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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우리 시대의 시스템이 만드는 예술

Writer: 김병호
header_김병호_Byungho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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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김병호 작가는 금속을 이용한 다양한 조각과 설치 작업으로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마치 귀금속처럼 빛나는 황홀한 자태가 무척 매력적인데요. 관능적이고 감성적으로 보이는 그의 작품은 사실 세심하고 정교한 제품에 가까운 구석이 많답니다. 전통적인 드로잉 대신 정밀하게 계획한 설계 도면을 기반으로 디자이너, 엔지니어, 건축가, 구조설계사 등 여러 전문가와 협업하는 그는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시스템인 대량 생산과 분업화를 활용해 작업을 구현합니다. 이런 모듈화를 거쳐 시대의 시스템과 관습, 규범을 투영한 작품을 통해 관람객은 물질문명과 인공성에 대한 시선을 파악할 수 있어요. 미술가에게는 투철한 직업의식이 필요하며, 좋은 작업을 생산하는 것보다 좋은 고민을 하는 행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믿는 그는 생각하는 힘과 다양성의 가치를 믿습니다. 현대 사회의 시스템을 활용한 전략적인 작가로 기억되고 싶은 김병호 작가의 내공 있는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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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Vertical Gardens›, 2023, urethane coating on stainless steel, 170(h) x 70 x 70 cm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미술작가 김병호입니다. 주로 금속과 미디어를 사용해 조각과 설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3년간 과학기술부 국가지정연구실에서 연구원 자격으로 공학을 공부한 후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어요. 저 자신을 발전된 사회 구조와 환경에 익숙해진 현대인의 일원으로 설정하고, 전통적인 드로잉 대신 섬세하게 계획한 설계 도면을 들고 철저히 분업화된 생산 시스템에 투입해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세상을 객관적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해 왔어요. 한쪽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 여러 체제와 사상을 공부했고, 미(美)에 대한 접근 또한 동양과 서양의 관점 차이에서 시작했고요. 미술에 이어 자연스럽게 공학을 공부하게 되었죠. 그래서인지 감성적인 창작보다는 합리적인 계획에 바탕을 둔 작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이렇게 철저한 계획에 따라 작품을 만드는 일이 성격에 딱 맞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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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iversary about the Memories 23›, 2017, powder coating on steel, 225(h) x 170 x 170 cm

‹Anniversary about the Memories 145›, 2017, powder coating on steel, 235(h) x 190 x 190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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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ross Section of Civilization 89›, 2017, aluminum, 90(h) x 52 x 74 cm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오랜 시간 서울에서 작업을 했는데, 3년 전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으로 작업 공간을 더 크게 옮겼어요. 인적이 드문 해발 200m 산속에 자리 잡아서 ‘풍멍’하기에 좋아요. 조용한 분위기에서 드로잉을 하거나, 여러 엔지니어가 가공한 부품을 조립하는 공간으로 사용 중입니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어려서부터 조용히 주변 상황과 사물을 유심히 관찰하곤 했어요. 지금도 물론 많이 관찰하죠. 그런데 단순히 목적 대상을 살펴보는 일에 그치지 않아요. 사실 관찰이라는 행위는 관찰자가 관찰의 대상과 맺는 관계에서 갈등하는 일이거든요. 따라서 수용이 아니라 의심의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어요. 더불어 관찰 대상과 제 기억이 충돌하게 되는데요. 기억에는 감정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감정을 작품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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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of the Coincidence›, 2013, aluminum, stainless steel, powder coating,150(h) x 516 x 150 cm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생각한 것을 스케치하고 이를 바탕으로 설계를 진행해요. 설계 과정은 무척 중요한데요. 설계 도면이야말로 많은 엔지니어와 소통할 수 있는 언어라서요. 말로 소통할 때 따라붙는 오류가 생기지 않고, 만국 공통어이기도 하고요. 드로잉 단계에서는 다양한 생각을 오랫동안 하지만, 일단 방향이 설정되면 설계도를 빠르게 작성해요. 설계 도면을 통해 우리 시대의 단위화되고 조직화된 요소를 재료로 사용할 수 있어요. 대량생산 방식으로 합리적인 제작이 가능해지죠. 작품 구상과 설계가 끝나면 엔지니어와 부품을 만들고, 개별 부품을 조립하기 시작해요. 여러 개의 부품을 조립하면 하나의 모듈이 되고, 이를 계획된 규칙에 따라 배열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합니다. 그래서 작품에 따라서 수천 개의 부품이 필요하기도 해요. 간혹 사람의 노동력이 들어가기도 하는데, 똑같은 방식으로 끼우고 돌리기를 수백 번 반복하며 조립하는 과정 또한 모듈화의 일부분입니다. 이렇게 정확한 설계 도면에 기반해 공장의 대량생산 방식을 따르면, 작품에 사회 시스템, 관습과 규범 등이 투영되고, 문명의 진행과 함께 자연적으로 발생한 합리성에 대한 접근을 몸소 실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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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Aero Interface› 설계 도면


