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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우리 일단 계속해 봅시다

Writer: 스튜디오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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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스튜디오 고민은 학과 CC로 만난 두 명의 그래픽 디자이너 안서영과 이영하가 작은 자취방에서 노트북 두 개로 시작해 10년 넘게 함께 의지하며 종횡무진 활약하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서로 비슷한 점도, 다른 점도 많아서 상호 소통과 협력 아래 최선의 결과물을 끌어내는 데 특화돼 있는데요. 언제나 고민을 거듭하면서도 프로젝트의 긍정적인 면을 찾아 돋보이게 만드는 그들의 작업물은 도전하고, 또 도전하며 손에서 놓지 않는 지속의 힘이 낳은 산물이랍니다. 자신의 속도로 알맞게 나아갈 때 언젠가는 꼭 원하는 곳에 닿는다고 믿는 스튜디오 고민. 항상 작업이 망하는 건 아니니까 일단 계속해 보자고 우리를 격려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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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왑플랜트DOOWOP PLANT, 2023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그래픽 디자이너 안서영과 이영하 이렇게 두 명으로 이루어진 ‘스튜디오 고민studio gomin’입니다. 그래픽 디자인과 관련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언제를 계기로 잡아야 할지 고민이 되네요. 저희는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던 과 CC였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인 스튜디오와 기업 인하우스에서 일하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등 여러 작업 환경을 겪어보니 둘 다 사회적 관계에 예민한 성격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결국 서로를 잘 이해하고 배려하는 두 명이 함께 일하는 걸 생각하게 됐죠. 작은 자취방에서 노트북 두 개로 시작해 지금까지 10여 년간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스튜디오는 성수동의 한 오피스 건물 꼭대기 층에 자리 잡고 있어요.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여러 규모의 회사들이 입주한 지식산업센터 건물에서 직장인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기운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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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전경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안서영(이하 서영): 사진 보는 것,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사진가가 새로운 시각과 관점을 보여주는 방식에서 영감을 받곤 해요. 최근 영하 씨가 선물한 미즈타니 요리노리水谷吉法의 『YUSURIKA』라는 사진집이 무척 놀라웠어요. 눈이 내리는 환상적인 순간을 찍은 줄 알고 살펴보았는데, 알고 보니 눈이 아니라 유스리카ユスリカ, 한국에서 깔따구라고 부르는 작은 벌레 무리를 찍은 사진이었죠. 인식을 넘어선 아름다움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을 준 작업이었어요.

이영하(이하 영하): 영감을 어디서 ‘탁’ 얻는 순간은 드문 편이에요. 주로 콘텐츠에 몰입하다가 찾아냅니다. 밥 먹으면서, PlayStation을 하면서, 드라마를 보면서, 잠들기 전까지도 생각하고는 해요. 그러다 보면 새벽에 ‘아, 그 정도가 적당하겠네’ 하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는데, 그런 게 영감 아닌 영감이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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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영하 : 먼저 프로젝트 성격을 명확하게 분류하려고 노력해요. 해당 프로젝트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대상이 어떤 사람일지도 분류하고요. 최대한 세밀하게 분류해 타깃팅하고 그들의 취향과 감성을 맞추는 스타일을 분류합니다. 계속되는 분류, 분류, 분류… 그리고 그에 맞춘 디자인을 연구하는 건데요. 다소 개성은 없을 수 있겠지만, 가장 확실한 과정이에요.

서영 : 영하 씨의 MBTI는 T이고 저는 F라서 그런지, 창작 과정이 서로 다른 점이 재미있어요. 제 경우에는 추상적인 이미지나 감각을 붙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어떤 것에 도달하고 싶다는 느낌을 먼저 가지고 어렴풋한 실루엣부터 시작해 더듬더듬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어 나가요.

