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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s Room

Creator’s Room: SWNA 이석우의 작업실

Editor: 정윤주
, Photographer: 박도현

Creator’s Room

창작자의 작업실을 방문해 공간, 일상과 창작을 위한 도구 그리고 소중한 오브제를 글과 이미지로 소개하는 독창적인 섹션입니다.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산업 디자이너 이석우입니다. 2011년에 SWNA를 설립해 지금까지 산업 디자인 및 디자인 컨설팅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어요. 생활용품, 전자제품부터 운송수단, 아파트 디자인 리뉴얼까지 사람이 숨 쉬며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제품과 환경을 만들고 디자인합니다.

지금 있는 북촌 건물이 SWNA 사옥이라고 들었어요. 언제부터 사용하게 되었나요?

이전에는 홍대 근처에 5년 정도 있었고, 2019년 이곳으로 오게 됐어요. 사옥 위치를 정하기 위해 이태원과 한남동 등을 둘러보다 여기로 결정했죠. 기존에 있던 단층 주택을 헐고 새롭게 지었어요. 지하와 1층에는 갤러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한지문화산업센터에서 문의가 와서 건물을 함께 사용하고 있어요.

어느 방향이나 커다란 창이 난 게 인상적입니다. 벽을 제외하면 전부 시원스러운 통창이네요.

사옥을 경계로 한쪽은 제동의 한옥, 한쪽은 종로의 오래된 빌딩 풍경이 펼쳐지는데, 어느 쪽의 경치든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책장이나 수납장을 위한 벽 외에는 대부분 창을 냈죠. 사옥을 설계할 때 VR 기기를 사용한 건 정말 적절한 시도였어요. 도면만으로는 알 수 없던 풍경이나 자투리 공간을 마치 보물찾기처럼 확보할 수 있었거든요. 입구에 들어설 때 보이는 전면 창도 VR이 예상하는 경치를 미리 확인한 후 창을 만들자고 제안한 결과예요.

일하는 공간과 지역이 바뀌면서 생긴 변화가 있다면요?

일하는 패턴이 많이 바뀌었어요. 낮고 고즈넉한 한옥들 사이에 사옥이 있어서 그런지, 아침 일찍 출근하는 기분이 꽤 괜찮더라고요. 예전에는 여느 디자인 회사처럼 야근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아침 8시쯤 출근하고 늦어도 오후 5시에는 퇴근하려고 해요.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작업하고, 회의도 길게 하지 않고요. 오래 앉아있다고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사옥 설계에 직접 참여하셨다면서요.

설계는 친구인 김영아 건축가와 함께했습니다. 예산 때문에 욕심부리지 않고 정말 기본적인 시공만 했어요. 바닥재나 벽면도 수성 페인트로 마감했고 창호도 그리 특별하지 않죠. 대신 책상은 호마이카 상판을 사용해 별도로 제작했고, 조명은 COB 램프로 신경 써서 디자인했어요. 갤러리나 매장에서 많이 쓰는 조명인데요. 구역에 따라 광도가 조금씩 다르도록 설계했죠. 제가 빛과 향기에 꽤 예민한 편이거든요.

어떤 향을 선호하시나요?

야생화, 허브, 우드 등을 조합한, 너무 강하지 않은 향을 좋아합니다. 이솝이나 탬버린즈, 산타마리아노벨라 제품을 즐겨 사용해요. 가끔은 제가 좋아하는 향기를 조합해 제품을 만들기도 하죠. 스케치하거나 창의적인 작업을 할 때는 늘 인센스나 초를 켜고 시작해요. 저만의 작은 의식이죠. 룸 스프레이도 책상을 비롯해 회사 곳곳에 비치해요.

어떤 공간에 방문할 때 그곳의 빛과 향을 먼저 인지할 것 같아요.

