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의 작업실을 방문해 공간, 일상과 창작을 위한 도구 그리고 소중한 오브제를 글과 이미지로 소개하는 독창적인 섹션입니다.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스팍스 에디션Sparks Editio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장준오, 어지혜입니다. 모든 디자인, 순수 미술, 혹은 그 이상의 영역에서 자유롭게 작업하고 있어요.
스팍스 에디션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어지혜(이하 지혜): 제가 21살, 준오 씨가 27살 때 처음으로 만났어요. 컴퓨터 한 대 놓아두고 무엇이든 시도해 보려고 노력하던 시절이었죠. 우연히 뮤지션 10CM의 앨범 디자인을 함께 작업하게 됐는데 급히 팀명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당시 자주 듣던 콜드플레이Coldplay의 노래 ‘스팍스Sparks’에서 영감을 얻어서 스팍스 에디션이라고 지었답니다.
장준오(이하 준오): 저는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후 무언가를 만들고 창조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는데요.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공부한 지혜를 만나서 창작의 폭이 더욱 넓어졌어요.
스팍스 에디션은 그래픽 디자인, 북 디자인, 브랜딩, 아트워크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작업하고 있어요. 지금까지의 활동 중 스팍스 에디션을 대표할 만한 것은 무엇일까요?
10CM의 정규 1집 ‹1.0›은 스팍스 에디션의 이름으로 작업한 첫 번째 프로젝트였어요.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를 제대로 배우기 전이라 지금 보면 서툰 면이 많지만, 그래서인지 더욱더 소중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작업이에요. 방탄소년단의 정규 4집 ‹MAP OF THE SOUL : 7›은 아이돌과 처음으로 협업한 프로젝트였는데, 로고부터 패키지 디자인, 프로모션을 위한 가이드라인까지 두루 아우르는 앨범 브랜딩 작업이라서 무척 보람찼던 기억이 납니다. 덕분에 청사진 기법을 활용해 디자인한 RM의 솔로 정규 1집 ‹Indigo›도 이어서 함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르세라핌의 미니 2집 ‹ANTIFRAGILE›은 일본의 전통 도자기 수리 기법인 킨츠기(金継ぎ)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는데요. 간결한 라인에 함축적인 느낌을 담을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더불어, 최재훈 작가의 일러스트레이션 북인 ‹365 NERVE›, 보이는 각도에 따라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카페 MOSP의 아이덴티티 디자인도 저희에게는 무척 중요한 전환점이 된 작업이어서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혜: 뮤지션들은 각자의 작업 스타일이 확연히 다른 편이라 그 과정부터 무척 흥미로워요. 앨범에 수록할 곡을 들려주며 창작 배경을 세세하게 설명해 주실 때도 있고, 저희의 창작 스타일에 자유롭게 맞춰 주실 때도 있어요. 아이돌과 함께하는 작업은 앨범 한 장이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느낌이라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죠.
준오: 스팍스 에디션 이름으로 작업에 몰두하다가 개인 작업을 하면 마음에 환기도 되고, 함께하는 공동작업에서 불가능한 창작 욕구를 마음껏 풀어낼 수 있어서 좋아요. 온전히 제가 하고 싶은 작업을 자유롭게 하다 보면, 클라이언트 잡을 위한 에너지도 다시 충전되는 느낌이고요. 양쪽을 오가려면 몸도 마음도 언제나 분주하지만, 긍정적인 측면이 훨씬 크기 때문에 멈추지 않고 개인 작업을 꾸준히 하는 것 같아요.
지혜: 스팍스 에디션으로 일할 때는 대부분 클라이언트의 요구와 니즈를 생각하며 작업을 진행해야만 해요. 반면, 개인 작업은 저만의 이야기와 감정을 일기처럼 꺼내어 펼쳐보는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죠. 얼마 전에 개인전을 열었는데, 주제가 ‘녹턴Nocturne’이었어요. 녹턴을 한국어로 옮기면 야상곡(夜想曲)인데요. 말 그대로 밤 시간에 영감을 얻어 작곡한 음악을 뜻해요. 저도 낮에는 스팍스 에디션으로 열심히 일하다가 밤이 돼서야 비로소 개인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의미가 서로 연결된다고 느꼈죠.
