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2024-현재)은 신체적으로 닿을 수 없는 장소를 상상의 시선으로 더듬어 현실의 감각으로 불러오는 여
정이에요. Q레이터의 아버지는 1975년 첫 마나슬루 등반이 실패로 끝난 뒤, 1980년에 대한민국 최초로 마나
슬루(8,156m) 등반에 성공한 동국대 산악팀의 일원이셨죠. 당시 5.18 민주화운동으로 곧바로 귀국하지 못해
해외를 전전한 끝에 카 퍼레이드로 환영받으며 돌아오셨고, 그때 아버지의 무릎에 앉아 축하와 안도의 분위기
를 온몸으로 느꼈던 Q레이터는 마나슬루를 자연스레 ‘환영의 장소’로 기억하게 되었어요. 2018년 뇌출혈로
장애를 갖게 된 뒤 Q레이터에게 그 산은 더 이상 갈 수 없는 장소가 되었고, 그는 마나슬루를 가리키며 자신의
산 또한 ‘환영’이라 말하곤 했죠. 이후 저희는 아버지의 경험과 구술로만 전해 듣는 그 산의 풍경들을 떠올리
며, 현실과 닿지 않는 높이와 죽음이 오가는 등반의 순간들이 만들어내는 ‘기억의 산’, 상상의 산을 자연스레
주목하게 되었어요. 구술로 전해 듣는 마나슬루의 풍경과 가늠할 수 없는 산의 높이, 산사태로 죽음이 오가는 등반의 과정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죠. 그 인터뷰를 토대로 Q레이터가 자기 신체가 할 수 있을 만큼의 산을 점토로 만들어가는 제작 과정이 교차 편집된 싱글 채널 영상, 흰색 점토로 제작된 높이 60cm의 산 조형물 그리고 손 글씨 드로잉 ‹정복하기엔 너무 힘들다›, ‹관찰하는 법›, ‹그래, 그거다› 로 구성되었어요. 올해
는 170cm 산 조형물을 1cm 미니어처로 등반하는 퍼포먼스와 1975년 등산 과정의 사진이 교차 편집된 영상으로 이야기를 연결하며 프로젝트를 확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