(우) ‹Aero Interface›, 2012, anodizing on aluminum, arduino, piezo, 560(h) x 260 x 470cm

작가님의 작업 세계가 궁금해요. 최근 작업을 예로 들어 주시겠어요.

가장 최근에 만든 작품 중 ‹8개의 대칭정원(8 Symmetrical Gardens)›이 있어요. 8개의 타원구 모양을 기하학적으로 구성했습니다. 위쪽에 있는 4개의 타원구는 무광 흑색인데 작품을 설치하는 지면의 흙처럼 표면이 거칠어요. 본질, 원형 등을 상징하죠. 아래쪽 4개는 매끄럽게 빛나는데요. 인간의 손으로 정성껏 가공한 인공물을 대변합니다. 실제로도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거친 표면을 오랜 시간 반짝이는 오브제로 가공한 결과예요. 결국 한 개의 거친 지구와 4개의 거친 오브제 사이에 보석처럼 아름답게 가공한 4개의 물질문명이 위치하는 셈인데요. 그 표면은 주변 오브제를 거듭 반사하면서 자아도취적 화려함을 만들어 냅니다. 해당 작품은 원래 흙 위에 설치하도록 설계했는데, 지구라는 큰 구 모양, 그 위에 인공적으로 가공한 4개의 타원구, 또 그 위에 가공하기 이전의 원형 상태의 타원구를 쌓은 모습이죠. 기하학적 배치를 통해 자연과 인공성의 공존, 합리적으로 잘 가꾼 우리 시대의 환경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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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Symmetrical Gardens›, 2023, coloration on bronze, 150(h) x 100 x 92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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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Symmetrical Gardens›, 2023, plating on stainless steel, 25(h) x 266 x 25 cm

작업을 통해 작가님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직선과 평면, 그리고 두께입니다. 우리 환경을 잘 보여주거든요. 지구상에는 본질적으로 절대적인 직선과 평면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수학 공식에서나 가능한 일이죠. 그런데 현 인류에게 직선과 평면은 너무나도 당연한 요소가 되었어요. 특히 평면은 물리적인 두께를 가지고 있는데요. 두께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면 한 면과 그에 평행한 반대쪽 면 사이의 너비예요. 평행한 두 평면 사이의 거리를 뜻하죠. 평면이 수학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이라면, 두께는 추상적인 것을 물리적 질량으로 변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어떤 물건이든 효율적인 평면으로 만들어 왔어요. 산업혁명을 통해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금속, 목재 등을 평평하고 규격화된 모습으로 생산하는 일이 가속화됐습니다. 이렇게 공장에서 출고한 자재는 삶의 공간을 연출하는 재료가 되어 우리 주변을 뒤덮고 있는데요. 마치 공기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의 환경으로 당연시된 것 같아요. 이런 환경을 비판하는 건 아니에요. 저도 직선과 평면이 주는 말끔한 환경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살고 있으니까요. 다만 미술가로서 미래의 기억에도 남아 있을 현재의 환경을 의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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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den›, 2013, aluminum, steel, powder coating, 280(h) x 750 x 250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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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ar Garden›, 2017, urethane coating on stainless steel, powder coating on aluminium, 396(h) x 635 x 300 cm