준오: 저는 예전부터 규모가 큰 입체 조형물을 작업해 보고 싶었어요. 언젠가는 공공장소를 비롯한 넓은 공간에 작업을 전시하며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선보일 날을 바라고 있답니다.
바쁜 와중에 최근 와인 바를 오픈했다고 들었어요.
지혜: ‘매치스Matches 성수’라는 이름의 공간이에요. 요리와 브랜딩 등 자기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가들과 함께 오랫동안 준비했어요. 저희가 창작자이다 보니 매치스 성수를 위한 테이블웨어와 메뉴판을 비롯해 여러 아이템을 만들었는데요. 지금 인터뷰하기 바로 직전에 그릇이 작업실에 도착해서 확인하고 있었네요. (웃음) 앞으로 매치스 성수가 음식 외에도 다양한 전시와 행사 등을 두루 선보이는 멋진 공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계시는 작업실은 언제부터 사용하셨나요?
지혜: 사실 오래되지 않았어요. 올해 5월에 이곳으로 이사 왔거든요. 이전에 사용하던 작업실에서 10년 정도 머물다 보니 점점 물건이 많아져서 걷잡을 수 없어지더라고요. 스팍스 에디션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제작한 포스터와 샘플이 셀 수도 없었고, 거기다가 각자 작업한 개인 작품들도 있으니까요. 죄다 버리기는 아깝고, 그렇다고 남는 공간은 없어서 고민을 거듭하다 또 다른 스튜디오를 오픈한 게 바로 여기예요. 이전 작업실은 저희 아트워크를 위한 전용 공간으로 활용 중입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는 국민대학교 앞이고, 이번에는 성신여자대학교 앞이라 두 곳 모두 대학교 앞이네요. (웃음)
두 분 모두 무언가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인가요?
준오: 완전요. 물건 하나하나 모두 소중히 생각해서 절대 버리지 못해요. 길을 가다가 버려진 물건이 쓸 만하면 소중하게 주워와요.
지혜: 저도 예전에는 그런 편이었는데, 이제는 공간이 너무 없다 보니까 버릴 건 버려야겠더라고요. 우리 중 한 명이라도 현실을 생각해야만 하는 상황이 와버린 거죠. 하하.
준오: 정릉 작업실과 거리가 멀지 않아서 이 부근의 식당과 카페에 자주 들렀어요. 그때부터 오래된 벽돌 외관이 아름다웠던 이 건물을 눈여겨봤죠. 그러다 여기 2층이 매물로 나온 걸 알고 반가워서 단번에 계약했어요. 특히 이 마룻바닥 좀 보세요. 새로 시공한 마루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빈티지한 빛과 색을 가진 모습에 반했답니다.
반년 정도 지내보니 예전과 비교해 어떤 부분이 다르던가요?
지혜: 정릉 작업실은 일단 넓었어요. 벽으로 막혀 있지 않아서 커다란 원룸 같았죠. 그래서 이번에는 공간을 오밀조밀 분리한 구조를 경험해 보고 싶었어요. 여기는 옛날에 주택으로 사용한 곳이라서 거실 같은 공간에서 전체 회의를 할 수 있고, 저희와 팀원들의 방도 나뉘어 있고, 부엌도 따로 사용할 있어서 마음에 들어요.
준오: 업무와 관련한 통화를 길게 하거나, 좀 더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요. 아마 팀원들도 전보다 만족도가 높아졌을 거예요. 그렇…겠죠? (웃음)
이곳이 특히 마음에 드는 이유를 꼽아보신다면요?
지혜: 공간에 빛이 잘 들어오는지, 창가에 큰 나무들이 잘 보이는지가 제게는 무척 중요한데요. 지금의 작업실은 늦은 오후가 되면 햇빛이 거실의 절반을 넘어설 만큼 공간 깊숙이 들어오고, 창밖으로는 2층에서도 잘 보일 정도로 높고 커다란 포도나무와 라일락 나무가 서 있답니다. 올여름 포도가 주렁주렁 열린 모습이 정말 신기했어요. 나무가 잘 자라는 걸 보니까 ‘볕이 잘 들고 따스한 공간이구나’ 싶어서 이곳이 더욱 마음에 들었죠.
