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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펜데믹 시대에 제안하는 새로운 인사법

Writer: 이소현
h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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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팬데믹이 펼쳐지면서 인사법도 변화를 겪었어요. 껴앉거나 악수를 하는 대신 주먹을 살짝 부딪히는 행동이 새로운 인사법으로 자리잡았죠. 이번 아티클에서 소개하는 영상 작업 ‹Hello›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이소현이 락다운 상태에서 생각한 인사법 10가지를 다룹니다. 익숙한 것도 있고 새롭게 만든 것도 있는데요.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인사의 범주를 생각할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에요. 자세한 작업은 아티클에서 확인해보세요!

‹Hello›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Hello›는 코로나19로 인해 처음으로 락다운이 되었을 때 만든 작업입니다. 갈 곳이 없고, 사람들과 모여서 만날 수도 없고, 마스크를 쓰기 시작한 시기였는데요. 아주 오랜만에 사람이 별로 없는 숲을 찾아가 스폿을 정해 그곳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서로 일정한 거리를 둔 채 마주 보고 자연스럽게 서로의 동작을 따라 하며 열 가지 방식의 인사를 하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접촉하지 않고 인사하는 모습을 소개하는 영상을 이용해 간단한 웹사이트를 만들었어요. 언제 어디서나 열어볼 수 있도록 웹사이트를 제작했습니다. https://quarchive.neocities.org/

Performance © 서이을, 이소현

Performance © 서이을, 이소현

작업의 계기와 콘셉트가 궁금합니다.

어떻게 하면 접촉이 자유롭지 않은 환경에서 사람들에게 여전히 친밀함과 사랑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풀어낸 작업이에요. 꽤나 일상적으로 일어나면서 원초적인 친밀감을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인사’가 떠올랐어요. 눈을 마주치고, 손을 흔들고, 포옹하는 등의 특정 행위를 한다는 게 마음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작업을 진행하던 당시,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과 만나면 머뭇거리며 팔꿈치나 주먹을 살짝 부딪쳐 인사를 했는데요. 딱히 오랜 기간 학습된 행동은 아니지만, 어느새 많은 사람이 암묵적으로 이를 ‘인사’로 받아들이는 것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우리가 인사라고 여기던 것들은 언제부터 ‘인사’가 되었는지 질문을 던지며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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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에서 주목할 점은 무엇일까요?

개인적으로 인사의 이름과 동작을 연결해서 보면 더 재미가 있습니다. 숲 속 소리를 녹음한 걸 함께 들으며 반복적인 동작을 보면 조금 더 감성적으로(?) 영상을 즐길 수 있죠.

실제 일상 생활에서도 이런 인사를 활용하셨나요?

네. 원래 많은 사람이 사용하던 방식이 있기도 하고요. 다른 인사 방식의 경우에도 제가 동작을 취하면 친구들이 똑같이 따라 해서 재미있었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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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진행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궁금해요.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게 기억에 남아요. 작업을 처음 구상하던 당시, 코로나로 인해 사람 간에 유지하라고 권고된 거리가 (당시 제가 머물던 도시는) 2미터였는데요. 이 기준을 중점을 두고 여러 사물들로부터 2미터의 거리를 재는 작업을 전개했죠. 그런데 하다 보니 결국 제게는 다른 사람과 절대적 수치로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그 자체보다는, 이렇게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얼마나 붙어 있을 수 있느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바로 이게 제가 더 말하고 싶은 부분이란 걸 깨달았죠. 그래서 진행하는 과정에서 고민하던 것들 모두가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더불어 영상 촬영을 마무리하고 돌아가는 길에 산에서 멧돼지를 만난 일도 기억에 남습니다.

창작자로서 지니는 태도와 관점이 무엇인지 여쭤보고 싶어요.

창작자가 하는 일에는 만드는 활동, 이를 공유하는 활동, 이렇게 크게 두 과정으로 나뉜다고 생각합니다. 만드는 활동을 위해서는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계속 되묻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말하고 싶은 것을 실제로 하게 될 때에는 말하는 방식과 어투, 말을 하는 장소와 시점, 듣는 사람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있어야 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부분이 ‘공유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을 바탕으로 각 활동을 좀 더 잘 원활히 연결하려고 노력합니다.

창작을 하면서 기쁨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다른 창작자를 만나 대화할 수 있을 때. 대화하며 서로 지루하지 않고 말할 거리가 많아질 때. 그리고 진행하던 작업에 지치다가 완전히 끝나진 않았지만, 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로 다음 프로젝트를 생각할 때 정도 아닌가 싶어요. 마지막 경우는 살짝 한시적이지만 매우 큰 기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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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한국과 독일에서 창작자로 활동하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조금만 더 천천히 해도 될까?’하는 생각이 들 때 한국에서는 부담감을 더 많이 느껴요. 그런데 이 고민은 사실 독일에서도 여전히 이어지는 부담이어서, 장소특정적인 어려움은 아닌 듯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 문제는 아직 극복하지는 못했답니다.

좋아하는 걸 지속하려는 창작자에게 버티는 노하우를 공유해주세요.

많이 읽고, 보고, 쓰고, 듣고, 더불어 다른 사람과 많은 대화를 하는 게 지속성을 이끄는 힘을 만드는 것 같아요. 결국, 아주 혼자서 버티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Artist

이소현은 홍익대학교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현재 라이프치히 그래픽서적예술대학Hochschule für Grafik und Buchkunst Leipzig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 미적인 형태를 만들면서 콘텐츠를 적합한 미디어로 나르는 방식에 대해 탐구한다. 리서치와 실천을 이어가는 데 관심이 많다. 그간 다양한 문화 행사에서 그래픽 디자인과 브랜딩 작업을 해왔다.

https://cargocollective.com/tohyonee

https://arealsiteofsohyeon.neociti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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