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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회화의 새로운 폭발성

Writer: 이영욱
header_이영욱_Yonguk 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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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이영욱 작가는 신체 이미지를 해체하고, 재조합하고, 나열합니다. 이를 통해 반복이라는 형식이 현시대에 유효하게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합니다. 즉흥적으로 이미지를 파편화하고, 반복적으로 나열해 마치 조작된 것처럼 보이는 이미지를 얻어내면, 이를 의도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겹치는 형상을 구현해요. 연속성과 낯섦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추면서요.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보는 이를 당황스럽게 만들면서, 기이한 힘으로 시선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마력을 지닌답니다. 작가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각종 아이디어와 사건들을 기록하며 새로운 문구나 관점을 찾고, 이를 확장해 작업의 자양분으로 쓰는 걸 좋아해요.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5층 작업실에서 나오지 않고 어슬렁어슬렁 작업에 몰두하는 게 가능한 이유일지도?! 틀에 갇히지 않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 되기 위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이영욱 작가. 저항만 하지 말고 지향하는 태도로 작업에 임하는 그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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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사주에서 ‘주변을 잘 살펴야 오늘 하루도 안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글귀를 읽자, 오늘 아침 클렌징 폼으로 이를 닦은 기억이 떠올라 놀라웠다_1초동안에 일어난 일›, 2024, 100 x 72.7 cm, Acrylic on linen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평면, 입체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하는 이영욱입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미대에 진학하면 당연히 작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단순하게 생각하며 작업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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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의 변용», 2024, OCI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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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의 변용», 2024, OCI미술관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지금 작업실은 서울에 있어요.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5층에 위치한 터라 웬만하면 작업실 밖으로 잘 나가지 않습니다. (웃음) 하지만 작업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꽤나 많아요. 특히 옥상 공간을 혼자 사용하고 있어서, 옥상에 눕거나, 요즘 데려온 반려 식물에 물을 주고, 작업실에 놀러 온 사람들과 고기를 구워 먹기도 해요. 참, 옥상에서 바라보는 서울 풍경도 참 멋지답니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어느 특정한 대상에서 영감을 얻진 않아요. 단순한 대화, 청소, 샤워, 운전, 불 끄고 침대에 누웠을 때 갑자기 번쩍 찾아오는 게 아이디어죠. 이후에 조그마한 연습장에 가벼운 스케치로 아이디어를 남기는데요. 기존 아이디어를 살짝 변형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을 때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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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컨이 작동하지 않아 드론은 바닥으로 내리 꽂혔다», 2023,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먼저 작은 연습장에 즉흥적으로 선을 북북 그으며 낙서합니다. 어느 정도 마음에 드는 이미지의 흐름이 나오면, 이제 그려나갈 소재를 선택해요. 원하는 이미지가 완성되면 곧바로 캔버스로 옮깁니다. 그리고 즉흥적으로 이미지를 파편화하며 반복적으로 나열해요. 마치 조작한 이미지처럼요. 이렇게 스케치를 마친 후 에어브러시를 사용해 채색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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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자를 바라보는 이들은 자신들의 숙명을 이해하고자 했다_불안으로 비틀어진 돌출된 시선과 이미지›, 2024, 193.9 x 260.6 cm, Acrylic on lin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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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에서 가장 강한 친구의 필살기›, 2024, 116.8 x 91.0 cm, Acrylic on lin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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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줄 없이 산책하는 개(1인칭 작가 시점에서 바라본 대상)_자코모 발라의 작품을 통해 연구한 반복›, 2024, 193.9 x
130.3 cm, Acrylic on linen

최근 작업이 궁금해요.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지금까지 진행한 작업을 연결한 초상 작업을 시도 중이에요. 조작된 신체 이미지의 파편이 의도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겹치는 형상을 구현하는 지점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해체된 신체의 파편을 반복적으로 복제하고, 얽히고, 엮으며 연속성과 낯섦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추는데요. 얼마 전 WWNN에서 선보인 초상 작품이 이런 실험 과정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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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이 많아 상대방의 말을 들으면서도 오직 반박할 내용만 고민하고 있는 이의 초상›, 2024, 116.8 x. 91.0 cm, Acrylic on linen

작업을 통해 작가님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이미지의 형상을 해체하고 재조합하고 나열하는 방법론을 통해, 지금 이 시대에 반복이라는 형식이 어떤 방식으로 유효하게 작동하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미지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회화의 새로운 폭발성을 통해 인식의 틀을 확장한다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어요.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스러운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궁금합니다.