준오: 저는 거실 옆에 자리한 크고 넓은 전면 창이 참 좋습니다. 창밖 풍경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뚜렷이 알아챌 수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고요.
작업실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도구는 무엇인가요?
지혜: 컴퓨터로 작업할 때는 ‘와콤Wacom’ 태블릿 펜을 주로 사용해요. 정말 펜처럼 스케치를 자유롭게 할 수 있거든요. 그렇다고 마우스를 싫어하는 건 아니에요. 스케치를 러프하게 하는 맛이 있어서 각자의 특징이 존재하죠. 문구류는 스위스 브랜드 ‘까렌다쉬Carendache’를 좋아해서 펜, 볼펜, 만년필 등 용도에 맞게 다양한 컬러를 구비해 놓았어요. 펜을 쥐었을 때의 느낌이 마음에 들어서 애용하고 있어요. 노트는 홍대에 있는 호미화방에서 판매하는 도톰한 두께의 크로키 노트를 주로 사용합니다.
준오: 저는 종이 중에서 로얄보드를 즐겨 사용해요. 옅은 미색과 특유의 질감이 마음에 들어서 그림을 그릴 때도 쓰고, 간단하게 모델을 만들 때도 요긴하죠. 두께도 다양해서 용도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은 것도 장점이에요. 필요할 때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게 테이블 밑에도 항상 적당한 양의 로얄보드 종이를 쟁여놔요. 일하다가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는 호미화방에 가서 로얄보드 종이를 잔뜩 사 오곤 한답니다. 도구를 잘 정리해 두는 편이 아니라 칼이나 자, 커팅 매트 같은 도구는 금방금방 찾을 수 있게 늘 넉넉히 구비하는 편이에요.
개인 작업에 즐겨 사용하는 도구는 아마 다르겠지요?
지혜: 페인팅할 때는 ‘골든Golden’에서 나온 아크릴 물감을 고집해요. 색감이 맑고 투명해서 색연필과 잘 어울리거든요. 색연필은 심이 굵고 단단한 질감을 선호해서, 주로 ‘프리즈마Prisma’를 사용합니다. 앞으로는 파스텔도 써보려고 해요. 좀 더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 무척 적당한 재료라는 생각이 들어요.
준오: 개인 작업이 보통 조형물로 풀려서 다양한 공구가 필요한데요. ‘마끼다Makita’가 제일 마음에 들어서 종류별로 갖춰 놨어요. 작업에 따라 쓰임이 다르기 때문에 더 많은 아이템을 갖고 싶지만, 이 작업실에도 짐이 많아질까 봐 최대한 참고 있어요. (웃음)
준오: 저는 어떤 가방이든 항상 기타 피크 몇 개가 들어 있어요. 친구들과 밴드 활동을 해서 틈날 때마다 모여서 연습하거든요. 작업하다가 휴식을 취할 때 언제든지 악기를 연주할 수 있도록 정릉 작업실과 여기에 기타 몇 개도 가져다 놓았답니다. 만약 개인적인 작업실을 한 군데 더 만들 수 있다면 앰프 시스템을 제대로 갖춘 합주실로 활용할 것 같아요. 아, 그러면 작업실이 아니라 아지트에 가깝겠네요.
지혜: 저는 가방 속에 펜과 노트를 항상 소지해요. 새로운 영감이나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곧바로 스케치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두 분 모두 창작에 정말 진심이군요! 혹시 창작과 관련해 평소 선호하거나 도움받는 통로가 있을까요?
지혜: 여러 분야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팟캐스트를 채널 별로 다양하게 청취하고 있어요. 사실 일을 하다 보면 만나는 사람의 직업과 커리어의 카테고리가 비슷해질 수밖에 없어요. 혹여라도 지금껏 작업하던 방식이나 스타일에 갇혀서 자칫 시선이 편협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들곤 하거든요. 그럴 때마다 다양한 사람들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를 흡수하려고 노력해요.