최근 작업하면서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작품의 물리적인 결속 방식이 더 견고해져야 하는데, 아직 허점이 많네요. 예술 작품을 만드는 접근 방식은 다양한데요. 과거 레디메이드ready-made가 예술의 대안으로 제시된 시절이 있었듯이, 저는 작품을 제작할 때 기성품화(化)의 과정을 거칩니다. 즉, 작품을 만들 때 ‘제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요. 이에 대한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여러 부품을 치밀하게 조립할 때 구현되는 가전제품 같은 결속 방식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물질과 물질을 견고하게 연결해 하나로 결합하는 건 대량생산한 부분이 서로 합리적으로 기능한다는 뜻이에요. 이는 점점 더 분업화되고 대량생산으로 획일화되는 물질세계를 대변하면서, 동시에 현실 세계의 구조가 작품에 기능적으로 개입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불어 조립을 완료한 제품은 원래 계획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데요. 예술의 기능을 생각하도록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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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tical Garden›, 2019, vacuum coating on stainless steel, 470(h) x 223 x 260 cm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일주일 중 절반은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산속에 있기 때문에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고 방문하지 않는 적막함을 매우 즐기는 편이에요. 나머지 절반은 제작과 관련한 일을 처리하는 데 사용해요. 디자이너와 설계도를 그리고, 각 부품을 제작하는 공장을 방문해 일정과 제작 과정 등을 점검합니다. 협력 공장이 주로 남동국가산업단지, 시화국가산업단지, 반월국가산업단지 등 경기도권에 있기 때문에 운전해서 다니는 경우가 잦습니다.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기억하는 것과 기억하는 방식에 관심을 두고 고민 중이에요. 기억에는 개인의 사적인 기억뿐 아니라, 집단 공동체가 오랜 시간 만든 기억도 포함되는데요. 그런 집단의 수많은 기억 중 사회와 제도, 규율과 규범 등이 제 주요 연구 대상입니다. 이런 기억은 경험적인 평안함에 익숙해져서 여과 없이 답습하는 상황을 의미하기도 해요. 즉, 현재의 우리는 선조로부터 이어 내려온 행동 양식과 사고방식에 대해, 마치 마법에 걸린 듯 유혹되어 공동체의 기억을 의심 없이 수용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죠. 저는 이러한 우리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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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nipulation›, 2013, brass, 16(h) x 21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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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130 Teardrops›, 2022, brass, 73(h) x 23 x 25 cm