자연광이 내부에 들어오는 걸 좋아해서 호텔에 머무를 때 북향은 절대로 가지 않아요. 무조건 남향이나 동남향을 선택하죠. 이런 조건이 맞지 않을 때는 방을 바꾸기도 해요. 룸에 들어서자마자 인센스부터 켜서 제가 좋아하는 향기로 바꾸고요. 제주 핀크스포도호텔의 양실, 남해 사우스케이프의 리니어 스위트는 그런 면에서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공간이었어요. 좋은 기억으로 남은 공간은 아무래도 안심하고 다시 찾게 되죠.

빛과 향을 섬세히 인지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산업 디자인은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일이에요.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분야를 접하고, 공부하고, 경험해야 하죠. 작은 펜부터 거대한 자동차까지 스케일이 전혀 다른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진행할 때도 있고요. 그러다 보니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때만큼은 최대한 익숙하고 편안한 환경을 선호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빛, 공기, 향기 속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 거죠. 

책상이 스탠딩 시스템인 점도 눈에 띄네요.

20대부터 야근을 무리해서 하다 보니 허리 디스크가 심해졌어요. 오래 앉아 있기가 힘들어서 몇 년 전부터 스탠딩 데스크를 사용하고 있어요. 서서 일하는 게 마음에 들어서 좀 더 유지할 계획이에요.

SWNA 이석우 실장

책상에서 업무를 하며 주로 사용하는 제품은 무엇인가요?

전반적으로 애플 제품을 많이 사용해요. 맥, 아이패드, 아이폰, 애플워치까지 두루 사용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디자인을 위한 3D 툴이 주로 윈도용으로 나왔기 때문에 그걸 오랫동안 사용했는데요. 우연찮게 맥을 한 번 접한 이후로 생각보다 정말 편해서 계속 쓰고 있어요. 디자인도 훌륭하고요.

책상에 펜과 색연필이 정말 많네요.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나요?

예전에는 파이롯트 0.5mm 유성펜을 주로 사용했어요. 최근에는 라미 만년필을 애용합니다. 다른 펜에 비해서 손에 힘을 주는 정도에 따라 글씨의 강약이 느껴지는 면이 마음에 들었어요. 노트는 크로키용으로 만든 ‘마루망Maruman’ 제품을 사용해요. 다른 노트보다 종이의 텍스처가 남달라서 잉크가 적당히 번지는 느낌이 좋아요.

작업할 때 스케치를 많이 하는 편인가요?

프로젝트의 첫 단계는 늘 수많은 스케치로 시작해요. 3D 프로그램을 이용한 디자인 작업을 하기 전에 철사, 종이, 스티로폼 같은 실제 재료를 활용해서 모델을 많이 만들어요. 손으로 직접 만드는 과정에서 더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가공된 툴로만 작업하면 왠지 재미있는 생각도 함께 가공되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참치를 잡아서 곧바로 캔으로 만들어 버린달까요. 생참치를 재료로 삼으면 수많은 요리가 가능하지만, 캔참치는 그 결과물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잖아요. 물론 최종 단계에서는 디지털 작업을 하지만, 그전까지는 최대한 아날로그적인 접근을 많이 해보려고 노력해요. 디자이너들이 만든 수많은 모델들이 곧 SWNA의 역사라고 생각해서 최대한 버리지 않고 진열대에 모셔놓고 있습니다.

아날로그를 강조한 프로세스가 결국 SWNA의 강점이자 차별점이겠어요.

맞아요. 그래서 SWNA에서는 1000×1800mm 크기의 폼 보드를 정말 많이 사용해요. 이미지나 레퍼런스, 스케치 등을 보드에 붙여서 무드 보드를 만들기도 하고요. 보드로서의 수명이 끝나면 칼로 잘라서 모델 만들 때 다시 사용할 수도 있죠. (웃음) 얼마 전에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다녀오면서 느낀 점인데요. 아무리 첨단 기술로 창조한 공산품이라고 해도 장인의 손이 닿은 공예품의 아우라를 결코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디자인 스튜디오는 보통 가전제품, 자동차, 가구, 생활소품 등 그만의 특화 분야가 있는데, SWNA는 어떤 범위나 한계 없이 모든 분야에 열려 있는 느낌이에요.