준오: 그래서 ‘스펙트럼 오브젝트’라는 이름으로 애니메이션, 회화 등 다양한 작업을 하는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모임을 하고 있어요. 한 10명 정도 돼요. 다들 경력이 많아질수록 각자의 분야에 집중하면서 취향이 점점 좁아지는 걸 느껴서 모두의 스펙트럼을 조금씩 넓혀보자고 만든 모임이에요. 격주마다 만나서 자기가 영감받은 책, 음악, 영화 등의 콘텐츠를 공유하고 다음 만남까지 이에 대한 해석을 담은 결과물을 보여주는 게 규칙이에요. 이제 벌써 7~8년은 된 것 같아요.
지혜: 스펙트럼 오브젝트는 정기적으로, 그리고 꾸준히 예술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는 지점이 특히 마음에 들어요. 평소의 저라면 전혀 듣지 않을 음악을 모임에서 추천받아 듣게 되는 경험이라니요. 장르에 대한 취향도 긍정적으로 확장하는 것 같아서 흥미롭답니다. 모임에서 얻는 영감은 스팍스 에디션의 프로젝트를 할 때도 큰 도움이 돼요. 저희만의 틀에 갇히지 않아야 더욱더 창조적인 일을 지속할 수 있다고 믿어요.
업무로 지칠 때 마음을 환기하는 장소를 꼽아주시겠어요?
준오: 저는 악기를 워낙 좋아해요. 악기 구경하러 악기 숍도 가고, 낙원 상가도 찾아가는데요. 그냥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생각을 떠올릴 틈이 없답니다.
지혜: 저는 최근에 한강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올해 유독 힘들고 고단한 일정이 많았거든요. 계속 이어지는 마감에, 개인전까지 준비하느라 몸도, 마음도 제대로 쉴 틈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한강에 갔는데요. 무척 여유롭고 좋더라고요. 망원 지구를 자주 찾는 편인데, 다른 지구도 가보고 싶어요.
여기 성신여대 작업실에는 정릉 작업실에서 소품이나 가구를 얼마나 가져오셨어요?
지혜: 놀랍게도, 아무것도 옮기지 않고 전부 그대로 두고 왔어요. 새로운 마음으로 빈 곳을 하나씩 채웠답니다.
그럼, 이 모든 게 다…(웃음) 새로 구입한 아이템 이야기 좀 들어볼까요?
준오: 다행히도(?) 선물이 참 많아요. 우선 책상 위에 놓인 분재를 비롯해 각종 식물은 대부분 선물로 받은 거예요. 무화과나무는 얼마 전에 열매도 열렸어요. 활짝 핀 꽃처럼 생긴 전등 갓이 매력적인 빈티지 테이블 램프도 정말 마음에 드는 친구죠. 이탈리안 조명 브랜드 하비 구찌니Harvey Guzzini에서 제작한 ‘콰드리폴리오Quadrifoglio’라는 제품인데, 이탈리아어로 ‘네잎클로버’를 뜻한대요. 오래전부터 갖고 싶었는데, 마침 장모님이 이사 기념으로 선물해 주셨어요!
지혜: 김기석 디자이너가 만든 ‘팩토Faktor’ 철제 책장을 새로 장만했어요. 하나의 모듈을 단독으로 쓰거나, 여러 개를 이어서 사용할 수 있는데요. 입구 옆에 하나를 놓고, 창가 앞에서는 두 개를 연결해 놓았어요. 색다른 소재의 미니멀한 가구를 고민하다가 들이게 됐는데, 오래된 나무 바닥과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준오: 사실 필요한 가구가 있으면 직접 만들기도 해요. 거실의 큰 책상은 합판을 주문해서 제가 만든 거예요. 팀원들과 다 같이 회의하고, 모델을 만들 수 있답니다. 테이블 아래에는 작은 샘플을 보관하고 종이가 필요할 때 곧바로 쓸 수 있도록 수납공간을 갖춰놨어요. 저희가 작업하는 방에 놓인 커다란 검정 테이블도 뚝딱뚝딱 제가 만들었습니다.
준오: 뮤지션 옥상달빛의 김윤주 씨가 운영하는 와우산 레코드의 브랜딩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요. 그게 인연이 되어서 이번에 이사할 때 뱅앤올룹슨의 A5 스피커를 선물로 주셨어요. 정릉 작업실에도 항상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피커가 있었던 터라, 새로운 작업실에도 공간과 어울리는 스피커를 두고 싶었는데 때마침 좋은 스피커가 생겨서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두 분 다 물건을 선택하는 기준이 까다로울 것 같아요.
