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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능수능란한 관종이 된 이유

Writer: 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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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신민 작가의 작품은 사람 마음을 들락날락합니다. 유쾌하고 눈길을 사로잡으면서 만져보고 싶습니다. 그 귀여움 이면에는 참을 수 없는 현실의 슬픔이 존재해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신을 닮아 “눈빛이 돌아있고 기골이 장대한 종이 흉상의 주인공은 서비스직 여성 노동자입니다. 거대 외국계 프랜차이즈 점포에서 일하며 매일 버려지는 막대한 감자튀김 포대가 저렴한 노동력을 상징한다고 생각한 작가는 이를 활용해 패스트푸드점, 카페, 음식점, 경찰서, 백화점, 병원, 비행기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성 서비스 노동자 군상을 만들었어요. 검정 리본 머리망을 착용해 우리에게 익숙한 바로 그들입니다. 귀여워서, 접근하기 쉬워서, 거대해서 한 번이라도 더 눈길을 끌고 사진 찍힐 수 있는 작업에는 기도문을 적은 종이를 한장 한장 두껍게 발랐습니다. 작가보다는 주술사에 가까운 마음으로 작업하는 이 SNS 중독자(…)의 여과 없고 솔직한 목소리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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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알레고리 – 조각적», 2018, 토탈미술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쉬지 않는 ego폭발러. SNS의 ‘좋아요♥’ 수에 일희일비하는 SNS 중독자. INTP. 사자자리. 인스타그램 아이디는 @fatshinmin이다. SNS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SNS 중독 고민 워크숍’을 기획했으나, 막상 워크숍에 서 만난 사람들과 깊은 고민을 나누려 했으나, ‘새벽 시간에 게시물 세 개에 ‘좋아요’ 누르고 팔로잉하는 걸 반복하면 팔로워 수와 알고리즘 노출 확률이 높아진다’ 따위의 꿀팁을 얻고, 서로의 계정을 맞팔하고 워크숍 단체 인증 사진을 찍어서 SNS에 다시 올리는 SNS 중독자의 만행을 되풀이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작가는 고용주가 제일 싫어하는, 자아가 비대한 노동자이다. 작가는 비대한 자아를 가진 사람들이 세상에 많아야 더 나은 사회가 될 거라 믿는 사람이다. 자기 자신이 소중한 사람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여튼 그래서 어차피 소작농으로 살아야 하는 운명이라면 개킹받는 소작농이 되겠다고 결심한 작가는 일터에서 일하는 자신의 형상을 본떠서, 눈빛이 돌아있는 기골이 장대한 노동자 조각을 만든다. 그리고 전시장에 오지 않아도 작품을 생생히 느낄 수 있을 만큼 만드는 과정을 SNS에 실시간으로 업로드한다. 그 이유는 작가 자신이 만든 작품이 너무 귀여워서 사람들에게 본인 작품이 얼마나 귀여운지 자랑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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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선 10주기 특별 기획전 – 목소리», 2021, 전태일기념관

