군데군데마다 산발적으로 맺히면 어떨까. 작업을 시작한 계절에 꽃을 피우던 작두콩을 바라보니 철망의 가로줄을 악보의 오선으로, 꼬투리 속 콩을 음표로, 얇은 곡선 줄기를 악상 기호 삼아 온몸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식물은 모양 그 자체뿐 아니라 소리와 이미지의 간극을 흐리게 이어주는 역할도 맡는다. 우리가 어떤 소리를 소음으로 느끼거나 언어로 받아들이거나 음악으로 들을 수 있는 것처럼, 식물로 보이는 우리 작업도 어떤 이에게는 작두콩 그 자체로, 다른 이에게는 ‘Sound & Memory’라는 말의 조형으로, 또는 연주할 수 없는 음악의 악보로 읽히길 원했다.

악보 위에 강낭콩 위에 식물줄기 위에 꽃잎 위에 열매까지 올라간 최종본이다.

평소 커머셜 작업과 개인 작업을 진행하면서 전자에서 자유가 주어질 때 평소에 실현해보고 싶은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편이다. 하지만 작업의 규모가 클수록 주관적인 아이디어를 적용하기 어려울 때가 많아서 각별한 아이디어는 디자인에서 아주 축소된 형태로 담기곤 한다. 그래도 어떤 성격의 일이든 최대한 ‘인양’다운 작업을 하려고 노력한다. 취향과 생각이 잘 통하는 클라이언트를 더 많이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이번에 ‹비애티튜드›와 함께 작업하면서 아이디어를 전개하는 과정이나, 예상과 기대에 맞춰 결과물을 관찰하는 과정이 본래 작업하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소리와 기억이라는 두 가지 다른 소재를 연결하는 주제 덕분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평소 창작자로서 타인의 생각을 모방하는 걸 경계한다. 그걸 피할 수 없을 때는 모방한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편이다. 앞으로도 ‹비애티튜드›를 비롯해 더 많은 이를 만나 특별하고 사려 깊은 작업을 하고 싶다.

Artist

개발과 디자인을 함께 하는 스튜디오입니다.

@yinyang.f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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