제가 생각해도 저희가 다루는 프로젝트의 범위는 꽤나 넓어요. 최근 진행 중인 프로젝트만 해도 조명, 안경, 반려동물을 위한 운송 수단 등이거든요. 하지만 디자인이란 창작 분야가 사람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작은 물건에서 시작해 공간, 인테리어, 건축까지 확장된다고 생각해 보면, 결국 모든 게 하나의 환경에서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SWNA를 대표하는 프로젝트로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일단 이석우라는 개인의 차원에서는 2004년 졸업 작품으로 발표한 ‹Spotlight The Music & Touch The Light› 프로젝트를 얘기하고 싶어요. CD를 넣으면 조명이 켜지고, 빛을 만지면 음악이 재생되는 인터페이스를 지닌 CD 플레이어인데요. 이 작업 덕분에 미국에서 일하게 됐어요.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된 시발점이죠. 2011년에 론칭한 가구 브랜드 ‘매터앤매터Matter & Matter’도 기억에 남네요. 브랜드 네이밍부터 로고, 브로슈어, 가구 디자인, 전시까지 하나의 가구 브랜드를 온전히 창조한, 흔치 않은 경험이었어요. 2018년에 디자인한 평창동계올림픽 메달은 여러모로 쉽지 않은 프로젝트였지만, 더 많은 사람에게 SWNA의 이름을 알릴 수 있어서 보람찬 기억으로 남습니다. 그 밖에도 e편한세상, 푸르지오 등 굴지의 아파트 브랜드를 리뉴얼하고 마스터 플랜을 총괄했던 일, 창립 10주년을 맞이해 안그라픽스와 출간한 SWNA 브랜드 북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어요. 모두 저와 SWNA에게 큰 전환점이 됐던 프로젝트죠. 

‹Spotlight The Music & Touch The Light›, 2004

평창동계올림픽 메달, 2018

평창동계올림픽 메달, 2018

그런 면에서 ‘리버럴 오피스Liberal Office’ 또한 굉장히 신선한 시도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욱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웃음) 리버럴 오피스는 SWNA에서 일했거나 현재 소속된 디자이너가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브랜드 겸 프로젝트에요.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라면 평소 하고 싶은 개인 작업이 있어도 회사 클라이언트 프로젝트 때문에 병행하기가 무척 힘들거든요. 리버럴 오피스를 통해 각자 작업하고 싶은 아이템을 자신의 이름으로 진행하면서 새롭고 실험적인 도전을 해보는 게 목표에요. 개인 공간이나 회사에 필요한 아이템을 직접 만드는 기회도 되고요. SWNA는 참여 디자이너에게 제작비를 지원하고, 업무 시간에 리버럴 오피스 작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저는 리버럴 오피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디자이너와 1:1로 토론하기도 하고,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기도 해요.

리버럴 오피스 로고

회사에서 진행하는 클라이언트 잡만으로도 매일 시간이 빠듯할 텐데 괜찮나요?

그게 가능하더라고요. 심지어 리버럴 오피스 덕분에 직장 생활을 하면서 활력과 영감을 얻는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아요. 기획부터 디자인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하며 디자이너 개인의 개성과 장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해요. 최종 결과물을 모아 전시도 하고, 디자인 토크쇼를 열기도 하고, 실제로 판매까지 하고 있는데요. 판매 수익금은 회사와 담당 디자이너가 서로 나누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앞으로도 주제를 바꿔가며 이런 시스템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에요.

리버럴 오피스의 작업

회사에 필요한 게 있으면 직접 만드는 성향 때문인지 사옥에 디자인 오브제가 생각보다 많지 않네요.

1층에 있는 USM과 회의실에 있는 세븐체어 10개가 전부에요. 세븐체어는 과거 프리츠 한센 전시에 참여하며 조금 저렴하게 살 기회가 생겨서 맘 먹고 구입했죠. 사용해 보니 디자인과 내구성, 안정감 등이 모두 좋았어요. 추가로 구입할 의사가 생길 만큼 마음에 들었죠. 그거 말고는 대부분 저희가 자체적으로 디자인한 가구나 소품을 사용하고 있어요. 아이코닉한 디자인 오브제가 회사에 있으면 어쩐지 겉도는 느낌이 들더군요.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특별히 수집하는 물건은 없나요?