딱히 아쉬운 부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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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의 변용», 2024, OCI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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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의 변용», 2024, OCI미술관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웬만하면 작업실에서 하루를 다 보내려고 해요. 작년부터 예술인 미라클 모닝에서 비예술인 미라클 모닝으로 모드를 전환했는데요. 보통 오후 12시에 일어나다가 요즘은 아침 5시에 일어나는 거죠. 기상 시간을 바꾼 특별한 이유는 딱히 없는데…출근 시간대에 엘리베이터를 혼자 타고 싶어서 그런 걸까요?! 그리고 30분 내로 급하게 작업실에 들어가요. 그렇다고 도착하자마자 바로 작업을 시작하진 않고요. 노트북을 놓은 테이블에 앉아 군것질하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분위기를 잡고 휴식을 만끽합니다. 이렇게 좀 쉬다 보면 제 게으른 모습을 건너편 거울로 인식하게 되는데요. 그때 작업대로 어슬렁어슬렁 이동해요. 그리고 저녁까지 그냥 작업에 몰두합니다. 이게 제 루틴이에요. 아, 저녁에는 스쿠터를 타고 동네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사람 구경, 개와 고양이 구경하는 걸 즐겨요. 그나마 요즘 이게 제 유일한 취미입니다.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작업에 관한 관심거리라면, ‘표면’이랄까요. 표면이라는 단어가 알맞을지 모르겠는데, 여튼 경계에 관한 내용에 초점을 맞출 때 외부와 내부를 연결하거나 분리하는 역할을 맡는, 중요하고 재미있게 확장할 수 있는 요소인 것 같아요. 현재 진행하는 작업에 풀어내고 싶어서 관심을 두고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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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어리석은 이들을 대하기 위한 현명한 자세_불안함으로 비틀어진 돌출된 시선과 이미지›, 2024, 193.9 x 130.3 cm, Acrylic on linen

(우) ‹20개의 손›, 2024, 193.9 x 130.3 cm, Acrylic on linen

(상) ‹어리석은 이들을 대하기 위한 현명한 자세_불안함으로 비틀어진 돌출된 시선과 이미지›, 2024, 193.9 x 130.3 cm, Acrylic on linen

(하) ‹20개의 손›, 2024, 193.9 x 130.3 cm, Acrylic on linen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일상의 기록을 습관적으로 적는 편이에요. 다양한 형태로 기록하며 새로운 문구나 관점을 찾고, 이를 통해 스스로를 더 깊게 이해하며 새로운 작업과 연결하려고 노력해요.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가상 일기를 수기로 쓰기도 했어요. 일상에서 발생한 사건을 출발점으로 삼아서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거죠. 관찰과 상상을 통해 새로운 문장과 관점을 창출하고 싶었거든요. 그런 글귀를 작품 제목으로 사용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2020년 작업실을 옮기면서 일기를 잃어버리고 말았어요. 그래서 요즘은 휴대전화 메모장에 작성하고 있답니다.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진행하는 일을 계속합니다. 더 좋지 않은 상황으로 흘러가도 상관하지 않아요. 어차피 결국 다 해결될 테니까요.

‹온몸을 활용하여 대화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태리 출신 친구의 초상›, 2024, 116.8 x 91.0cm, Acrylic on Lin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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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돈까스 어느 분이신가요›, 2024, 65.1 x 53.0 cm, Acrylic on linen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하고 싶은 일이 많아져서 고민이에요. 자꾸 일을 만들려고 하거든요. 근데 어찌 보면 별문제는 아니네요.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경직된 것을 유연하게 바꾸기. 저항만 하지 말고, 지향하는 태도로 작업에 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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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에서 벗어나는 이는 배척당할 이유가 충분하다_불안함으로 비틀어진 돌출된 시선과 이미지, 2024, 162.2×130.3cm, Acrylic on linen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시겠어요?

저만의 노하우나 팁은 없지만, 몇 년 전 메모장에 적어둔 문구를 공유하고 싶어요. ‘작가라면 이미 제시된 흐름에 따르지 말고 본인의 규칙을 정의해야 한다.’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어려운 질문인걸요. 틀에 갇히지 않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 그러기 위해서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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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의 변용», 2024, OCI미술관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아프지 말고, 남과 경쟁하지 말고, 항상 여유로운 마음으로 작업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Artist

이영욱(@yiyounguk)은 서울에 거주하며 회화와 조각 매체를 바탕으로 반복이라는 형식이 현시대에 어떤 방식으로 유효하게 작동하는지 주목한다. ‘2024 OCI YOUNG CREATIVES’의 일환으로 진행한 «틀의 변용»(OCI미술관, 2024), «리모컨이 작동하지 않자 드론은 바닥으로 내리 꽂혔다»(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2023) 등의 개인전을 열었고, «The Vanishing Horizon»(WWNN, 2024), «또다른물성»(홍익대학교 미술관, 2023), «Back to Back»(에브리아트, 2023)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제15회 OCI YOUNG CREATIVES(2023),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ARTIST PROLOGUE (2023)에 선정된 바 있다. 현재 중앙대학교에서 강의를 병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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