(우) ‹130 Teardrops›, 2022, brass, 73(h) x 23 x 25 cm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사실 이런 질문에 무척 놀랐어요. 제 작품 중에는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것이 많거든요. 예를 들어, 2018년 중국 상하이에서 처음 발표한 ‹19명의 신›은 오랫동안 선조로부터 내려온 삶의 방식에 길든 우리의 태도를 표현한 작품이에요. 같은 모양, 같은 크기의 오브제 19개로 구성됐는데, 이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신(神)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정도로 거대해진 문명의 창조물을 대변합니다. 우리는 개개인의 삶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스스로 인정한 최고의 가치와 절정에 이르길 원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해당 작품은 맹목적으로 추종할 수 있는 절대적 존재와 이를 창조한 우리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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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ineteen Gods›, 2018, gold mirror stainless steel, urethane coating on stainless steel, oriental black ink, water installation, 225(h) x 47 x 53 cm in each, pond 10(h) x 450 x 670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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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ted Memory 3SBCP›, 2016, bronze, 366(h) x 108 x 108 cm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저는 매우 무덤덤한 사람이에요. 슬럼프가 없는 게 아니라, 그게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둔하다는 뜻이죠. 심정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활발할 때가 있으면 처질 때도 있잖아요. 그 리듬에 따라 생각을 전개하고 작품을 만듭니다. 감정의 흐름과 기복 또한 삶의 일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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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rizontal Garden›, 2018, brass, 160(h) x 160 x 680 cm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소유나, 존재냐?’에 대한 문제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그동안 사적인 소유물이 많이 생겼더라고요. 다양한 작품부터 시작해서, 휴대전화, 자동차, 옷, 기계 장비, 항공 마일리지 등등…그런데 작업실이라는 부동산을 소유하는 문제가 눈앞에 다가왔어요. 시골에 있기 때문에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해도, 그래봤자 상당 부분은 은행과 함께해야겠지만요. 소유적 삶의 방식을 택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답니다.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대부분의 현대 미술 작가는 정규적인 미술 교육을 받고 미술가의 길로 들어섭니다. 조형 연습, 예술가가 지녀야 할 소양, 미술 시장에 관한 공부 등 많은 것을 이미 숙지한 상태에서 미술 현장에 투입됩니다. 물론 저도 그랬고요. 저는 미술가에게 투철한 직업의식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미술가의 직업의식은 완성형이 아니라 과정형입니다. 좋은 작업을 만드는 게 미술가의 목적이 아니라, 좋은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작가가 지녀야 할 태도라고 믿어요. 이런 고민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모든 것―드로잉, 오브제, 실험용 샘플 등―은 작품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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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dows of Horizontal Garden›, 2019, powder coating on stainless steel, 200(h) x 240 x 8,670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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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tical Garden Beautiful Replication S95VP1D35T6›, urethane coating on steel, 300(h) x 70 x 70cm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많은 사람이 제게 이렇게 묻습니다. “어떻게 꾸준히 새로운 작품을 만들 수 있나요?” 저는 늘 이렇게 대답해요. “아주 쉬워요. 생각하는 일이 제 직업이거든요!” 예술가라는 직업의 기본 속성은 생각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종일 생각하고, 관찰하면, 다양하고 멋진 것을 발견할 수 있어요. 물론 아무것도 안 하고 생각만 할 수는 없지만요. 여러 세대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다양한 예술이 모두 가치를 지닌다고 봐요.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현대 사회의 시스템 전반을 활용한 전략적인 작가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김병호’라는 개인으로서의 작가보다요. 실제로 제 생각을 작품으로 실현하려면 기획자, 디자이너, 엔지니어, 건축가, 구조설계사 등 많은 사람과 협력해야만 해요. 미술가는 그 구성원 중 한 명일 뿐입니다. 결국 우리 시대의 시스템이 작품을 만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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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venty Two Silent Propagations›, 2012, urethane coating on stainless steel, arduino, piezo, 350(h) x 600 x 200 cm

Artist

김병호는 금속과 미디어를 함께 활용해 조각, 설치 작업을 하는 작가다. 2000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2002년부터 3년간 과학기술부 국가지정연구실 연구원 자격으로 예술 공학(art engineering)을 공부한 후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전통적인 드로잉 대신 사전에 섬세하게 계획한 설계 도면을 기반으로 철저히 분업화된 생산 시스템에서 작품을 만든다. 그에게 예술 작품은 규범, 규칙, 체계 등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내는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동시대 사회 구조와 환경에 놓인 현대인으로서, 기계적인 정교함과 현혹적으로 아름다운 예술 행위를 답습하며 역설적인 비판 의식을 보여준다. 한국 서울 WWNN(2024), 중국 선양 K11 미술관(2022). 중국 상하이 아라리오갤러리(2018), 한국 서울 소마미술관(2010), 독일 프랑크푸르트 문화부 스튜디오(2009) 등에서 10차례의 개인전을 열였고 ‘매개기억 프로젝트’(송광사, 순천, 2016), ‘징안국제조각프로젝트’(상하이, 중국, 2012)를 비롯해 100여 회의 국내외 단체전에 작품을 선보였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서울대학교 미술관, 정부종합청사, 현대자동차, 독일 프랑크푸르트시 문화부, 중국 상하이 반룡천지, 홍콩 뉴월드 디벨롭먼트 등에서 작품을 소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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