그림이나 아트 피스 컬렉팅에 도전해 본 적은 있어요. 사옥 입구에 있는 이광호 작가의 스툴과 문성식 작가의 페인팅 작품도 그때 구입했죠. 좋아하는 작가이자 지인들의 작품이라서 그런지 존재감이 남다르게 다가와요. 하지만 그 이후로는 좀처럼 컬렉팅이 이어지지 않고 있네요. 평소에도 개인적인 물건을 많이 구입하는 편이 아니에요. 필요한 게 생기면 주로 당근마켓을 이용하고요.

당근마켓을 이용한다고 고백하는 답변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최근에는 자동차 스케일 모델과 라이카 X2를 당근마켓에서 샀어요. 중고나 빈티지 아이템에 대한 거리낌이 없어서 당근마켓이나 이베이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죠. 회사에 있는 뱅앤올룹슨 오디오도 이베이에서 산 거예요. 이런 아이템은 조금 특별한 경우이고, 평소에는 펜이나 노트를 더 많이 사고 있죠.

앞으로 SWNA가 나아가고 싶은 방향이나 스타일과 닮은 디자이너가 있을까요?

프랑스 출신의 디자이너인 필립 스탁Philippe Starck을 꼽고 싶어요. 한때 스타 디자이너의 대명사로 불리던 사람이었는데 요즘에는 다들 한물 간 디자이너처럼 얘기해요. 하지만 그는 지금도 여전히 의자, 안경부터 레스토랑 및 호텔 디자인까지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작업하고 있답니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작업 스펙트럼을 꾸준히 넓히면서 특유의 색채와 스타일을 트렌디하게 유지한다는 점은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려 40년이라는 긴 시간이잖아요.

언젠가 도전하고 싶은 영역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항공기나 우주선 디자인을 해보고 싶어요. 예전에 미국의 산업 디자인 회사인 ‘티그 디자인Teague Design’에 다녔는데요. 보잉 항공기 인테리어를 전담하는 회사였어요. 하지만 그때 저는 기내의 작은 오브제만 디자인했던 터라 전체적인 인테리어를 경험해 보진 못했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언젠가는 하늘 위의 운송수단을 디자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산업 디자인의 영역에 대해 흔히 ‘바늘부터 우주선까지’라고 말하는 데요. 시작은 해봤으니, 이제는 그 끝을 이룰 차례라고 생각해요.

Artist

이석우(@sukwoo.lee_swna)는 디자인 스튜디오 SWNA의 대표다. 홍익대학교에서 산업 디자인을 전공하고 삼성전자에서 디자인 실무를 시작했다. 미국의 티그 디자인Teague Design을 거쳐 모토로라-구글의 글로벌 수석 산업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SWNA를 설립한 후 구글, BMW, 프리츠 한센을 비롯한 다양한 국내외 브랜드와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는 2012년, 2013년 «포브스 코리아»가 선정한 ‘대한민국을 이끌 차세대 리더’에 뽑힌 바 있다. SWNA는 2015년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측으로부터 ‘전 세계 디자인 컨설턴시 디자인 콘셉트 부문 Top 10’에 선정됐다.

Editor

정윤주(@chungyunjoo)는 실내 디자인을 전공하고 «메종 코리아» 인테리어 에디터와 «보그 걸» 피처 디렉터로 일했다. 영화 속 인테리어와 데코레이션에 주목한 책 『영화 속의 방』의 저자이며, 온라인 매거진 «디퍼differ»의 디렉터 겸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프리랜스 에디터 겸 EYES and EARS 디렉터로 다양한 매체에 인터뷰와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글을 기고한다. «엘르 데코 코리아», «로피시엘 옴므»의 객원 에디터이기도 하다.

Photographer

박도현(@dhyvnpark)은 홍익대학교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사진 기술자이다. 주로 렌즈를 기반으로 한 이미지를 제작하며, ‘좋은 이미지’ 제작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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