스튜디오 고민의 작업이 궁금합니다. 최근 몇 가지를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umipodo』는 서울과 도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포토그래퍼 전솔지의 사진집으로, 스튜디오 고민의 출판 레이블 ‘LASTzCOPY’의 첫 번째 책입니다. 이 책은 전솔지와 일본의 여배우 쿠츠나 시오리忽那汐里, 두 사람이 12년간 함께한 프로젝트이자 우정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귀엽고 독특한 어감의 제목은 일본어로 바다를 뜻하는 ‘우미うみ’와 한국어 ‘포도’를 결합해 만들었습니다. 시오리의 성(姓)인 ‘쿠츠나’의 근원이 된 지역, 오키나와의 특산물이자 보석처럼 반짝이는 해조류인 우미부도海ぶどう, 즉 ‘바다포도’를 의미하기도 하죠. 두 사람이 처음으로 만난 2011년 도쿄부터 전솔지가 일하는 현재의 서울, 오랜 거주지인 분당에서 찍은 순간까지, 연도와 계절, 장소는 각기 다르지만 빛이 통하는 구도의 ‘우연이 겹친 기적’을 모아 엮었습니다. 오는 9월 말 출간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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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ipodo』, 2024

뮤지션 선미SUNMI의 디지털 싱글 ‹Balloon in Love›를 위한 아이덴티티 디자인 및 프로모션 앨범 작업도 있습니다. 설렘으로 부풀어 오르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사랑스러운 풍선 느낌의 레터링으로 타이틀 로고를 작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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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oon in Love›,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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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oon in Love›, 2024

LG전자의 커뮤니티 라이프 서비스 라이프집(Life.zip)의 인터뷰 아카이빙 매거진 «Do Not DIsturB»도 디자인했는데요. 짧은 인터뷰에서도 집에서 행복한 사람들의 기분이 지면에 잘 드러나도록 노력했어요. 커뮤니티의 특징에 맞춰 ‘Do Not Disturb’라고 쓰인 도어행어 모양의 북마크를 디자인해 매거진을 관찰하듯 살펴볼 수 있도록 유도했어요. 더불어 인터뷰이 모습이 담긴 스티커를 별책 부록으로 구성했는데요. ‘우리는 집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지’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커버 이곳저곳에 붙이며 직접 꾸밀 수 있도록 제안했습니다. 

«Do Not DIsturB»,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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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Not DIsturB», 2023

플랜테리어 샵 두왑플랜트DOOWOP PLANT의 브랜딩 작업도 있습니다. 아프리카 식물을 비롯해 다양한 희귀 식물을 선보이는 플랜테리어 샵인데요. 즉흥적인 하모니로 이루어지는 R&B 장르 ‘두왑Doo-wop’에서 딴 네이밍에 맞게 아프로-아메리칸Afro-American 문화, 프리스타일 느낌을 담아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진행했어요. 두왑이라는 장르 특유의 자유롭고 독창적인 리듬과 유쾌한 식물 문화를 함께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아프리카 식물 특유의 둥근 볼륨감을 강조한 레터링 로고는 두왑 장르의 아카펠라처럼 용도와 조합에 따른 다양한 베리에이션으로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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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왑플랜트DOOWOP PLANT,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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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왑플랜트DOOWOP PLANT, 2023

‹셀린 시아마: 성장 3부작 컬렉션›은 영화감독 셀린 시아마Céline Sciamma가 연출한 성장하는 소녀들의 이야기 세 편이 담긴 블루레이 세트입니다. 영화에서 성장하는 이들은 모두 위태롭지만, 자신만의 세계를 지키려는 날카로움을 가지고 있어요. 성장 3부작을 관통하는 선명한 푸른빛 인상, 그림자처럼 길게 드리워진 긴장감 있는 타이포그래피, 불안하면서도 흥미롭고 아름다운 시절의 분위기를 연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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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 시아마: 성장 3부작 컬렉션›, 2022

한솔제지에서 K팝 앨범 콘셉트로 기획한 페이퍼 샘플북 ‹ENSEMBLE e-class & INSPER 1st EP ALBUM›은 실제 음반처럼 화보집, 포스터, CD 봉투, 포토 카드, 포스트 카드 세트 등 풀 패키지로 구성했어요. 한솔제지의 다양한 화보 용지가 갖춘 인쇄성과 활용성을 실물로 경험할 수 있는 레퍼런스 샘플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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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SEMBLE e class & INSPER 1st EP ALBUM›,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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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SEMBLE e class & INSPER 1st EP ALBUM›, 2023