작가는 생계를 위해 거대 외국계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 점포와 카페 등에서 일했다. 외국계 프랜차이즈는 노동자의 외모를 평가하지 않고 노동가능한 신체 능력 위주로 사람을 채용하기 때문이다. 거대 외국계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 점포에서 일하면서 매일 엄청난 양의 감자튀김 포대 포장지가 버려지는 모습이 마치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값싼 노동력을 상징하는 재료라고 생각했고 이 포대 포장지를 재료로 패스트푸드 점포 유니폼을 입은 노동자 군상을 만들어 왔다. 특히 국내 패스트푸드점·카페·음식점·경찰서·백화점·병원·기내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검정 리본 머리망을 착용한 여성 서비스 노동자 군상 연작은 여성 서비스 노동자 대부분이 착용해야만 하는 검정 리본 머리망과 그 머리망 속에 잘 정리된 노동자의 머리카락을 한국 여성이 몸으로 체감하는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산정한 작업이다. 요즘은 고객의 소리에 적힌 불만 글을 소재로 퍼포먼스 실험을 하며 새로운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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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로 만든 거울», 2023, 성북어린이미술관 꿈자람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미술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석고상 이런 걸 전혀 못 그려서 입시 미술이 엄두가 안 났다. 고등학교 때 좋아하는 사람을 따라 이과에 가고 자연스럽게 홍대 공대에 진학했다. 홍대가 미술이 유명하니까 회화과 청강을 신청했다. 회화과에 티모시 블럼이라는 미국인 교수님이(지금은 고인이 되셨다) 청강을 허락해 주셨다. 누드 크로키 그리고, 특이한 수업 하는 걸 회화과 학생과 함께 수강했다. 결과물을 교수에게 보여줄 때마다 어메이징 지니어스 를 남발했다. 그 뒤로는 청강하지 않아도 학생들과 견학을 간다던가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교수님이 이메일로 참여하라고 알려주시고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다. 그 후로 네오룩 작가 공모를 검색해서 서류를 열심히 냈다. 4년간 한 번도 붙지 못했다. 내 돈 태우는 전시는 돈이 많이 들고, 무언가 계속 만들고 싶어서 ‘딸기 코’라는 독립 출판 레이블을 시작했는데, 거기서 만든 종이접기 사진기 드로잉 잡지, 작품 도록 등을 포트폴리오로 내밀어서 신당창작아케이드에 입주했다. 신당에 입주하며 큰 작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자 큰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여전히 전시 공모는 너무나 잘 떨어져서 아예 발품을 팔아 전시 공간에 포트폴리오 들고 찾아가곤 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전시 기회가 많이 생겼고 전시도 하면서 작가 활동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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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美», 2022, 더 그레이트 콜렉션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2023년부터 2024년 11월 말까지 춘천에 있는 ‘예술소통공간 곳’이란 레지던시에 입주한 상태다. 춘천은 서울, 경기도보다 인구 밀도가 낮아서 참 좋다. 그리고 심심하다. 그래서 SNS에 작업실 주소를 적어놓았다. 편지를 보내달라고. 편지를 보내주신 분들 모두에게 귀염뽀짝한 답장을 보내 드렸다. 계속 신작을 만들며 알뜰살뜰하게 잘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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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작업실 사진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전 세계 민속품과 유물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문명 발달 이전의 유물 속 사람의 형상과 기도문을 보면 옛날부터 지금까지 인간의 소망, 욕망, 절망이 일맥상통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인간의 본성, 본질을 느낄 수 있는 유물에서 작업에 관한 영감을 많이 얻는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나는 작가보다 주술사에 가까운 것 같다. 처음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종이를 주재료로 삼아 사람 형상의 부적을 만들어 왔다. 모든 작업에는 기도문이 들어가 있다. 이민 간 친구 근처에 성범죄자 이웃이 없기를, 이 조각을 보는 사람이 모든 위험에서 빗겨 나가기를, 등의 기도문 혹은 소원이 모든 작업에 심겨 있다. 기도문을 반복해서 붙이고 속삭이며 만들면 작품의 얼굴로 그 기도문이 승화되어 표현된다. 특히 눈빛에. 힘들지만 꾹 참고 이겨내며 사람 형상 하나하나 만들어 내는 이 과정이 나에게 너무 중요하고, 삶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만든 사람 형상을 사람들이 보면서, 느끼고 감동하고 슬퍼하고 분노하는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게 내가 세상에서 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런 작업을 하려면 기도해야 하고, 내게는 종이로 만드는 기도가 곧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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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알레고리 – 조각적», 2018, 토탈미술관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최근에 참여한 부산현대미술관의 전시 «능수능란한 관종»에서 작가는 자아가 비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보여준다. 천장에 가득 따개비처럼 붙어있는 CCTV 감시 카메라를 직캠 카메라처럼 의식하고 춤을 추는 노동자들(‹CCTV야, 우리들의 춤을 봐›), 고객의 소리가 아닌 노동자의 소리를 이야기하는 라디오(‹vow 라디오 민주› 시리즈), 작가의 모습을 쏙 빼닮아 기골이 장대한 중고생 조각상들의 인생샷 포즈(‹컴컴›), 전시장 입구에서 관객들을 점포 마감 5분 전에 드시고 가시는 손님 보듯 살벌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사천왕 같은 조각상(‹환영›), 버려도 버려도 끝이 없는 엄청난 쓰레기들을 나르다 지친 노동자 조각(‹거대한 황금 아치›) 작업으로 관객에게 sns 사진 명당을 제공한다. 동시에 그 인생샷들의 배경에 찍힌 작품들의 메시지가 사진 속 주인공들과 함께 인터넷 타임라인에서 스크롤 되며 소비되기를 기대한다.