준오: 저희는 브랜드나 디자이너를 보고 물건을 고르지는 않아요. 그 물건이 놓이게 될 공간과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나 스타일이라면 이것저것 따지지도 않고 바로 선택하는 편이죠. 작업실 곳곳마다 보이는 스틸 스탠드만 하더라도 이케아에서 발견한 제품인데요. 디자인, 가성비 모두 만족스러워서 여러 개 구입했어요.
지혜: 브랜드를 대표하는 아이콘, 즉 시그너처 아이템보다는 조금 특이한 디자인을 선택하기도 해요. 이케아 스탠드 옆에 놓인 스탠드는 이탈리아 조명 브랜드 플로스Flos의 ‘토이오Toio’ 램프인데요. 전위적이고 위트 있는 디자인으로 유명한 형제 디자이너 아킬레와 피에르 자코모 카스틸리오니Achille & Pier Giacomo Castiglioni의 작업이에요.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소재로 만들었는데 플로스의 전형적인 디자인이 아니라서 오히려 마음에 들어요. 테이블과 함께 놓은 빈티지 체어는 토넷Thonet 제품인데, 우리가 아는 토넷 느낌과는 거리가 멀죠. 사실 편하고 아름답다면 브랜드는 큰 상관 없어요.
지혜: 둘 다 피규어를 정말 좋아해서 많이 수집하는 편인데요. 이번 작업실에서는 책상 위에 아무것도 놓지 말고 최대한 깨끗하게 사용하자고 서로 굳게 다짐했어요. 그래서 각자 좋아하는 피규어 서너 개만 가져와서 컴퓨터 앞에 놓았죠. 준오 씨는 원숭이, 저는 고양이 오브제를 좋아해요.
혹시 이 작업실에 추가하고 싶은 오브제가 있을까요?
준오: 새로운 작업실을 구한 이유 중 하나가 순전히 ‘물건이 너무 많아서’였기 때문에, 이곳에는 최대한 새로운 오브제를 구입하지 않는 게 저희 목표에요. 집이든 작업실이든 한 번 장소를 정하면 꽤나 오래 머무르는 편인데요. 과연 이곳에서는 얼마나 지낼지 기대되네요. 그래서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는 얼마나 많은(?) 물건이 추가될지 저희도 궁금해요.
얌전히 오므린 꽃봉오리 같은 형태가 독특한, 현대적이면서 무척 고전적인 디자인의 램프인데요. 저희가 가지고 있는 빈티지 스탠드와 ‘따로 또 같이’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꽃잎 부분을 회전하며 빛의 양을 조절하는 센스도 마음에 들었고요. 스탠드 이름인 블롬은 노르웨이어로 ‘꽃’을 뜻하는 ‘Blomst’에서 유래했다고 하던데요. 그러고 보니 오늘 꽃나무, 꽃 조명…꽃 얘기를 참 많이 했네요. (웃음)
Artist
스팍스 에디션(@sparksedition)은 입체 미술을 전공한 장준오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전공한 어지혜가 공동으로 설립한 스튜디오다.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시각 디자인과 아트워크 작업을 하고 있다. 디자인 작업에 다양한 접근 방식을 시도하며 ‘그래픽’이라는 틀에 국한하지 않는 활동을 지향한다.
Editor
정윤주(@chungyunjoo)는 대학에서 실내 디자인을 전공하고 «메종 코리아» 인테리어 에디터와 «보그 걸» 피처 디렉터로 일했다. 영화 속 인테리어와 데코레이션에 주목한 책 『영화 속의 방』의 저자이며, 온라인 매거진 «디퍼differ»의 디렉터 겸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프리랜스 에디터 겸 EYES and EARS 디렉터로 다양한 매체에 인터뷰와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글을 기고한다. «엘르 데코 코리아», «로피시엘 옴므»의 객원 에디터이기도 하다.
Photographer
박영감(@khuss_goods)은 안산공고 전자과를 졸업한 후 취미이던 사진이 직업이 된 비전공자 사진작가다. 좋은 분위기에서 촬영한 사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사진이라고 생각하며 좋은 분위기의 현장을 위해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