최근 작업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umipodo』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포토그래퍼 전솔지와 배우 쿠츠나 시오리의 12년 간의 우정과 추억을 기록한 사진집이에요. 한국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사진을 공부한 전솔지, 호주에서 태어나 일본과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배우 쿠츠나 시오리 모두 모국어와 더불어 일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바이링구얼이란 공통점이 무척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언어적인 부분을 시각적으로 강조하려 했습니다. 또한 스펠링은 다르지만, 쿠츠나 시오리라는 이름을 부를 때 책의 가름끈인 ‘시오리’가 떠올라서 그 또한 두 개의 버전과 언어로 디자인했어요. 디자이너의 위트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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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ipodo』, 2024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스러운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궁금합니다.

서영 : 만족하는 부분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오래 바라보며 작업했다는 점이에요. 의뢰받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늘 정해진 기한이 있기에 이에 맞춰 작업을 마무리 지을 수밖에 없는데요. 『umipodo』는 저희 프로젝트라서 구성과 디자인에만 1년여를 쏟을 정도로 계속 시도할 수 있었어요. 드디어 오는 9월 말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네요. 아쉬운 부분은 아무래도 모든 걸 스스로 진행하다 보니 출판사로서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인데요. 책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일 이외에 현실적인 부분이 어렵게 다가와요. 물류 관리라든가, 홍보 같은 부분이요.

영하 :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부분은 훌륭한 콘텐츠를 위해 한계 없이 디자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사진들을 처음 보았을 때 정말 멋지다고 느껴서 꼭 책으로 만들어 많은 이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스튜디오 고민의 자체 프로젝트이다 보니 높은 자유도로 디자인할 수 있어서 굉장히 신났답니다. 아쉬운 점으로는 저희 자신이 클라이언트이다 보니 아무래도 완벽히 만족할 수 없다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조금 더 최선이 존재하지 않을까?’ 계속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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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ipodo』, 2024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주중에는 출근해서 식물에 물주고 일하다가 퇴근하고요. 주말에는 집에서 청소하고 요리하고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합니다. 이런 일이 무한반복해요.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영하 : 식물들을 점점 많이 키우고 있습니다. 몬스테라, 오베사, 괴마옥, 나비란, 박쥐란, 연필 선인장, 홍콩 야자, 틸란드시아, 호야 등등. 모두 초심자가 키우기 적당한 난이도인데요. 줄기와 흙의 상태를 확인하고 물 주기를 반복하며 어느새 잎이 한두 개 자라나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시간이 즐거워요. 정성을 들이면 언젠가는 성장한다는 지점이 재미있습니다. 멋진 화분을 사서 분갈이하는 일도 또 하나의 재미예요.

서영 : 저는 책을 쓰고 있어요.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돈까스인데요. 좋은 기회가 생겨서, 특히 일할 때 자주 먹는 메뉴인 돈까스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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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전경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서영 : 늘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완벽함을 추구하는 편이었는데요. 3년 전에 번아웃을 겪은 후로는 일상과 작업 모두 좀 더 편안한 태도로 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영하 :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마주할 때 항상 좋은 면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월요일에 피곤하면 주말이 즐거웠던 것 같다, 비가 많이 오면 내일은 차가 깨끗해지겠지, 하는 정도입니다. 작업할 때도 콘텐츠의 좋은 면을 찾아내 더욱 긍정적으로 보이게 디자인하려고 노력해요. 세상에 완벽한 건 없지만, 생각하기 나름이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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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SEMBLE e class & INSPER 1st EP ALBUM›, 2023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서영 : 일단 잠을 푹 자고 산책합니다. 그리고 조금 기운이 생긴다면 일단 시도해 보는 게 중요하다고 스스로 다짐해요. 백지상태가 두렵게 느껴진다면, 파일이나 폴더, 아니면 체크리스트라도 만들어서 작은 시작을 해봅니다.