‹CCTV야, 우리들의 춤을 봐💕›


일터 천장에 따개비처럼 잔뜩 달린 여러 개의 CCTV. 시급 노동자가 1초도 마음 편히 놀지 못하게 지켜보는 검은색 빅브라더들. 하지만 노동자를 감시하는 카메라도 카메라니까, 우리는 찍힘 당하지 않을래. 우리 스스로 CCTV를 바라보며 직캠을 찍겠어. 천장을 보며 춤추고 연기할래. 틱톡 챌린지도 찍겠어. 늘 우리 머리 꼭대기에서 정수리를 내려다보는 CCTV. 우리를 보고 있을 그들에게 기괴함을 선사할래. 나의 SNS 계정에도 올리구 말이야! 그러니깐 CCTV야, 우리의 춤을 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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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야, 우리들의 춤을 봐›, 2024, Wall drawing, 8220 × 4500 cm

‹ 💖같이 찍엉💖 ›

지금 시대의 SNS는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윤리 및 정치 등의 의사를 표명하는 창구가 되었다. 같이
찍은 한 장의 단체 사진이 흑역사가 되어 내 커리어에 지장이 되기도 한다. 빛의 속도로 삭제한다 해도 누군가
는 귀신처럼 스샷 박제를 해놓았다가 내가 최고의 커리어를 향해 올라가고 있을 때 폭로하기도 한다. 누구를 팔
로우하고 누구를 취소하는지에 따라 팔로워 수가 오락가락하고 비난받기도 하고 지지받기도 한다. 이처럼 지금
시대의 연대하는 용기는 같이 사진을 찍고 서로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서로를 태그하는 행위인 것 같다.
흑역사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어떤 사건을 공론화하고 연대할 수 있는 용기 있는 행동이 되기도 하는 SNS 활
동. 여기 SNS 혹은 커뮤니티를 통해 같은 뜻을 가지고 전국에서 모인 고등학생 5명이 함께 하트 떼샷을 찍고 있
다. 흑역사가 될지도 모르고 조리돌림을 당할지도 모르지만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순간의 인생네컷을 찍는
모습을 상상하며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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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찍엉›, 2024, Paper, pencil, styrofoam, 390 × 270 × 210 cm

‹ 미진美珍 유진流珍 ›

작가는 사람 형상의 작품을 만들 때마다 한국식 이름짓기를 한다. 미진은 ‘아름다울 미’에 ‘보배 진’, 유진은 ‘흐를 유’에 ‘보배 진’을 썼다. ‘우주의 아름다운 보배’, ‘우주를 흐르는 보배’라는 뜻이다. 작가는 사찰 입구에서 무서운 표정으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사천왕 조각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제작했다. 병원, 식당, 패스트푸드점, 카페, 비행기, 기차, 은행, 백화점 등 우리나라의 다양한 서비스직 여성이 착용하는 검정 리본 머리망을 한 이 거 대한 조각은 작가가 주로 이야기하는 노동 문제에 대해 관람객이 시각적으로 굉장히 직설적으로 느끼고 집중하게끔 한다. 작가는 이 검정 머리망이 한국에서 서비스직 노동자가 느끼는 자본주의를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노동 시위 등에 활용할 목적까지 감안해서 크게 만들었다. 작가가 작품을 만드는 이유 또한 작가 자신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관종력으로 사회 문제를 직관적으로 귀엽게 시각화해서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화제를 일으키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어 게시하고 공유하는 행위를 하도록 유도하는 게 작가 자신이 사회에 참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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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진美珍 유진流珍›, 2024, McDonald’s French fries sacks, styrofoam, 120 × 103 × 360 cm(유진), 110 × 115 × 360 cm(미진)

작업을 통해 작가님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소원을 말해봐»에 출품한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미래›는 가로 290cm, 폭 152cm, 높이 248cm에 육박하는 매우 큰 작품이다. 사찰에서 탑돌이 기도를 하는 모습에서 영향을 받았다. 우상화되지 않고 놀이터에 온 것처럼 귀엽고 친근하고 재미있는 형상의 조각을 사람들이 마음껏 만지 고 느끼고 종이를 붙이며 참여하길 원했다. 각자 마음속의 이야기, 소원, 뭐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어서 붙이고, 조각 표면에 붙인 자기 이야기를 각자 손으로 쓸어 만져 보고, 조각 주위를 한 바퀴 돌며 다른 사람이 붙인 걸 보고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을 들여다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관객은 조각 위에 뭐든 적어 붙여도 좋다. 텍스트의 내용뿐 아니라 글쓴이의 필체, 필압, 종이를 붙인 방식 등을 통해 많은 정념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질문하지 않는다. 관객들이 빈 종이에 비친 자신의 마음과 질문을 마음대로 적거나 그리거나 아무것도 없이 붙이거나. 뭐든 좋다. 사람들에게 내가 작업하는 방식을 거대하게 확대한 환경에서(큰 사이즈의 흉상) 가까이 생생히 참여해 보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 미술관 혹은 전시 공간에 작품이 놓이면 대부분 공간에 박제되어 생명력을 잃는다. 나는 작업이 파손되는 한이 있더라도 바리케이드를 일절 치지 않았다. 해당 전시에서는 작품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내 작업 과정까지 솔직히 노출하고 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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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말해봐», 2024,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스러운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궁금합니다.