영하 : 여러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진행하는 편인데요. 한 프로젝트가 막히면 창을 닫고 다른 프로젝트를 바로 띄웁니다. 그게 또 안되면 또 다른 프로젝트로, 안되면 또 다른 프로젝트로… 아무래도 디자인이 모두 안 된다고 느끼면 가장 사소한 작업을 시작해요. 단순한 작업을 통해 머리를 비우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면 아이디어가 떠올라 얼른 다른 작업을 하고 싶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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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Not DIsturB», 2023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서영 : 일자목 진단을 받고 경추 베개와 모션 데스크를 구입했어요. 자세를 바르게 하고 스트레칭을 꾸준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영하 : 물건을 구매할 때 현실적인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고르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고요. 그런데 올해 큰맘 먹고 샀던 대형 프린터와 모션 데스크, 모니터까지 모두 불량품에 와서 AS를 받아야 했어요. 어렵게 고른 만큼 환불할 생각이 없어서, 교환을 신청하거나 AS 기사님을 기다려야 했는데 그럴 때마다 내 뽑기 운은 왜 이럴까, 절망스러웠답니다. 그 외에는 두통과 불면증, 소화불량 정도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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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 시아마: 성장 3부작 컬렉션›, 2022

스튜디오 고민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서영 : 얼마 전 일본 후쿠오카에서 작은 핫도그 가게를 50년째 운영하는 77세 할아버지 이야기를 다룬 영상을 보았어요. 작은 가게를 매일 청결하고 정겹게 관리하며 핫도그 하나하나 정성 들여 조리하시더라고요. 노인 혼자 재료를 장보고 매일 같이 쉬지 않고 핫도그를 만드는 일이 무척 고될 텐데,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괜찮다고 말하는 장면이 감동이었어요. 제가 실은 게으름이 많아서 그런 성실함이 부럽기도 했고요. 오랫동안 일하다 보면 처음에는 좋아하던 일이라도 여러 이유로 지치고 애정이 희미해지는 때가 오는데요.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에 일을 하면서 보내잖아요. 작은 행복의 구석을 찾아서, 좋아하는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자신의 삶을 위해서라도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하 : 작업이 어렵거나 창작이 힘겨울 때는 누구에게나 찾아와요. 모두 자기가 원하는 작업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결국 내게 주어진 과업에서 가장 밝고 소중한 면을 찾아내는 일이 더 쉬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보면 바로 그게 제가 가장 하고 싶었던 작업에 가깝다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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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왑플랜트DOOWOP PLANT, 2023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서영 : 올봄에 동일한 식물 화분 두 개를 구입했는데요. 하나가 다른 것에 비해 성장도 느리고 시들시들했어요. 그래도 열심히 연구하며 정성을 다해 돌봤더니 지금은 무척 건강해졌답니다. 게다가 다른 식물은 이미 오래전에 꽃이 졌지만, 그 아이 혼자 유일하게 작고 귀여운 꽃을 여전히 피워내고 있어요. 그런 모습을 보고 각자의 순간과 리듬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주변을 의식하거나 무리하지 말고, 자신의 속도에 알맞게 나아가 보세요. 언젠가는 꼭 원하는 곳에 닿을 거예요.

영하 : 때로는 무언가를 오래 지속한다는 것만으로도 결과물이 되고 존경받을 만한 지점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저희도 그럴 거라는 믿음으로 계속 지속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항상 작업이 망하는 건 아니니까 일단 계속해 봅시다,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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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Not DIsturB», 2023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서영 :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영하 : 미학적으로 훌륭한 디자이너이고 싶지만 이미 어려운 것 같고요. (웃음) 두 명이 행복하게 일하던 창작자 그룹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서영 : 20대 때 전 세계를 누비며 일하는 디자이너를 꿈꾸지 않았던 건 아니에요. 현재는 저희 둘이 적당한 리듬으로 좋아하는 일을 오래오래 건강하게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영하 : 미래에도 두 명 모두 서로를 의지하며 좋아하는 것을 창작할 수 있도록 건강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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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스튜디오 고민studio gomin(@studiogomin)은 성수동 건물 한켠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업으로 삼은 디자이너 두 명으로 이루어진 디자인 스튜디오다. 출판 레이블 고민 프레스의 이름으로 표기식의 사진집 『PYO KI SIK』을 출간했다. 현재 출판 레이블 ‘LASTzCOPY’를 운영하며 전솔지의 사진집 『umipodo』를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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