스케일이 큰 작업을 통해 관객에게 작업이 압도하는 느낌을 전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반면 전시가 끝나고 어떻게 보관할지 머리를 쥐어 싸매고 생각하느라 고생한 부분은 매우 불만족스럽다.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새벽 5시쯤 기상해서 핸드폰으로 SNS 좀 보고, 커피 내려 마시고, 영어 공부 앱 듀오링고와 스픽을 하고, 씻고 일어나서 헬로키티 메모지에 그날의 할 일 목록을 반짝이 펜으로 예쁘게 적고 완료할 때마다 하나씩 지워나가고, 다 지우면 씻고, 누워서 신나게 유튜브 보고 SNS 하다가 잔다.(다음날도 이하동문)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전시했던 커다란 조각 작품 ‹미래›가 미술관 인근의 미래산업과학고등학교로 간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공장소에 작품을 설치하는 터라 이에 관한 작품 관리 매뉴얼 및 계약서 초안 작성에 온 정신이 집중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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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 미래›, 2024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내 작품은 만드는 기술이 뛰어나다거나 아카데믹한 미술 언어를 구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학생이 미술 시간에 만든 공작물 같다. 그럼에도 내 작업에 에너지가 넘치는 이유는 작품을 만들 때 늘 마음의 목적지를 정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하나의 정념. 소원. 기도문. 하나의 에센스를 정한 뒤로 그것만 계속 생각하고 적으며 반복해서 종이를 붙이고 만든다. 그 정념을 계속 반복해서 만들면 모든 에너지가 얼굴(표정) 특히 눈빛에 응축된다. 맨 처음 조각 작업에 매력을 느끼게 된 계기는 불교의 불복장(佛腹藏) 의식이었다. 불상 안에 기도문과 사리, 오색실 등을 넣어 봉하는 의식을 보며, 나도 그런 과정을 거친 소중한 사람 형상을 만들고 싶어서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 같다.
마음의 목적지 얘기가 어떻게 나온 거냐면, 사람들에게 손 편지를 쓸 때 항상 편지지 귀퉁이와 편지봉투 풀칠한 면에 그림을 그려서 보냈는데 이상하게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그림이 너무 잘 그려졌다. 그래서 그 편지를 남에게 보내지 않고 내가 가지고 싶은 적이 많았다. 반면 내가 가지려고 마음먹고 그린 것들은 다 개똥 같았다. 내 마음을 보낼 마음의 목적지를 정한 후 내가 가지지 않고 남에게 주는 마음으로 그리고 만드는 게 순수한 작업을 만드는 핵심이라는 점을 알게 되면서 늘 작업할 때 마음의 목적지를 정한다. 나와 같은 처지의 여성들, 저임금 고강도 서비스 직종에 밀집된 여성들, 어린이들 (왜 여성들 위주로 만드냐고 물으신다면 대답하고 싶지 않다. 여성 여성 여성 여성에 관한 이유를 하나하나 변호하는 게, 나는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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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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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충동», 2022,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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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ers›, 2020, Wood, pencil, 20 × 16cm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헬로키티 메모지와 헬로키티 볼펜을 사서 귀여운 키티 메모지에 키티 볼펜으로 매일매일 할 일을 적고, 해낼 때마다 하나씩 지운다.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돈이 없다. 내가 40살인데 이렇게 돈이 없을 줄이야. 노후 대책이 없다.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자신이 좋아하고 즐거운 것을 만드는 것. 남 눈치 보며 만들면 나도 불행해지고 남들도 외면한다. 남에게 외면받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면 계속 작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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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와 코뚜레», 2019, OCI미술관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우린 대부분 100년도 못 산다. 죽으면 이승의 돈, 저승에 못 가져간다. 죽으면 빵이랑 튀김도 못 먹는다. 그리고 우리가 망한 작업을 만들어도 아무도 기억 못 한다. 100년도 못사니 뻔뻔하게 쭉쭉 좋아하는 것을 지속했으면 좋겠다.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빵과 튀김을 좋아했고 딸기코에다가 좀 모자라지만 애는 착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주 2회 교촌치킨을 사 먹을 수 있는 재력이 있고, 반려묘를 먹이고 씻기고 병원 검진 다닐 수 있는 재력이 있고,
내가 급작스럽게 사망할 때 효력이 발생하는 유작에 대한 유지 보수 매뉴얼이 적힌 유서를 이행해 줄 의리 있는 동료가 두 명 정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미래에도 계속 작업하는 게 스스로 즐겁고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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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로 만든 거울», 2023, 성북어린이미술관 꿈자람

Artist

신민(@fatshinmin)은 프리랜서……다. 주로 종이를 덧붙여 조각을 만든다. 무용, 연극, 미술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서울과 춘천에서 활동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휴관, 평일 및 주말 10시부터 18시까지 여는 대부분의 전시장에서 작품을 감상하기란 대부분의 노동자에게 힘든 일이다. 작품을 보러 힘들게 찾아오지 않아도 재미있게 작품을 향유할 방법을 고민한다. «능수능란한 관종»(부산현대미술관, 2024), «소원을 말해봐»(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024), «종이로 만든 거울»(성북어린이미술관 꿈자람, 2023), «世美»(더 그레이트 콜렉션, 2022), «조각충동»(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022), «2021 이소선 10주기 특별 기획전 – 목소리»(전태일기념관, 2021), «족쇄와 코뚜레»(OCI미술관, 2019), «장르 알레고리 – 조각적»(토탈미술관, 2018) 등의 전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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